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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67화 (16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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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치TV

─안녕하세요, 래딧 여러분? 여러분도 애타게 찾는 팀CLC의 주장 핫숏디디입니다.

혹시, 설마?

진짜든 아니든 일단은 클릭해볼 수밖에 없는 어그로성 제목이다.

가짜라면 욕 한 마디 남기고 가면 그만이고, 만에 하나 진짜라면 이보다 더 재미있는 떡밥은 없을 테니까.

└선플..!

└근데 이거.. 진짜냐?

└이전 글 보니까 인증도 있네. 일단 진짜 핫숏같은데?

일단 발도장부터 찍고 보는 내용.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을까, 만에 하나가 맞았다.

아니, 오히려 기대에 정확히 부합했고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이었다.

─제가 오늘 래딧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다름아닌 Unknown Error, 해당 유저에 대해 말씀드릴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료하게 시작하는 첫 문장.

빙 둘러 이야기하지 않고 직관적이다.

애초에 장난기 많기로 유명한 핫숏은 그다지 정중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조금 진지한 감성이 떨어지긴 해도 커뮤니티 사이트를 하는 유저들은 그런 사소한 부분은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 중요한 건 핫숏이 쓴 글의 내용.

자세히 읽어보니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래딧 유저들은 CLC의 확실한 입장대변을 바랬는데.

내용자체는 부합했다지만 그 설명의 깊이가 썩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자세한 부분은 대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의 향후 스케줄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으니까요.

다만 두 가지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저희 CLC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차후 CLC 소속으로 활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요.

여기서 말하는 '그'가 Unknown Error라는 사실을 굳이 걸고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확실히 설명의 깊이는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불만을 토로할 수준도 아니다.

Unknown Error가 자신들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CLC 소속이 되어 활약할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기에.

이는 팀 독나타스의 루베리가 한 발언을 정면에서 받아치는 내용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이미 침을 발라 놓았으니 건들지 말라는 말.

그러나 두루뭉실하게 넘어간 핫숏의 글로 인해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혹시 Unknown Error가 트리플리프트 맞는 거 아니야?

└그러게. 트리플리프트는 결국 CLC맞잖아.

어디까지나 소수의 의혹이다.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다면 떠올릴 수 없는 문제.

└그렇게 따지면 핫숏이 래딧에 나타날 이유가 없겠지.

└근데 정말로 트리플리프트와 다른 사람이라면 CLC에 트리플리프트급 원딜러가 두 명 생기는 꼴이네?

└아니, 루베리는 Unknown Error가 정글러라 했잖아?

핫숏의 글은 짧았던 데다 불친절하게도 거기서 끝이었다.

몇 마디가 더 있긴 했지만 차후 열릴 롤드컵을 응원해달라는 인사성의 메세지 뿐.

그래도 일단 래딧유저들이 그토록 원했던 대로 CLC는 입장표명을 마쳤다.

정보는 주어졌고 남은 것은 토론.

어쩌면 의미없을 망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떡밥이 던져지면 일단 물고 뜯고 맛보는 게 예의인 법.

그렇게 한참 래딧 유저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주고 받던 와중에.

.

.

.

* * *

'하아..'

작게 내쉬는 한숨.

딱히 답답한 일이 있어 뱉은 한숨이 아니다.

오히려 안도의 한숨에 가까울까.

'CLC에서도 나를 주목하고 있었구나.'

사실 최근에 조금 신경쓰고 있었다.

CLC에서 연락이 오는 일이 없자, 나에 대해 잊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조금 맥락없기는 해도 한국드라마 보다 보면 으레 그렇지 않은가?

계약한 상대를 독촉하고, 어떻게든 일을 하게 만들고.

드라마 속 악덕기업들은 그랬다.

그런데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자유스러워 역으로 부담이 된다.

'그래도 뭐, 현재 내 점수와 성적을 보면 아쉬운 소리가 나올 일은 없겠지.'

현지의 언어를 익히느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지만.

그 후에 박차를 가해 마스터 티어에 빠른 속도로 도달했다.

승격을 한 이후에도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몇 판 더 게임을 돌렸고.

지금까지의 내 승률은 80%에 가깝다.

게다가.

'듀오가 아니지.'

애초에 핫숏은 나에게 듀오를 붙여주려고 했다.

나는 그 호의를 거절했고, 오직 솔로랭크만을 돌렸다.

그럼에도 이 성적.

팀운이 아닌 순수한 실력만으로.

더군다나.

'조금 놀라 줬으려나.'

챔프폭이 핫숏이 알던 내가 아니다.

심지어 라인도 원딜.

한국의 아마추어 게임리그, LCL에서는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포지션이다.

솔직히 조금 궁금하기도 하다.

'어떻게 내 아이디를 알았을까.;

Unknown Error.

이 특이하디 특이한 아이디로, 색다른 챔프폭을 구사한 건 CLC를 놀려주기 위함도 있었다.

나에게 관심을 끄고 있다니.

연락하기 전까진 알아보지도 못하게 해주마.

아니, 연락을 해도 한 번은 모른 척 해주마.

약간의 심술.

'슈퍼계정이라는 게 그런 의미도 있었나.'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CLC에 게임사가 건넨 계정인 만큼, 팀소속의 계정을 모른다면 오히려 말이 안된다.

어쨌던 간에 나에 대한 관심이 아주 없지는 않았구나.

롤드컵 준비로 바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못내 조금은 섭섭했던 감정이 조금은 풀렸다.

'그런데…. 이건 뭐지? 독나타스?'

내가 래딧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본 건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있던 핫숏의 글이다.

대충 댓글만 봐도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파악이 됐기에 검색을 마치려 했다.

그런데 걸리는 단어가 하나, 독나타스라니.

이전에 솔로랭크에서 만났던 프로팀의 이름이다.

설마 그 독나타스에서 나한테 패한 것에 앙금을 품고 글을 올렸을까.

'그건 아닌것 같고.. 오히려 좋은 인상을 줘버렸나.'

흔히 말하는 러브콜이다.

그 이전의 글들도 쭉 보아하니, 내가 트리플리프트라는 둥 말이 많았던 모양.

그러한 상황에서 독나타스가 내 편을 들어줬다.

팬이라는 둥, 낯뜨거운 소리도 있었지만은 결론만 말하자면 그러했다.

'미안하지만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사실 방법을 따지자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독나타스에서 CLC에 위약금을 대신 물어주면 되니까.

내가 그렇게 해서까지 굳이 팀을 옮길 이유가 없다는 게 문제지.

지금 CLC가 나에 대해 해주는 예우는 썩 마음에 든다.

혹시 몰라 래딧을 쭉 둘러보고 있자니 별별 소리가 다 있었다.

Unknown Error가 트리플리프트라는 말은 솔직히 조금 찔리는 바가 있다.

솔로랭크를 하면서 사칭을 몇 번 한 적이 있으니.

그건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치지만 공용계정이라는 말은 심하다.

'따지고 보면 그럴 만도 하지만서도.'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게 넘겨 짚을 수도 있는 일이다.

격변하는 챔프폭.

심지어 라인까지 제멋대로니.

하지만 이렇게까지 이르게 관심을 받을 줄은 나도 몰랐다.

그래서 조금 막한 감도 있는데 일이 이렇게 돼버리다니.

'재미는 있겠구만.'

딱히 꼬인 것도 아니고, 오히려 관심을 일찍 받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재밌다.

아니, 오히려 홍보의 효과가 있다.

내가 하려 하는 일에 대한.

'토이치TV.'

해외판 파프리타TV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역시 해외는 해외일까.

기본적인 서비스가 파프리카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다.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입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훨씬 편하다.

예를 들어 파프리카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떼가는 수수료.

토이치TV에서는 상당히 양심적이다.

방송 화질을 올리기 위해 스트리머가 돈을 써야한다는 둥의 말도 안되는 사태도 없다.

편한 것은 시청자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지같은 광고를 안 봐도 되거니와 화질 또한 선명하니 눈 비빌 일이 없다.

'이래서 해외, 해외 하는구나.'

여러가지 방면에서 토이치TV는 파프리카와는 비교도 안되는 서비스를 자랑한다.

단 하나, 문제점이 있다면 접근성.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방송을 할 수 있는 파프리카에 비해, 토이치TV는 폐쇄적이다.

토이치TV에서 허락을 내린 스트리머만이 방송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톡.

톡.

스마트폰을 두들긴다.

상당히 복잡할 수 있는 토이치TV의 스트리머 자격을 나는 연락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있기에.

잘 나가는 프로팀 소속이라는 게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연락하는 사람은 핫숏디디.

거진 한 달간은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지만 어색하진 않다.

바로 조금 전에 핫숏이 나를 지정해 올린 글을 래딧에서 봤으니까.

적어도 나를 잊고 있을 가능성따위.

-어, 누구?

있구나.

설마하지만 핸드폰 번호를 저장도 안 한 건 아니겠지.

인상을 찌푸린 찰나에 핫숏의 어조가 반전됐다.

-잇츠 아메리칸 조크! 오랜만이야, 라고 전해줘.

정말로 농담이 맞을까.

그래도 내가 누군지 말하기도 전에 알아보는 것 보면 장난으로 모른 척한 게 터다.

그런데 전해줘라는 말은 대체 뭐지?

"핫숏, 래딧에 올린 글은 잘 봤습니다. 아무래도 저를 잊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뭐야, 상혁씨가 아니라 올마스터 본인? 정말로? 우리나라 말이 이렇게 유창한데도?

내 입장에서는 영어지만, 핫숏에게 있어서는 우리나라 말이다.

내가 나라는 걸 못 믿겠는 지 조금은 떨떠름한 음성.

영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에 정말 놀란 듯한 느낌이 어투에 묻어나온다.

"그야 뭐, 필요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상혁씨에게는 그렇게 들었는데요.

CLC 숙소에 가는 조건 두 가지.

북미 서버의 그랜드 마스터를 달성할 것과 최소한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

자기들이 말해놓고 설마 잊어버린 걸까.

-최소한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최소한이라고? 통화가 가능할 수준을 원할 리가 없잖아? 이거 참, 그래서 였나..

핫숏은 떠벌떠벌.

그래도 내가 완전히 영어를 알아듣지는 않을 거란 전제하게 느긋한 어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생활한 직후, 솔로랭크에 힘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급한 것은 타지 생활의 적응이니, 조금은 천천히 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눈치가 될 수 있는 연락은 피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두 달이라 말은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언어적인 부분을 포함하지 않았던 이야기라며.

설마 두 마리의 토끼, 게임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잡다니.

이 쯤되면 세 마리의 토끼가 아니냐, 조금은 이해못할 이야기가 이어졌다.

-맙소사, 나는 진지하게 타국어를 배운 적이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핫숏이 붙여준 상혁씨가 애써주시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가 답답했거든요."

낯선 이국에서의 생활.

CLC가 신경을 써주어 육체적인 면은 편했지만 정신적인 면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방구석에 처박혀, 일이라는 합리화에 게임만 하는 것보단 먼저 적응을 하는 게 급선무아닐까.

그리고 그를 위한 최선책은 언어 습득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나는 미친 듯이 영어만 배웠다.

그 성과는 수화기너머로 들려오는 아직까지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핫숏의 조심스런 어투가 증명하고 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정말로 저 맞습니다. 올마스터, 김시현이에요."

-곧 있으면 영어도 마스터겠구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전화가 아니라 어디서 한 번 만날까?

고마운 제안이지만 롤드컵 이후로 미루자고 대답했다.

국제대회의 준비로 바쁠 사람에게 시간낭비를 시키고 싶지 않다는 게 첫 번째 이유.

게다가 나라고 지금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롤드컵이 열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채 열흘이 안되기에, 그 사이에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랜드 마스터를 찍고 당당하게 CLC로서 응원을 가고 싶다.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에 조금은 찝찝하지만 서도.

-그럼 나중의 즐거움으로 미뤄두자고. 기대하고 있지.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핫숏, 부탁할 게 있는데요.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

토이치TV에서 방송을 하고 싶다.

CLC에서 연결선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그 편이 내가 CLC소속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다는 이유도 덧붙여서.

-토이치TV를 하고 싶단 말이지.. 말리지는 않겠지만.

핫숏은 나의 입장을 생각해 되물었다.

확실히 나는 올마스터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계약을 할 때 이야기를 꺼냈으니까.

하지만 바보같이 캠을 키는 일만 없으면 소문이 될 염려는 없다.

내가 죽자고 영어부터 배운데는 이러한 사정도 있었으니까.

-제2의 트리플리프트께서 원한다면야 해드리는 거야 쉽지.

"근데 트리플리프트는 뭐랍니까? 혹시 기분 상하거나 한 건 아니겠죠?

지금 이 순간에도 논쟁이 오가고 있는 Unknown Error에 대한 래딧의 화제.

의도하진 않았다지만 CLC에 대한 오해가 섞였다.

그것도 자신의 선배가 될 지도 모를 트리플리프트에 대해.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솔직히 솔랭에서 막 뱉은 사칭발언때문에 찔리는 감도 있고.

-크크, 그게 또 재밌게 됐지. 자세한 건 만나면 이야기해줄 테니까 직접 와서 들으라고? G내 데이트 권유를 거부한 죄라고 생각해.

장난스러우면서도 의미심장한 핫숏의 말투.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핫숏과의 통화는 조금 더 이어졌지만, 내려진 결론은 그냥 장난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

유쾌한 핫숏과의 대화는 지루할 틈이 없었기는 해도, 다 이야기하고 나니 정작 내용은 하나도 없는 글자 의미 그대로 영양가없는 잡담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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