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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솔로랭크

─더블 킬!

올마스터님이 학살 중입니다!

광우스타가 몸을 대주는 동안 쏘냐를 무사히 잡아냈다.

물론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내가 몇 번이나 로밍을 간 탓에 나이즈가 미드 포탑을 깨버린 것.

하지만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봇포탑과 미드포탑의 교환.

엄밀힐 따지자면 상당히 손해다.

하지만 나는 포탑만 부순 게 아니라 봇라인을 완전히 터트려버렸다.

게다가 목표했던 아이템까지 나왔다.

티링!

트와이스 페이크의 첫 번째 코어아이템 부자베인이 완성됐다.

광채의 칼, 그 상위 아이템인 부자베인은 주문력에 비례한 추가 마법피해를 선사한다.

궁극기가 이동기인 탓에, 다른 미드 챔피언들에 비한다면 다소 약하다고 할 수 있는 트페의 딜링을 보완해주는 훌륭한 파트너.

나는 의병대를 활용해 또다시 빠르게 라인에 복귀했다.

그리고 2차 포탑까지 전진해오는 미니언들을 받아먹었다.

'1차가 깨진 게 쪼까 아쉽긴 하구만.'

그 이상으로 많은 이득을 보긴 했다지만, 1차 포탑이 없으면 행동의 방향이 제한되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시야와 안전구역이 사라지게 되니까.

확정 스턴인 황금카드가 있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몸이 종잇장이나 다름없는 트페다.

마음껏 움직이기가 불편해진다.

이제부턴 적팀의 미드라이너 나이즈도 돌아다니기 시작할 것이다.

-올마스터님이 미드 1차포탑을 지목.

그렇기에 나는 스플릿 푸쉬를 하기로 했다.

원딜과 서포터 그리고 정글까지 미드에 보이면 시야가 확보된다.

서포터가 미드 주변에 와드를 박는데다 미드 1차를 압박하면 적팀 또한 모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강제적인 대치상황을 만들어 놓고 나는 봇라인을 푸쉬한다.

파라랑~!

상당히 잘 성장했기때문에 미니언 푸쉬는 손쉬운 일이다.

광역데미지가 있는 붉은 카드와 세 갈래 카드를 던지고 평타를 한 방씩 때리자 마무리되는 미니언들.

여기서 조금만 더 크면 아예 깔끔한 푸쉬가 되겠지만 아직은 이르다.

'이 정도면 충분하고도 넘치지만.'

부자베인이 나온 트페의 스플릿 푸쉬는 가히 위력적이다.

평타를 강화시켜 준다고 할 수 있는 부자베인은 타워를 철거하는데도 도움이 되기에.

만약 봇라인을 막으러 오지 않는다면 2차 포탑이 순식간에 날아갈 거다.

'당연 올 수밖에 없겠지.'

미리 박아 놓은 하나의 와드.

나는 나이즈가 봇라인에 오는 것을 보자마자 궁극기를 발동했다.

굳이 로밍의 목적으로만 궁극기를 쓸 이유가 있을까.

스플릿 푸쉬가 백도어와 대체 뭐가 다른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합류를 전제로 한 백도어가 스플릿이다.

즉, 나이즈가 나를 막으러 오는 것을 본 이상 나는 봇라인을 고집할 필요성이 없다.

두-둥!

적팀의 머리 위에 떠버린 거대한 눈동자는 그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나는 궁극기를 사용해 미드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미드라인의 1차 포탑을 철거해낸다.

나이즈는 닭 쫓던 개 꼴이 되어 봇라인의 미니언을 받아먹게 된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운영을 통해 스노우볼을 굴려 나간다.

산다라 마냥 솔킬을 따기 힘들다는 점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게임을 굳히기엔 트페가 더 좋은 챔프다.

솔킬을 딴다는 것은 따일 위험부담 또한 감수한다는 의미다.

실력차이가 날 수록 그 확률이 높아질 뿐이지 100%에 수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례로 내가 오늘 10승 2패를 했는데 그 중 1패가 게임이 말려서 졌다.

솔랭하다 보면 아주 가끔 있는 내 뜻대로 되지가 않는 판.

하지만 트페로 운영을 하면 그 확률을 100%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뭐, 솔랭에서는 적당히만 흔들어줘도 터지는 판들이 종종 나오지만.'

산다라가 나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깨부수는 직선적인 승리라면.

트페는 조금 돌아간다고 할 수 있는 승리다.

그럼에도 가끔 내 로밍에 당한 적들이 그대로 멘탈이 깨져서 템 다 팔고 미드를 오픈하는 일도 생긴다.

그런 일이 다이아1, 마스터 정도 되면 자주 생기진 않아도, 안 생기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 판에서는 적팀의 멘탈이 조금 단단한 듯 하니 차근차근 눈덩이를 굴려 나가야 한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이대로 자연스럽게 탑라인을 가면 된다.

적 나이즈는 봇에 있고 아군 4명은 전부 미드에 있다.

이렇게 되면 탑타워를 손쉽게 부술 수 있다.

설사 나머지 적들이 커버를 와준다 하더라도.

타악! 타악!

카드 한 장, 한 장이 포탑에 찰지게 박힌다.

굳이 미니언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아군 탑라이너 말화이트가 몸을 대는 동안 나와 이즈레알이 빠르게 타워를 철거한다.

부자베인이 묻어나오는 파랑카드는 타워 철거에 특화돼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이걸로 세 개째.

적팀의 나이즈가 아직까지도 봇라인에 보인다.

설마 그 이상 밀어붙일까 하는 생각이겠지만 그 설마다.

이렇게 되면 굳이 정비를 하러 갈 이유가 없다.

바로 탑라인의 2차로 쳐들어간다.

트와이스 페이크[3/0/2]-말화이트 몸 던져서 이니시ㄱㄱ

말화이트[0/1/0]-시키는 대로 하겠소. 지금은 말이지.

한 마디하자 말화이트가 빠르게 말귀를 알아듣는다.

우리가 봇라인을 터트리는 동안 갱킹을 당해 한 번 죽었는다고 해도, 일단은 다이아1과 마스터티어를 왔다갔다 하는 실력자다.

나이즈가 봇을 미는 사이, 5:4로 이니시를 열란 의미라는 걸 모를 수준대는 아니다.

꽈아아앙!

KDA가 나빠지는 한이 있어도 버스를 타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까.

탑 2차 포탑을 끼고 수비를 하고 있는 적팀을 향해 말화이트가 과감히 충돌했다.

한 번 죽어버린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멋있게 박히는 3인궁.

나는 곧바로 붉은 카드를 뽑아 점멸까지 사용해 집어던졌다.

촤악!

붉은 카드와, 세 갈래 카드.

두 광역기가 시원하게 틀어박히며 말화이트가 띄운 3명의 적을 밑바닥까지 양념친다.

아니, 부자베인과 조커카드의 타겟팅 데미지는 적팀의 서포터 쏘냐를 녹여버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올마스터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원딜러를 처치할 수도 있었는데도 불구, 서포터부터 보내버린 까닭.

과역 스턴기인 파워센도가 골치아프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한 미포의 딜따위 위협도 되지 않는다.

말화이트가 포탑의 공격을 받아주는 사이에 나머지 적들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아군이 움직였다.

아군 정글러 나무카이가 미스터 포텐을 속박시키자 이즈레알이 호응한다.

마법화살들을 날려 미포를 마무리시키고 적팀의 정글러 아모모까지 긁어버렸다.

허나 적팀이라고 반항을 하지 않을 리가 있나.

부와아아앙!

아모모의 궁극기가 발동되며 말화이트와 나무카이를 묶었다.

다소 부족한 데미지는 적팀의 탑라이너 잭트가 해결해준다.

안 그래도 포탑의 공격에 집중세례를 받고 있던 말화이트는 그 목숨을 다 하게 되지만.

띠잉!

내 두 번째 황금카드가 잭트에게 틀어박히며 확정 스턴을 건다.

이즈레알과 함께 풀딜을 쏘아내자 잭트는 당연 버티지 못한다.

나뿐만 아니라 이즈레알도 어지간히 잘 컸다.

'아모모는 봐주기로 할까.'

슬슬 봇라인에서 귀환을 탔을 나이즈가 탑에 도착할 시간이다.

이 이상 무리해서 안에 들어가줄 이유가 없다.

1:3의 킬교환만으로도 충분히 개이득이니까.

점멸까지 써서 도망간 아모모를 추격하는 대신, 탑라인의 2차포탑을 챙기기로 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그러고서 바로 상점으로 귀환해 봇라인을 향해 뛰어갔다.

의병대의 힘을 빌어 누구도 쫓아오지 못할 속도로 빠르게.

나이즈가 밀어 놓은 미니언 웨이브를 독차지한다.

뭉쳐진 미니언에 카드를 던져 샤르르르 녹여버린다.

안 그래도 꿀맛인 미니언 웨이브는 적 처치시 추가골드를 주는 트페의 패시브에 의해 허니버터맛으로 승화한다.

전라인을 오가며 킬어시뿐만 아니라 CS까지 톡톡히 챙겼다.

'캬아! 꿀맛이구만!'

이렇듯 트페라는 챔프의 장점은 성장이 편하다는데 있다.

로밍이 좋은데 미니언까지 챙기기 쉽다.

스플릿이라는 명목으로 혼자 다닐 일이 많은 트와이스 페이크는 솔로랭크에 정말 특화돼 있다.

오브젝트들을 부단히 챙기며 벌어진 글로벌 골드 차이.

이제 곧 용이 젠될 타이밍이지만 적팀은 감히 한타를 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게 차이가 너무 심각하니까.

무려 포탑 4개에 용 하나 차이다.

각각의 팀원들에게 배분되는 골드만 생각해도 거진 3킬에 가깝다.

킬스코어까지 감안한다면 적팀이 아직 오픈을 하지 않은 게 용한 지경.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두 번째 용을 가져가며 격차를 더더욱 벌린다.

이쯤 되면 슬슬 전체 채팅으로 오픈 사인이 나와줘야 하는데, 아직 게임을 포기하기엔 아쉬운 모양이다.

'나이즈가 잘 크고 있으니 아쉬울 만도 해.'

내 운영에 휘둘려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팔푼이같은 팀원이라곤 해도 챔프가 나이즈다.

무난하게 성장만 해도 대장군이라 불리는 나이즈.

적팀의 입장에선 그런 나이즈가 유일한 버팀목일 것이다.

이럴 때 확정타를 먹이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 있지.'

광우스타를 시켜 적팀의 레드지역을 장악해 놓는다.

당연 상황을 봐서 바론트라이를 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오더.

적팀도 마지막 보루를 내주기 않기 위해서 뭉쳐서 행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틈은 나오는 법.

그 틈을 날카롭게 찌르기에 트페만한 챔피언이 없다.

슈우웅..!

귀환해서 구입했던 아이템은 조냐의 물시계.

라둔의 죽음투구로 극딜을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판단이겠지만 트페에게는 역시 조냐가 제격이다.

나는 우물에서 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해 적팀의 레드 지역에 박힌 와드로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부스터를 킨듯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가 황금카드를 던진다.

-올마스터님이 아모모를 지목!

노리는 대상은 아모모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당연 체력이 낮은 원딜러나 미드라이너가 되겠지만 이 경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아모모를 죽일 수 있다면 게임이 그대로 끝난다고 단언할 수 있기 때문.

띠잉!

황금카드가 박히며 미묘한 금속음이 울린다.

스킬레벨이 오르며 2초에 가까워진 스턴.

그 스턴이 풀리기 전에 아군 탑라이너 말화이트가 놓치지 않고 호응한다.

꽈아아앙!

말화이트의 궁극기가 박히자 적팀들은 한타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당황한다.

하지만 이즈레알과 내 막대한 데미지를 보고 포기한다.

아모모의 체력이 순식간에 빠지자 감히 도와줄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막타를 치지 못한 건 조금 아쉽게 됐지만 그다지 상관은 없다.

중요한 건 아모모를 처치했다는 사실.

적팀의 정글러가 죽었다는 것은 바론 트라이의 부담이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타악! 타악!

안 그래도 양 팀의 격차가 어마어하게 벌어진 상황이다.

여기서 바론까지 먹히면 사이즈도 안 나온다.

그런데 하필이면 정글러가 죽어버려 스틸도 노릴 수조차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바론을 내주면 게임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기에.

남은 4명의 적팀이 이판사판 쳐들어온다.

바론을 자느냐 체력이 다소 깎였을 거라 믿고.

파라랑~!

체력이 깎인 건 사실이다.

원딜러와 미드가 무지막지하게 잘 큰 지라 바론을 빠르게 잡고 있긴 하다만 체력이 다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세 갈래 카드를 던져 다가오는 적팀을 견제 했지만 멈추지 않는다.

쿵! 쾅!

이럴 때 믿을 건 역시 우리 소 한우.

광우스타가 궁극기를 쓰며 시간을 버는 동안 바론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광우스타가 잠시간 발목을 붙잡았던 적팀이 몰려오며 한타가 열린다.

어찌저찌 바론을 먹는데 성공했다지만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

그 바론을 잡느냐 체력손실이 꽤나 생겼기 때문.

그런 아군의 상황을 모를 리가 없는 적팀이기에 마지막 찬스를 노리고 쳐들어오고 있다.

나 또한 체력이 1/3쯤 깎인데다 마법저항력 아이템이 없다는 게 크다.

어쩌다 나이즈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톡 터져 버려도 이상하지가 않을 정도.

그럼에도 나는 과감하게 다가가 황금카드를 날렸다.

챠륵!

내 황금카드와 나이즈의 콤보가 교차한다.

돌감옥으로 나를 가두고 뇌구를 던져오는 콤보는 가히 위협적.

타겟팅이기에 무빙으로 피하는 것은 당연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뇌구가 닿기 직전에 조냐를 발동했다.

띠이잉..!

마법저항력 아이템을 가도 어차피 물몸에 지나지 않은 트페다.

조냐의 물시계를 사용해 2.5초간 시간을 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군의 호응을 기대하기에는 말이다.

꾸루룩!

아군 정글러 나무카이가 점멸 일그러진 전진으로 나이즈를 묶었다.

그리고 이즈레알의 마법화살들이 쏟아지며 체력을 깎아낸다.

궁극기가 빠진 말화이트는 별 도움이 안되지만, 바론에 부단히 맞아준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띠잉!

조냐의 물시계가 풀리자 아슬아슬 돌아오는 황금카드의 쿨타임.

다시 한 번 황금카드와 함께 세 갈래 카드로 적팀의 체력을 깎아놓는다.

적팀의 탑라이너 잭트가 점멸에 발화까지 사용한 탓에 죽어버리긴 했지만 한타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잘 큰 원딜러만큼 믿음직스런 존재가 없다.

나무카이와 광우스타에 의해 지켜지는 이즈레알이 적팀을 하나하나 추격해 마무리한다.

마지막 적이 쓰러짐과 함께 채팅창에 올라오는 항복선언.

마스터 승격전의 첫 판이 그 끝을 알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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