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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
'나를 저격한 진의가 미심쩍었는데.'
오늘로서 확신이 섰다.
어제부터 독나타스는 고의적으로 나를 저격한 거다.
그 의도는 하나 짐작가는 바가 있다.
'뻔하지. 나를 시험해보겠다는 의도다.'
래딧에서 루베리가 내 편을 들어주었던 이유.
간접적인 영입 의사 어필이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핫숏이 나에 대해서 선을 그음으로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나를 저격까지 한 것 보면 그쪽에선 아직 단념하지 않은 듯 하다.
'..나에게서 뭘 본 거지? 이렇게까지 원할 이유가 있을까.'
프로게이머 듀오가, 그것도 독나타스의 주전 둘이 나 하나에게 지고 말았다.
사실 그 자체는 자존심이 상하긴 해도 충분히 해프닝이라 생각하며 웃어 넘길 수 있는 일이다.
로드 오브 로드는 팀게임인데다 솔직히 말해서 운빨 요소도 상당히 강하니까.
막말로 테이커도 운 나쁘면 골드나 실버에서 한 판 정도는 질 수 있는 법이다.
뭐 밟았다 생각하고 웃어 넘기고 잊으면 되는 일일 텐데 나에게 집착하는 이유라.
'나를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가 본데.'
내가 마음에 들어도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그가 독나타스의 팀원들로 하여금 나와 한 번 이상씩 게임을 겨루게 만들었을 터.
다소의 마찰이 있더라도 나를 영입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에 힘을 더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내가 모를 수가 없다.
조금 자의식과잉, 억측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에 대해 영입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던 루베리니까.
사실 이러한 견제는 로드 오브 로드같은 E스포츠에서는 흔하지 않아도.
일반 스포츠 업계에서는 꽤나 자주 있는, 흔히 말하는 선수뺏기다.
물론 그만큼의 패널티를 짊어져야 한다.
위약금을 대신 물어줘야 하는 등, 돈문제도 돈문제지만 가장 걸리는 건 스폰을 하는 기업과 프로팀의 이미지.
팬들에게 보여주는 이미지가 상할 것을 감안하고도 물불 안 가리고 뺏을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리고 나에게 그러한 가치가 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기 애매한 문제다.
결코 겸손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려는 거다.
내가 올마스터라는 사실을 포함한다고 쳐도 대외적으로 보여준 성과는 썩 크지가 않으니까.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따져야 하는 패널티가 비교적 적다.
물론 내가 CLC라는 사실을 알려질 대로 알려지긴 했다.
핫숏이 래딧을 통해 밝힌데다, 내가 토이치TV의 개인방송을 함으로서 CLC소속이라는 사실은 확고해졌으니.
하지만 아직 내가 누구인지 직접적으로 신분이 노출된 건 아니다.
그렇기에 위약금과 약간의 루머만 감수하는 수준이라면 나를 영입해도 괜찮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사실 이런 크고 작은 마찰은 지금은 아니여도 차후 로드 오브 로드, 특히나 중국팀들 쪽에선 상당히 빚어지니만큼 들어본 바가 많다.
연습생 신분이라고는 해도 로드 오브 로드 게이머 업계에 5년 넘게 발을 담고 있던 나니까.
어두운 소문부터 시작해 이 업계의 어지간한 뒷사정은 다 알고 있다.
특히나 중국리그를 많이 염두하고 있었던 만큼 모를 수가 없다.
강팀을 만들기 위해서 과투자한다 던지, 반대로 적대하는 팀이 약해지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중요선수를 가로 챈다던지.
아주 확실하진 않더라도 신빙성있는 카더라 통신은 꽤나 들어봤다.
'..그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다니.'
솔직히 말하자면 썩 나쁜 기분은 아니다.
오히려 흐뭇할 정도다.
CLC라는 팀에게 있어서는 어쨌던 간에 나로서는 손해볼 게 없으니까.
내 입장을 손바닥 뒤집든 바꿀 일이야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가치가 오른다면 당연 재계약에서도 도움이 될 테니까.
'일단 이 게임은 반드시 이겨야겠지.'
어차피 처음부터 질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서도 다시 생겨버린 양심의 가책이 조금 걸린다.
독나타스가 정말로 나를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나는 지금부터 아주 비겁하게 게임을 이겨버릴 테니까 말이다.
'어차피 독나타스에 갈 생각은 없다시피 하니까. 일단 이기고 볼까!'
다다닥!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애꾸사자가 블루 골렘에게 날카로운 사자발톱을 내려찍는다.
하지만 이상하다.
조금 전 들린 소리는 다닥! 이 아닌 다다닥!
애꾸사자의 Q스킬, 사자발톱이 삼연속으로 찍혔다.
평타와 사자발톱은 모션부터가 다르니 절대 착각일 수가 없다.
평타가 횡베기라면 사자발톱은 종베기.
그 강렬한 내리찍음은 인상적이니까.
'내가 이길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는 자신감의 근원, 그 중 하나지.'
나를 저격한 루베리와 싼티나.
확실히 핫숏과 트리플리프트에 비해서 큰 손색이 없는 이름값이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난 이번 게임에서의 승리를 장담했다.
그 오만할 정도로 느껴지는 자신감의 이유 중 하나.
방금 전 내가 사자발톱 세 번 연속으로 쓴 것은 솔직히 말해 버그다.
엄밀히 말하자면 일반Q와 강화Q, 두 번 쓸 수 있는 애꾸사자의 복잡한 스킬메커니즘에서 비롯된 시스템적 오류.
애꾸사자가 버그 챔피언으로서 이미지가 박히게 되는 그 시발점이다.
일반Q라고는 해도 스킬이 하나 더 생긴 꼴이라고 볼 수 있다.
원콤보의 데미지가 엄청나게 강력.
미친 듯한 폭딜을 내뿜는 게 가능하다.
물론.
'하나가 아니지만.'
고작 데미지 조금 더 나온다고 승리를 자만할 내가 아니다.
솔로랭크라는 게 으레 그렇듯 변수가 상당하니까.
그럼에도, 그럼에도다.
승리할 확률이 높다가 아닌, 이긴다고 단정지은데에는 당연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블루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정글을 한 바퀴 돈 나는 상점으로 귀환했다.
어차피 탑은 갱각이 안 나오는 데다 무리하게 갱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적팀의 정글러는 그 루베리.
역갱을 기본적으로 염두해두고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서로 정글만 돌면 자기 쪽이 우세라고 생각하고 있으려나, 크큭.'
상식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옳은 판단이다.
적팀의 정글러, 루베리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프는 스캐너.
전갈같은 외관을 가진 스캐너는 궁극기 갱이 상당히 매섭다.
특히나 시즌2의 스캐너는 궁극기 판정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라 악명이 높다.
그런 스캐너에게 단점이 있따면 6레벨 이전의 갱킹.
궁극기를 제외한 스킬에는 이렇다 할 CC기가 없어 갱킹을 성공시키기 힘들다.
하지만 스캐너는 마치 아모모처럼 궁극기를 배우는 6레벨 이후부터는 갱킹이 탁월하다.
무엇보다 정글링의 체력과리가 상당히 안정적인지라 서로가 정글링만 돈다면 아쉬울 게 없다.
만약 내가 카지트로 그랬던 것처럼 카정을 간다고 해도 1:1에 강력한 스캐너인 지라 자신만만하게 대응해올 것이다.
그렇기에 웃고 있을 테지만.
'누가 더 6레벨을 빨리 찍을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지.'
분명 루베리는 자신이 먼저 6레벨을 찍을 거라 확신을 하고 있을 터다.
애꾸사자는 정글링이 취약하다고 평되는 챔프니까.
얼마 전, 사자발톱이 너프되기 전에도 애꾸사자를 하는 유저들은 6레벨 이전의 정글링이 고역이라고 투덜댔을 정도다.
그러나 QQQ버그를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앞에 있는 정글몹은 쌍둥이 골렘.
레드 도마뱀과 블루 골렘을 제외한다면 가장 맷집이 좋다고 할 수 있는 정글몹이다.
QQQ버그를 사용하면 이 쌍둥이 골렘을 빠르게 처치할 수 있다.
미리 4스택을 쌓아 놓은 나는 사자발톱을 장전해 내리찍기 직전에 야성의 외침을 사용했다.
5스택을 쌓이자마자 강화 사자발톱을 연이어 그으며 Q스킬을 연타했다.
그러자.
다다닥!
쌍둥이 골렘이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짧은 순간에 스킬을 연타해버리자 게임시스템적으로 오류가 일어난 것.
일반 사자발톱의 스킬쿨타임이 초기화되면서 사자발톱이 세 번이나 사용됐다.
이 QQQ버그를 쓰면 Q스킬 사자발톱을 상대에게 세 번이나 박아 넣을 수 있다.
정글링을 속도에 날개가 붙을 수밖에.
티링!
빠른 정글링을 바탕으로 이른 타이밍에 완성되는 6레벨.
일반적으로 정글러가 6레벨을 찍는 타이밍이 빨라도 7분 이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 스캐너는 5레벨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적팀도 설마 내가 벌써부터 6레벨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을 터다.
절대 예상할 수가 없는 타이밍에 덮쳐버린다.
그 대상은 당연.
'싼티나를 최대한 말려 놓는 게 필수다.'
이전에 싼티나와 만났었을 때 그가 플레이 했던 토이치는 꽤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현재 토이치가 비주류 원딜러임에도 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토이치의 후반캐리력이 얼마나 좋은지는 말해서야 입만 아플 정도.
라인전 단계에서 최대한 말려서 죽여 놔야 한다.
두근! 두근!
궁극기를 써서 은신 상태에 접어들자 심장의 고동소리가 거세게 울리기 시작한다.
애꾸사자의 궁극기, 포식의 시간.
마치 토이치와 비슷하게 일정시간 은신과 이동속도 증가 효과가 부여되지만 다른 점이 한 가지.
적팀의 위치가 깨끗하게 보인다.
심지어 시야가 밝혀지지 않은 곳조차 꿰뚫어 볼 수 있다.
'뛰어들기 전에 반드시 두 가지를 신경쓴다.'
일단 궁극기의 효과로 주위를 보니 스캐너는 없다.
이로서 역갱의 위협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갱킹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적팀의 서포터는 광우스타니까.
내가 이번 판에서 카지트를 하지 않은데는 저 광우스타 때문도 있다.
서포터 주제에 단단하기 그지없는데다 CC기까지 좋은 광우스타는 카지트의 킬초기화를 방해하는 일등공신.
정말 골칫덩어리 그 자체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암살자인 애꾸사자에게도 골때리는 일이겠지만 단언컨데 다르다.
애꾸사자는 저 광우스타가 반응도 하기 전에 적을 녹여버리는 게 가능하다.
QQQ도아닌 QQQQ로 토이치를 삭제시켜버린다.
그 밑준비로서 나는 미리 강화 사자발톱을 장전했다.
두근! 두근!
상당히 오래 은신이 지속되는 애꾸사자의 궁극기.
내가 강화 사자발톱을 장전함으로서 스택은 전부 사라졌지만.
분노 스택이 다시금 차오르기 시작한다.
애꾸사자의 궁극기는 은신시간동안 분노 스택을 최대 5개까지 채워주는 효과가 있으니까.
그 효과로 스택이 4개까지 찼을 때 뛰어들었다.
어흥!
아무런 징조도 없이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한 마리의 사자.
차후 리메이크가 되면서 느낌표가 뜨는 둥, 적팀이 알아채기 쉽게 패치가 되지만 현재 시점에선 전혀 징조가 없다.
은신한 채로 코앞까지 접근해 적팀의 서포터 광우스타가 반응하기 전에 녹여버린다.
가장 먼저 박히는 것은 당연 미리 장전해놓은 묵직한 강화 사자발톱.
연이어 야성의 외침을 터트리며 사자발톱을 세 번이나 내려찍는다.
다다다닥!
아이템도 나오지 않은 정글러 주제에 이런 말도 안되는 데미지가.
토이치도, 토이치를 지켜주지 못한 광우스타도.
심지어 아군 봇듀오 또한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현실이다.
네 번의 사자발톱이 순식간에 다다다닥! 박히자 토이치는 억소리도 못하고 꾀꼬닥.
─적을 처치했습니다!
두 발이나 늦게 스캐너가 와서 라인을 커버하긴 했지만 죽은 목숨은 다시 살릴 수 없는 법이다.
갱킹을 성공시킨 나는 유유히 정글로 돌아왔다.
암살자는 성장이 중요한 법이니까.
어차피 궁극기도 쿨타임이니 최소한의 역갱만 보면서 정글링을 일주하기로 했다.
적 정글이 올 수 있는 라인 근처에 와드 하나 박아주고 주시하고 있다가 스캐너가 나타나면 어슬렁어슬렁.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스캐너는 갱킹을 포기해야 한다.
나는 지금 스캐너보다 레벨이 높으니까.
기습도 아닌 상황에서는 싸움을 걸 엄두가 안날 터다.
그렇게 시간을 끌면서 궁극기의 쿨타임을 기다리며 정글링을 한다.
티링!
토이치를 잡음으로서 얻은 골드와 정글링로 얻은 수확.
모든 것을 투자해 구입한 아이템은 티아매트다.
정글 아이템이 아닌 티아매트부터.
아무래도 애꾸사자는 작은 정글몹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티아매트는 애꾸사자의 정글링 속도를 비약적으로 올려준다.
다다닥!
내려찍음과 동시에 티아매트를 펑 터트리자 유령캠프가 깔끔하게 비워진다.
원래라면 귀찮더라도 저 작은 유령들을 하나하나 마무리해야 하는데 티아매트의 광역딜 덕에 그럴 수고가 덜어졌다.
안 그래도 빠른 정글링에 가속도가 붙는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정글을 도는 것으로 궁극기, 포식 시간의 쿨타임의 거의 찼다.
다시 한 번 확정 갱킹을 성공시킬 시간.
애꾸사자의 갱킹사전에 실패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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