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93화 (19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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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

'제길, 독나타스 자식들. 뒤끝 장난 아니네.'

우여곡절 끝에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을 마치긴 했다.

결과는 3승 1패로 승격 확정.

1패가 달리게 된 데는 팀운때문이라기보단 그럴만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애꾸사자를 했던 두 번째 판을 이기기는 했지만 루베리와 싼티나, 독나타스 듀오가 나를  한 번  더 저격했다.

그렇게 승격전 세 번째 판에선 접점을 가져간 끝에 결국 패배.

그리고 네 번째판에서 독나타스 듀오가 없던 덕을 빌어 이기기는 했다.

서로 1승 1패를 가져가긴 했어도 상처 뿐의 승리라는 생각.

마음속이 썩 유쾌하진 않다.

'독나타스 이 녀석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들은 분명 나한테 관심이 있다.

내가 CLC라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졌음에도 저격까지 했을 정도니.

물론 저격했다는 사실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단순 타프로팀 견제 차원이라 생각할을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나에 대한 호감발언과 다른 독나타스 팀원들이 나와 한 번 이상 맞붙게 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생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조금 걸리는 건 있어도 결국 나쁜 일은 아니니.. 두고 보면 명확해지겠지.'

머리 아프게 깊이 생각할 것까진 없는 문제다.

지금은 일단 내 그랜드 마스터 승격을 자축하자.

조금 정도는 즐겨도 괜찮을 시기기도 하고.

'내일 모레는 그랜드 마스터로서, 당당한 CLC의 일원으로서 만날 수 있겠구만. 핫숏.'

그랜드 마스터에 이름을 올리게 됨으로서 나는 CLC 숙소에 정식으로 들어갈 자격이 생겼다.

이전에 핫숏이 직접 말을 했던 사항이니 이제 와서 말을 돌리진 않을 터.

물론 바로 들어가 주진 않겠지만 말이다.

딱히 이전에 손가락 까닥까닥 했던 거 때문에 반발심이 생겨서 그런 건 아니고 조그만한 배려랄까.

'바쁘디 바쁜 롤드컵 와중에 신경 쓸 거리를 늘려서야 안되는 일이니.'

모르긴 몰라도 현재 CLC 내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일 것이다.

신입을 환영할 짬 따위 나지 않을 정도로.

서로 간에 섭섭한 일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당장 급한 것도 아니니만큼 굳이 일을 벌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CLC 숙소 건은 천천히 해결 짓기로 마음먹었다.

그 전에 하나, 꼭 해결해야 할 일도 있기도 하고.

시간을 조금 걸릴 지도 모른다.

'그 쪽 문제는.. 한 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됐는데. 시간이 생겨서 참 다행이야.'

오늘 달성한 그랜드 마스터도 그렇고.

언어적인 문제도 그렇고.

최근 들어 여러 문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풀리는 것 같다.

이런 게 운수가 트였다는 걸까.

특히나 마음속 깊이 꽁하고 있었던 예은에 대한 문제가 그랬다.

물론 여러 우여곡절은 있긴 했지만서도 이제와서 굳이 왈가왈부 할 것까진 없으니까.

결과가 좋고 응어리가 풀렸으면 괜찮은 법이다.

그러고 보면 이틀 후, 녀석과 롤드컵을 같이 관람하러 가기로 했었나.

나로서는 CLC의 응원, 녀석은 팬심 비스무리한 걸지도.

어찌 됐건 남녀가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조오금 다른 의미로 전달됐을 지도 모르겠다.

'결코 그런 의도로 말을 꺼낸 건 아니었지만 얼떨결에 데이트 비스무리한 걸 신청한 꼴이 돼버렸네…..'

나와 녀석의 사이가 그런 방향이 될 거 라고는 털끝만치도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외견만큼은 나쁘지 않은 녀석이니 밖에서는 조금 친한척 해줄까 한다.

예은이 털털한 녀석같긴 해도 가끔 보면 뒤끝이 작렬해서 무섭기도 하고.

특히나 어깨 주물러줬을 때 그 압력, 가는 손끝 닿는 설레임을 떠올리지도 못할 만큼 몸서리치게 아팠다.

조금은 신경을 써주는 게 후환을 생각해서라도 옳은 판단일지도.

CLC도 그렇고, 서로간에 섭섭해질 만한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다.

.

.

.

* * *

미국의 최북방이라 할 수 있는 미시간 주.

넓은 유리창을 통해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넓은 방안에서 한 남자가 책상을 앞에 두고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남자의 장체는 로드 오브 로드 프로게임단, 팀독나타스의 주장 루베리.

그는 오른 손으로 머리카락을 쭈욱 쓸어 올리며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다.

'..트리플리프트가 라인을 바꿨을 때도 이렇게 가로 채고 싶은 욕망에 휩쌓이진 않았는데.'

북미 굴지의 최정상급 원딜러라고 불리는 트리플리프트.

사실 그는 이번 시즌 초중반기까지만 해도 원딜러가 아니었다.

갑자기 라인을 바꾸고 승승장구한,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발견한 케이스.

이전까지만 해도 정말 흔하디 흔한 재능의 프로게이머였기에, 많은 게임단들이 인재를 몰라봤다며 땅을 치고 후회했다.

CLC의 감독, 정확히는 핫숏디디의 선견지명에 찬사를 보내면서.

'그 정도 쯤이야.. 나도 하고 있다고.'

실제로 루베리 자신또한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독나타스를 북미 3대 강호라 손꼽힐 수준으로 만든 것도 자신이라, 루베리는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자신에게 있어서도 Unknown Error라는 자는 체면불구 침을 질질 흘리게 만들 정도로 탐이 났다.

그가 가진 잠재적 가능성은 상상치도 못한 수준이었으니까.

만약 그를 먼저 만났다면 그 잠재성을 자신이 먼저 알아봐줄 수 있었을 텐데.

루베리는 지금껏 살면서 처음으로 후회라는 감정에 휩쌓여있다.

'포기하긴 이르지.'

Unknown Error가 CLC라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긴 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어디사는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즉, 지금 시점에서 가로챈다면 Unknown Error에게 있어서도, 자신들에게 있어서도 큰 패널티가 없다.

오히려 그가 데뷔를 하게 됐을 때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초석으로 먼저 Unknown Error.

루베리는 그에게 독나타스라는 팀을, 그리고 자신이란 사람을 어필하려고 했는데 조금 실패해버렸다.

오늘 그와 행한 게임은 총 두 판 1승 1패다.

진 판은 조금 압도적으로, 이긴 판은 아슬아슬하게 이기기는 했지만, 단언컨데 실력 차이때문은 아니다.

'솔직히 조금 그렇긴 했어? 에러갓.'

루베리는 오늘 있었던 Unknown Error와의 게임을 회상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사실 그가 조금 치사한 짓을 한 감이 있는 것 맞다.

따는 일까지야 없겠지만은.

'뭐, 주고 받은 셈 치자고.'

어떻게 보면 큰 문제같아도 루베리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사소한 일이었다.

만약 작정을 하고 자신의 팀, 독나타스를 이기기 위해 꺼낸 것이었다면 조금 실망스러웠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과 독나타스에 적의를 드러내고 애꾸사자를 픽한 건 아닐 테니까.

상대팀으로 자신들이 걸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을 거다.

게다가 루베리 자신도 찔리는 게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저격을 한 게 맞으니.

심지어 Unknown Error가 플레이 할 것으로 예상하던 카지트를 카운터픽 칠 스캐너까지 준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가 애꾸사자를 해버린 바람에 철저했던 준비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버그라니.. 참, 생각지도 못한 카드를 꺼냈단 말이야.'

당연 애꾸사자를 픽한 것가지고 챔프가 너무 좋아서 졌다는 둥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오늘 있었던 게임에서 Unknown Error는 애꾸사자로 버그를 사용했다.

그것도 꽤나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줄만큼 심각한 버그.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루베리가 아니었다.

각 챔프의 딜은 대략적이나마 파악하고 있다.

애꾸사자를 정글러로서 연구했던 적이 있으니만큼 더욱 모를 수가 없다.

지나치게 빠른 6레벨 타이밍과 토이치를 한 번에 물어 죽일 때의 데미지를 봤을 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눈치챘다.

그리고 미드에서 럭키를 죽이고 타워를 밀 때 확신이 섰다.

Unknown Error가 버그를 쓰고 있다고.

'좋아, 아주 좋아. 더욱 더 마음에 드는 걸?'

버그를 써서 실망이다?

고리타분, 혹은 편협한 시야를 가진 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은 아니다.

버그를 써서라도 이기겠다.

Unknown Error가 보여준 승리에 대한 욕망과 갈망이 루베리로 하여금 더욱 그를 독나타스로 끌어들이고 싶게 만들었다.

프로게이머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중 하나.

루베리는 욕심과 탐욕, 그 부정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감정이 선수에게는 필수적이라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볼까.

비슷한 실력을 가진 두 선수가 있다고 치자.

그러나 프로게이머들은 기계가 아니다.

매 판에서 같은 실력을 보여줄 수는 없다.

같은 실력의 편차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선수 개개인에 따라 그것을 경기에서 녹여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높은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회무대에서 긴장한 바람에 실수를 연발하는 이도 존재했다.

그런 식으로 무너져 내리는 선수는 로드 오브 로드 뿐만 아니라 갤럭시 크래프트, 와우 크래프트 등에서 특히나 즐비했다.

흔히 말하는 무대공포증.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고질병이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일수록 무대공포증을 없에기 쉽고, 매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편차치가 줄어든다.

오히려 중간보다 높은 방향으로만 화살표가 쏠린다.

어떨 때는 중요한 승부에서 자신의 잠재능력을 끌어올리기까지 한다.

루베리 자신도, 독나타스라는 팀도 그런 사람을 원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인재는 흔치가 않다.

있다고 해도 자신이 탐낼만한 수준의 선수는 더욱 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Unknown Error, 그는 기준을 가뿐히 만족하는 데다 심지어 한 가지 더.

프로게이머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전부 갖췄다.

'무엇보다.. 챔프폭이 미쳤다고.'

애꾸사자의 버그를 발견한 것은 그저 부산물에 발견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낳은 황금 알, 그 알껍질에 불과하다.

진짜 주목해야 봐야 하는 건 그의 챔프폭.

그리고 꿰뚫어보는 능력이다.

생각을 해보자.

어떻게 Unknown Error가 애꾸사자의 버그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 미묘한 차이를 눈치채고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었을까.

단순히 애꾸사자를 엄청나게 많이 하다가 발견한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만약 그 정도로 애꾸사자만을 팠다면 카지트를 포함한 다른 챔프들의 숙련도가 저렇게 높을 수가 없다.

정말 우연의 일치로 어쩌다 애꾸사자의 버그를 알게 된 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쳐도 가볍게 판단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Unknown Error를 반드시 영입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군.'

일평생 도끼만을 쓰던 사람에게 전설의 명검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과연 그 사람이 당장 벌어질 전투의 무기로 명검을 택할까?

그렇지 않다.

자신에게 길들여진 도끼를 들 수밖에 없다.

그 편이 전투에서 훨씬 효율적이니까.

이는 로드 오브 로드에서 또한 마찬가지다.

꿀챔프가 꿀챔프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과연 몰라서 안 할까?

할 수 없으니까, 하던 챔프를 쓰는 것만큼 못하겠으니까 안 하는 거다.

매 시즌 메타가 바뀔 때마다 선수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슬럼프를 겪는 이유기도 하다.

상대는 꿀챔프를 가지고 오는데 자신은 꿀챔프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챔프들을 고수한다는 것은, 패널티를 안고 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 챔프들이 OP라 어쩔 수 없다면서 고개를 돌린다라.

설사 OP인 게 맞다고 해도, 단순히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밴카드를 소비하게 되는 것은 굉장히 아까운 일이다.

꿀챔프를, 사기챔프를 사용할 줄 아는 것도 당연 선수의 역량에 포함되는 법.

'분명 시즌3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거야.'

미래의 일이니 만큼 아직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루베리는 다음 시즌이 되는 순간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는 선수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 남몰래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어떤 메타에도 잡초처럼 적응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Unknown Error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단 한 덩어리의 황금이 아니다.

주먹만한 황금을 멈추지 않고 낳아대는 거위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Unknown Error야말로 시즌3 최고의 스타가 될 것이다.

당연 그를 얻는 팀이 승승장구하게 될 것이고, 로드 오브 로드 최고의 팀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란 사실은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때문에라도 반드시.

'얻어야 한다. 어떻게든.'

어떻게든은 말 그대로 어떻게든이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렇기에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Unknown Error가 누구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부끄럽게도 아직 Unknown Error의 이름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일단은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을 해봤음에도.

하지만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그는 분명 그곳에 모습을 드러낼 거다.

아니,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게 그도 일단은.

'CLC의 일원이니까. 안 올 수가 없지.'

다가오는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컵.

고작 이틀 남게 된 그 날을 노린다.

어떻게든 그의 정체를 밝혀내고야 말겠다고 루베리는 다짐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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