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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치TV
탕!
타앙!
적팀의 원딜러 헤이클린이 장총을 쏘아대며 미드라인을 압박하고 있다.
나도 이전에 헤이클린을 한 적이 있는만큼 얼마나 확실한 승리공식인지는 모를 리가 없다.
더군다나 코리아나까지 구체를 굴려가며 미니언을 푸쉬해대니 아군은 서서히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아군은 최대한 포탑체력이 다는 것을 막아내며 루즈한 대치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손해는 누적된다.
조금씩 압박을 하는 것만으로도 적팀은 꾸준하게 소득을 챙길 수 있으니까.
결국 1차 포탑과 다시 젠된 용을 내줘야 했다.
이렇게 계속 갉아먹히기만 한다면 글로벌 골드의 격차가 벌어짐은 물론.
후반지향형 원딜러 헤이클린이 아이템이 나올수록 적팀은 게임을 굳혀나갈 터.
아군이 이렇게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유일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그리하라 오더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지트를 플레이하고 있는 나는 애석하게도 게임내내 단 한 번도 합류하지 않고 꿋꿋하게 백도어만 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한다면 팀원들의 불만이 쏟아지지 않는 게 용하지만서도, 아무도 감히 쓴 소리는 내뱉지 못한다.
-합류 좀 해주십쇼 Error갓..
-곧 있으면 2차타워도 나갈 거 같아요 T.T
-오시기만 하면 저희가 밑그림 확실하게 그리겠습니다!
'안 말해도 간다 가.'
징징대고는 있지만 꽤나 긴 시간 잘 버텨준 팀원들이다.
물론 내가 어째서 뒤늦게 합류를 하는지는 팀원들도 안다.
그 이유를 납득시키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선례가 없었으면 모를까.
비슷한 챔프가 있다.
AP마이라고 불리는 3대 충 챔프 중 하나가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의 인내심을 키워줬다.
마스터 구간에서는 결코 볼 일 없는 챔프이긴 해도 킬리셋 챔프는 마이말고도 제법 있기에.
게다가 게임이해도가 높은 마스터 상위권의 유저들인지라 투덜대긴 해도 알아는 듣는다.
더욱이 내가 그냥 RPG만 하는 것도 아니고.
탑라인과 봇라인을 왔다갔다하며 착실히 이득을 챙기고 있으니 불만이 나올 수 있을 리가.
하지만 그 지루한 대치도, 갉아먹힘도 이제는 안녕이다.
현재 소환자의 전장에 있는 10명의 플레이어 중 가장 압도적으로 레벨이 높은 내가 전장에 합류한다.
탑라인에서 고통받던 잭트 또한 미드라인에 내려옴으로서 양 팀의 숫자가 맞춰졌다.
그러나 새로 합류한 무게 추의 중량은 이쪽이 더욱 무겁다.
적팀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던 저울이 드디어 동일선을 이룬다.
이제 남은 것은 언제, 어느 때 한타를 할 것인가.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뒤늦게서야 한타에 합류한 이유정도는 적팀도 얼추 알고는 있을 터다.
매 패치내역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마스터 이상의 유저들이 카지트가 킬리셋 챔피언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으니까.
물론 직접 겪어보는 것과 지식으로 알고만 있는 건 전혀 다르겠지만.
일단은 내 카지트의 움직임을 적팀에서도 긴장한 채 주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팀은 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진격을 멈추지 않고 이미 깨져버린 1차포탑을 넘어섰다.
그리고 2차포탑을 압박하기 위해 총공세를 취했다.
그 순간.
두-웅
아군 미드라이너 카서트의 유일한 CC기.
적팀의 진영 사이에 통곡의 벽이 길다랗게 깔렸다.
카서트는 그러고서 점멸을 사용해 과감히 적 진영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당연히 게임을 던지려고 앞점멸을 쓴 건 아니다.
카서트는 죽는다 해도 원령이 되어 7초간 싸울 수 있는 패시브가 있다.
그것을 믿고 뛰어든 것.
무의미한 희생이 되지 않도록 아군 정글러 아모모 또한 붕대를 던져 호응했다.
부와아아앙-!
아모모가 예쁘게 3인궁을 박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군 원딜러 이즈레알이 시원찮게 쏴재끼는 마법화살의 데미지는 영 신통치 않다.
이제 이니시를 한 대가로 잘 큰 적팀의 딜링을 맨몸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
실제로 카서트는 몇 초도 채 버티지 못하고 먼저 가버렸다.
그래도 일단 패시브가 남아있는 카서트.
죽어서 원령이 돼버린 카서트가 마지막 소망을 담아 종말곡을 부른다.
정확히 3초 뒤에 적팀의 모든 챔피언들 위로 떨어지는 붉은 재앙.
콰아앙!
그 데미지는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적팀도 대비가 돼있다.
청동의 톨라리 펜던트와 룬방패로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카서트의 공격을 피하느냐 진형이 산개됐다는 사실일까.
그것이 앞으로의 한타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끼칠지.
아직은 몸으로 깨닫지 못했다.
스륵.
스르륵.
카지트의 등 뒤로 뻗어있는 날개가 바닥과 스치며 가벼운 마찰음을 연주한다.
땅바닥을 질질 끌던 날개가 솟구쳐 오르며 활짝 펼쳐진다.
지금껏 후방에서 때를 기다리던 내가 드디어 행동을 시작했다.
푸드득!
카지트의 반투명한 날개가 요란하게 움직이며 벽을 뛰어넘는다.
첫 목표는 쏘냐와 함께 아모모를 두들기고 있는 헤이클린.
사르륵..!
내가 지금 궁극기, 아공간 암습을 사용한 이유는 은신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이동속도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영혼검의 액티브까지 사용한 나는 이동속도를 극한까지 올려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푸직!
헤이클린의 등 뒤를 급습한다.
갈고리로 내리찍음과 동시에 터트리는 티아매트.
침을 내뱉음과 동시에 발화까지 건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카지트에 깜짝 놀한 헤이클린이 곧바로 점멸을 쓰지만 이미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나는 잠시간 시간을 벌기 위해 두 번째 궁극기를 사용했다.
티리링~♪!
내가 은신을 하자마자 쏘냐가 곧바로 핑크와드를 박았다.
그리고 나를 찾아낸 쏘냐가 파워센도가 꽂아 기절시킨다.
하지만 정작 딜을 넣어줘야 할 헤이클린은 이미 죽은 목숨.
내 발화가 정확히 헤이클린의 목숨줄을 끊어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고독상태가 아니였기에 아주 녹여버리진 못했지만 죽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진화한 카지트의 날개뛰기는 킬이나 어시를 먹으면 쿨타임이 초기화되기에 다시 한 번 뛰어오를 수 있다.
헤이클린을 마무리한 나는 다시 한 번 도약해 쏘냐를 덮쳤다.
콰흑!
독날이 묻은 평타가 쏘냐의 등에 깊숙이 박힌다.
혼자 남아버린 쏘냐가 느려진 걸음으로 아군을 향해 도망치지만 내 다음 갈고리찍기가 돌아오는 시간이 당연 먼저다.
콰직!
헤이클린을 찍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데미지가 쏘냐의 체력바를 완전히 들어낸다.
어떻게 손 쓸 사이도 없이 삭제가 돼버리는 쏘냐.
한 템포 늦게 와버린 코리아나가 나를 향해 구체를 던져오지만 세 번째 먹잇감이 될 뿐이다.
푸드드득!
순식간에 두 명의 적을 먹어치운 내 카지트가 또다시 뛰어올라 코리아나를 물어뜯는다.
코리아나가 반격을 해오지만 믿는 바가 있다.
코리아나의 구체를 마지막 아공간 암습을 사용해 상쇄시킨다.
그럼에도 꽤나 묵직하게 들어오는 한 방.
버텨낸 이상 혼자 남게 된 이상 코리아나는 내 갈고리의 이슬로 사라질 운명이다.
─트리플 킬!
Unknown Error님은 전설적입니다..!
└피지컬 미쳐버렸다..
└구체들어오는 순간에 정확히 궁써서 막아버리네.
└궁쓰면 데미지 감소됨?
└몰랐음? 패치내역 켜라.
카서트가 종말곡으로 양념만 쳐준다면야 그 이후의 마무리는 내 하기에 달렸다.
순식간에 후방의 적을 정리한 나는 아군의 앞라인을 지원하기 위해 날개를 움직였다.
기세등등 아군을 몰아붙이던 탈리반과 잭트에게 한 마리의 벌레가 도약한다.
푸드득!
또다시 쿨타임이 리셋된 날개뛰기로 잭트를 향해 날아간다.
공중에서 갈고리로 찍으며 티아매트를 퍼엉!
안 그래도 잘 크지 못한 잭트는 다음 평타에 마무리 된다.
그렇게 내가 잭트를 처리하는 사이에 아군 봇듀오 또한 힘겹게나마 탈리반을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쿼드라 킬!
Unknown Error님은 전설적입니다.
아군이 적을 마무리 했습니다!
└??? 어떻게 점프 계속 써? 쿨이 없음?
└적 죽이면 점프쿨타임 리셋됨.
└AP마이랑 비슷하네.
└NONO. AP마이였으면 저런 데미지가 안 나오지.
확실히 한 번 시동이 걸린 AP마이는 카지트 이상이다.
그러나 AP마이는 성장도 힘들 뿐더러 결정적으로 1:1 상황에서 데미지가 안 나온다.
방금같은 상황에서 잘 커버린 적을 혼자 죽여버리는 것따위 불가능하다.
고립된 적을 한 순간에 썰어버리는 위엄은 오직 카지트에게만 허락돼 있다.
'조건도 훨씬 까다롭고 말이야.'
게다가 AP마이는 킬어시 리셋도 아니고 킬리셋 챔피언이기때문에 스킬쿨타임을 초기화시키는 게 상당히 어렵다.
AP마이를 괜히 나말고는 천상계에서 쓸 엄두를 못낸 게 아니니까.
물론 잘 쓰면 그만큼 위협적이지만 명검은 주인만을 따르는 법이다.
-바로 바론 시야장악할게요.
-아까처럼 이니시 한 번 더 걸까요?
-걸기만 하면 에러갓이 다 정리하실 그림인데.
조금 전 한타로 글로벌 골드의 격차는 따라잡았다.
이제 남은 것은 바론 한타 뿐.
그 대가로 나에 대한 경계심이 무진장 오른데다 적팀도 어지간하면 한타에 걸려주지 않을 거다.
또다시 지루한 대치가 이어질 수도.
그렇기에.
'나올 생각이 없으면 나오게 만들어버리면 되지.'
양팀의 관심이 바론 주위에 쏠려 있는 이 시기에 나는 또다시 단독행동을 택했다.
미드에서 바론으로 옮겨졌을 뿐이지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인 대치상황을 이탈해 판을 만든다.
내가 게임을 주도한다.
퍼엉!
나는 티아매트를 터트리며 봇라인을 쭉쭉 푸쉬했다.
이 경우 적팀의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로 나뉜다.
나를 무시하고 바론을 치거나, 아니면 나를 포위해서 잡거나.
랭크게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라면 몇 번이나 겪어 봤을 스플릿구도지만 지금의 상황은 조금 까다롭다.
쇈처럼 데미지가 약하다면 무시했을 테고.
개서스처럼 본인은 세도 생존기가 별로라면 조금 눈치주는 것만으로도 몰아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진화를 세 번이나 마친 카지트는 생존능력도 어마어마할 뿐더러 1:1 또한 강력하다.
성장을 못한 잭트 혼자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이브 당해 죽을 뿐이다.
선택의 시간.
적팀은 바론을 잡는 것으로 판단의 방향을 정했다.
카지트를 제외한다면 한타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
나쁘지 않은 판단이지만 안타깝게도 정답이 있다고는 말한 적이 없다.
어느 쪽이든 노린 대로다.
푸드득!
재빠른 기동성을 살려 벽을 넘고 바론으로 향한다.
내 궁극적인 목적은 지루한 대치를 끝내버리고 한타를 여는 것.
물론 내가 도착하기 전에 적팀은 바론을 먹을 수 있을 테지만 그만큼이나 희생이 따를 터다.
딱콩!
딱콩!
죽어도 딜을 넣을 수 있는 카서트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바론 앞에 묫자리를 깔았다.
마지막으로 부르는 종말곡에 의해 깎여버리는 적팀의 체력.
아까와 마찬가지로 톨라리 펜던트를 사용해 반쯤은 막아냈다지만.
그리고 바론을 처치하는데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진정한 위협은 이제 막 당도했다.
사르륵..!
궁극기와 영혼검을 키고 빠른 속도로 접근해 펄쩍 날갯짓한다.
바론 벽을 넘어 노리는 것은 쏘냐가 먼저.
바론을 잡느냐 체력이 완전히 바닥나버린 쏘냐를 갈고리로 내려찍고 발로 찬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공중에서 쏘냐의 머리채를 낚아채듯 한 순간에 삭제시킨 후 다시 한 번의 도약.
바론 벽 바깥으로 안착한다.
킬어시를 먹으면 쿨타임이 리셋되는 날개뛰기의 제대로 된 사용법 중 하나.
마치 공중에서 한 번 더 박차오르는 것처럼 보이기에 이를 처음 보는 이들의 반응은 예상할 필요도 없이 폭발적이다.
└방금 뭐 한 거야? 2단 점프?
└무슨 탱탱볼도 아니고ㅋㅋㅋ 어이가 없네.
└CRAZY! 이건 매드무비각이다.
아직 한타는 채 끝나지도 않았기에.
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흘겨 들으며 아공간 암습을 사용했다.
날개뛰기는 사용했다지만 아직 점멸이 남아있다.
바론 벽에 기댄 채 쳐들어오는 아군을 두들기고 있던 헤이클린에게 은신 채로 다가가 점멸로 벽을 넘는다.
쿠직!
인사대신 갈고리를 내려찍고 독날이 묻은 평타로 치명상을 입힌다.
투망으로 도망가는 헤이클린에게 마무리로 내뱉는 침.
고립된 이상 풀피에 가까울지라도 원콤이다.
푸드득!
헤이클린을 처리하자마자 다시 날아오른다.
아군 이즈레알을 물고 있는 잭트를 향해서.
봉돌리기가 빠진 잭트따위 갈고리로 한 번 찍어버리는 것으로 충분.
잭트를 따자마자 지체 없이 또다시 하늘을 날아올라 코리아나의 머리 위에 당도했다.
보자마자 한 칼 먹이고 세 번째 궁극기를 사용해 등 뒤를 유유히 따라간다.
컨트롤4를 연타해 웃어주다가 갈고리의 쿨타임이 돌아오자마자 다시 한 번 콰직!
─쿼드라 킬!
아이템이 잘나온 코리아나의 실드량이 어마어마한 탓에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봐야 생명연장의 꿈이다.
마지막 남은 적은 탈리반 3세.
충성스런 아군들이 만들어준 기회를 허비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쉬지 않고 날갯짓했다.
푸드드득!
날아올라 탈리반을 공중에서 찍고 한 번 더 도약한다.
펜타킬 세레모니로 멋있게 2단 점프.
그리고 적 넥서스를 향해 나아간다.
─펜타 킬!
Unknown Error님은 전설적입니다.
마무리..!
바론을 먹혔다지만 전혀 상관없다.
내가 예쁘게 만들어 놓은 봇라인의 웨이브.
점멸이든 뭐든 사용해서 벽을 넘은 아군들과 함께 진격했다.
길고 길었던 이번 게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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