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87화 (187/803)

187====================

그랜드 마스터

기동력의 신발과 아공간 암습의 순간이속을 살려 빠르게 돌진했다.

그리고 은신이 풀리자마자 날아올랐다.

노리는 것은 하나.

점멸이 빠진 채 허우적 대고 있는 적팀의 원딜러 미스터 포텐이다.

콰직!

정확히 계산했다.

터지는데 4초의 시간이 필요한 블러디체리의 붉은 감염이 미포의 체력바를 쭈욱 깎아낸 직후.

내 카지트의 갈고리가 미포를 찍어 숨통을 끊어냈다.

그러고서 지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적팀의 진영을 횡단해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

적팀의 입장에선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모기에 쏘인 느낌일 터다.

현실에서야 고작 피부가 부어오르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로드 오브 로드에서는 다르다.

원딜이, 그것도 적팀에서 가장 잘 컸다고 할 수 있는 미스터 포텐이 죽었다는 것은 한타 지속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니까.

더군다나.

'이제는 도망도 못 치지.'

내가 적팀의 진영을 두 번이나 점프해서 횡단해버린 탓에 한 마디로 적팀은 포위가 돼 버렸다.

앞에는 아군 4명, 뒤에는 나 하나.

하지만 단순히 숫자로만 계산할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 틈을 보인 순간 한 놈이 죽고.

그 한 놈은 두 놈, 세 놈이 돼버릴 테니까.

애초에 뒤를 잡힌 시점에서 가망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군 4명이 적팀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정말 망하기는 했지만 요긴한 패시브 덕에 제법 딜이 들어가는 듯한 브란도와 토이치.

어떻게 보면 참 어울리는 한 쌍이다.

그 트롤 듀오 중 하나, 브란도가 던진 불덩이가 고립각을 피하느냐 옹기종기 모인 적팀들 사이에서 탱탱볼마냥 튀겨댔다.

펑! 퍼엉! 퍼어엉!

브란도가 지껄이길 예술은 폭발이라고 했던가.

예술인지는 모르겠지만 튀기고 튀기는 불똥이 야무지게 바른 양념은 참 먹음직스럽다.

어떻게 보며 맛있는 음식도 예술의 한 종류니까 납득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나는 양념이 맛깔나게 발라진 적팀을 향해 움직였다.

사르륵..!

두 번째 궁극기.

비전투시 이동속도를 대폭 증가시켜주는 기동력의 신발로 적의 후방을 완전히 잡고 있던 나는 다시금 아공간 습격을 사용해서 재진입했다.

궁극기 진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으로 궁극기는 끝이지만 먹음직스런 먹잇감이 많다는 게 중요하다.

킬리셋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으니까.

아직 날개뛰기는 쿨타임이 남아있지만 과감히 움직인다.

푸슉!

침을 내뱉자마자 점멸.

미리 내뱉었던 침이 적팀의 서포터 모르피나에게 직격하자마자 점멸로 다가가 평타를 긋는다.

양념이 제대로 쳐져 있던 모르피나는 그것으로 죽은 목숨.

모르피나를 마무리함으로서 다시 한 번 날개뛰기의 쿨타임이 돌아온 나는 날아올랐다.

다음 대상인 나무카이에게로.

콰직!

너무나도 손쉽게 썰린다.

아군이 3AP라고 마법저항력만 아이템만 잔뜩 올린 탓에 나름 탱커인 주제에 두부나 다름없는 나무카이.

찌개용 두부까진 아니고 딱 부침용 두부 정도의 식감일까.

가뿐히 나무카이를 가볍게 썰어버리고 남은 적팀들을 하나하나 마무리했다.

─트리플 킬!

Unknown Error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비공식 쿼드라.

처음 미스터 포텐을 잡았을 때 후방에서 다소 길게 재진입각을 노린 탓에 트리플 킬이 돼버렸다.

하지만 어찌 됐건 결과적으로 4킬.

사실 따지고 보면 아군들이 광역딜로 양념친 거 에 숟가락만 얹진 셈이지만 카지트가 이래서 좋다.

팀이 판만 잘 짜주면 막타치기 이보다 더 좋은 챔피언이 없을 정도니까.

물론.

'그게 쉬운 건 아니지만.'

W선진화를 하는 포킹형 카지트는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편이지만 갈고리 진화 카지트는 그렇지가 않다.

자신의 딜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하면 킬리셋을 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아니 CC기 연계에 허우적대다 죽는 일도 흔하다.

역으로 자신의 딜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하면 킬을 딸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카지트는 나한테 상당히 잘 맞는 챔피언.

적팀의 움직임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계산하는 나에게 최적화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바론백작을 처치했습니다!

한타에서 완전히 대승을 할 수 있었기에 가져갈 수 있는 전리품의 격이 달라졌다.

15분이 되자마자 정확히 젠이 된 햇바론!

블러디체리와 구리가스가 몸을 대고 내가 갈고리로 내려찍으니 잡아낼 수 있었다.

바론을 잡음으로서 얻은 버프와 5킬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글로벌 골드.

토이치[1/2/3]-못 컸는데도 이 정도 딜링하는 게 원딜 클라스차이 아니냐?

브란도[0/3/5]-전장을 아름답게 수놓던 폭발의 예술이 네 옹이구멍에는 들어오지 않았단 말인가? 애석할 지고.

순식간에 벌어진 격차는 봇라인에서의 패전을 잊게 만들기 충분했다.

바론버프가 끝나기 전에 몰아붙인다.

가장 잘 큰 사람이 나와 블러디체리기에 충분히 강제 다이브가 가능하다는 판단.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바론버프를 두르고 미드라인의 2차포탑을 푸쉬한다.

적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하나정도 내줘야지 하는 심정으로 2차포탑을 포기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대로 기세를 살려 다이브한다.

촤아앙!

앞장서서 길을 뚫는 건 블러디체리.

붉은 감염이 원형으로 퍼지며 억제포탑 주변에 포진된 적들을 오염시킨다.

핏물화와 조냐라는 확실한 생존기, 워울프의 심장으로 체력까지 빵빵한 블러디가 믿음직스럽게 적의 공격을 받아내준다.

그렇게 앞에서 조금 버텨주기만 하면.

파아아앙!

구리가스의 술통이 적 진영 한 가운데에 제대로 직격한다.

맞은 상대를 멀리 밀어내는 효과에 의해 사방으로 튀는 적팀들.

나는 그 찰나의 혼란을 놓치지 않고 뛰어들었다.

푸드덕!

튕겨져서 고립돼버린 모르피나.

가장 약한 적부터 노리는 건 병법의 기본이라 하던가.

잡아먹는다.

콰직!

속박구체를 던지며 다소의 저항을 해온다 해도 상관없다.

애초에 맞는 것을 상정하고 들어갔으니까.

맞자마자 바로 금은 장식 머리띠를 사용해 풀어낸 나는 모르피나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내가 모르피나를 하나 따낸 사이.

블러디체리는 핏물화와 조냐를 적절히 사용해 끈덕지게 버텨주고 있다.

구리가스는 술통을 굴려 적팀의 딜러진을 압박해준다.

토이치와 브란도 또한 언제 싸웠냐는 듯 다정하게 앞라인을 녹이고 있었다.

모르피나를 따낸 나는 다시 한 번 날아올랐다.

아비규환의 전장에 마침표를 찍어주기 위해서.

푸드덕!

딸피가 있는 곳에 카지트가 있으리.

아군이 맛있게 양념을 쳐두면 귀신같이 눈치채고 뛰어들어 두들겨 팬다.

이전의 한타에서 대패하고 바론까지 먹히자 전의를 상실해버린 적팀들.

몰아붙여 마무리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수가 줄어들수록 더욱 가속도가 붙으며 먹잇감으로 전락한 적팀을 한 입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웠다.

─Unknown Error님은 전설적입니다!

마무리..!

무리와 날카로운 이니시는 한 끝 차이라고 하던가.

두 번 연속 한타를 제대로 열어준 블러디체리의 수고와 더불어 나의 활약.

앞을 막을 자는 모두 죽었다.

타워에 몸까지 대며 쌍둥이 포탑을 밀고 넥서스까지 전진해 게임을 끝냈다.

토이치[2/2/6]-처음 하는 챔프로 캐리! 재능충 오져버렸다~.

브란도[0/3/9]-예술이란 것은 하루 이틀 사이에 완성되는 게 아니거늘, 이것이야말로 기다림의 미학, 완숙된 예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법이다.

블러디체리[4/0/11]-담부터 님들 만나면 걍 닷지함. 아 에러갓 말고요.

[구리가스[1/1/8]-수고링~! 버스굳!

팀원들의 채팅이 제각각 따로 노는 느낌은 심각하게 있지만 어쨌든.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의 첫 판을 무사히 승리로 마칠 수 있었다.

봇듀오 삐그덕거려 상당히 불안했는데.

역시 못하는 팀원이 있다면 잘하는 팀원도 있는 법.

블러디체리가 키워준 값 제대로 해내며 답답한 감 없이 스무스하게 이니시를 열어준 덕에 내가 캐리하는 그림이 쉽게 나올 수 있었다.

이대로 기세를 타서 승격전을 빠르게 끝내버리면 될 터.

라고 생각했는데.

'뭐야, 벌써 소문이 퍼졌잖아?'

큐가 잡히는 시간에 얼핏 래딧을 살펴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어떻게 바로 알아챘는지.

내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소문이 퍼지고 심지어 관전방송까지 생긴 모양.

자고 일어나서 얼마 안 있어 조금 뻔하다면 뻔한 타이밍에 돌리긴 했다지만 토이치TV에서 관전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수가 상당하다.

다 합치니 어제 내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의 수보다도 훨씬 많다.

그런데 관전방송들 중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몬테소리라…. 이 사람 방송을 엄청나게 많이 보네.'

단순한 관전 방송이 아닌 해설을 병행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시즌2의 롤방송 해설은 질이 괜찮은 곳이 없어 어중간한 해설은 게임보는데 방해만 되던데.

모르긴 몰라도 이 정도 시청자수가 모인 것 보면 해설을 괜찮게 하는 듯 하다.

그러고 보면 몬테소리라는 넉자,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기도 한데.

일단 당장 생각나는 건 TV광고.

어렸을 때 TV보다가 엄청나게 들었다.

자동으로 대뇌 재생이 되는 듯한 몬테소리 교육광고!

하지만 이게 아니다.

'아니. 그 사람, 그 사람 맞지?'

북미의 롤챔스와 더불어 특히나 롤드컵 해설진으로 유명한 외국인.

그의 이름이 분명 몬테소리였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그는 시즌2 롤챔스 윈터시즌부터 정식으로 해설자 자리를 맡게 된다.

더군다나 롤챔스를 시발점으로 급속도로 유명해져 어지간한 프로게이머들보다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게 되는 해설가.

그가 바로 몬테소리다.

내가 그 몬테소리의 아마추어 방송인 시절을 보게 되다니.

정말로 감격스럽지 않다.

그냥 까놓고 배 아프다.

'로드 오브 로드가 그렇게나 인기가 많은데도 괜히 제대로 된 해설자가 몇 없는 게 아니지.'

솔직히 배가 안 아플 수가 없다.

해설자라는 건 정말 몇 타고나지 않는 재능의 영역이다.

해설 별 거 아닌 거 아니냐고, 그냥 게임 지식 쭉쭉 읊으면 어찌어찌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단언컨대 해설은 프로게이머보다도 심각하게 철저히 재능의 영역이다.

안되는 사람은 아무리 해도 안될 정도다.

그 있지 않은가, 굿게임이라는 방송국 해설진들.

정말 수년을 해도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

그런데 몬테소리는 방송 초기부터 잘했다.

시간이 지나니 더 잘해졌다.

내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던 시절에도 그의 해설은 그냥 들으면 노래마냥 흥겨울 정도.

이런 게 재능충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윈터시즌…. 반드시 몬테소리가 내 이름을 열광하게 만들어주지.'

약간의 동기가 더해졌다.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승격전을 마치는 게 먼저.

5분 넘게 돌아가던 천상계의 큐가 때마침 잡혔다.

쿠웅!

나는 재빨리 수락을 눌렀다.

저격이 붙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승격전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

어제 개인방송 막바지에 저격붙은 꼬라지보니까 시간 끌다간 못 볼 꼴도 볼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팍 섰다.

내가 오늘 괜히 방송을 안 키고 승격전에 임한 게 아니다.

승격전을 깔끔하게 패스한 후에 개인방송으로 자랑하려고 했는데, 세상일이라는 게 참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를 않아준다.

'후, 그래도 일단 저격은 없는 것 같네.'

승격전이기에 닷지를 할 수도 없어 신경이 더욱 쓰이는 노릇.

물론 아직까지는 안심하긴 이르지만 저격밴이 없다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웃어주는 부분이 두 가지나 더.

-에러갓! 저 키워준 값 제대로 하는 거 아시죠? 이번 판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전 판에서 같이 게임을 했던 블러디체리.

다른 유저는 몰라도 블러디는 확실히 잘했다.

복불복보다는 역시 믿음직한 안전빵.

픽창부터 기분이 좋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오호호호! 전화위복 제대로 하는구만.'

적팀이 토이치를 픽했다.

만약 이전 판이 없었다면 혹시 내 픽을 뺏어가려는 건가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전 판에서 트롤 토이치와 게임을 했으니까.

솔로랭크에서 볼 일이 상당힌 드문 토이치.

여기 구간 점수대쯤 되면 이전 판에서 또 보는 건 굉장히 흔한 일이기에 기대가 되는 노릇이다.

부디 그 분이기를.

그리고 또 브란도 픽해서 서로 싸우고 난리고 나기를.

염원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참 원하는 대로 되지를 않는다.

'서폿을 제대로 된 챔프하는 것 보니.. 혹시 그냥 토이치 유저인가?'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토이치라는 챔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원딜유저는 찾아보면 분명 있으니까.

얼마 전에 내가 다이아 구간에서 팀독나타스 듀오를 상대로 만났을 때.

그때도 독나타스의 원딜러가 토이치를 연습하고 있었다.

아주 설마하는 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과대망상이겠지….'

어제 독나타스를 만난 게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프로게임단이, 그것도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CLC에 비견가는 독나타스가 할 짓거리 더럽게 없는 것도 아니데 설마.

나를 저격하는 일이 있을 리가 있나.

어차피 닷지를 할 수도 없으니 해야 하는 게임이다.

곧 게임이 시작되면 찝찝함을 전부 떨칠 수 있을 터.

어쩌면 이전 판으로 인해 사이가 안 좋았던 토이치와 브란도가 화해를 하고 제대로 게임을 하기로 한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설마하고 시작한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의 두 번째 판.

세상일이라는 게 참 원하는 대로 풀려 주지는 않고.

설마라는 놈은 참 사람을 잘 잡는다고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귀찮으실 텐데도 잊지 않고 추천눌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분들 항상 고맙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