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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74화 (17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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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치TV

─Welcome to Summoner's field.

이길래야 이길 수밖에 없다.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웃어준다.

설마하는 그 챔피언을 내가 잡아버렸으니까.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 미국 애들은 모르려나.'

이블퀸.

한 마디로 현 미드의 최고존엄이다.

사기성이 너무나 짙은 탓에 거의 모든 게임에서 밴이 될 정도.

심지어 나이즈보다도 밴순위가 위다.

그런데 상대가 나를 저격한답시고 밴카드를 낭비한 덕분에 살아버렸고, 아군 1픽이 냅다 가져와줬다.

마다할 이유가 있을 리가.

'이건 뭐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것도 아니고.'

마스터티어 현지인이 한다고 해도 이블퀸은 사기가 맞다.

판이 앵간치 말리지 않는 이상 지는 게 힘든 수준이라 평받을 정도니.

그런 이블퀸을 다름 아닌 내가 잡아버렸으니 게임의 승패를 예측해서 무엇하랴.

'몇분 컷을 할까.'

정해 놓기만 하면 된다.

20분에 칠 수 있는 서렌은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이블퀸이라면 설사 아군의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가능하다.

나 혼자 대놓고 게임을 터트리는 것이.

'초반만 조금 버티면 되지.'

그런 이블퀸에게 단 하나 단점이 있따면 라인전일까.

하지만 그 정도가 파사딘에 비할 바가 아니다.

누가 와도 충분히 CS를 먹으며 버틸 만하다.

그 이유.

츄륵!

땅 밑에서 가시가 솟구치며 미니언을 훑는다.

이블퀸의 Q스킬 가시세례.

놀랍게도 가시세례의 쿨타임은 고작 1.5초다.

물론 그 만큼이나 스킬 한 방, 한 방의 데미지가 낮다는 단점은 있지만 상관없다.

쿨타임이 짧은 데다 스킬딜레이마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냥 걸어다니면서 쓰윽.

누르고만 있어도 자동적으로 딜링이 된다.

토옥!

토옥!

적 미드라이너가 보라색 딱콩으로 나를 견제해댄다.

맞라이너는 바로 카서트.

궁극기인 종말곡으로 대표되는 챔프지만, 근접챔프를 상대로는 라인전도 상당히 세다.

발밑에서 톡톡 터지는 딱콩은 쿨타임이 가시세례 이상으로 짧은데다 데미지도 약하지 않다.

'뭐, 피하면 그만이지만.'

그 만큼이나 단점도 존재한다.

거진 유도탄에 다름없는 가시세례에 비해 카서트의 딱콩은 꽤나 맞히기가 힘들기에.

범위도 좁을 뿐더러 심각한 선딜.

와리가리 무빙을 쳐주면 대부분 피할 수가 있다.

결국 극심한 마나소모로 인해 나에 대한 견제를 포기해버리는 카서트.

그나마 이블퀸이 약한 초반 라인전에서 나를 말려보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다.

모든 마나를 나에게 허비한 탓에 미니언 푸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한동안 평타만으로 미니언을 먹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 사이에.

츄륵!

츄륵!

나는 가시세례를 남발해 라인을 푸쉬하고 뒤로 쭈욱 빠졌다.

목표했던 레벨은 도달했다.

카서트가 밀린 라인을 받아먹으며 차근차근 마나를 채우는 동안 나는 로밍가기로 마음먹었다.

스르륵.

주위의 환경과 동화되어 사라진다.

이블퀸의 패시브.

비전투 상태가 되면 은신의 효과와 더불어 마나를 빠른 속도로 회복시켜 준다.

가시세례를 남발해 마나통이 텅 비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봇라인에 도착하는 동안 채워질 테니까.

예측하기 힘든 4렙 로밍.

적팀의 입장에선 내가 집을 간 건지, 탑에 간 건지, 어디에 간 건지 알 수가 없다.

혹시나 해서 깔은 와드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깔지 않으니만 못하지.'

와드를 깔아 부쉬를 밝히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안심을 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에도.

특히나 세코나 이블퀸같은 은신챔 프에겐 효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방심을 하게 된다.

적팀의 봇듀오는 헤이클린과 랄라.

라인전이 강하다는 장점을 활용해 라인을 쭉쭉 밀고 있다.

나는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더욱 깊숙이 파고든다.

은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뺑돌아 적의 뒤를 잡는다.

그리고.

챠라락!

두 팔을 크게 뻗음과 동시에 빨라지는 이블퀸의 이동속도.

이블퀸의 W스킬, 광란의 춤의 효과다.

스킬을 쓴 탓에 은신이 풀렸다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이블퀸의 은신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적챔피언 주위로 접근하면 어차피 들킨다.

그렇기에 들키기 직전에 광란의 춤으로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 돌진한다.

츄륵!

가시세례가 쏘아져 나가며 랄라를 할퀸다.

빠듯한 딜교환으로 인해 체력이 깎여있던 랄라.

이블퀸의 E스킬, 쌍발톱으로 반항할 틈도 없이 녹여낸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사기적인 로밍 능력.

다소 약하다고 할 수 있는 라인전의 단점을 메꾸기에 충분하다.

이블퀸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눈치챌 수 없다.

더군다나 핑와가 없는 초반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내가 굳이 봇라인 로밍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광란의 춤은 킬어시를 먹으면 쿨타임이 리셋되기에.

다수의 적을 차례차례 능욕하는데 특화돼 있다.

하지만 바로 쓰진 않는다.

투웅!

서포터를 잃은 헤이클린이 자신이라도 살아보겠다는 심정에서 점멸로 나를 뛰어넘었다.

그러고선 투망을 사용해 내 이동속도를 늦추고 힐로 체력까지 채우며 도망친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강렬한 의지.

가뿐히 꺾어준다.

챠라락!

광란의 춤은 발동시 둔화효과를 떨쳐낼 수 있다.

마치 귤선장의 귤얌얌처럼.

풀 수 있는 CC기가 둔화뿐이라는 건 아쉽긴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충분하다.

더군다나.

츄륵!

스킬을 맞힐 때마다 쌓이는 스택.

광란의 춤은 적챔피언에게 스킬데미지를 먹일 때마다 이동속도를 증가시켜준다.

안 그래도 기본적으로 발이 느린 원딜러는 가뿐히 따라가 토막내줄 수 있다.

─더블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을 먹고 유유히 귀환한다.

미드에서 열심히 라인을 밀고 있던 카서트입장에서는 벼락과도 같은 소식.

하지만 어쩌겠나.

이블퀸을 밴하지 않은 시점에 이미 정해진 미래이거늘.

└게임시간 5분도 안돼서 벌써 터졌네ㅋㅋ

└봇라인 스펠도 없는데 이제 가기만 하면 킬아님?

└방장이 알아서 터트리겠지. 근데 진짜 뭘 해도 잘하네.

└팝콘이나 뜯으면서 봅시다ㅋㅋ

아직 본방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적팀의 명복을 빌어주고 계신다.

집으로 귀환한 나는 명실상부 이블퀸의 코어아이템.

기동력의 신발과 두란링을 구매했다.

아무리 패시브가 마나를 채워준다고는 해도, 마나템을 안 가는 이블퀸의 특성상 마나회복이 아쉬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여제의 눈물방울이나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간단하게 두란링 하나.

초반 가성비도 좋아 적당히 쓰다 버리기에 적절하다.

챠라락!

광란의 춤에 기동력의 신발이 더해지자 범에 날개를 단 격으로 빨라진다.

라인에 복귀한 나는 밀린 라인을 받아먹고, 한 번 더 라인을 쭉 밀고 사라졌다.

이블퀸은 과연 어디로 숨었을까.

그 사실을 모르는 카서트는 아군에게 미아핑을 열심히 찍으며 라인을 민다.

적어도 라인손해라도 보게 만들기 위해서.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

츄륵!

일부러 로밍을 간 척 사라진 후.

미드라인을 위쪽으로 빙돌아 카서트의 뒤를 잡았다.

츄륵!

화르륵!

발화를 처음부터 건 채 카서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가시세례를 박아넣는다.

물론 평타는 치지 않는다.

잘못 맞딜을 했다가 카서트의 딱콩을 연속해서 맞아버리면 아무리 더블킬을 먹은 이블퀸이라 할 지라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딱콩을 요리조리 피하며 가시세례만을 꽂는다.

츄륵!

츄륵!

한 방, 한 방은 약하다지만 지속적으로 박아넣는 가시세례는 카서트의 목숨을 서서히 빼앗는다.

결국.

딱콩을 맞히는 걸 포기한 카서트가 길다랗게 통곡의 벽을 깔고 점멸을 사용해 도망간다.

벽에 닿은 적들을 느리게 만드는 카서트의 유일한 CC기인 통곡의 벽.

하지만.

챠라락!

광란의 춤으로 둔화를 떨쳐내고 일직선으로 접근한다.

그 기회를 노리고 딱콩을 쏘아대는 카서트.

과감히 점멸을 사용해 뛰어넘어 쌍발톱과 가시세례를 박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Unknown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킬이나 어시를 먹으면 쿨타임이 리셋되는 광란의 춤.

다시 한 번 사용해 빠른 속도로 유유히 벗어난다.

상대에게 붙기만 한다면 멈추지 않고 지속딜을 꽂아넣 을 수 있는 이블퀸.

그런데다 언제 어느 때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니 상대하기가 그렇게 까다로울 수 없다.

현지인이 해도 무서운 이블퀸을 내가 잡는다면 적팀은 감히 동선을 예측하지 못한다.

집에 가지 않는다.

포션을 두 개 빨고 은신으로 마나를 회복하며 천천히 탑라인을 향한다.

이블퀸은 분명 집에 갔겠지.

적팀이 방심한 순간을 노려내 뒤통수를 후려친다.

투욱!

때마침 적팀의 정글러 아모모가 탑라인에 갱킹을 왔다.

아군 탑라이너 잭트에게 슬픈 좀비의 재앙이 깔리며 발을 묶는다.

적팀의 탑라이너 개서스가 불길의 장판을 깔고 딱콩을 내려찍는 위험천만한 상황.

잭트가 머리 위로 황동제 봉을 빙글빙글 돌리며 버티고는 있지만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아군 정글러는 이미 귀환해서 상점에서 꿀빨고 있으니까.

그런 위기의 순간에 들이닥치는 미드라이너의 로밍.

목마른 사슴이 찾아낸 시냇물과도 같으리라.

-Unknown Error님이 아모모를 지목.

개서스는 충분히 농락할 자신이 있다.

먼저 CC기가 다 빠진 아모모부터 정리한다.

쿠확!

인사 대신 박아버린다.

발밑에 대형가시들이 돋아나며 아모모와 개서스의 이동속도를 늦춘다.

이블퀸의 궁극기 어둠의 침식.

적 최대체력에 비례하는 광역피해에 더불어 발목을 늦추는 둔화까지 선사한다.

그런데다 이블퀸을 보호막으로 덮어주기까지 한다.

한 마디로 공방일체의 혼합기.

카서트를 상대하다 다소 깎였던 체력을 보충하기엔 차고 넘친다.

챠라락!

광란의 춤으로 접근해 가시세례와 쌍발톱을 우겨넣는다.

잭트의 발화까지 더해지자 녹아나는 아모모.

고통받던 잭트에게 적당히 킬을 양보하고 나는 개서스를 노린다.

츄륵!

츄륵!

멍청하게 가까이 접근할 필요는 없다.

멀리서 가시세례만 할켜대며 거리를 유지한다.

슈욱!

안달이 난 개서스가 노화를 걸어 내 발을 묶으려 하지만 안된다.

잭트가 아모모를 마무리하면서 리셋된 W스킬.

광란의 춤이 발동되며 개서스의 노화를 가뿐히 풀어낸다.

츄륵!

츄륵!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농락한다.

개서스의 입장에선 장판깔고 한 대 톡치기만 해도 죽을 녀석이 뭐 저리 깝죽대는지.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어떻게 팔이 닿지 않으니 방도가 없다.

츄륵!

츄륵!

방템만 올린 개서스인지라 더욱 아프게 들어가는 가시세례의 마법피해.

마무리로 들어가 쌍발톱을 할켜주니 탱커인 개서스조차 버텨내지 못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Unknown Error님이 미쳐서 날뛰고 있습니다!

또다시 리셋이 된 광란의 춤을 사용해 집으로 빠르게 귀환한다.

없는 킬도 강제로 만들어내는 이블퀸의 로밍능력.

게임시간 10분도 안되어 벌써부터 전라인을 한 번씩 폭파시켰다.

티링!

겁나 쓸데없는 지팡이를 구입한 후 라인으로 복귀한다.

그리고 또 라인을 밀고 탑라인으로 향한다.

일부러 적에게 동선을 노출시켰다.

스르륵.

어둠에 먹혀들자마자 방향을 바꿔 봇라인.

내가 봇라인에 도착하는 시점에 얼핏 맵을 보니 개서스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사리고 있다.

미안하지만 거기 아니다.

챠라락!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이블퀸의 모습에 적팀은 우왕좌왕.

정신을 못차리고 어찌할 바 모른다.

엎친데 덮친 격.

타라랑~♪

아군 서포터 쏘냐의 점멸센도가 꽂히며 헤이클린과 랄라의 발을 묶는다.

어차피 도망따위 허락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나마 있던 1%의 확률이 0%에 수렴해버린다.

찰! 콱!

가시세례와 함께 쌍발톱이 꽂히며 랄라를 마무리.

커져라를 쓸 시간도 주지 않기 위해 스턴시간동안 녹여낸다.

그 다음 먹잇감, 헤이클린을 뒤쫓는다.

이미 한 번 내가 둔화를 풀고 강제로 추적하는 걸 맛 본 헤이클린은 최소한 반항조차 하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인다.

─더블 킬!

Unknown Error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첫 번째 로밍만 성공시키면 그 다음은 줄줄이 도미노다.

상대의 허를 제대로 찌르며  압도적인 차이로 게임을 유린한다.

이블퀸은 나이즈처럼 우직하지 않다.

오히려 얍삽하기 짝이 없는 챔피언.

살금살금 숨어들어 화끈하게 다가가 쓱싹!

더군다나 암살에서 끝나지 않고 나이즈처럼 혼자 딜탱역할을 다 해낼 수 있다.

완벽한 상위호환.

티링!

상점으로 귀환해 구입하는 아이템은 죽음의 불타는 손길.

모든 스킬이 마법피해인 이블퀸에게 있어 가히 환상적인 효율을 자랑한다.

죽불손이 완성됨으로서 적팀의 챔피언들은 한낱 미니언으로 격하되리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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