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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솔로랭크
정말 양학 하나는 오지게 좋은 산다라.
나는 이미 깔끔한 5연승으로 다이아1에 올라간 지 오래다.
더욱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판 또한 압도적.
나를 상대하고 있는 적미드챔피언 나이즈의 KDA가 1킬 6데스라는 사실만 확인해도 설명이 필요없다.
파아앙!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산다라의 스턴.
사거리가 럭키에 준하는데 탄속 또한 빨라 대비를 한다고 해도 피하기가 힘들다.
특히나 나이즈처럼 뚜벅이 챔피언이라면 더더욱이다.
파바바바밧!
산다라의 궁극기에 의해 다섯 개 구체가 나이즈를 향해 쏘아졌다.
안 그래도 압도적인 성장 차이.
발화까지 걸려 버린 나이즈는 사르르 녹아 사라져 버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올마스터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OP취급받는 나이즈일 지라도 산다라에게 걸리면 한 주먹거리다.
정확히는 상성 탓이 클까.
아무리 OP챔피언이라고 해도 받아치는 챔피언정도야 있는 법이니.
성장하면 대장군이다 뭐다하는 나이즈지만 라인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제법 많기도 하다.
짧은 사거리로 미니언을 챙길 때마다 잊지 않고 견제해주면 산다라의 맛깔난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티링!
나이즈를 따내고 상점으로 귀환해 아이템을 구입한다.
20분도 채 되기 전에 완성되는 2코어.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과 라둔의 죽음투구만으로도 산다라는 충분한 데미지를 뽐낼 수 있다.
원래 이 아이템 트리가 정상적인 순서다.
첫 번째 판에서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갔던 게 이례적인 일.
'마무리를 지어볼까?'
나는 터트려 버린 미드라인전을 바탕으로 빠르게 승리를 쟁취하기로 마음먹었다.
시간 질질 끌어봤자 고통을 주는 나든, 고통을 받는 적팀들이든 피차 좋을 거 하나 없을 테니까.
파아앙!
다시 라인에 도착해 나이즈를 보자마자 인사를 해준다.
검은 파동으로 멀리서 기절시키고 스킬쿨을 한 번 돌려 갈아버린다.
그것만으로 반피가 넘게 까지는 나이즈의 체력.
방금 전 나이즈를 죽였을 때는 이 정도까지 데미지가 나오지 않았지만, 라둔의 죽음 투구를 완성됨으로써 아예 다른 챔피언처럼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궁극기가 있었으면 그대로 끝을 낼 수 있었겠지만서도 안타깝게도 쿨타임이 조금 남아있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나이즈 대신 미드포탑.
사실 진작에 파괴했어야 했지만 적 정글러 미드에 자꾸 기웃거린 탓에 포탑철거가 조금 늦어버렸다.
이 미드 포탑을 파괴하는 것은 의미가 각별한 법인데.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으니 스노우볼을 굴린다.
'2코어 타이밍의 용한타, 질 수가 없다.'
마법사 챔피언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라둔의 죽음투구가 완성된 순간.
그 챔피언이 가진 진정한 화력이 폭발하듯 피어난다.
그것은 산다라도 당연 마찬가지.
게다가 코어아이템이 뜬 시기가 이렇게나 빠르다면 혼자서 한타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
─올마스터님이 용을 지목!
내가 아군을 부르자 적팀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듯 용앞으로 모인다.
자연스럽게 성사되는 5:5한타 대치의 상황.
킬스코어가 증명하는 바대로 내가 압도적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적팀 또한 믿는 바가 있다.
봇라인이 우세했던 적팀은 원딜러가 상당히 잘 컸다.
이렇게 되면 과연 어느 쪽이 유리할까?
꽈득!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으로 회복되는 마나를 믿고 나는 미리미리 검은 구체를 생성시켜 놓고 있다.
이 구체를 사용해 한 번에 한타를 열 생각이니까.
멀리서 구슬을 맞힌다 같은 뻔하고 진부한 방법은 쓰지 않는다.
정신차리기 아득해질 정도로 화끈하게.
산다라는 챔프가 결코 한타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파바바바바밧!
미리 생성해둔 여섯 개의 구슬이 적팀의 원딜러에게 한꺼번에 틀어박힌다.
상상치도 못했을 거다.
미드라이너인 산다라가 뜬금없이 앞점멸을 해서 궁극기를 쳐박다니.
적팀의 입장에서도, 아군의 입장에서도 어처구니가 없겠지만 다 노림수가 있는 법이다.
파아아아앙!
산다라의 E스킬, 검은 파동은 검은 구슬을 굴려 스치는 상대를 전부 기절시킨다.
즉, 검은 구슬이 많을 수록 많은 상대를 높은 확률로 맞힐 수 있다는 소리.
나는 산다라가 궁극기를 쓴 후 상대에게 맞고 튕겨나오는 구슬을 한꺼번에 굴렸다.
여섯 개의 구슬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쏘아지며 적 진영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마치 사거리가 엄청 긴 쏘냐의 파워센도를 보는 듯한 임펙트가 적팀 5명을 스턴 상태로 만들었다.
방금 전 이니시를 시작으로 한타가 열렸음을 적팀도 아군도 모두가 안다.
하지만 동등한 상황에서 한타가 열린 건 아니다.
산다라의 궁극기를 최대치로 맞고 구체 투척까지 당한 적팀의 원딜러는 어떻게 손도 쓰지도 못하고 그대로 사망한 상태니까.
─적을 처치했습니다.
올마스터님은 전설적입니다..!
아군은 내가 잘 컸고 적팀은 원딜러가 잘 성장했다.
근데 그 원딜러가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한타의 승패는 까볼 필요도 없이 명명백백.
일방적인 추격전이 시작된다.
꽈아앙!
아군 탑라이너 말화이트의 점멸 궁극기가 틀어박힌다.
내가 걸어놓은 스턴 상태에서 헤어나오기도 전에 연계해서 들어간 하드CC기.
물밀듯 쳐들어간 아군과 함께 적팀을 하나하나 정리한다.
─트리플 킬!
올마스터님은 전설 적입니다!
마무리..!
거의 손실도 없이 완전히 일방적으로 끝난 한타는 용과 바론, 두 가지의 오브젝트를 챙길 수 있는 권리를 가져다줬다.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바론을 채 잡기도 전에 전체 채팅으로 하소연이 들려왔다는 사실이다.
애씨[전체]-ㅈㅈ 미드 밀어주세요. 그리고 제발 나이즈 리폿 좀.
한나[전체]-봇차이가 이렇게 나는데 미드가 대놓고 대줘가지고 비벼버리네. 내가 진짜 나이즈같은 놈들때문에 마스터를 못 감.
나이즈[전체]-상대가 올마스터인데 나보고 어쩌라고.. 꼬우면 니들이 뛰던가..!
상대팀이 미드를 리폿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벌써 몇 번째인지.
거의 모든 판을 상대 미드라이너를 불쌍하게 리폿먹이며 오픈을 받아낸 것 같다.
적팀의 멘탈이 순두부같은 탓도 있겠지만 사실 그럴 만도 하다.
이 산다라라는 챔프는 정말 딜이 과도하게 박히는 감이 있으니까.
어떻게 한 번 성장을 하면 적팀의 원딜러는 휴지쪼가리.
다가가서 스턴걸고 궁박으면 끽소리도 못하고 죽는다.
광역딜링이 아닌 궁극기는 한타에서 다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맞지만.
이렇게 한 놈만 족치면 끝나는 상황에선 더할나위 없이 효과적이다.
그런데 광역 스턴으로 이니시까지 가능하니 정말 만능 미드라이너가 아닐 수 없다.
산다라 라는 챔피언은 확실히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따라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으니까.
라인전이 강력한 데다 CC기 또한 좋다.
장점은 당연 그 뿐만이 아니지만.
'괜히,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없어서 못쓸 챔피언이 되는 게 아니지.'
차후 몇 번이나 재발견이 되는 챔피언.
일단 여섯 번째 판까지 훌륭하게 연승을 해낸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시계는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다.
오늘 내내 달린다면 충분히 마스터 티어를 승격하고도 남음이다.
'생각 이상으로 무난무난 하구만.'
현재 점수대를 확인하니 다이아1 50점을 넘겼다.
다이아2까지 휴면 강등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MMR은 많이 깎이지 않은 덕.
미드만 잡을 수 있다면 이 속도를 유지한 채 빠르게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빠르면 빠를 수록 좋은 세기말이니까.
'너무 늦어버리면 장난질을 치는 녀석이 생기니까 말이지.. 그게 또 한 골치 하는데.'
세기말이라는 로드 오브 로드 고유의 전통문화는 참 골치가 아프다.
각 티어별 5단계들의 유세가 극을 달한다.
그럼에도 당하는 입장의 사람들은 한 판이라도 이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참아야만 한다.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각 티어 별로 받을 수 있는 보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것은 둘째치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테두리일까.
실버 티어는 은색, 골드티어는 금색.
이런 식으로 확실하게 구별이 되니, 남의 눈을 많이 신경쓰는 한국인들은 특히나 민감한 부분이다.
때문에 시즌 막바지, 세기말에 이르면 어떻게든 다음 티어에 오르려고 도전하는 이들과 함께 트롤들도 성행하기 시작한다.
다음 티어로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면, 반대로 방해하는 이들이 생긴다는 소리.
똑같이 패배를 한다고 해도, 아래 티어로 강등은 쉽게 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트롤들이다.
막말로 골드5티어가 5연패쯤 한다고 해서 실버로 강등되진 않는다.
즉, 몇 번 패배를 한다고 해도 어차피 받는 보상은 똑같다는 생각에, 평소에 하지 못하던 나쁜 짓들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곤 한다.
그렇게 본성이 나타난 유저들이 고의적으로 게임을 훼방해댄다.
이러한 현상은 여느 5티어대에서나 전부 나타나지만.
엄청 높은 티어대, 마스터나 그랜드 마스터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가 않다.
티어가 높으니, 이미지를 신경써야 하니 점잖게 게임을 할 것이다?
사람이라는 게 아무리 감투를 쓰고 있어도 본성은 변하지 않기 마련인 법이다.
직접적으로 트롤을 하는 사람이 적을 뿐이지, 사실상 트롤이나 다름없는 이들이 우후죽순 생긴다.
때문에라도 얼른 올라가야 한다.
여유가 생기면 나도 조금 갑의 입장에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그런 건 올라간 후에야 생각할 문제겠지만 말이야.'
세기말이 되면 골 때리는 부분이 또 한가지, 그랜드 마스터티어에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랜드 마스터를 달 수 있는 유저의 수는 200명으로 한정돼 있는데, 올라갈 실력이 아슬아슬하게 되는 유저는 그 200명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
특히나 마스터 최상위권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빡겜을 하면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더욱 열심히다.
그런 이들끼리 경쟁을 해대다 보니 시즌 중후반기보다 훨씬 승격전의 컷라인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시즌 중에는 일반적으로 마스터 500점만 돼도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을 달 수 있지만.
현재 시즌종료가 2주 남은 시점에서는 600점대.
세기말이라 불리우는 며칠 안 남은 시점에서는 700점대까지 올라가도 이상하지가 않다.
'조금 귀찮긴 해도 못할 것 까지야.'
올라가는 거야 당연,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디까지 올려야 할 지 감은 잡는 게 다소 귀찮다.
너무 높은 점수를 목표로 삼으면 시간이 걸려서 귀찮고, 너무 낮은 점수까지만 올려두면 시즌 종료 전까지 그랜드 마스터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랜드 마스터의 컷 점수대는 올라가는데 자기 점수는 그대로인 꼴이니 강등이 돼버릴 수 있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게 인원수가 정해져 있는 특수한 티어대인지라, 평균 점수대가 높아져 버리면 1패도 안 했는데 강등이 되는 일이 왕왕 있다.
'아니면 뭐.. 이 참에 1위 한 번 먹어버리는 것도 괜찮겠지.'
지나가던 사람이 들으면 언덕 위의 하얀 집에 들르는 걸 적극 추천할만한 소리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그마 1위 한 번 찍는 것 정도야 나에게 있어 결코 불가능하지도, 가능성이 낮은 소리도 아니다.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시간이 정말 촉박하다는 사실일까.
그랜드 마스터를 달성하는 것과 1위를 찍는 것은 난이도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 입장에서야 그랜드 마스터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괴물딱지나 다름없겠지만, 그 괴물들 사이에서도 강함에 따라 격이 나뉘는 법이다.
갤럭시 크래프트를 떠올려 본다면 편하다.
초글링과 오랑캐리스크가 같은 종족이라고는 해도 수준 차이가 엄청나게 나지 않는가.
비슷하게 그랜드 마스터 또한 하위권 상위권의 차이는 현저하다.
물론 상위권 정도면 어찌저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랜드 마스터 1위정도는 시간이 넉넉하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프로젝트 수준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나는 마음먹었다.
'시도를 해보는 것 뿐이라면야.'
시간이 널널한 것도 아닌데 괜한 옹고집을 부릴 필요까지야 있을까.
막힘없이 쭉 올라가서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뭐 마는 거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버린 여정.
이제는 목표가 아닌 밑바탕이 돼버린 그랜드 마스터를 찍기 위해 나는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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