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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85화 (18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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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

나무카이의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털릴 노릇일 수밖에 없다.

분명 부쉬를 지나칠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내 카지트가 뜬금없이 나타났으니까.

'두 가지 의미로 깜짝 놀랄 거다.'

사실 적 정글러를 뜬금없이 마주쳤다고 해도 위기라고는 볼 수 없다.

적팀의 정글에 카정을 들어오는 거야 솔랭에서 흔히 있는 일이니까.

그 대비책을 모를 점수대가 아니다.

킬을 먹은 것도 아니거니와 하다못해 레벨링조차 똑같은 카지트가 용케 카정을 왔다며 비웃을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역관광을 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

적팀의 정글러 나무카이는 봇라인에서 토이치를 한 번 따내기까지 했으니까.

성장의 정도만 따지자면 나무카이가 조금은 위인 게 사실이다.

더욱이 이 거리라면 적 미드라이너의 지원도 상당히 빠르게 도착한다.

'세상엔 언제나 예외가 있지.'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이 꼭 하나의 법칙으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은 예외.

6레벨을 찍은 정글 카지트는 이전과는 격을 달리한다.

콰직!

흉칙하기 짝이 없게 생긴 기이한 발톱.

기형적일 수준으로 길쭉하게 자라난 갈고리 모양의 손이 나무카이의 등에 깊숙이 박힌다.

그것만으로도 한 움큼 뜯겨나가는 나무카이의 체력.

연이어 독날이 묻은 평타까지 들어가자 나무카이가 정신을 못 차린다.

체력이 위험할 수준으로 깎였음은 물론이거니와.

카지트의 패시브, 그리고 정글러로서 먹은 레드가 이동속도를 현저히 늦췄으니까.

사르륵..!

나무카이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궁극기로 은신한다.

그로 인 해 한 타이밍 늦어버리는 나무카이의 반응.

은신에서 깨어나자마자 다시 한 번 독날을 내리치며 침을 뱉는다.

이미 절반이상 훌쩍 까인 나무카이의 체력은 다음 갈고리로 죽음이 정해져 버렸다.

쿠루룽!

그럼에도 반항을 하겠다는 속셈일까.

나무카이가 자신을 포함한 아군을 보호시키는 궁극기를 깜과 동시에 일그러진 전진.

내 품으로 파고들어와 손을 크게 휘두른다.

적을 밀쳐내며 둔화시키기까지 하는 나무카이의 Q스킬, 불가사의한 파동.

체력을 회복하는 효과가 있는 평타로 나를 한 번 친 후에야 점멸을 사용해 포탑 쪽으로 도망간다.

불의의 기습을 당했다고는 하지만 원숙함이 보이는 숙련된 대처는 인정해줄만 하다.

내가 만약 리심이나 세코같은 챔프였다면 나무카이는 분명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아군 미드라이너의 지원으로 역관광을 노릴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이번 판에서 고른 챔피언은 카지트다.

그것도 갈고리 진화를 첫 번째로 택한 정글카지트.

쿠화악!

뛰어올라 착지하기도 전에 갈고리로 내려찍는다.

체력수정을 산 덕에 조금 버티는 나무카이지만 카지트의 E스킬, 날개뛰기의 데미지도 무시할 수 없다.

단순한 이동스킬이 아니니까.

상당한 AD계수를 지닌 날개뛰기는 위협적인 스킬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나무카이를 따낸 나는 그대로 도주했다.

다시 뒤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쭈욱.

적팀의 블루지역을 지나쳐 생존을 도모한다.

내가 나무카이를 암습했던 레드지역에는 적 미드라이너 해이애나가 도착해 있을 테니까.

반짝 OP로 떠오른 후 상당한 너프를 먹은 해이애나라지만 여전히 데미지 하나는 강력하다.

경시할 수 없기에 맞상대하지 않고 빠져나왔다.

이미 목적은 달성했으니만큼 아쉬움도 없다.

내가 킬을 한 입 먹은 것만으로도 스노우볼은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 정도 데미지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

카지트는, 특히나 갈고리 진화를 한 카지트는 1:1에서 자비가 없다.

상대에 주변에 아군이 없는 고독상태일때 한정이지만 정글에서라면.

'언제나 혼자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아군이 지원온다고 해도 카지트가 적을 녹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정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면 모르되, 들어왔으면 그 순간 운명은 정해진다.

숨겨진 독날과 레드버프의 둔화량을 합치면 거진 50%가량.

가뜩이나 쿨타임이 짧은 갈고리찍기에 단 두 방만 맞으면 탱커고 나발이고 일방적으로 살해당한다.

설령 아이템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나무카이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카지트는 원래 이런 챔피언이지.'

물론 카지트도 대책없이 센 게 아니다.

암살자로 기획된 챔프이니만큼 패널티가 존재한다.

당연하다.

아무리 유별난 OP챔프들이 생긴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밸런스를 고려해 챔피언을 기획하는 게 게임사의 일이니까.

약점없이 무작정 세기만 한 챔프들은 해이애나처럼 너프가 되기 마련이다.

예를 꼽아볼까.

탤런은 라인전이 약하며 킬을 먹지 못하면 제대로 딜링이 안 나온다는 패널티가 있다.

반대로 라인전이 무척이나 센 암살자, 르풀랑은 후반이 갈수록 힘이 빠진다는 유통기한이 있다.

그러나 카지트의 패널티라 함은 위 두 가지와 종류가 다르다.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약하되, 혼자 있는 적을 상대로는 무쌍이 되는 특수한 개성을 가졌다.

팀게임인 로드 오브 로드에서는 상당한 패널티로 작용할 수밖에 없지만.

'포지션을 정글로 가면 사실상 없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적이 고립된 상태여야만 추가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난해하기 짝이 없는 조건.

라인 카지트로서는 불편할 때가 많지만 정글러로서는 다르다.

정글에는 당연히 미니언이 없다.

때문에 적팀의 정글러가 정글에 오는 것만으로도 이미 고독상태다.

나는 그 이점을 활용해 훌륭히 킬을 만들었다.

심지어 나무카이의 점멸도 뺐으니 당분간 아군 라이너들의 갱킹위협도 크게 줄어든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꺼트렸다.

'이제 천천히 완성시킨다.'

어차피 궁극기도 없으니 한동안은 몸을 사리는 편이 옳다.

적들도, 특히나 미드라이너인 해이애나가 신경이 바싹 서있을 테니까.

게다가 내가 첫 진화로 갈고리를 선택한 이유는 오직 카정을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쿠화악!

날개뛰기로 벽을 뛰어넘아 빠르게 정글캠프를 오가며 정글몹을 싸그리 잡는다.

고독상태에 빠지면 추가 데미지를 입는 건 정글몹도 마찬가지.

빠른 속도로 정글을 한 바퀴 돌아 목표했던 아이템을 살 돈을 갖췄다.

도마뱀 장군의 혼령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지.'

솔직히 말해 카지트 정글은 6레벨 이전까지는 정글링 속도도, 체력유지도 상당히 안 좋은 편이다.

그렇기에 2레벨 카정을 흔히 선택하지만 불안정한 수를 승격전에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차피 안정적으로 해도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는데 그런 도박수를 뭣하러라는 생각.

그리고 게임도 내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

도마뱀 장군의 혼령이 완성된 이상 눈덩이를 불리는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다.

굳이 갱킹을 선택하진 않는다.

적팀이 예상하고 있는 수를 피하고 뒷통수를 치는 게 전법의 기본.

갈고리를 진화시켰다는 이점은 고작 하나나 둘이 아니니까.

정글몹을 빨리 잡는다는 말은 당연 오브젝트 또한 포함되기에.

콰직!

15분에 젠이 되는 바론백작을 제외한다면 소환자의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다고 할 수 있는 드래곤.

갈고리가 스칠 때마다 용의 체력이 뭉텅뭉텅 깎여나간다.

들킬 위험은 없다.

날개뛰기로 벽을 뛰어넘어 온 데다 핑크와드로 혹시 주위에 와드가 있나 체크까지 해놨다.

게다가 이토록 빠른 속도로 솔로드래곤을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가 없다.

꾸어어억!

용이 처치되었다는 신호음.

친절하게 메세지까지는 뜨지 않는다지만 처절하게 울리는 용의 비명은 소환자의 전장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똑똑히 울린다.

그 덕에 봇라인에 투닥투닥 싸우고 있던 봇듀오가 잠시나마 싸움을 멈췄다.

토이치[0/2/0]-땅바닥만 터트리는 서포터때문에 암걸리던 참인데 감사합니다^^

브란도[0/1/0]-닥쳐라, 무지몽매한 것! 내 서포팅은 예술, 그리고 예술은 폭발이다.

블러디체리-[2/0/0]-작작들 하시고 게임 좀 합시다.. 하루 이틀 볼 사이도 아닌데 만날 때마다 이러시네;

차후 패치를 통해 버프 형식으로 바뀌는 용이지만.

현재 용은 4킬에 가까운 글로벌 골드를 주는 보물 고블린과 다름없다.

고블린보다는 조금 반항이 심한 건 맞다.

그래도 어마어마한 선물보따리 각 팀원들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붙을 리가.

각 라인에 돌아간 선물 보따리로 인해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

봇듀오는 라인전을 조금 더 버틸 기운이 생겼고.

탑블러디는 더욱 거세게 라인을 몰아붙인다.

동등했던 미드라인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변화는 바로바로 꽃피지 않는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확실히 말하자면 킬이 터져나와야 촉진시킬 수 있다.

때문에 내가 움직인다.

갈고리를 진화시킨 카지트 정글의 무서움을 각인시켜 준다.

'우선은 탑부터.'

망한 라인에는 갱을 가지 마라.

그런 명언이 있지만 당연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판에서는 그 케이스가 맞다.

봇라인은 조금 더 내비두기로 하고.

나는 확실히 딸 수 있는 탑라인으로 향했다.

블러디가 상당히 잘 컸기에 설사 역갱이 온다고 해도 질 수가 없다는 판단.

아니, 애초에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촤아앙!

아군 탑라이너 블러디체리의 궁극기, 붉은 감염이 잭트의 발밑에 퍼진다.

블러디체리가 연이어 쿨럭쿨럭 각혈을 토하며 자신의 모든 스킬을 쏟아붓는다.

붉은 감염의 효과에 의해 추가되는 데미지는 만만찮다.

하지만 적은 포탑을 끼고 있는 상황.

만약 역갱이 덮쳐온다면 당연 위험할 수 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절대 다이브를 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오더를 내렸다.

절대 무리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다.

애매한 감이 아닌 철저한 계산 하다.

'역시 그렇겠지.'

적 나무카이는 과감히 탑을 버렸다.

매정하지만서도 점수대에 어울리는 날카로운 판단력이다.

망한 라인에 갱을 가지 마라는 명언은 적 또한 알고 모를 수 없을 테니.

그렇기에 나무카이는 탑을 버리고 아군의 봇라인을 노렸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봇라인에서 적신호가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무시하고 탑라인의 다이브를 마무리했다.

어차피 따인다 해도 큰 손해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

정글러로서 이런 부분은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

'사고치고 다니는 놈의 수명이 약간 단축됐을 뿐.'

어차피 봇라인은 라인전을 하고 있을 뿐이지 망한지 오래다.

안 그래도 원딜과 서폿 둘 다 게임 제대로 할 마음이 없어 보이는데.

둘을 같이 냅두면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다가 계기가 생기는 순간, 게임을 대놓고 던지기 시작할 거라는 게 눈에 선하다.

그러한 꼬라지를 랭크게임하다 한두세 번 본 게 아니니만큼 아주 잘 알고 있다.

물론 어차피 망했으니 죽어도 상관없다는 뜻까지 아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트롤선언을 한 건 아니니까 데리고 가야 한다.

게다가 다 죽는 것도 아니다.

저렇게 싸워버리면 서로에 대한 의리가 전혀 없기에 전화위복, 전멸을 면할 수도 있는 법이니까.

토이치[0/2/0]-어휴, 브란도 또 죽어 주네. 서폿차이보소~

브란도[0/2/0]-닥쳐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예술가의 혼은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트롤주제에 꽤 멋있어보이는 건 둘째치고 일단은.

생존기가 없는 브란도는 죽을 수밖에 없었지만, 토이치는 미련없이 브란도를 버린 덕에 은신으로 유유히 살아나올 수 있었다.

킬을 하나밖에 내주지 않았다면 큰 손해는 아니다.

결정적으로 용이 없다.

내가 솔로드래곤을 한 것은 차후의 운영도 감안한 판단이었으니.

추가로 나갈 손해라고는 겨우 포탑 하나 뿐이다.

그나마 그 포탑조차 내가 탑에서 잭트를 따냄으로서 교환하는데 그친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적 나무카이와 봇듀오에 의해 봇라인의 포탑이 빠르게 파괴시켰다.

얼핏 적신호로도 들리지만 사실 포탑을 밀어준다면 좋은 건 오히려 우리다.

드디어 저 골치 아픈 봇듀오를 떼어 놓을 수 있게 됐으니까.

토이치[0/2/0]-드디어 라인전 끝났네. 암덩어리 BYE BYE~!

브란도[0/2/0]-닥쳐라! 진정한 예술가는 언제나 사라지고 나서야 인정을 받는 법. 너는 곧 몸서리치며 후회하게 될 거다.

라인전이 끝났다는 사실에 순수하게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는 토이치.

브란도도 컨셉은 유지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비슷할 터다.

저 컨셉이 언제까지 이어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게임은 눈에 띄지 않게, 하지만 확실하게 조금씩 풀려나가고 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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