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86화 (18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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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

양 팀의 1차 포탑이 사이좋게 파괴됐다.

포탑이 파괴됨으로서 강제로 끝나는 라인전.

그렇게 라인전이 끝나버리면 다음 수순은 으레 용싸움이 되기 마련이지만 하필이면 그 용이 없다.

내가 몰래 숨어서 솔용을 해버렸기 때문.

다음 용이 젠되려면 아직 한참은 남았다.

그렇기에 양팀은 정글몹과 미니언들을 먹으며 안정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다.

로드 오브 로드의 시즌2 메타는 기본적으로 한타지향형.

용이 젠되기 전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거야 자연스러운 평소 흐름이었다.

하지만 어딜 가나 이단아는 있는 법.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카지트는 성장과정부터 시작해 모든 게 정규적인 틀에서 벗어난 챔피언이다.

나는 조금 더 시간을 끄는 동시에, 폭발적인 성장을 해내기 위해서 난전을 택했다.

당연히 나 혼자 난전한답시고 난리를 칠 수는 없다.

팀원에게 맞춰주지 않는다고 소리를 꿱꿱 지를 수 없는 노릇이니.

때문에 내가 선택한 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운영방식이다.

흔히 말하는 역할 분담.

탑에 있는 블러디가 원래 하는 것을 조금 더 과격하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

츄왁!

블러디체리가 각혈을 흩뿌리며 탑라인을 쭉쭉 밀고 있다.

이렇게 라인을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상대 탑라이너인 잭트는 고통받는다.

물론 이는 자칫 삐끗하면 죽음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행위.

적팀의 진영에 가까워질 수록 당연 갱킹이나 로밍에 당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블러디는 멈주치 않고 라인을 푸쉬하며 잭트를 CS 하나조차 먹기 힘들게 부단히 괴롭힌다.

당연한 흐름일까.

그 과정이 계속되자 미니맵에 두 명의 적이 모습을 보였다.

적팀의 정글러 나무카이, 그리고 라인전을 마치고 올라온 서포터 모르피나.

두 명의 적은 블러디가 도망갈 구석을 주지 않게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갈라져 포위망을 구성했다.

바로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블러디체리는 제 역할을 소화해줬다.

이제는 내가 움직일 시기다.

삼거리를 빙돌아 블러디의 뒤를 노려오는 것은 모르피나.

그도 그럴 게, 모르피나의 스킬구조는 블러디체리를 완벽히 카운터친다.

적을 밧줄로 둔화시키며 3초라는 시간이 지나면 스턴을 거는 궁극기와 마법데미지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다크실드까지.

더군다나 봇라인에서 킬을 먹고 성장까지 잘한 모르피나이기에 블러디에게 역으로 죽을 죽을 일은 없다.

스턴과 연계되는 속박까지 맞는다면 블러디를 거진 5초이상 꽁꽁 묶어둘 수 있다.

실로 완벽한 카운터.

그렇다.

블러디체리에게는 말이다.

사르륵..!

삼거리를 지나치기 전에 와드를 박는 것은 숙련된 서포터에게 있어 실로 습관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좋은 습관이 이번에는 발목을 잡는다.

와드를 박을 수 있는 거리는 상당히 짧으니까.

모르피나가 와드를 박기 직전, 나는 아공간 암습을 사용해 숨었다.

아주 잠깐이면 된다.

모르피나에게 접근해 한 방만 내려찍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끝난다.

콰흑!

독날이 묻은 평타가 모르피나에게 박히며 큰 데미지와 함께 둔화시킨다.

모르피나가 다크실드 반응을 하기 전에 선수를 친 것.

다크실드로 둔화와 패시브 데미지를 상쇄시킬 시간을 주지 않는다.

속공속결로 처치해낸다.

콰직!

모르피나가 뒤늦게 다크실드를 사용하지만 카지트의 갈고리찍기는 순수한 물리데미지다.

뿐만 아니라 패시브를 제외하면 모든 스킬이 온통 물리피해 뿐이다.

서포터인 모르피나가 두동강이 나는 건 예정된 수순일 수밖에.

─적을 처치했습니다!

지근거리에서 던진 속박은 피할 수 없었지만서도 상관없다.

속박이 풀리자마자 뛰어들어 아공간 암습으로 거리를 좁혀 다시 한 번 갈고리를 박아 넣자 가뿐하게 마무리.

고립된 이상, 블러디체리를 포위하기 위해서 양 쪽으로 나뉘어진 시점에서 운명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블러디체리[2/0/1]-에러갓! 한 번 더 GOGO?

완벽한 역할분담.

즉, 지금 내가 블러디체리와 짜고 해낸 것은 흔히 말하는 미끼를 이용한 사냥법이다.

블러디체리라는 큼지막한 먹이는 결코 혼자서는 먹을 수 없기에 적팀은 최소 두 명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

나는 사냥꾼들이 블러디체리라는 먹이에 관심이 팔게 만들고 역으로 사냥해냈다.

의도적으로 적팀을 갈라지게 만들고  뒤에서 사냥꾼을 사냥한 셈이다.

'미리미리 와드를 깔아두었기에 가능했던 거지만.'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적 레드지역을 환하게 밝혀두지 않았다면 당연 불가능했을 역사냥이다.

블러디체리가 탑라인을 무리하게 압박하기 전에 미리, 적 레드지역은 전부 먹어둔 보람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똑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해주진 않을 터다.

나에게 먹힌 레드 지역의 시야부터 복구하고 천천히 블러디체리를 압박할 터.

하지만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내가 의도했던 대로 적팀은 레드지역을 되찾느냐 발목이 붙잡혔다.

그 사이에 나는 아군 정글을 유유히 돌아 레벨링과 아이템을 갖춘다.

그렇게 나온 좋은 아이템과 높은 레벨을 이용해 적팀을 다시 한 번 교란시킨다.

다음으로 노리는 상대는 적팀의 원딜러 미스터 포텐.

봇라인의 밀린 웨이브를 받아먹으러 올 것을 예상한 나는 부쉬에 숨어있다.

나는 먼저 아공간 암습을 사용해 앞 쪽의 부쉬로 이동했다.

사르륵..!

은신의 효과 덕에 부쉬 사이를 지나치는 순간을 들키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아공간 은신의 쿨타임이 돌아오자마자 내달렸다.

기동력의 신발에 아공간 암습의 이동속도 상승이 더해지자 가히 폭발적.

미포와의 거리를 한계까지 좁힌 나는 뛰어들었다.

쿠화악!

날개뛰기를 사용해 미스터 포텐에게 도착하자마자 먼저 내려치는 건 평타.

독날과 레드가 묻은 평타가 미포의 이동속도를 반절이하로 깎아버린다.

적에게 피해를 입기 전까지 기동력의 신발급으로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미포의 패시브가 꺼졌기 때문.

이제 찬찬히 훑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푸직!

점멸을 사용해 도망가보지만 소용이 없다.

오히려 점멸을 씀으로서 고독상태에 빠지게 됐다.

따라잡아 갈고리로 등을 찍고 마무리로 침을 내뱉자 타들어가는 미스터 포텐.

도마뱀 장군의 혼령과 레드의 고정데미지가 미포의 목숨을 확실하게 빼앗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Unknown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미포를 처리함으로서 얻는 것은 골드만이 아니다.

용한타 직전에 원딜이 죽었기 때문에 적팀은 당분간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벌어낸 시간동안 나는 유유히 정글 한 바퀴.

무난한 레벨링으로 목표했던 11레벨을 찍을 수 있었다.

꾸득!

꾸드드둑!

시간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했기에 적팀을 아주 벌집 쑤셔 놓듯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듯한 성과를 낸 데다 무엇보다 레벨링이 마음에 쏙 든다.

이번 용한타에서 두 번째 진화의 위력을 뽐낼 수 있게 됐으니까.

11레벨을 찍은 내가 선택한 진화는 당연히 날개.

이전처럼 궁진화를 첫 번째로 하지 않았기에 두 번째 진화로는 날개가 제격이다.

궁진화가 갈고리진화와 상성이 좋듯.

갈고리진화는 날개진화와 상성이 괜찮다.

그럴 수밖에.

생존성을 늘려주는 궁진화가 단일 딜링을 늘려주는 갈고리 진화와 궁합이 맞는 것처럼.

고립된 적 하나를 순식간에 마무리할 수 있는 갈고리 진화는 킬리셋의 효과가 있는 날개진화와 궁합이 맞다.

이제 남은 것은 한타에서 어떤 활약을 해낼지 일까.

소환자의 전장에 있는 모두가 용 앞으로 모이고 있다.

특히나 적팀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터.

언제 어느 때 덮쳐올지 모르는 카지트의 위협이 끝났기에 속으로 환호성을 내지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어느 쪽이 더 숨 막힐지.

그리고 심장을 두근두근 펄떡이게 만들지는 직접 격어 보기 전까지는 감이 오지 않는 법이다.

.

.

.

* * *

몬테소리의 방송에서 눈이 빠져라 Unknown Error의 게임을 관전하던 시청자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드디어 중반 타이밍의 한타 시간이 도래했다.

길고 지루하던 라인전이 끝나고 게임의 엑기스라 불릴 수 있는 한타가.

당연 열광하고 환호해야 할 시간이지만 이상하게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영 뚱하다.

Unknown Error의 게임은 라인전이 한타보다 재밌다는 게 그 이유.

└Error갓은 운영이 제 맛인데, 좀 더 보고 싶다.

└한타도 엄청 재밌게 하지만 운영, 특히 은신암살이 기가 막히지.

└은신을 저렇게까지 교모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에러갓 뿐일걸?

적 레드지역을 장악하고 빙글빙글 돌며 술래잡기.

그리고 미스터 포텐이 봇라인에 얼굴을 비추는 타이밍을 정확히 계산해 따낸 솔킬까지.

그 재밌었던 암살운영은 안타깝게도 용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서 끝이 났다.

그만큼 용은 절대적으로 챙겨야 하는 오브젝트니까.

카지트 뿐만 아니라 소환자의 전장에 있는 모든 챔피언들이 용 근처에 모이기 시작했다.

다시금 부활해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하는 용 앞에서 불꽃 튀기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로를 향해 스킬을 날리며 체력을 갉아먹는다.

하지만 그 본질이 단순한 포킹이 아닌, 어느 한 팀이 용을 먹지 못하게 견제함과 동시에 시간을 끌거나 당기는 것이라는 사실.

미니언들간의 싸움이 이기고 있는 팀은 조급할 게 없다.

대치로 시간만 때워도 미니언들이 알아서 이득을 챙겨주니까.

역으로 미니언간의 싸움이 지고 있는 팀은 마음이 급해진다.

용을 먹혀서 나가는 돈도 글로벌 골드지만.

타워에 의해 죽는 미니언들, 그리고 미니언들에게 타워가 깨지기라도 하면 그것 또한 손해니까.

그러한 복잡한 사정을 대부분의 일반 시청자들이 알 도리가 없기에.

그리고 게임을 복잡하게 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지만.

이를 재밌게 풀어줄 수 있는 해설자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해설자의 수준이 높아질 수록 같은 경기도 더욱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이유.

괜히 수준이 높은 해설자가 유명 프로게이머와 동급의 명성을 받는 게 아닌 것이다.

그러한 최고 수준의 해설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몬테소리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한타대치의 순간에서도 멈추지 않고 해설을 이어나갔다.

"지금 대치가 길어질 수록 라인손해를 보게 되는 건 에러갓의 팀이거든요~. 정말 칼같은 이니시가 필요합니다!"

이니시.

단순히 포킹만으로 적팀의 몰아내는 건 한계가 있다.

물론 특정 챔피언이 무척 잘 큰다면 정말 포킹만으로 상대를 말려 죽이는 일이 종종 나오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특수한 케이스.

적어도 이번 게임에 한해서는 그럴 수 있는 성장도의 챔피언이 없다.

이 지루한 대치상황을 끝내려면 시기적절한 이니시가 필요하다.

몬테소리의 말마따나 라인이 밀리고 있는 Unknown Error의 팀에서는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이니시를 열 수 없을까.

포탑을 압박하는 미니언들을 보며 시청자들이 조마조마하던 순간에 블러디체리가 움직였다.

"블러디가 총대를 멥니다! 유령화 키고 슬라이딩! 붉은 감염이 환상적으로 들어갔어요!"

유령화를 킨 블러디체리가 막무가내로 달려나갔다.

날아오는 모르피나의 속박을 핏물로 변해 피하기까지 하면서.

블러디의 유일한 생존기인 핏물화를 막 사용하는 건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상당한 리스크를 짊어진 이니시.

그 가상한 노력덕분에 블러디는 적팀의 면전까지 닿는데 성공했다.

촤아앙!

적팀에게 도달하자마자 궁극기를 꽂아 넣는 블러디.

붉은 감염이 넓다랗게 퍼지며 3명의 적을 오염시킨다.

그렇게 오염된 적은 4초동안 받는 피해량이 증가된다.

블러디는 연이어 각혈을 토하며 자신의 모든 스킬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혼자서 넣는 딜링은 한계가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이제 상대팀의 역공이 시작된다.

무리한 이니시를 열은 대가를 받아야 할 차례가 왔다.

적팀의 원딜러 미스터 포텐과 해이애나가 달려들어 블러디체리를 향해 스킬세레를 날렸다.

그 위기일발의 순간에.

"조냐! 잘 큰 블러디의 위력을 톡톡히 보여줍니다. 이니시 제대로 걸렸죠!"

조냐의 물시계.

2.5초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동상이 되는 대신 피해 또한 받지 않는다.

그렇게 벌어낸 황금같은 시간.

Unknown Error팀의 미드라이너 구리가스가 놓치지 않고 뛰어들어 거대한 술통을 내던졌다.

파아아앙!

시원하게 터지는 술통이 적팀의 진영을 반으로 갈라놓는다.

블러디체리의 붉은 감염과 술통이 더해진 콤보는 광역딜만으로 적팀의 딜러진을 걸레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적팀의 정글러는 나무카이, 아군의 피해를 줄이는 궁극기가 있다.

더욱이 룬방패로 아군딜러진의 마법저항력을 올려줌과 동시에 청동의 톨라리 펜던트를 사용해서 피해를 상당히 줄여냈다.

양념을 쳤을 뿐이지 마무리해냈다고 보기엔 한참은 부족한 상황.

유효타를 먹인 건 좋았지만 주요 궁극기가 두 개나 빠진 셈이니 Unknown Error팀이 유리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치고 있는 채팅창에는 불이 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진정한 에이스가 날개를 펼쳤으니까.

팀원들의 수고스럽게 그려준 밑그림을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카지트가 날아올랐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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