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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71화 (17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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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치TV

포옥..!

언제 뛰어들어도 푹신하고 그지없는 호텔 침대의 쿠션감.

파고 들면 몸이 이불 안으로 꺼질 듯 사라진다.

나만이 알고 있는 그 환상적인 느낌을.

'왜 니가 만끽하고 있니.'

문을 열자 들어온 것은 역시나 예은이었다.

약간은 예상을 하고 있었다.

토요일의 오후, 청소 아주머니가 올 시간.

아니, 직원분이 방문하셔도 이상하지 않은 타이밍이다.

그렇다 쳐도.

"아주머.. 아니, 직원분께서는 청소를 하러 오셨으면 청소를 하시지 왜 남의 침대에 그렇게 볼 일이 많으시죠?"

허리를 젖히고 최대한 띠꺼운 표정으로 지껄여준다.

정말로 전혀 반갑지가 않으니까.

그렇기에 내뱉어버린 말실수.

혹시 또 앙칼지게 소리치는 게 아닐까 심장이 쫄렸지만.

"부르지마.. 잘거야아."

늘어지는 목소리에서 만사가 귀찮음이 느껴진다.

청소하러 오신 분이 내 방 침대에 누워 디비자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그렇게 일하면 안 잘리냐?"

일단은 여기 직원분이 아니신가.

어처구니가 없는 불성실함에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몰랑~ 피곤하단 말이야. 한숨 자고 생각할래애."

"참.. 됐다. 셔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느낌이 대답에서 묻어나온다.

어차피 내가 말린다고 들을 녀석도 아니고.

정말 피곤하기는 피곤한 모양.

생각 이상으로 부지런히 사는 걸지도 모르겠다.

꼴에.

"이불에서 홀아비 냄새나."

"닥쳐."

한 순간이라도 좋게 생각하려 했던 내가 바보다.

그냥 입다물고 자게 냅둘걸.

나는 진행하고 있던 토이치TV의 방송이나 잇기로 했다.

하지만 저 녀석이 언제 또 말썽을 일으킬지 모르니 마이크는 꺼놓는다.

넌 그냥 거기서 푹 자다 그냥 잘리는 게 도움주는 거다.

"여기 이모 친구 호텔이라 잘릴 일 없는데 어쩌지이~? 우쭈쭈우."

정말 때리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한다.

조금 빡치기는 하지만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은 녀석이 원하는 바.

나는 얄밉게 떠드는 예은을 무시하고 다시 방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때마침 좋은 타이밍에 잡히는 솔로랭크의 큐.

쿠웅!

두 번재 큐에서 하기로 마음먹은 챔프는 이미 정해졌다.

150달러, 지금까지 가장 높은 금액을 후원한 시청자가 원하는 챔프.

그냥 막 불러도 잘할 거라 생각했는지 어지간히 대충 질렀다.

아니, 어쩌면.

└아까 네네톤 보고 싶다고 혼자 부르짖더니 결국 지르네ㅋㅋㅋ

└이런 이기적인 색히! 노잼톤은 솔랭가서 하라고.

몇몇 시청자들이 항의를 하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여기서 대세를 따른답시고 네네톤을 하지 않으면 그건 또 그거대로 문제가 되니까.

150달러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

돈만 밝히는 것도 그렇다지만, 먹어 놓고 입 싹 닦는 게 더 꼴불견이다.

<내가 살아있는 한, 전부 죽는다!>

패기가 넘치는 캐릭터 선택음.

네네톤이라는 챔프 자체는 루즈하고 재미없을 지라도.

게임을 노잼만드는 주범이라고 할 지라도.

플레이하는 사람만은 재미가 찰지다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왜?

따지고 보자면 이유야 여러가지 있다.

호쾌하고 개성넘치는 네네톤의 음성.

들어가서 상대를 베고 썰어버리는 화끈하기 짝이 없는 스킬 구조.

다 변명이다.

네네톤이 재밌는 이유는 그냥 라인전이 겁나 세기 때문에.

가지가지 이유를 붙여봤자 전부 하잘데 없다.

그냥 라인전 이기고 싶으니까, 그리고 상대 고통주고 싶으니까 네네톤하는 것이다.

게임이고 라인전이고 이겨야 재밌는 법이니까.

─미니언이 출발하였습니다.

시작하는 두 번째 판.

상대 탑라이너는 쇈이다.

일반적으로 쇈은 네네톤을 상대로 후픽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쇈은 순수하게 방템만 올리는 데다 라인유지력이 좋다.

즉, 라인전에서 버티는 능력이 탁월하다.

더군다나 생존기까지 확실해 위험한 순간에도 도주할 수 있다.

그리고 네네톤이 라인전 강캐인 이유에 한몫하는 노코스트.

발랠리아나 잭트등의 마나코스트 챔프들은 딜교환을 할 때마다 마나량을 살펴야 한다.

하지만 쇈은 노코스트보다 한 수 아래라는 기력코스트 챔피언.

기력코스트 또한 노코스트 못지 않게 라인전 능력이 썩 괜찮다.

이러한 이유로 쇈은 네네톤을 상대로 좋은 픽이라 손꼽힌다.

게다가 팀파이트 최적화 챔피언, 속칭 버스챔피언으로도 소문이 나 있다.

쇈의 궁극기는 마치 텔레포트와도 비슷한 이동스킬.

아군을 실드로 보호하는 능력까지 있어 팀파이트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챔피언을 찾기 힘들 정도다.

적팀의 탑라이너가 쇈을 가져가면 아군 봇라인, 심지어 미드조차 신경쓰이는 일이기에.

거진 밴이 되는 챔피언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판에선 살았다.

└라인전 구도 핵노잼예상.

└서로 파밍파밍 하다가 한타하려나?

└그래도 실력차이가 있는데 솔킬각 충분히 노려볼 만하지.

그 말대로다.

내가 노리는 건 솔킬.

그러나 녹록지만은 않다.

'포션 어지간히 빨겠구만.'

쇈의 시작아이템은 천옷에 5포션.

이렇게 되면 어지간한 견제는 씨알도 안 먹힌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솔킬을 따는 순간이 너무 느려진다.

상대가 맞딜을 해주면 모르되.

└ㅋㅋㅋ 쇈 그냥 사리는 거 보소.

└아예 미니언 먹을 생각이 없어 보이네ㅋㅋ 근데 저러는 게 현명하긴 하지.

└내가 귓으로 상대 CLC프로라고 말해줌ㅋㅋ

상대 네네톤의 실력.

Unknown Error이 프로라는 사실에 대해 퍼진 바가 있던 모양.

아무리 쇈이 수비적인 챔피언이라 할 지라도 저렇게까지 사리진 않는다.

괜히 천옷에 5포션을 산 게 아닐 테니까.

포션을 빨면서 딜교환을 적당히 하는 것이 일반적인 쇈의 라인전 양상이다.

그런데 아예 미니언을 먹을 시늉도 안 한다.

'정말 귓을 했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소문 퍼지는 속도가 빠른데.'

물론 사리는 것만이 왕도일 수 없다.

차곡차곡 쌓인 CS차이는 결국 킬 하나에 필적하니까.

문제가 있다면 적 쇈이 못 크는 거지 내가 잘크는 건 아니라는 사실.

내가 몰고 있는 수많은 미니언 웨이브를 쇈한테 양보하게 되면 레벨 차까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당연히 나도 노리는 바가 있다.

-직선 탑갱. 탑만 보면 이김.

-다이브할 거에요? 역갱 안 오려나.

사리는 것만이 방법이라면 개나 소나 우리집강아지나.

사리기만 하면서 버스탈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저렇게 심각할 정도로 사린다면 다른 방법으로 나간다.

절대 미니언을 함부로 먹지 않는다.

하나하나 장인정신으로 막타를 치면서 웨이브가 쌓이는 속도를 늦춘다.

이 정도까지 해야 할까 싶은 수준으로 천천히.

그렇게 되면 상대와의 레벨 격차.

내가 4레벨에 도달했을 때 정확히 상대 포탑에 미니언을 박을 수 있다.

이제서야 미니언을 받아먹기 시작한 쇈은 고작해야 2레벨.

쿠루룩!

아군 정글러 나무카이가 오자마자 바로 다이브를 시행한다.

그 Unknown Error라고 하니까 무슨 생각이 있겠지.

풀피에 스펠까지 있는 쇈이 기다리고 있지만 일단 나를 믿는다.

먼저 포탑에 한 대 맞은 후 일그러진 전진으로 들어간다.

숙련된 솜씨의 다이브.

가히 정석과도 같은 수준이지만 쇈이 나를 무시하고 나무카이에게만 도발을 긋는다.

원래라면 일그러진 전진의 효과에 의해 포탑의 공격대상이 바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을 공격하게 만드는 도발의 효과로 인해 나무카이는 다시 포탑에 얻어맞는다.

칭찬해줄 만한 노림수.

치지직!

연이어 들어가는 발화까

생각 이상의 거친 반항이다.

그러나 내가 들어가서 스킬쿨 한 번만 돌려도 쇈은 확실히 죽는 상황.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나무카이도 점멸로 살아나올 수 있을 터다.

그럼에도 쇈은 여유만만.

한 가지 빼먹은 사실이 있다.

내가 게임하고 있는 구간은 북미서버의 마스터티어.

쇈도, 적정글도 허수아비로 볼 실력대가 아니라는 것.

하아!

적팀의 정글러 리심이 역갱을 쳐온다.

그래도 다소 급하게 왔는지 점멸로 벽을 넘고 음파를 날렸다.

나무카이에게 정확하게 들어간 음파.

발차기로 들어간 후 방로를 사용해 쇈에게 실드까지 걸어준다.

여기까지는 완벽히.

'계획대로지. 나무카이를 제물로 리심을 소환하는.'

이로써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잇는 여건이 마련됐다.

내가 나무카이를 부른 것은 연기를 피우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나무카이는 고작해야 장작에 불과한 역할이다.

산에 가면 흔하게 보이는 토끼.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절대 잡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게 산은 절대적으로 토끼의 영역.

때문에 인간은 머리를 써야 한다.

토끼굴 앞에 연기를 피워 안으로 흘려보낸다.

내가 나무카이를 탑으로 불러들이고 먼저 다이브를 치게 한 게 이러한 이치.

두 마리의 토끼는 혼비백산 뭉쳐 도망나오겠지만 굴 앞에는 상어가 있다.

한 마리의 상어와도 같은 네네톤의 아가리에 잡아먹히고 만다.

꾸드득!

미니언을 살살 아껴 먹으며 차곡차곡 모아 놓은 야성 게이지.

평타나 스킬을 쓸 때마다 조금씩 차게 되고 일정 게이지가 모이면 다음 스킬을 강화해준다.

나는 이미 야성을 최대치 까지 축적시킨 상황.

현재 내가 강화할 수 있는 스킬은 두 번이다.

처음으로 들어가는 건 스턴.

이미 나무카이에 의해 한 번, 체력이 깎인 쇈에게 스턴을 박아넣는다.

네네톤의 W스킬, 참혹한 난도질이 쇈에게 스턴을 검과 동시에.

쿠러렁!

네네톤의 Q스킬, 천참만륙이 쇈과 리심을 동시에 가른다.

거대한 칼이 원형으로 휘몰아치며 선사하는 막대한 데미지.

두 번의 스킬이 전부 강화됐기에 평소보다 1.5배는 막강하다.

더군다나 참혹한 난도질에 의한 스턴시간은 1.5초.

성난 파도와 같은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

쿠! 확!

아군 나무카이는 이미 포탑에 맞고 전사했다지만 상관없다.

공격대상을 바꿔 나를 때려오는 포탑으로 무시하고 두 번 긁어낸다.

할퀴고 채썰기.

네네톤의 E스킬이 쇈과 리심에게 광역으로 들어간다.

쇈을 마무리 해내고 포탑 밖을 향해 깔끔히 도주.

└오오! 쇈땄다!

└그런데 이거 손해 아님?

└네네톤이 킬을 먹긴 했는데.. 그래도 애매하지 않나?

상대의 입장에선 1:1 교환의 선방.

퍼블 또한 나무카이가 먼저 죽음으로서 가져갔으니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 생각할 터다.

하지만 내가 적팀의 진형 방향으로 도망간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리심이 곱게 집에 가도록 놔두지 않는다.

이쿠! 이쿠!

내 속셈이 무엇인지 아는 듯 서둘러 미니언을 정리하려 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 스킬쿨이 돌아오는 게 먼저다.

적팀의 미니언을 한 대, 한 대 때려 정확히 다음 스킬을 한 번 강화할 야성을 모은다.

그리고 나를 쫓아오는 미니언과 함께 리심에게 도달.

쿠러렁!

평타를 한 대 갈김과 동시에 Q스킬.

야성에 의해 강화된 천참만륙이 리심의 몸을 두동강낸다.

레벨이라도 같았다면 모르되, 내가 1레벨 위.

자연스럽게 남기고 가는 발화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더블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래도 포탑이 네네톤을 데려가 주겠지.

희망을 가지고 눈을 감은 리심이지만 피도 눈물도 없다.

Q스킬로 미니언과 리심을 동시에 긁으며 흡수한 체력.

천참만륙은 많이 맞힐 수록 엄청난 회복력이 돋보인다.

내가 괜히 미니언에게 맞으면서까지 끌고 온 게 아니니까.

그래도.

'점멸은 사용해야겠지만.'

그렇지만 더블킬을 먹었다.

리심을 먹으면서 5레벨로 진화.

쇈과는 벌써부터 3레벨 차이가 난다.

물론 쇈도 다시 라인에 도착해 CS를 먹는다면 4레벨까지는 쉽게 도달할 테지만 상관없다.

레벨차이가 나게 되는 시점에서 네네톤은 활동 방향은 무한히 넓어지니까.

'네네톤이란 챔프는 한 마디로 다이브지.'

그것도 무한 다이브.

네네톤은 포탑을 무서워하지 않는 챔피언이다.

그리고 이쯤 되면 갱킹도 두렵지 않다.

갱킹이건 로밍이건 오는 데로 족족 싹 다 잡아낸다.

네네톤은 스킬의 구조가 조금 단조로운 감이 있어 남이 보기엔 재미가 떨어진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로드 오브 로드는 이기면 재미있는 게임.

까놓고 말해서 아무리 재미없는 챔피언을 해도 이길 수만 있으면 재밌는 게 롤이다.

티링!

집으로 귀환해 구입하는 아이템은 채굴삽.

네네톤의 코어템이라 할 수 있는 티아매트의 하위템이기에 당연한 선택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박차를 가하기 위해 힘의 영약을 구입한다.

다이브라는 것 자체가 언제 어떻게 비벼질지 모르는 무리한 선택이 되곤 한다.

하이코스트, 하이리턴.

그만큼이나 스노우볼을 굴리기에도 최적화된 선택지.

하이코스트를 로우코스트로, 하이리턴을 슈퍼리턴으로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영약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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