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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62화 (16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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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의 공연

상황이 난장판이 돼버릴 수록 도라이븐의 특색은 급격히 떨어지는 게 맞다.

적팀의 움직임을 계산하기 힘들어지면 도끼를 놓치게 될 상황이 늘어나고 마니까.

아이템이 잘 나왔다면 비효율적이나마 어거지로 떨쳐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1킬도 먹지 못한 상황.

라인전에 최적화된 헤이클린을 상대했기에 CS 또한 뒤쳐진다.

그렇다고 주저하고 있을 쏘냐.

흐름대로 몸을 맡겨 팀운으로 승리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 자신의 실력으로 극복해내야만 가치가 있다.

'해내야만 한다.'

부딪혀볼 가치가 있는 상대를 원했다.

그러나 상대는 상상했던 것 그 이상, 아니 이만한 수준의 원딜러는 지금껏 본 적이 없을 정도다.

라인전이 진행될 수록 확신이 선다.

상대는 프로.

그것도 LCL에서 내가 본 최고의 원딜러 최강진.

차후 SKY T1 꿀꿀이라는 아이디를 쓰게 되며 시즌3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그보다 뛰어나다.

최소한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수준의 상대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실험해주지.'

올마스터라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재능.

그 재능이 결코 의미없지 않았음을 이번 판을 통해 확실히 입증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는 문뜩 떠오른 생각을 시도해보기 위해 곧바로 채팅을 두들겼다.

-나무카이님 레드에 늑대먹고 직선으로 역갱 대기해주세요.

-음.. 웬지는 모르겠지만 부캐님 말씀 따를게요.

사실 오더는 취미가 아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해볼 기회가 없었다.

씨불얼 게임단의 연습생신분으로서 감독이 하란 대로 따르기에도 벅찼다.

그렇기에 오더를 하는 습관은 몸에 익지 않았다.

그건 LCL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의 방향같은 큰 줄기는 잡아주되, 인게임에서의 세세한 오더는 씨지맥 혹은 리뮤에게 맡기곤 했다.

물론 하지 않으려고 한 부분도 있다.

미래의 지식을 알고 있는 내가 섣불리 입을 열다가 말실수를 할 수도 있는 노릇이니.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그저 내 오더가 틀리지 않을까, 그리고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을까.

이전의 생에서 있던 열등감.

그 심층의식의 산물이라고 지금은 털어놓을 수 있다.

'내가 오더를 내린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억지로 팀을 따르게 하는 게 아닌, 자연스러운 최선의 판단.

각 팀원의 시점에서 최적화된 오더를 내리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아군의 정글러 나무카이.

미드라이너 나이즈.

탑라이너 네네톤.

마지막으로 내 서포터 한나.

가지각색의 챔프들을 플레이하는 그들이 원하는 바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정확히 꿰고 있다.

그것부터 시험해보자.

'아마 적정글도 비슷한 타이밍에 오겠지.'

그것을 알기에 나무카이를 대기시킨다.

어차피 탑라인전, 네네톤과 갓랜은 단단한 데다 다이브에도 강해 어느 쪽도 잡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적팀의 정글러 리심은 초반이 강력하다.

역갱의 눈치를 보면서 까지 탑라인에 갱킹을 가는 건 멍청한 행위다.

내가 봇라인으로 부르지 않았다면.

나무카이는 분명 망설이기만 하다 쌍둥이 골렘을 먹고 귀환을 탔을 것이다.

그럴 바에야 방향을 선회해 늑대를 먹고 나한테 오는 게 맞다.

그래야만 6레벨이 찍히기도 하고.

아군의 정글의 레벨링 또한 나는 파악하고 있다.

파앙!

파앙!

흡수의 칼보다는 다소 못해도 2두란검 또한 라인유지력이 빼어나다.

나는 헤이클린에게 맞으면서도 꾸역꾸역 버텨냈다.

노리고 있는 것은 갱킹.

슬슬 정글러들이 답답할 시기다.

탑은 탱템만 두루두루 두른 그들만의 리그.

미드도 서로가 왕귀를 노린 채 파밍에 몰두한다.

때문에 양팀의 정글러는 하는 것 없이 정글링만으로 6레벨을 찍었다.

그리고 6레벨을 찍게 되면 몸이 근질근질 해진다.

점멸이든 뭐든 써서 갱킹을 성공시키고 싶을 터.

적팀의 리심이 갱킹에 약한 도라이븐이 있는 봇라인에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티링!

대포미니언을 먹음으로서 나 또한 6레벨.

서로가 6레벨을 찍게 되면 다소 유리해지는 건 도라이븐이다.

여러가지 제한 조건이 심한 헤이클린의 궁극기에 반해, 도라이븐은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상황을 컨트롤해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교전 구도를 그려냈다.

하지만.

대포미니언의 막타를 치기 위해 앞으로 튀어나온 건 실수였을까.

그 순간을 노린 적팀의 이니시에 걸려버렸다.

타라랑~♪!

쏘아지는 적팀 서포터 쏘냐의 파워센도.

무려 점멸까지 사용해 나와 한나를 묶는다.

이니시를 기점으로 저 뒤에서 리심이 툭 튀어나와 와드방로에 점멸까지 사용해 나에게 음파를 맞힌다.

날카로운 이니시와 정글러의 호응.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아니다.

일부러 각을 내줬다.

슬슬 리심이 봇라인에 도착했을 시간.

살짝 앞무빙을 밟아 견제를 하려는 척, 점멸을 쓰지 않고서야 못 배기지 쏘냐를 유혹했다.

나는 곧바로 클린즈를 사용해 쏘냐의 스턴을 풀어냈다.

조금이라도 늦어졌다면 치명적이었을 상황.

음파를 맞힌 리심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카라락!

밀쳐내라를 사용해 날아오는 리심을 그대로 쳐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핑을 찍었다.

-Unknown Error님이 리심을 지목.

이미 내 뒤에는 나무카이가 리심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역갱의 준비.

리심이 맵에 보인 순간 나무카이는 움직이고 있었다.

구루룽!

나무카이의 궁극기, 대자연의 포옹이 깔리며 나를 포함한 아군을 보호한다.

대자연의 포옹이 깔려있는 한 적팀의 데미지는 20%는 낮게 들어온다.

그리고 내가 리심을 지목한 이유.

자칫 타겟팅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궁극기를 사용하지 않아 변수를 만들 지 모를 리심부터 착실히 노린다.

헤이클린 또한 부단히 딜을 넣고 있다지만 대자연의 포옹이 깔려있는 한 얕게 들어온다.

그렇게 나무카이와 한나가 리심을 붙잡고 있는 사이.

나는 대자연의 포옹을 벗어나 뜬금없이 질주했다.

리심을 보호하고자 앞포지션을 잡은 헤이클린.

분명 이렇게 생각하고 내린 판단일 것이다.

아마 리심부터 차례차례 처리할 터이니 그 사이에 나는 딜을 넣자.

이러한 마음으로 저질렀을 지금까지는 보여준 적 없는 아주 사소한 흔들림이다.

나는 그 틈을 잡아채고 돌격했다.

파앙!

광란의 피바다로 순간 이속을 늘려 닿아버린 첫 번째 도끼.

아차 싶겠지만 도끼가 찍힌 순간에 헤이클린의 운명은 정해졌다.

후아앗!

튕겨져 나오는 도끼를 받아내며 날아오는 헤이클린의 투망을 점멸로 뛰어넘는다.

투망을 맞게 되면 둔화가 걸리기에 치명적.

하지만 피해낸다면 완벽한 킬각을 노릴 수 있다.

내가 도끼 컨트롤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지금의 나는 실수할 것 같은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치지직!

나의 이상행동에 한 박자 늦게 대처한 쏘냐.

발화가 걸리며 내 체력을 야금야금 깎아낸다.

그 공격을 받으면서도 나는 멈추지 않고 헤이클린을 도끼로 찍어냈다.

파앙!

파앙!

내 체력은 온전치 못하다.

원래라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러나 두란검에 의한 높은 체력이 발화를 상쇄시켜주기에.

쏘냐의 딜을 무시하고 오로지 헤이클린을 따는데만 집중한다.

콰라라라락!

도라이븐의 궁극기.

회전하는 톱날이 땅을 갈아내며 일직선으로 쏘아진다.

발사될 때 한 번, 돌아올 때 한 번.

이미 내 앞점멸에 깜짝 놀라 점멸을 써버린 헤이클린으로선 피해낼 방도가 없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헤이클린이 내비친 아주 찰나의 틈.

인간이라면 드러낼 수밖에 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틈새에 제대로 파고들었고, 그것은 기적적인 퍼블로 이어졌다.

상대의 욕구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었기에 이룰 수 있던 결과물.

주요 딜러를 잃고 남게 된 쏘냐와 리심을 정리하는 건 여반장이다.

이미 점멸도 없어 도망도 갈 수 없는 적팀.

뒤늦게 나를 따라온 한나가 실드를 걸어주자 안정적으로 쏘냐를 사냥하는 게 가능했다.

─더블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나마 버티던 리심은 시간만 질질 끌다 나무카이에 의해 마무리.

봇라인에서 일어난 3대3 교전은 대승을 이뤄냈다.

TREEKAI-와 도라이븐님 앞점멸 과감하시네. 혹시 부캐라고 막 지르신 건 아니죠?

HANNA-트리플리프트라는 말, 소문인 줄 알았는데 같이 해보니 진짜.. 그냥 쩌네.

만약 내가 헤이클린을 노리지 않았다면 고작해야 리심 한 명 잡고 끝났을 교전이다.

궁극기를 쓰고 도망가는 리심만 해도 골칫거리니까.

아니, 어쩌면 헤이클린의 프리딜에 농락당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한 순간의 과감한 판단이, 슈퍼플레이가 원래라면 없었을 결과물을 창조해냈다.

짜릿한 전율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할 수 있다.'

생기는 자신감.

아직까지는 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 더 강한 상대를 만나 경험이 축적될 수록 정교해질 것이다.

한 판, 한 판 단순한 승리가 아닌 숙련도의 향상에 목적을 둔다면 발전은 더욱 가속될 터.

'일단 이 판부터 확실히.'

한 번의 대승을 거뒀다고는 해도 게임이 터졌다고 보기는 설레발이다.

스노우볼을 굴려 나가야만 가치가 있다.

-한나님은 전진 와드 까시고 네네톤님은 죽어도 되니 라인 쭉쭉 미세요.

나는 용핑을 찍으며 네네톤이 기분좋을 만한 오더를 했다.

라인전이 강력하기에 미친듯이 견제를 퍼붓고는 싶지만 적정글 눈치때문에 라인을 푸쉬하기 힘든 네네톤.

원하는 바대로 하게 해주고 책임은 내가 진다.

오히려 리심을 탑으로 불러들이는 편이 좋기에 내린 판단이다.

어차피 리심은 또 다시 봇라인에 갱킹을 가기엔 입장이 애매할 테니까.

당장 탑라인에 가서 성적이라도 내고 싶어할 거다.

그것이 노림수.

네네톤을 딸 수 있을 지 언정, 더욱 중요한 것을 잃게 될 터다.

파앙

파앙!

도끼 3개를 서커스처럼 돌리며 용을 순식간에 처리한다.

고작 두란검 2개로도 순식간에 토막토막 해체가 돼버리는 드래곤.

오브젝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잡는 도라이븐의 위엄이다.

그렇게 벌려지는 글로벌 골드의 격차.

귀환을 해 살 수 있는 아이템의 차이는 현저하다.

도라이븐과 한 번 템차이가 벌어지면 정면승부로는 답이 없어진다.

평소였다면 이렇게 초반이 잘 풀렸더라도 불안했을 것이다.

한타에 약한 도라이븐의 특성상 게임이 어떻게 비벼질지 모르니.

하지만 운영을 섞는다면 스노우볼을 굴릴 자신이 있다.

마음껏 활개칠 수 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탑라인을 쭉쭉 밀다 결국 갱킹을 당해 죽고 마는 네네톤.

적당히라는 것을 모르는 듯 오버파밍까지 해댄 결과다.

생각보다 조금 못해준 게 사실이지만 괜찮다.

뀨웅!

나무카이가 인삼을 던지며 적 봇듀오를 몰아낸다.

근처에 오는 것조차 꿈꾸지 말라는 듯 대놓고 시위한다.

이미 봇라인의 1차타워는 철거한 지 오래.

2차타워 앞에서 적팀은 수성을 하려 했지만 나무카이가 앞장서자 뺄 수밖에 없다.

리심은 조금 전까지 탑라인에 있었다.

8초나 걸리는 귀환을 하고 봇라인에 도착하기엔 시간이 걸린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고속도로가 뚫리며 타워 두 개 분만큼의 글로벌 골드차이가 벌어진다.

서서히 먹혀나가는 운영.

이렇게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게임에서 헤이클린이란 챔프는 할 게 없어진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나는 순회공연을 떠났다.

파앙!

파앙!

첫 순회공연의 무대는 탑라인.

두터운 갑옷을 두른 가랜이 막고 있지만 쪽수로 밀어붙이면 답이 없다.

아군 네네톤을 봇으로 돌리고, 나와 한나 그리고 나무카이는 탑라인을 밀고 있다.

뒤늦게 그 사실을 확인한 적 봇듀오와 정글이 부랴부랴 탑으로 오고 있겠지만 이미 늦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한두 개도 아니고 무려 오브젝트 4개 분의 글로벌 골드 차이다.

만약 적팀도 타워를 부술 수 있다면 그 만큼 좁혀지는 격차기도 하지만, 다름아닌 내가 그렇게 내비두지 않는다.

멈추지 않고 굴러가는 눈덩이.

뭉쳐지기 전까지는 쉽사리 흐트러지는 일이 태반이라지만.

눈덩이의 중심에 내가 짱돌처럼 박혀있는 한 어지간해선 멈춰 세울 수 없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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