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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84화 (18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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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

어찌된 영문일까.

나흘 내내 래딧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던 Unknown Error가 오늘은 방송을 키지 않았다.

게임을 하고 있지 않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방송은 키지 않았으되 게임은 하고 있다.

어째서 방송을 켜주지 않는 걸까?

사실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게 저격밴 좀 어지간히 하지!

└다른 건 몰라도 승격전은 꼭 봐야 하는데..!

└이러다 Unknown Error 방송 접으면 저격한 애들 두고두고 씹어준다.

└난 이미 데스노트쓰는 중이다. 일단 3명.

관심이 지나치게 집중된 탓일까.

Unknown Error는 요 근래에 방송 저격을 엄청나게 당했다.

마스터 하위구간 점수대에 있었을 때는 심지어 방플.

토이치TV에서는 Stream sniping라고 불리는 행위도 몇 번이나 있었다.

그나마 마스터 중상위권쯤 되자 게임의 수준대가 높아졌기에.

방플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지만 여진이 없는 건 아니었다.

Unknown Error를 저격한 밴이 엄청나게 나왔으니까.

특히나 어제는 얼마나 심했는지.

로드 오브 로드의 전적 사이트, CP.GG에 들어가면 알 수 있는 각 티어별 밴에 이상이 생겼을 정도다.

어제와 그제 마스터 구간에서 세코와 토이치, 그리고 도라이븐등 비주류 챔피언들의 밴률이 치솟았다.

이블퀸이야 원래부터 대부분 밴이 되는 챔프라지만.

세코, 토이치, 도라이븐등은 마스터 이상에서는 구경하는 것조차 힘든 챔피언들이다.

누가 봐도 Unknown Error 하나만을 위한 저격밴.

그래도 그나마의 다행일까.

팬들의 응원덕인지, 아니면 그의 실력이 챔프폭이 지나치게 넓은 까닭인지.

Unknown Error는 높은 승률로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까지 도달했다.

그것이 바로 어제의 일.

그리고 오늘은 승격전의 방송이 시작돼야 했지만.

└에러갓 게임 시작한지 5분 됐다. 현재 스코어는 3:2 Error갓 팀이 살짝 불리함.

└스포충 납셨네. 아 궁금하긴 하다. 나도 관전해볼까.

└으악! 포기할 수 없다. 관전방송으로 가자!

시기를 잘 읽은 토이치TV의 한 방송인을 시작으로 어느 순간 하나의 컨텐츠가 돼버렸다.

Unknown Error의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 관전 방송.

심지어 자칭 해설가들까지 납시면서 흥미진진 래딧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 조그만 도화선은 어쩌면 한 남자의 인생에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

.

.

* * *

토이치TV의 한 프로방송인.

로드 오브 로드의 최고 해설자를 자칭한다는 남자가 Unknown Error의 관전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니, 해설방송이라는 말이 올바를까.

└와 프로게이머 관전도 아닌데 이 방에만 7천명이 모였네.

└NONO. 전체 시청자수 따지면 거진 2만 명이 에러갓 방송보고 있다.

└근데 왜 이 방에만 유독 사람이 많은 거냐.

남자의 해설을 듣다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고 해설자는 자칭이라고 하지만 듣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해설의 수준이 썩 괜찮으니까.

어떤 부분에서는, 특히나 게임의 판을 읽는 능력이 NA롤챔스의 정식 해설자들보다 뛰어났다.

그도 그럴 게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이 유명해진 것은 채 2년이 안 됐다.

그것도 북미와 유럽한정이지 불과 1년 전만 해도 최근 발매된 히오스라는 게임을 조금 웃도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반년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

최근에 들어서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E스포츠로서 확실히 자리잡았다.

그래도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아직은 갤럭시 크래프트 때처럼 누구나 원탑이라고 인정할만한 해설자들은 없다.

게임시장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휙 바뀔지 모르니 도전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도 그 이유.

현재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남자는 해설자라는 직업에 과감한 도전장은 던졌다.

그것도 차후의 로드 오브 로드 최고 해설자를 목표로.

물론 남자의 방송에 어느 때나 이 정도의 시청자 수가 모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불과 3달 전까지만 해도 남자의 방송은 시청자 수가 3자리를 넘지 못했다.

그나마 두 달 전부터 입소문을 타더니 한 달 전에 토이치TV와 정식계약을 맺은 후에야 방송인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던 것.

여타 스트리머들처럼 자신의 높은 랭크나 승률등으로 어그로를 끌지 않고 오로지 해설방송으로만 컨텐츠를 이어왔기에, 아직까지 남자는 그렇게 유명하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남자가 Unknown Error 관전 방송 특수를 맞고 상승세를 밟기 시작했다.

"자, 자. 에러갓 보러 오신 분들 팔로우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남자는.

차후 NA롤챔스의 해설자로서 스카웃되는 몬테소리는 큰 목소리로 자신의 방송을 홍보했다.

시청자들에게 파프리카TV로 따지자면 즐겨찾기와도 비슷한 팔로우를 해달라고.

└응 너 하는 거 봐서~

└난 솔직히 롤챔스해설도 그닥이던데ㅋㅋ 일단 들어는 봐줌.

└들어보고 해설 꿀잼이면 구독도 해준다.

구독은 파프리카TV엔 없는 토이치TV만의 독특한 시스템.

구독자는 매달 일정 금액을 스트리머에게 기부한다.

돈이 드는 만큼 어지간하면 하지 않는다지만 방송이 정말로 마음에 들면 할 수도 있는 일.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인을 위해 지갑을 여는 걸 마다하지 않는 이들도 세상에는 제법 많으니까.

때문에 몬테소리를 목청을 높여 최대한 활기차게 해설을 이어나갔다.

"에러갓팀의 상황이 상당히 불리한데요~. 하필이면 봇라인이 2렙 싸움을 대패해 버렸거든요."

Unknown Error가 잡은 라인은 정글.

그것도 카지트 정글이다.

어제는 탑으로 꺼내더니 오늘은 정글을 했다.

아직 연구가 얼마되지 않은 챔프인 만큼 어디로 가도 이상하지 않은 일.

진짜 집중해서 봐야 할 건 지금 게임이 흘러가고 있는 방향이다.

이 판은 아떻게든 이겨야 하는 게임.

반드시 이겨서 흐름을 타야 하는 그랜드 마스터로 향하는 승격전의 첫 판이다.

그런데 첫 판부터 조금 삐그덕, Unknown Error의 봇라인에서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있다.

실력의 문제라기 보단 호흡일까.

봇듀오가 서로에게 불만이 많은지 플레이에서 묻어 나올 지경이다.

"아 서폿 브란도가 2초정도 멈춰 섰죠. 추측하건데 방금 대포 못 먹었다고 원딜 구박했을 겁니다."

└귀신같이 캐치하네ㅋㅋㅋㅋㅋㅋ

└나도 서폿 유저인데 원딜 막타 못치면 암걸리더라

└걍 브란도 서폿한 거부터가 게임할 맘 없는 거 아님?

└NONO. 어차피 그건 토이치도 마찬가지지.

Unknown Error의 팀.

블루진영의 봇듀오인 토이치와 브란도가 2렙싸움에서 대패, 적 원딜러에게 더블킬을 내줬다.

솔직히 이 정도는 그래도 솔랭을 하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이니 그러려니 한다.

문제는 그 이후.

봇라인은 비교적 스노우볼이 느리게 굴러가는 라인인지라, 더블킬을 따인 후에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충분히 자력으로 역전이 가능하지만.

킬을 따인 봇듀오가 서로 니가 못했느니, 내가 잘했느니 잘잘못을 따지느냐 더욱 큰 차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심지어 갱킹가지 당했다.

안 그래도 불리한 상황인데 멍때리다가 적팀의 정글러인 나무카이에게 원딜이 한 번 더 죽고 말았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아이템차이, 그리고 레벨 격차.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가 섞여있는 이런 수준 높은 게임에서 어째서 벌써부터 멘탈이 상한 것일까.

게임상의 채팅 내용은 관전에서 나오지 않아,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는 찰나에 몬테소리가 그럴듯한 해답을 내놓았다.

"제가 관전 방송을 오래 해서 아는데 원래 저 두 사람의 사이가 진짜 안 좋아요. 원래는 보통 닷지가 나는데.. 에러갓의 캐리를 믿고 시작했나 봅니다."

천상계의 원로유저가 아니면 모를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

자존심이 유난히 센 봇라인 유저들은 자신과 안 맞는 원딜 혹은 서포터를 하나하나 외워두고 다닌다.

물론.

천상계라는 구간이 유저 수가 적어 항상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되는 만큼.

가능한한 서로가 조율을 통해 맞추지만 상종 못할 악연은 어딜 가나 있는 법이다.

저 두 사람의 경우가 그러했다.

사실 원딜러가 토이치를 고른 것도 게임하기 싫다는 닷지유도.

서폿 브란도라는 기괴한 픽을 한 서포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Unknown Error는 잘만 쓰는 토이치라지만 일반적으로는 거의 픽이 안되는 비주류 원딜러인 게 사실이니까.

각별히 좋은 챔프만, 꿀챔프만 골라서 써도 아쉬움이 남는 천상계에서는 저정도면 게임하기 싫다고 시위하는 거 다름이 없다.

이렇게 높은 실력대의 구간에서 대충하는 팀원이 있으면 게임 이기는 게 정말로 어려워진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Unknown Error가 점멸갱으로 한 번 풀어준 탑라인.

그 후에 점멸 차이를 이용해 6레벨 솔킬까지 내버린 블러디체리가 가까스로 게임을 유지시키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을 감안해도 형세가 상당히 불리하다는 것은 명명백백하지만.

"에러갓에게 이 정도면 패널티도 아니죠. 아, 때마침 진화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걸 선택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인데요!"

챔피언이 진화를 한다.

현재 Unknown Error가 플레이하고 있는 카지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이다.

카지트는 궁극기 레벨을 올릴 때마다 4가지 스킬 중에 하나를 선택해 진화시킬 수 있다.

어제만 해도 Unknown Error는 궁극기 진화, 그 다음 갈고리 진화를 선택하며 압도적인 캐리를 보여줬다.

그러나 오늘은 라인이 바꼈다.

탑에서 정글.

과연 어제와 마찬가지로 궁극기 진화를 선택할지.

몬테소리를 포함한 시청자들의 이목이 모인 가운데 그가 선택한 진화는.

"갈고리 진화! 저 진화를 하게 되면 외관상으로도 발톱이 길쭉하게 자라나죠. 아무래도 정글링을 우선해 진화한 것 같습니다."

꼭 필요한 부분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몬테소리의 해설.

시청자들은 채팅으로 맞장구를 치며 해설의 수준이 높다고 격찬했다.

그의 말마따나 카지트가 정말 한 순간에 유령캠프를 순삭시켜버렸으니까.

이전에 그가 토이치로 보여준 것처럼 정글몹을 싹슬이하며 성장을 도모할 생각일 터라고, 모두가 몬테소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보여준 캐리방식이니만큼 납득도 간다.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Unknown Error가 향하는 방향은 정글몹도, 심지어 갱킹도 아니었다.

"설마…."

아차하는 생각에 몬테소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프로해설자를 목표로 하는 자신이 말을 흐리는 모습을 보여서야 안되는 일이지만 너무나도 엄청난 생각이 떠올랐기에.

몬테소리는 침착하게 머릿속을 정리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다면 앞으로 엄청나게 흥미진진한 게임 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

해설자로서 자신이 내뱉은 말을 바꾸는 것은 본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과감히 결정했다.

아직은 추측에 불과한 일일지라도 확신이 있기에.

Unknown Error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을 눈여겨 본 몬테소리는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제가 지금 엄청난 생각이 떠올랐는데요. 에러갓은 지금부터 카정을 갈지도 모릅니다!"

사실 카정 자체는 솔로랭크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게임의 수준이 높아질 수록 카정이란 도박수가 사라지는데는 이유가 있다.

서로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이득을 보기 힘드니까.

게다가 적정글은 한 발 빠르게 받을 수 있기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게임이 터진다.

그렇기에 보통은 하지 않는 선택이지만 카지트라면.

몬테소리는 어제 카지트가 고독상태의 적에게 보여준 엄청난 데미지를 회상했다.

물론 그 고독상태라는 게 조건이 상당히 난해한 만큼.

게임의 수준이 높은 천상계에서는 그러한 각을 잘 안 내주는 만큼.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제의 잭트는 라인전 단계에서 카지트에 대해 잘 몰랐던 나머지 고독각을 내주고 말았지만.

래딧에서는 카지트가 뛰어듬과 동시에 미니언 사이에 숨으면 할만하다는 입롤이 오고 갔고 이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내용이다.

어제 Unknown Error의 마지막 게임을 보았던 천상계유저들은 자신이라면 절대 같은 수에 당하지 않는다면 목청을 높였다.

그렇기에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다.

"정글이라면.. 항상 고독상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탑, 미드, 봇라인은 미니언이 근처에만 있어도 고독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욱이 어설프게 들어왔다간 핑와 하나만 박아도 미니언데미지로 역관광을 칠 수 있다.

그러나 정글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정글몹은 어디까지나 중립.

주위에 정글몹이 아무리 드글드글대도 적정글러는 고독상태다.

때문에 Unknown Error가 갈고리 진화를 선택한 이유는 카정을 가기 위함이라는 추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데다 실제로 게임에서 이루어지기 직전이었다.

적정글로 침입한 카지트가 나무카이와 대면하려 한다.

부쉬에 숨어 킬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아이템 차이도, 레벨 차이도 거의 없다시피 한데 과연 킬을 딸 수 있을지.

솔직히 회의적이다.

사르륵..!

레드팀의 정글러 나무카이가 부쉬에 발을 들이자마자.

Unknown Error의 카지트가 은신을 사용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해설을 진행하던 몬테소리조차 침을 꿀꺽 삼키며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무카이가 죽을 거라는 생각은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점멸 반응이 느리지 않는다면 최소한 살 수는 있겠지.

그것은 몬테소리도 마찬가지였지만 설마는 언제나 그렇듯 사람을 잡는 법이었다.

"어, 이거 설마...! 죽..나요?!"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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