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68화 (16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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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치TV

마스터티어의 달성.

사실 이 자체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냥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비교해도 한국의 그랜드마스터가 북미의 마스터에 꿇릴 리가 없으니까.

'문제는 짐덩이가 딸려 왔단 거지.'

나에 대한 래딧의 관심이 너무 깊다.

팬층까지 생겨버렸을 정도니 말 다한 것.

기분 나쁜 일은 아니라지만 이렇게나 빨리 관심을 받게 되면 내 장기인 챔프폭을 살리는 게 껄끄럽다.

때문에.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들려요?"

아무도 없는 방 안임에도 주저없이 떠든다.

당연 반응을 해줄 사람따위 없다지만 그 대신일까.

모니터 화면 우측에 글자들이 떠오른다.

└들림.

└근데 누구? 첨 보는 스트리머네.

나는 어제 핫숏을 통해 토이치TV의 스트리머 자리를 따냈다.

대략적인 방송 계획은 끝마쳤기에 지체할 것 없이 시작하는 방송.

현재 들어온 시청자의 수는 고작 두 명.

아직 방송을 킨 지 채 3분도 안된 데다 방송제목조차 제대로 쓰지 않았기에 이 모양이지만, 목소리가 들렸다면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

'꼭 숨길 필요만은 없겠지.'

의도치 않게 생겨버린 인지도.

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면야 역으로 이용해 개인방송을 해버린다.

다소 노출된다고는 해도 어차피 받을 관심이라면 매한가지라는 생각.

오히려 대놓고 방송을 하면 나 자신이 조심할 테니, 대회무대에서 꺼내야 할 카드들을 솔랭에서 섣불리 꺼내다 잃어버릴 일이 없어진다.

'일단 방제부터 바꾸고.'

솔직히 말해서 방송 제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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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대강 적어 놨는데 두 명이 들어온 것도 용하다.

이마저도 내 계정의 노출도 덕분이긴 하지만.

└CLC 소속 프로게이머네. 그런데 누구야?

└제발 트리플리프트나 핫숏이면 좋겠다.

└난 갠적으로 트리플리프트!

방송제목을 채 바꾸기도 전에 하나하나 들어오는 시청자들.

지금 방송을 하고 있는 계정은 CLC소속이다.

때문에 따로 홍보도 필요없이 시청자 유입이 된다.

'핫숏에게 전화를 한 보람이 있는데.'

토이치TV도 일반인이 방송을 하려고 한다면 할 수는 있지만, 계약된 계정과는 노는 물이 다르다.

일반 방송으로 아무리 흥해봤자 인지도를 모으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CLC소속으로 방송을 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노출도를 처음부터 얻을 수 있다.

결정적으로.

'솔직히 내가 밑바닥부터 시작할 짬은 아니잖아.'

방송을 통해 얻는 금액의 수수료를 플랫폼에서 거진 떼가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매력적이다.

토이치TV입장에서는 프로게이머가 방송을 해준다는 사실 자체로 플랫폼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

└CLC 1군은 롤드컵 대회준비하느냐고 바쁠 텐데 기껏해야 2군아닐까?

└에이, 김새네.

└뭐? 2군이라고? 딴 방 가야지~

예상했던 반응이다.

같은 CLC소속이라고는 해도 1군과 2군은 네임벨류가 다르다.

이것은 굳이 프로게임단이 아니라 야구나 축구에서도 마찬가지인 일.

시청자들이 실망하는 것은 냉정하긴 해도 이해할 만한 부분이다.

물론, 방송제목을 바꾼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딱 두 단어 적어 놓는다.

토이치TV 관계자가 보면 오류가 나서 제목이 제대로 적히지 않은 건 아닐까 걱정할 수도.

하지만 꼭 이렇게 해야만 한다.

└뭐야, 진짜? 혹시 내가 알고 있는 Unknown Error야? 그?

└방송 제목 오류? 제발, 아니지?

└일단 래딧가서 글적고 온다. 구라면 방장이 책임져라!

만약 듣도 보도 못한 이가 저 두 단어를 적어 놨다면 헛소리라 생각했을 터다.

그러나 내가 방송하는 계정은 CLC소속.

방송 검색에는 이렇게 잡힌다.

[CLC]

Unknown Error가 팀CLC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건 다름 아닌 핫숏이 직접 밝힌 사실이다.

그런데 그 Unknown Error가 팀CLC의 이름을 걸고 토이치TV에서 방송을 한다니.

관심이 모이지 않을 수가 없다.

└스트리머야, 말 좀 해봐. 너 벙어리냐?

└신비주의 컨셉 오지네. 말 좀 하고 삽시다.

└난 아까 목소리 들었는데 ㅋㅋ 뉴비들.

방송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텃세가 시작된다.

나같아도 하고 싶을 만큼 재밌는 상황이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아직은 입을 열 때가 아니지.'

어째서 마이크를 쓰지 않냐는 둥, 말이 많은 시청자들.

하지만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불을 지피는 것이 옳다.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고조될 때 한 마디만 내뱉는다.

나는 당장 해야 할 것 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기로 했다.

딸칵.

바탕화면에 있는 로드 오브 로드를 더블클릭.

키보드를 두들겨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이 일련의 과정을 끝마치는데는 많이 잡아도 30초가 소요되지 않지만,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억만년과도 같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 시청자들.

시간이 지나 접속되는 롤 계정에는 떡하니 적혀 있다.

Unknown Error라는 두 단어가.

└오! 진짜 Unknown Error맞네..

└스샷찍고 래딧에 정식으로 홍보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한 명씩, 두 명씩.

늘어나는가 싶더니 물밀듯 밀려온다.

모르긴 몰라도 래딧에 글을 올린 여파가 있는 모양.

북미 굴지의 프로팀인 CLC 소속이라는 것까지 더해지자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보인다.

방송을 시작한 지 5분이 갓 넘었는데 벌써 시청자 수가 세 자리.

쿠웅!

하늘이 도와주는 것일까.

솔로랭크의 큐가 상당히 빠르게 잡혔다.

하지만 여기서도 밀당이 필요하다.

수락버튼을 누를까 말까, 조금 뜸을 들이다가 움직여주는 마우스.

사람들의 침넘어가는 소리가 화면 너머로 들리는 듯 하다.

└휴, 클릭 안하는 줄 알았네.

└드디어 겜하나? 근데 마스터라 그런가 실버랑은 뭔가 픽창부터 느낌이 다름ㅋㅋ

└마스터 구간이면 프로 만날 수도 있겠지?

└Unknown Error가 프로랑 맞붙는 거 보고 싶다.

아직은 무리고 조금 더 올라간다면 모른다.

모든 프로가 그랜드 마스터에 속해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마스터티어도 결국 사람사는 곳인지라 실버하고 별 차이가 없다.

그저 실력이 다를 뿐.

더욱이 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라인양보의 개념이 철저하다.

그래야만 승률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으니까.

승리에 목마른 천상계 주민들은 다소의 자존심은 접어준다.

물론.

나같은 이단아도 가끔씩 있는 법이지만.

-TOP

한 마디 치는 채팅.

굳이 토이치TV의 채팅창까지 볼 것도 없다.

당장 같이 픽잡힌 유저들부터가 성화다.

제발 원딜 좀 해달라고.

그 마음, 이해는 하지만 가볍게 묵살한다.

꼬우면 너도 1픽하던가.

"보고 싶은 챔피언 말해봐요."

시청자들이 그렇게나 기다리던 내 목소리.

최대한 현지인같은 느낌으로 구사한 영어를 들려준다.

이 정도면 꽤 자연스러웠겠지.

└오,오! Unknown Error가 말을 했음.

└시스템 주제에 말도 하네, 난 무슨 봇인 줄.

일단 어색하진 않았나보다.

하지만 신비주의가 다소 지나쳤을까.

알 수 없는 오류라는 특이한 아이디를 쓰기는 해도 일단은 사람이다.

나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밴 끝나기 전에 탑챔프 보고 싶은 거 의견 던져주시죠."

말을 하면서 마구잡이로 밴카드를 소비한다.

아니, 순서는 있다.

흔히 말하는 갓랜부터 시작하는 ㄱ자 밴 순서.

영어권으로 따지면 알파뱃 A부터다.

아링부터 시작해 아모모까지.

1초도 지체하지 않고 거침없게 밴카드를 낭비해준다.

이것이야 말로 패기!

└저렇게 막 밴하면 상대가 OP가져갈 수도 있잖아?

└팀만 불쌍하네.

과연 불쌍하게 되는 건 어느 쪽일까.

파악하지 못한 시청자들도 있지만 눈치가 빠른 이들도 있었다.

└혹시 상대가 뭘 해도 이겨주겠단 패기아니야?

└저러다 지면 어쩔라고ㅋㅋㅋㅋ

어쩌긴 쪽 제대로 당하는 거지.

하지만 방송인은 이런 허세가 필요하다.

지던 이기던 그 편이 재밌으니까.

애초에.

'져줄 생각이 없지.'

당장 일어나지도 않은 일보다 내가 무슨 챔프를 할 지가 먼저다.

의견을 던지는 사람이 별로 없으면 내가 알아서 고르고 말 텐데.

[ABC님이 10달러를 기부했습니다.]

"호호호, 의도하고 한 말은 아니지만 감사히 받을게요!"

토이치TV에도 파프리카의 별풍선과 비슷한 후원제도가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금액이 정확하게 명시된다는 점.

그리고 플랫폼에서 떼가는 수수료가 파프리카와는 비교도 안되게 적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CLC 소속으로 방송하는 한 전부 내 돈이라는 사실.'

프로게임단 계정의 특권으로, 안 그래도 적은 수수료가 없다시피 하다.

이렇듯 토이치TV의 후원제도는 스트리머의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도 웃어주는 부분이 있다.

[나이즈 보고 싶어요!!]

일정 이상의 금액을 후원한 시청자는 방송화면에 메세지를 띄울 수 있다.

직접적으로 스트리머와 소통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시청자의 후원을 부추긴다.

지금만 해도 채팅창이었다면 지나쳤을 수도 있는 메세지가 한 번에 전달됐으니까.

'오는 손님 마다할 이유가 없는 법.'

쿨하게 나이즈를 픽해준다.

나이즈는 일반적으로 밴이 많이 되는 챔피언.

하지만 내가 알파벳 A로 시작하는 챔피언 3개를 그대로 밴박아버린 탓에 살아버렸다.

마침 1픽이기도 하니 보여주는 거야 어렵지 않은 일.

<가자고, 어서!>

└오오, 나이즈다.

└히잉, 네네톤 보고 싶었는데.

└응, 노잼톤은 솔랭가서 하렴. 굳이 보고 싶으면 너도 쏘던가.

처음부터 돈 밝히는 거 아니냐.

한 소리 들을 까도 했지만 이런 부분에선 서양형님들이 화끈하다.

자기가 자기 돈 써서 스트리머에게 추천하겠다는데, 꼬우면 돈 쓰던가 이런 분위기.

물론 정말로 재미없는 챔프를 추천했으면 모를까.

지금 방송 분위기를 깨는 것은 쉽지가 않다.

묵묵부답 일관하던 Unknown Error의 플레이를 화면 너머로 직접 볼 수 있는 상황이기에.

─Welcome to Summoner's field.

'내가 또 한 나이즈하지.'

나이즈는 미드로 많이 쓰이지만 솔랭에서는 탑으로도 종종 픽된다.

탑에서도 괜찮기 때문이라기 보단 적팀에게 주기 싫다는 게 이유일까.

적당히만 커도 대장군이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의 왕귀 챔피언 나이즈.

몇몇 왕귀 챔피언들처럼 후반까지 가지 않아도 중반에도 충분히 강력하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리스크에 비해 돌아오는 게 많으니 초중반에 고통받아도 버텨볼 만하기에 인기가 많다.

물론 탑에서 잘 안 쓰이는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는 법이지만.

└나이즈로 발렐리아 절대 이길 수가 없을 텐데?

└나이즈 선픽의 최후. 라인전 0킬 3데스 예언합니다.

└방장 패기부리다가 된통 당하네ㅋㅋㅋ

내가 탑나이즈라는 것을 알아챈 적팀은 발렐리아를 꺼냈다.

발레리아는 나이즈의 하드카운터픽이라 거론되는 챔피언.

동실력 간에는 100판을 하면 98판은 발렐리아가 이길 정도다.

이러한 카운터 챔피언들과 더불어, 갱킹에 약한 나이즈의 고질적인 단점때문에 대회에서는 거진 미드로만 나온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실력이 비슷할 때의 이야기.

마스터티어인 상대의 실력을 우습게 보진 않겠지만 결코 범접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평타 견제.

실력차이가 많이 날 때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가 바로 평타의 숙련도다.

평타를 어느 정도 섞을 수 있느냐.

원거리챔피언으로 근거리 챔피언을 얼마나 괴롭히느냐.

이 점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서 나는 시작아이템과 룬특성을 독특하게 가져갔다.

└LUUUUUUL!!! 나이즈 선템 두란검감ㅋㅋㅋ

└캬 AD나이즈! 방장 패기에 지리고 갑니다.

절대 웃기려고 한 선택이 아니다.

정말로 진지하게 노리고 한 거지.

나는 두란검과 더불어 쌍관룬을 들었다.

특성 또한 평타 견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공격력과 공격속도.

1:1에서 꿇리지 않기 위해 체력과 방어력도 적절히 올려줬다.

─미니언이 출발하였습니다.

미니언과 함께 탑라인에 도착하자 발렐리아가 보인다.

모르긴 몰라도 이 순간 만큼은 웃고 있을 터.

탑나이즈를 선픽한 상대를 참교육시킬 생각이 가득할 것이다.

톡.

치직!

평타와 함께 나가는 나이즈의 Q스킬.

뇌구(雷球)가 발렐리아의 체력바를 가볍게 태운다.

하지만 고작 한 번의 견제는 치명적이라고 볼 수 없다.

스킬쿨타임이 빠진 만큼 발렐리아는 여유롭게 파밍을 할 수 있기에.

원래라면 어지간한 견제는 포션에 상쇄된다.

이렇게 초반을 버티면 발렐리아에게 주도권이 넘어오고 6레벨시점에 나이즈를 압도할 수 있다.

그것이 정상적인 나이즈 대 발렐리아의 라인전 흐름.

하지만.

톡.

톡.

뇌구의 스킬쿨 사이를 노려 파밍하려는 발렐리아를 평타로 두들겨 준다.

룬특성과 아이템에 의해 강해진 평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할 나이즈의 평타에 발렐리아의 체력이 야금야금 줄어든다.

아직까지는 눈치채지 못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란다.'

평타 견제는 한 방, 한 방 꾸준하게 넣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어느새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킬각을 잡아낸다.

그것이야 말로 평타 견제의 진수.

나이즈를 우습게 봤을 발렐리아에게 진정 고통스런 라인전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채우친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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