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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치TV
└끝아니죠? 계속 달립시다 GOGO!
└방송 끄면 오늘부터 Unknown Error 안티합니다.
└IT'S REAL. 저도 안티달립니다.
└달리던가 하던가 하나만 해 ㅋㅋ
시청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만 간다.
성장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오늘 적어도 몇 시간은 더 방송을 해야 할 텐데.
└방장님 말 좀 해봐요!
└아까 마이크 잠깐 켰다가 다시 끄네. 방송은 떠들면서 해야 제 맛인데.
나도 하고 싶다 마이크.
하지만 불청객이 내 뒤의 침대에서 자고 계신다.
자는 사람 옆에서 왁자지껄 방송을 할 만큼 내 신경은 두텁지 않다.
부스럭부스럭.
내가 네네톤으로 시원하게 캐리를 끝마친 동안 푹 주무신 걸까.
침대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다음 큐를 돌리며 침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한 마디 날렸다.
"아이고, 아주 제 방인냥 편히 주무셨네."
"눈깔으시지?"
일어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욕지거리라니.
자다 일어난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 걸지도 모른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는 예은에게서 고개를 돌린 나는 다시 방송을 진행했다.
스트리머로서 채팅창을 보는 일은 게을리 할 수 없으니까.
정확히는 솔로랭크의 큐가 잡히는 걸 기다리는 거지만 마스터티어 큐가 으레 그렇듯 한 순간에 잡히진 않는다.
그렇게 1분쯤 흘렀을까.
또각또각.
들리는 구두소리.
머리카락과 옷매무새를 대강 정리한 예은이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딱히 등을 돌려 보지 않아도 내 지척에 멈춰 섰다는 사실정도는 알 수 있다.
과연 나한테 온 목적은 무엇일까.
슬슬 가려고 인사를 하려는 걸까.
침까지 골골 흘리며 자다 일어난 망나니.
예은이 꺼낸 첫 마디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게임 재밌게 하더라?"
방금까지 자고 있던 주제에 중간중간 은근슬쩍 보고 있었던 건지.
내가 하고 있던 게임을 얼핏 본 모양이다.
슬그머니 흘겨보니 꽤나 관심이 있는듯,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내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런 예은에게 한 소리 쏘아붙였다.
"침이나 닦고 말해라."
"!! 안 흘렸거든?"
"퍽이나. 왼쪽 입술 아래가 번들번들 하구만."
많이 흘린 건 아니고 아주 조금 남아있는 정도.
빛에 반사되지 않았으면 나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다.
하지만 확실히 흘렸다.
툭.
사실을 알려줬것만 무엇이 그리 짜증인지.
나를 주먹으로 밀더니, 얼굴이 뻘개진 채 소매로 입술부위를 쓱쓱 닦는다.
외관만큼은 캐시템을 줄줄 바른듯한 녀석이라 모양새가 상한 건 아니지만서도.
오히려 조금은 귀엽게도 느껴지지만, 일단 얘는 예은이라는 생각에 한숨이 푸욱 나온다.
"나 지금 방송 중이니까 다 잤으면 나가줄래?"
모니터 우측에 띄어져 있는 메세지창.
손가락으로 가르키자 그제서야 사태파악을 한 예은이 고개를 끄덕여온다.
그런데.
그 끄덕인 이유가 내 생각과는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게임방송? 미국와서도 하냐? 그럼 나도 한 판만 해보자."
아니, 그럼은 무슨 어느 나라 그럼이야.
어처구니 없게도 예은이 내 의자를 흔들며 졸라대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게 아이스크림이면 한 입 줄 수도 있다.
내가 그렇게 매몰찬 사람은 아니니까.
하지만 방송하고 있는 와중에.
그것도 댁이나 나나 일하고 있는 와중에 이게 무슨 얼토당토한 소리신지.
"직원분께선 청소하러 오셨으면 청소나 하고 가시죠? 퍼 잘만큼 잤으면."
유학생활 와중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러 왔다고 하니, 내심 피곤한 거야 이해할 수 있다.
코를 곤 건 아니라지만 침까지 흘리며 잤을 정도면 제법 피로가 쌓였다는 증거니까.
그건 그럴 수 있다 쳐도, 손님방에 와서 마우스를 뺏는 직원이 세상천지에 어딨냐?
"그럼 니가 청소를 하고 내가 게임을 하면 되잖아?"
"아하, 그런 방법이…. 있을 리가 있냐!"
너무나도 뻔뻔하신 바람에 도리어 따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빽있다고 진짜 막나가시네.
그래도 억지를 부릴려는 건 아닌지, 살짝 미소를 지은 채 내 어깨를 톡톡 다시 졸라댄다.
내가 묵묵부답 일관해도 손가락으로 계속 찌르는 모습이 다소 귀엽게도 느껴진.
"아파!"
"부. 탁. 할. 게?"
손톱을 세워서 찔렀으면 정말 화를 냈을 거다.
그런데 손톱이 아니라 지압이다.
손가락 끝으로 내 어깨를 누르는데 그 압력이 장난이 아니다.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이 가시내는 손아귀 힘이 정말 억척스럽다.
그런 주제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압력을 가해온다.
부탁하긴 개뿔.
점점 세지는 손가락 끝의 압력때문에 이대로 있다간 내 어깨에 구멍이 뻥 뚫릴 것만 같다.
"커피."
그렇다고 여기서 인상을 찡그러면 지는 거다.
이마 위로 삐질삐질 흐를 것만 같은 식은 땀은 어쩔 수 없지만서도.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주문했다.
조공을 내놓으라고.
"손님께서 피로가 쌓인 거면 마사지를 해드릴 수도 있는데?"
예은이 말꼬리를 올리며 두 손을 번쩍 들어 내 양 어깨에 올린다.
웃고 있되 웃고 있지 않은 표정.
보고 있자니 소름이 쫘악 끼친다.
게다가 마사지가 필요하다는 말은 입도 뻥끗 한 적이 없는데 막무가내로 시작하신다.
양 어깨에 꾸득꾸득 울리는 뼈 부딪히는 소리.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어깨가 탈골될 수준이다.
"타주면 비켜줄 테니까아..!"
"그런 거면 진작 말을 하지."
말 끝이 흐려지고나서야 내 어깨는 무자비한 포식자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예은은 지체없이 내 방 한 켠에 있는 커피포트에 생수를 따르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찰나의 망설임조차 없는 행동력.
겨우겨우 벌어낸 얼마 안되는 시간동안 생각을 정리하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예은아."
"왜에?'
사근사근한 어조.
하지만 나도 모르게 끼치는 소름은 말을 돌렸다간 다시 한 번 지옥같은 마사지를 하겠다.
그런 의미로 밖에는 해석이 안된다.
아니, 일단 나 진짜 진지하게 일하고 있는 거라 비켜주기 곤란한데.
보글보글.
생각에 잠긴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물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커피포트의 성능이 좋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후회가 된다.
이럴 거면 집에서 쓰던 거 대충 가지고 올 걸.
CLC는 뭐 이리 좋은 걸 준비해준 거야.
"자."
금새 커피를 타온 예은이 방긋방긋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커피잔을 건넨다.
근데 말이야, 상식적으로 니가 손잡이를 잡고 내밀면 난 뜨거운 잔을 잡아야 하잖니.
언젠가 얘 두뇌통을 열어서 국립과학기술원에 기부하고 싶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팔을 쭉 뻗어 예은이 잡고 있는 손잡이를 같이 잡았다.
잠시간 맞닿은 손가락.
고개를 돌리는 예은에게서 무언가 안 좋은 징조가 느껴진다.
"너 혹시.."
김이 올라오는 커피의 안을 빤히 들여다본 내가 눈을 흘기자, 눈동자를 마주치지 못하는 게 분명 무언가 있다.
나는 최대한 나긋나긋한 어조로 범인을 심문하기로 했다.
"침뱉었지?"
"그럴리가? 걱정말고 마셔."
입꼬리 부근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보면 심증 백프론데.
어쩌면 가래침일 지도.
더 심한 짓을 했을까 두려워 못 마시겠다.
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가만 바라보자 그제서야 예은이 마지못한 어조로 실토해온다.
"그냥 손가락으로 한 번 저은 정도..?"
"니 마시세요."
떨떠름한 표정으로 커피잔을 다시 건네자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대체 이건 무슨 경우인지.
니가 잘못해 놓고 왜 나한테 눈을 부라려?
"지금 내 손가락이 더럽다는 뜻이야?"
"잠깐 왜 기분이 상한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일반상식에 근거하자면 사람의 손가락은 세균이 바글바글 끓습니다만, 댁 손가락엔 따로 금칠이라도 하셨나요?"
분명 억울한 사람은 나일 텐데.
예은은 부라려 오고 있는 눈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깨 마사지를 다시 하는 것까지는 내가 참아줄 수 있다.
그러나 얘가 이 뜨거운 커피잔을 나한테 부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진실로 무서워졌다.
다른 녀석은 몰라도 얘는 그 짓을 해도 이상하지가 않으니까.
일단 마시는 시늉으로 상황을 모면한 나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기요. 커피에 불순물 섞인 사실 자체는 그렇다 칩시다. 하지만 댁도 시간이 마냥 썩어나는 건 아닐텐데, 우리 합의를 보죠?"
"어떻게?"
단답으로 대답해오지만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정말로 하고 싶기는 한 모양.
이러니저러니 해도 예은이 게임방송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대략 짐작이 간다.
얘도 나와 비슷하게 관심종자 기질이 있으니까.
아니, 평소에 하고 다니던 지꺼리를 생각하자면 나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진 않다.
랭크게임에서 깽판치고 다니기로 유명했던 녀석이 최근 게임조차 안했다고 하니.
그런 녀석이 오랜만에 관종의 희열을 느껴보고 싶다는 사실 자체는 천이백보 양보해서 이해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쳐도.
"일은 끝내고 합시다? 이 커피도 내가 다 마셔줄 테니까."
뒷 말은 안 붙여도 될 것 같았는데.
안 마시면 물어 뜯기라도 할 기세로 쳐다보니 어쩌다보니 붙게 됐다.
과연 납득을 해줄지.
눈을 반쯤 뜬 채 불안한 눈초리로 예은을 지켜봤다.
"그래, 뭐.. 그 정도로 합의봐 줄 테니 목 씻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일단 납득은 한 모양이지만 몸집에 예사롭지 않다.
삿대질로 나를 가르키며 문을 파앙! 소리가 날 정도로 닫고 나갔다.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그래도 이상행동은 해오지 않았다는 게 다행일까.
끝말이 신경 쓰이긴 한다.
목 씻고 기다리라는 말은 내가 알기로 영 좋은 의미가 아닐 텐데.
'뭐, 쟤 이상한 건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어쨌던 간에 훼방꾼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축포라도 되듯이.
때마침 랭크게임의 큐가 잡혔다.
쿠웅!
토이치TV에서 방송을 시작하고 세 번째 큐.
이전과는 달리 나는 지체없이 수락을 눌렀다.
복잡해진 머리를 당장 게임을 해서 식히고 싶다.
그런데.
'이거 참, 웃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어떻게 입소문이 탄 걸까.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폭발적이다.
아직 픽창임에도 불구하고.
-Unknown Error님 원하는 라인 말씀해주세요. 나머지는 조정해서 가겠습니다.
-안전벨트 착용했습니다. 기사님 운전대 잡으실 거죠?
-저 1픽인데 혹 살릴 거나 죽일 거 있으시면 사양말고 말씀해주세요!
5픽에 걸려도 불편할 일 하나 없다.
이렇게 클린한 솔로랭크를 보는 날이 오다니.
아무리 김치서버가 아닌, 북미서버라 할 지라도 이 정도로 클린한 마스터 초반점수대는 구경하기가 힘들 거다.
하지만 역시 일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존재하는 법.
상대팀에서 나를 견제해오는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네네톤 도라이븐 배인밴ㅋㅋ
└Unknown Error 3밴 오졌구요ㅋㅋㅋ
└양팀 저격러 엄청 많네ㅋㅋ
내가 이전 판에서 했던 네네톤을 포함해, 래딧에서 한참 떠들썩 했던 도라이븐과 배인 또한 밴이 됐다.
저 세 챔프들은 원래라면 밴이 될 일이 없는 챔피언들.
상대팀에 최소 한 명은 내 방송을 보고 있는 이가 있다는 증거였다.
'빨리 올라가는 수밖에 없으려나.'
마스터티어 초반대.
굉장히 애매한 구간이다.
동시에 큐잡는 사람이 적어 방송화면을 보고 저격하기도 좋은데 그렇다고 이 구간의 사람이 적은 것도 아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면 다이아5티어를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쉽다.
플레티넘1티어보다 많다는 다이아5티어.
마스터티어의 초반 점수대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이아5티어 지박령들의 엄청난 버전이다.
다이아에 있다가 운좋게 연승해 잠깐 올라간 이들이 말뚝을 박는다.
마스터라는 간판만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기 위해 랭크게임은 안 돌리고 부캐만 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흔히 이야기되는 거품 점수대.
말뚝을 박아 놓는 이들이 래딧에서 이야기를 듣고 저격해온 모양이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간다면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결국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
이럴 거면 방송시기를 조금 늦출 걸,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실력으로 빠르게 뭉개버린다.
그리고 올라간다.
이번 판에 추천을 받은 챔프는 최근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는 은신형 챔피언.
원래라면 거진 밴이 되는 지라 랭크게임에서 볼일이 없다지만 나를 저격밴한 탓에 살아버렸다.
나는 그 챔프를 하기 위해서 오랜만에 다시 미드라인에 서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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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분들 항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