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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솔로랭크
죽음의 불타는 손길.
가볍게 선택할 아이템은 아니다.
산다라 라는 챔프가 원콤이 강력한 건 맞지만, 쿨타임 감소의 효율 또한 상당히 좋다.
플레이어의 숙련도만 높다면 꽤나 꾸준한 지속딜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는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을 선택하지만.
'성장차이가 압도적일 때는 또 다른 법이지.'
초반부터 킬을 많이 먹고 잘 큰 상황에서.
죽불손만큼 킬각을 잡기 쉽게 해주는 아이템이 없다.
이렇게 말이다.
파아앙!
파동이 울리며 검은 구체가 쏘아진다.
기본적으로 사거리가 중거리정도 되는 산다라지만 검은 파동만큼은 예외다.
포킹 챔피언인 럭키에 준할 정도로 멀리 굴러나간 구체가 르풀랑에게 아슬아슬 도달한다.
구체에 맞고 기절한 르풀랑에게 첫 번째로 던지는 건 죽불손의 액티브.
최대 체력에 비례한 데미지와 함께 4초간 가하는 마법피해를 20% 증가시킨다.
그 다음.
토옹!
미리 잡고 있던 구체를 투척시킨다.
그것으로 주위에 있는 구체는 미리 굴린 것까지 포함해 총 다섯 개.
르풀랑이 스턴이 풀리자마자 허겁지검 도망가려 하지만 그 뒤를 다섯 개의 구체가 타겟팅으로 따라간다.
파바바바밧!
분신에 의한 회피조차 방어막이 되주지 않는다.
죽불손에 의해 파괴력이 20%나 증가된 검은 급습이 르풀랑을 추격해 마무리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올마스터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죽음의 불타는 손길이 산다라와 썩 어울리는 템이 아닌 건 맞다.
하지만 이 정도로 성장 차이가 벌어지면 없던 효율도 생기기 마련.
먼 거리에서 적을 스턴시키고 따라가 죽불손과 궁극기를 갈기면 1킬을 만드는 마법을 보여준다.
이 어처구니 없는 킬각에 뾰족한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적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쏘냐[0/0/1]-올ㅋㅋㅋ 올마스터 존잘이네. 응 ㅇㅈ~
헤이클린[1/1/0]-ㄴㄴ 산다라 원래 라인전은 엄청 세다. 한타 가봐야 암
두두[0/1/2]-시샘보소ㅋㅋ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게 더 악질ㅋㅋㅋㅋ
흔히 말하는 미드가 터진 상황이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 자체인 상황이지만, 원래 아군이 잘하는 건 당연하고 적군이 잘하는 건 팀운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게 솔랭유저들이다.
그들의 말마따나 한타를 가봐야 안다는 것도 틀린 소리는 아니다.
산다라 라는 챔프의 유통기한은 픽할 때부터 생각을 하고 있던 부분.
궁극기가 1인칭이라는 사실은 두고두고 약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아무리 잘 커도, 궁극기가 타겟팅인 탓에 한 명밖에 녹일 수 없다는 점 말이다.
'그것도 나름 센스를 발휘하면 해결방법이 있지만.'
일단은 게임을 조금이라도 더 터트리는데 집중한다.
방금 르풀랑을 잡음으로서 달성한 9레벨.
9레벨부터 산다라는 확 달라진다.
산다라의 2% 부족한 광역딜과 지속딜링을 상당히 보완시켜주는 패시브가 그 효용성을 발휘한다.
일반스킬을 마스터할 때마다 추가되는 효과.
Q스킬, 검은 구체는 마스터시 챔피언에게 가하는 피해량이 15%나 늘어난다.
꽈득!
르풀랑이 죽고 라인을 받아먹고 있는 리심.
검은 구체가 생성되며 리심의 체력을 한 움큼 뜯어낸다.
9레벨을 찍음으로서 확실하게 달라진 검은 구체의 데미지에 리심이 화들짝 놀라 꽁무니를 뺀다.
검은 구체를 한 번만 더 맞히면 발화에 킬각이 나오는 상황이었는데.
나름 다이아1인 리심은 한 번 죽는 것으로 학습을 마친 모양이다.
하지만 리심이 도망가면 포탑이 철거되는 걸 막을 사람이 없어진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미니언과 함께 포탑을 밀어버리고 다음으로 선택하는 아이템은 역시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
스킬을 난사하는 만큼 마나소모가 심한 산다라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만약 구리가스 정도만 됐어도 쿨하게 라둔의 죽음투구를 올렸을 텐데 아쉬울 노릇.
그래도 산다라는 스킬 쿨타임을 감소시키는 것만으로도 딜링을 늘릴 수 있다.
궁데미지는 변하지 않겠지만 일반스킬을 테크니컬하게 운용할 수 있다면 원거리 딜러 부럽지 않게 지속딜을 넣는 게 가능하다.
파아앙!
라인에 도착해 먼 거리에서 구체를 굴려 미니언 웨이브를 한 번 쓱 훑는다.
그리고 근거리 미니언은 검은 구체, 원거리 미니언에게는 구체 투척을 하니 한 마리도 남지 않는다.
방금의 깔끔한 미니언 정리는 용을 먹을 시간을 범과 동시에, 산다라의 스킬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확실하게 가져간 미드라인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아군 정글러 두두와 2인용을 시도하기로 했다.
꽈득!
두두가 몸을 대주는 동안 스킬쿨타임이 짧은 검은 구체로 용을 잡아 뜯기만 하면 된다.
적팀의 미드라이너도, 정글러도 온전히 체력을 채우고 용을 견제하려 하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게 한 번 잘못 걸리면 원콤이니까.
심지어 리심은 스킬포식자를 완성시켰음에도 과도하게 사리고 있다.
제법 실력이 출중하다는 증거.
스킬포식자 하나로는 내 데미지를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아군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어지간한 정글러 상대로는 용스틸을 시도해봄직한 리심이지만 아군 정글러는 두두다.
만약 들어온다고 해도 밀쳐낸 후 원콤보로 녹여낼 작정이었지만 아예 포기를 한 듯한 리심.
그렇게 안전하게 용을 챙긴 나는 스노우볼을 굴려나간다.
바로 봇라인을 향해.
삼거리를 돌아가 적팀의 뒤를 노린다.
물론 적팀도 바보가 아니다.
용을 먹고 있는 시점에서 로밍을 예상하지 못할 리가 없다.
아군 미드라이너가 한심하기 그지없는 상황.
미드로밍이 올 거란 사실은 애초부터 예정된 미래였을 테니까.
적 봇듀오는 타워에 숨어 있는데다, 적팀의 미드라이너 르풀랑과 리심 또한 나와 두두의 뒤를 슬금슬금 따라오고 있다.
이렇게 갈리게 되면 확실히 어느 쪽을 노려야 할지 애매하다.
이럴 때는 간단히 생각하는 쪽이 편하다.
'그냥 다 죽인다.'
현재 내 산다라는 상당히 잘 컸다.
때문에 필요한 건 딜계산이 아니라 딜분배.
내가 가진 딜링을 효율적으로 나눠 적팀을 몰살시킨다.
하나에 전부를 투자하면 확실히 녹일 수야 있겠지만 스킬이 다 빠진 미드라이너는 샌드백이나 다름없게 되니까.
순간 누킹이 가능하면 지속딜 또한 장점으로 삼는 산다라의 특색을 백분 살린다.
파아앙!
산다라의 스킬에 차별화 되는 장점이 있다면, 검은 파동 이외의 모든 스킬들은 무빙샷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나는 검은 파동으로 포탑에 숨어있던 적들을 기절시킴과 동시에 앞무빙으로 치고 나갔다.
포탑에는 미니언 웨이브가 도착하기 직전이었고, 내 앞에서는 두두가 탱킹을 해주고 있기에 가능한 판단.
휘이이이잉..!
두두가 큼지막한 범위의 적들을 둔화시키는 궁극기를 사용했다.
곧 적팀의 서포터 루나가 스턴상태에서 깨어나게 되면 단박에 끊길 궁극기라지만 발을 묶고 시간을 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꽈득!
토옹!
나는 검은 구체로 적팀의 원딜러부터 잡아 뜯었다.
룬도 그렇고 스킬도 그렇고 비교적 탱키한 루나보다는 원딜러부터 노리는 게 당연하다.
스킬을 날리면서 원딜러가 힐을 쓰기 전에 발화를 건다.
겨우 원딜러 잡자고 궁극기를 쓸 필요까진 없으니 발화로 대신하는 것이다.
꽈득!
발화가 걸린 미스터 포텐을 다시 한 번 검은 구체로 잡아 뜯는 것만으로도 마무리한다.
잘 성장한 미드와 원딜과의 레벨격차는 너무도 현저하다.
아이템 차이까지 생각한다면 가히 호랑이와 너구리와의 싸움.
'일단 한 명.'
죽이기는 했지만 적팀 또한 슬슬 도착할 시기다.
포탑의 공격을 받아주던 아군 정글러 두두는 루나의 CC기에 궁극기 끊기고 붙잡혀 체력이 빠르게 빠지고 있다.
현재 싸우고 있는 위치가 적팀의 진영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은 상황.
꽈득!
그렇기에 유비무환, 미리미리 구체를 생성해놓는다.
산다라의 궁극기는 주위에 구체가 많을 수록 데미지가 증폭되니까.
구체를 생성해놓고 전투를 대비하는 산다라의 이점은 그 뿐만이 아니다.
파아앙!
두 번째 스킬로 검은 파동을 선마스터 하고 있기에 적팀의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온 스킬 쿨타임.
와드방로로 접근해 음파를 날리는 리심을 향해 구체가 빠르게 굴러간다.
동시에 르풀랑 또한 기어 들어왔지만 검은 파동에 의해 세 방향으로 퍼진 구체는 그마저도 막아낸다.
미리 구체를 생성해놓은 보람이 결실을 맺었다.
파바바바바밧!
죽불손과 함께 나가는 여섯 개의 구체.
산다라의 궁극기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데미지를 뽐낸다.
한 알, 한 알의 구체가 박힐 때마다 깎여나가는 리심의 체력바는 불판 위의 아이스크림을 보는 듯 하다.
리심이 믿고 있던 스킬포식자가 터지며 겨우겨우 생명을 유지했지만 연이어 들어가는 구체를 맞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더블 킬!
올마스터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남은 것은 르풀랑과 루나.
아군 봇듀오 또한 지원이 오고 있으니 루나는 쉽게 처리할 수 있겠지만, 르풀랑과 아군의 거리는 멀다.
벌어진 성장차이 탓에 만만한 상대라고는 해도, 초중반이 강하다는 르풀랑의 특성상 쉽게 생각할 수 만은 없기에 전력으로 상대한다.
타앗!
르풀랑이 침묵의 표식을 복제해 두 개나 던져온다.
확정 타겟팅으로 들어오는 표식은 아무리 나라도 피해낼 수가 없다.
하지만 르풀랑이 들어오자마자 생성시킨 검은 구체로 한 번 잡아 뜯는 데는 성공.
뒤이어 들어오는 르풀랑의 사슬은 일부러 맞아줬다.
성장차이 때문에 한 순간에 녹지는 않을 거란 판단.
서로 죽자고 때리기만 한다면 내가 먼저 죽을 수밖에 없겠지만 믿는 것이 있다.
꽈득!
1.5초간의 침묵이 풀리자마자 검은 구체로 르풀랑을 잡아뜯는다.
패시브에 의해 챔피언에게 15% 강하게 들어가는 검은 구체는 묵직하기 그지없다.
르풀랑은 포기하지 않고 점멸까지 사용해 내 다음 구체를 피해내고 공격을 이어나가려 하지만.
나의 노림수가 드디어 발사된다.
<조준, 발사!>
사슬을 맞아준 데는 당연 이유가 있다.
아군 원딜러 헤이클린.
르풀랑과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지만 지원 사격정도는 가능하다.
엄청나게 먼 거리에서 적을 타겟팅으로 맞힐 수 있는 헤이클린의 궁극기로.
타아앙!
아군과 적군의 스킬을 다 파악하고 있는 나이기에 가능한 플레이다.
낮은 구간이었다면 헛짓이 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픽창부터 나한테 한 마디 내뱉기까지 한 헤이클린이 이 정도도 못하면 욕을 바가지를 쳐먹어야지.
거대한 총알이 파공성을 내며 르풀랑을 꿰뚫음과 동시에 내 다음 검은 구체가 가세한다.
─트리플 킬!
올마스터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두두를 귀찮게 하던 루나는 아군 봇듀오에 의해 마무리된지 오래다.
포탑을 맞아주던 두두의 체력바가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아군 원딜러 헤이클린이 힐을 사용해 살려냈다.
봇라인 한타의 대승.
포탑을 끼고 있던 적을 전멸시키고 그 포탑까지 밀어냈다.
미드차이에 의한 스노우볼이 거대하게 굴러가기 시작한다.
쏘냐[0/0/3]- 앙, 버스 개꿀!
헤이클린[2/1/2]-10점 만점에 8.5점 드리겠습니다. 게임승리시 추가 가산점 있습니다.
두두[0/1/5]-그냥 버스 고맙다고 순순히 말을 못하네 ㅋㅋㅋ
이제 적팀 중 그나마 멀쩡한 라인은 탑뿐일까.
하지만 게임이 이렇게 기울어져 버리면 굳이 갱킹을 가지 않아도 탑라인 또한 균형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포탑과 용이라는 오브젝트가 주는 글로벌 골드 차이도 있겠지만 전의를 상실했다는 게 클까.
말화이트[전체]-ㅈㅈ오픈 르풀랑 만나기 싫으면 리폿ㄱㄱ 쟤 CS봐라, 사람새끼냐?
채팅을 치다가 점멸이 빠진 말화이트 전체 채팅으로 떠들어온다.
꼴불견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탑에서 라인전을 하고 있는 와중에 밑라인이 완전히 터져버리면 힘이 빠지는 법이다.
납득은 못해줘도 이해는 가는 노릇.
말화이트의 말마따나 CS차이가 나도 어지간히 나야 하는데.
내가 120개의 CS를 먹을 동안 르풀랑은 CS를 30개도 채 챙기지 못했다.
결과만 놓고 비교하자면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겠지만.
'르풀랑이 뭔 죄겠냐, 내가 이 구간에서 게임을 하는 게 죄지.'
빠르게 미드를 밀고 게임을 끝낸다.
한국서버가 으레 그렇듯 김치식 오픈이 나오긴 했지만.
한 명을 본보기로 찢어죽이니 나머지 4명이 뻘쭘해서 우물로 돌아간다.
'지체할 것 없이 빠르게 올라간다.'
첫 게임은 무난하게, 아니 완벽하게 압도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
세기말 막장의 악몽이 시작되기 전에 빠르게 그랜드 마스터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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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분들 항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