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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
Unknown Error의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 두 번째 판.
게임이 슬슬 중반 타이밍에 접어들고 있다.
└오오! 드디어 시동걸렸다!!
└크, 에러갓은 역시 운영이지.
└애꾸사자 안 그래도 잡기 힘든 챔픈데 에러갓이 운영 들어가면 진짜 대박이겠다.
└배고파 죽겠는데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밥 생각이 안나 ㅋㅋㅋ
라인전 부터 반응은 열광적이었지만 Unknown Error하면 역시 신출귀몰한 운영.
적팀의 혼을 쏘옥 빼놓으면서 이득 챙길 건 다 챙긴다.
적이 하나를 챙기면 에러갓은 두 개를.
방금 전 용을 뺏겼을 때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용생각 안하고 탑갱갔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탑라인에 고속도로를 뚫리면서 운영이 한층 편해졌죠! 용을 내주는 것부터 철저히 계산된 운영이었다면 소름이 쫘악 끼치는데요?"
Unknown Error의 갱킹으로 적팀은 벌써 포탑을 세 개나 밀렸다.
그리고 그는 지금 봇라인의 1차포탑을 밀고 있다.
성장할 대로 성장한 애꾸사자를 막으려면 적팀은 포탑이 있더라도 최소 두 명이 움직여야 하기에.
적팀의 동선이 살짝 이탈된 틈을 노리고 Unknown Error는 봇라인 1차 포탑을 순식간에 파괴해버렸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이걸로 네 개째 철거되는 포탑.
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 건진 몰라도 포탑도 그렇고 정글몹도 그렇고 정말 빠른 속도로 파괴해버린다.
└모션보니까 사자발톱 세 번 찍히던 거 같은데.. 저게 가능해? 일반Q랑 강화Q밖에 없잖아
└지금 들어왔냐? 아까 방장이 설명했잖니.
└뉴비차별 NONO해. 설명충 나와라!
시간을 되돌려 막 게임이 시작했을 때의 시점.
Unknown Error이 지나치게 빠른 정글링 속도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저 정글링 속도가 말이 되냐고.
하지만 말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 눈 앞에서 떡하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몬테소리가 망설이던 와중에 수많은 시청자가 약으로 작용했다.
1만 5천명이 넘는 시청자들 중에서 애꾸사자를 플레이하다 기이한 경험을 해본 이들도 있었던 것.
└내가 애꾸사자만 100판 넘게 해서 아는데 가끔 사자발톱 세 번 나가는 버그 있긴 했었음.
└그거 나도 경험해본 듯. 발동 조건은 모르겠지만.
└그래서 님 티어가?
└브론즈요.
마지막 말때문에 조금, 아니 상당히 신빙성이 떨어지긴 했지만 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던 지라, 몬테소리는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과연 Unknown Error의 애꾸사자가 정말 발톱을 세 번 연속해서 찍는 지를.
다다닥!
정말이었다.
혹시 몰라 화면을 당겨 줌하고 슬로우 화면으로 보자 정확히 세 번 내리긋는다.
심지어 궁극기를 쓰고 갱킹을 할 때는 네 번을 연달아 찍더라.
└와 저런 버그는 언제 도 찾아냈대?
└방금 커스텀 게임 방파고 혼자 해봤는데 요령 좀 필요한 듯. 근데 발동되기만 하면 폭딜 미침
└정글몹 녹아나는 속도보니까 이 게임 질 수가 없겠다.
Unknown Error가 대단한 버그를 발견했다는 둥.
찬양해대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버그를 사용한 거니까.
└뭐야 에러갓 버그 쓰는 거임?
└데뷔는 안 했지만 CLC소속일 텐데 저래도 돼?
└솔직히 좀 그렇긴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 버그가 한두 개도 아니니 그러려니 한다.
시즌2의 로드 오브 로드에는 정말 온갖 버그가 즐비했다.
게임이 아직 초창기라 안정화가 덜 됐다는 표현이 맞을까.
어느 정도냐면 대회에서도 버그가 왕왕 보였을 정도.
물론 들키게 되면 재경기행이 되기는 하지만 안 들키고 이겼다면 흐지부지 넘어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만약 공식 무대였다면 문제가 되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어디까지나 솔로랭크.
한 마디로 버그 빨리 발견한 사람은 픽스되기 전까지 그냥 꿀 빠는 거다.
정도가 심했다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서도 고작 한 판.
현재 시청자들에게 '에러'라 명명된 애꾸사자의 QQQ버그는 오히려, 시청자들이 더욱 흥미진진 게임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Unknown Error의 플레이.
운영도 그렇고 피지컬 그렇고 보고 배우려고 해도 따라하기 힘든 수준이지만 저 QQQ버그라면 자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너도 나도 이 게임이 끝나면 바로 꿀빨러 가야지하는 생각으로 완전히 몰두해서 방송을 보게 됐다.
그렇게 현재 몬테소리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만 2만명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Unknown Error는 자신이 장기로 삼는 운영으로 스노우볼을 굴려나가고 있다.
혼자 봇라인에서 스플릿 푸쉬를 하면서.
.
.
.
* * *
콰르륵!
적팀의 탑라이너 네네톤이 내 스플릿 푸쉬를 전담 마크하기로 결정된 모양이다.
일단은 탱템을 가게 되면 중반까지는 나름 단단한 네네톤이니 합리적인 판단이다.
물론 딜이 안 박히냐고 묻는다면 다른 얘기겠지만.
다다닥!
봇라인 2차 포탑 앞에 있는 조그만 수풀.
수풀 속에 숨으면 다음 기본 공격시 도약을 할 수 있는 패시브를 사용해 나는 네네톤에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스턴을 반응을 하기도 전에 사자발톱을 세 번 연이어 박아 넣었다.
꾸드득!
내 딜을 다 맞은 후에야 스턴 반응을 해낸 네네톤이 거대한 칼을 휘둘러 체력을 회복한 후 꽁무니를 뺐다.
방어력 아이템인 사슬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체력을 한 번 회복했음에도 절반 가까이 깎인 체력.
덜 박히는 거지 안 박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또 당해주진 않겠지.'
게다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라인전이 아니다.
언제 어느 때 적팀이 나를 노려올지 모른다.
그때 네네톤이 스턴만 걸고 내빼도 내 입장에선 골치가 아파진다.
잘하는 사람이 어쩌다 한 번 죽게 되면 그 길로 게임이 꼬이는 경우는 솔랭에서 아주 흔하니까.
특히나 이번 판처럼 상대팀에 유명 프로게이머가 두 명이나 있는 특이케이스에서는 게임이 그대로 굳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라도 실수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킬은 따내야 하는 상황.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듯한 스릴감이 있는 스플릿 푸쉬지만 나라면.
그리고 지금의 애꾸사자라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어흥!
네네톤이 나에게 조금 더 체력을 깎여준다.
일부러 딜교환을 해준 거다.
딸피야 말로 로드 오브 로드의 최고 CC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심지어 이는 브론즈부터 그랜드 마스터까지 모든 구간의 유저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하드CC기다.
조금 더 매혹적인 먹잇감으로서 연기하기 위해서.
내 판단을 1초라도 흐리기 위해 네네톤은 자처해서 아슬아슬 상황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연기는 연기다.
네네톤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위험해 보여도 궁극기를 쓰진 않았다.
거대한 칼을 휘두르는 네네톤의 Q스킬, 천참만륙에 의한 체력 회복량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포탑 안에서 사리고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들어가기 힘들다.
내가 만약 네네톤을 죽이려면 최소한 점멸을 써야 한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최소.
점멸을 쓴다고 해도 킬을 따낼 수 있을진 모르는 일이다.
결정적으로 점멸을 쓰게 되면 최악이다.
적 포탑 안까지 다이브를 하게 되는 꼴이기에 궁극기를 써도 보인다.
점멸이 없기 때문에 적의 추적을 따돌리기 힘들다.
말 그대로 네네톤과 내 목숨을 바꾸게 될 뿐이고, 그렇게 되면 웃는 건 당연 상대팀이다.
같은 1킬이라도 절대 동등한 교환이 아니니까.
그래서야 아니된다.
일단 맵의 상황과 내 감이 말해주고 있는 건 적팀이 나를 노려오고 있다는 사실.
특히나 은신챔프인 토이치는 언제 어느 때 덮쳐올지 아무리 나라도 예상하기 힘들다.
일반 유저가 아니라 프로게이머이기까지 하니까.
'그래도 대략은 알고 있지. 아직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
그렇기에 지금 타이밍을 노린다.
원래라면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어거지로 해내고야 만다.
크허엉!
먼저 스택을 쌓는다.
그러면서 네네톤이 야성게이지를 모으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네네톤이 야성게이지가 모이면 스턴 시간이 두 배로 증가한다는 사실은 당연 꿰고 있다.
내가 올마스터로서 모든 챔피언의 스킬구조를 꿰고 있다는 사실은 딜교환부터 킬각까지 영향을 끼치니까.
'4스택.'
내가 스택을 쌓을 수록 네네톤이 찔끔찔끔 포탑 안으로 도망친다.
아무리 미끼 역할이라고는 하지만 죽는 건 누구라도 싫은 법이니까.
특히나 희생이 강요되지 않는 솔랭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 시야에서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닌 이상에서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미끼 역할을 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더더욱 저 이상 뺄 수는 없으리라.
차분히 4스택을 쌓은 나는 부쉬에서 솟구쳐 올랐다.
도약 대상은 미니언.
맥빠지는 상황같겠지만 네네톤이 도약 거리를 내줄 리가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흥!
미니언을 향한 한 번의 도약.
본래라면 여기서 끝나야 한다.
하지만 마치 탱탱볼처럼 통통.
다시 한 번 튀겨서 네네톤을 덮쳐버린다.
애꾸사자의 패시브 도약 거리는 결코 짧지가 않으니까.
거리로 따지자면 점멸보다도 상당히 길다.
그 도약을 두 번이나 했으니 네네톤에게 닿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네네톤이 그 의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불현듯이 덮쳐온 현실의 악몽은 눈을 비빈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당황한 네네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습관적으로 누른 궁극기.
한 템포 늦게 스턴을 사용해 나를 기절 시키지만 이미 늦었다.
휘리릭..!
던져지는 목줄이 1초간 네네톤을 둔화시켰다.
1초도 못 미치는 스턴따위로는 나를 지체시킬 수 없다.
가볍게 따라가 마무리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Unknown Error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설사 내가 네네톤을 따낸다 하더라도.
적팀의 입장에서는 궁극기를 사용하거나 점멸을 사용하거나 두 가지 상황만을 상정했을 터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고 네네톤을 따냈다.
바로 버그를 사용해서.
'2단 점프. 치트키 치고 게임하는 기분이구만!'
수풀 속에 숨으면 다음 기본 공격시 도약을 할 수 있는 애꾸사자의 패시브.
미니언에게 뛰어들면서 Q스킬 사자발톱을 사용하면 한 번 더 도약하는 게 가능하다.
당연히 버그고 꽤나 많은 시청자들이 관전하고 있을 이 게임 이후로 사라지게 될 테지만 미련은 없다.
승격전을 승리하는 것만으로도, 독나타스 듀오를 이기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은 톡톡히 해준 셈이니까.
두근! 두근!
2단 점프를 사용해 여유롭게 네네톤을 따낸 나는 궁극기를 사용했다.
암살용이 아닌 도주용으로.
무려 7초동안 은신상태로 만들어주는 포식 시간은 이동속도 상승 효과까지 있다.
비전투 상태에 접어들면서 기동력 신발의 효과까지 더해지자 속도는 더욱 올라간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지.'
나를 잡기 위해서는 네네톤이 포탑 쪽을 완전히 봉쇄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 네네톤이 허무하게 죽고만 이상 완전한 포위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다 내 궁극기는 생존기 이전에 훌륭한 암살 돌진기다.
나를 포위한답시고 조금이라도 서로 간에 거리를 벌리면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 때문에 둘 이상이 뭉쳐 나를 추적한 적팀은 구멍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궁극기의 또 다른 효과에 의해 적 위치가 뻔히 보였던 덕도 상당히 크다.
도주할 때 적팀의 시야가 보이고 안 보이고는 천지차이니까.
나는 틈을 비집고 비집으며 아슬아슬 빠져나올 수 있었다.
티링!
외줄타기와 같은 운영을 성공함으로서 차곡차곡 쌓이는 골드.
아이템이 갖춰질 수록 더욱 탄력을 받는다.
유령의 영혼검을 구입한 나는 방향을 돌려 탑라인으로 향했다.
'이제 곧 다음 용시간이다.'
적팀은 슬슬 용 주변의 시야를 장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터다.
어차피 한타할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기에.
나는 적 레드 지역의 시야를 미리 장악해놓고 억제탑을 노리기로 했다.
억제탑 하나를 부수는 순간 승리를 장담할 수 있으니까.
포탑이 나가는 것과 억제탑이 나가는 것은 값어치가 다르다.
단 하나의 억제탑만으로도 적팀의 움직임은 지극히 제한시키는 게 가능하다.
'쉽게 당해주진 않겠지만.'
아까 탑타워를 두 개나 내줬을 때처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것이다.
철저한 심리싸움이 될 터.
하지만 그것마저도 이길 자신이 넘친다.
이미 목표했던 아이템들은 완성됐고 남은 것은 억제탑 뿐.
그 억제탑을 기점으로 더 이상 내 애꾸사자의 움직임은 가로막을 자는 남지 않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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