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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솔로랭크
*고전파->주전파
파전고->파전주
인물이름 수정되었습니다.
이전 화도 전부 포함해서 수정되었습니다.
시즌 종료를 고작 2주 남겨둔 시점.
어떻게든 점수를 올려 조금이라도 나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보상을 받기 위함.
그래야만 다음 시즌에 내가 어디어디 티어였다며 떵떵거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정말 희한하게도 시즌 보상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이 존재했다.
딱히 노말만 하는 유저라던지 그런 게 아니다.
그들에겐 더 이상 노력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 이유는 딱히 설명까지도 필요없다.
그들의 티어를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니까.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의 유저들.
더 이상 올라갈 곳도, 내려갈 곳도 없는 이들이기에 한가할 수밖에 없었다.
산 정상에 올라버린 이상, 어지간히 굴러 떨어지지 않고서야 그 아래에 갈 일은 없다.
그들이 시즌이 종료되는 남은 2주간 할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 뿐이다.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에 안착한 이들에게 있어서 시즌종료는 다음 시즌을 대비한 휴식기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산 정상이라고 마냥 고요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솔로랭크라는 산의 최정상에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 누구나 탐낼 수밖에 없는 자리니까 말이다.
그 최정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 유저들이 현실에 안주한 채 1위를 노리지 않는 까닭.
어차피 자신들에겐 해당사항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전파 1위각 ㅇㅈ?
실력도 주전파가 압도적이고 인성조차 비교할 껀덕지가 없지.
'그 녀석' 은 실력이 암만 좋아도 인성부터가 되먹지를 못해서 난 절대 인정 안 해준다~
└'그 녀석'은 언급도 하지 마라. 진짜 아이디 볼 때마다 소름돋는다.
└그러게 나 로드 오브 로드 진짜 좋아했는데 요즘 '그 녀석' 때문에 게임을 하기가 싫어.
└ㄹㅇ '그 녀석' 때문에 랭크게임이 아주 개판이야 개판.
한국서버 최대의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사이트 잉벤.
잉벤에 올라온 한 게시글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그 녀석' 은 언급조차 꺼려지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그렇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박힌 대엔 당연 이유가 있는 법이겠지만 일단 그의 실력부터 짚고 넘어가 볼까.
확실히 그의 실력은 어떻게 폄하할 여지가 없다.
그럴 수밖에.
'그 녀석' 은 로드 오브 로드 최상위 티어 그랜드 마스터의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까.
잉벤 유저들이 말하던 '그 녀석' 이란 도차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비매너 유저다.
도차에 대한 악소문은 끊이지 않지만 아주 큼지막한 하나.
확실하면서도 이견이 달릴 수 없는 대사건을 꼽아보자면 대리랭크였다.
그는 대리게임이라는 행위로 엄청난 액수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물론 그 대리게임이라는 건 불법도 아니거니와 도차라는 유저가 만든 것도 아니다.
대리게임은 이전부터 왕왕 제기되던 문제였고 유저들 사이에서도 당연 불만이 많았으니까.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끔 짜증나는 정도인지라 큰 문제로 불거지진 않았다.
그런데 악질 중에도 이런 악질이 또 있을까.
도차라는 유저는 게임사가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대대적으로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을 기만했다.
아예 팀단위로 사람들을 모집해 대리게임단을 조직하고.
티어상승을 원하는 유저들에게 비용을 받고 티어를 상승시켜주는 대리라는 행위를 공공연하게 만들었다.
거진 다단계처럼 이루어진 대리게임단이었기에 조직의 장이라고 볼 수 있는 도차는 엄청난 액수의 돈을 거둬드렸다.
그리고 이를 자신이 떳떳하게 번 것마냥 커뮤니티 사이트,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라는 곳에 수익인증을 하며 자랑하고 다녔다.
도차가 만든 대리게임단과 수익인증 때문에 대리랭크를 대놓고 하면 돈벌이가 짭짤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고.
고랭크 유저들은 너도나도 한 몫 잡기 위해 대리게임을 시작했다.
도차라는 아이디를 쓰는 유저에 의해 대 대리게임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한 마디로 시즌2의 로드 오브 로드는 단 한명의 유저때문에 개판이 돼버렸다.
그런 유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방금의 게시글에 잉벤유저들이 도차를 까재낀 것은 다른 하나의 이유가 더 있다.
바로 인성은 개차반인 주제에 실력은 출중하기 때문에.
도차의 실력은 비록 프로가 아닌 솔로랭크라고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랜드 마스터 1위 자리를 듬성듬성 차지할 정도였다.
확실히 실력 자체는 인정해줄 만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일까.
도차는 한 번도 1위를 달성할 수 없었다.
원래부터 솔로랭크의 순위는 대리게임에서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기 위한 간판으로 이용하던 녀석이었기에, 게임을 하지 않아 1위 자리를 내주는 일이 흔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경우가 달랐다.
안 찍는 게 아니라 못 찍는 거다.
최근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한 명의 유저가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기 때문.
주전파라는 아이디를 쓰는 유저가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와 로드 오브 로드 한국 서버의 1위를 먹었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그의 게임경력이 얼마되지 않았다는 사실.
─한국섭 나오기 전부터 로드 오브 로드 했는데 골드다.. 질문받는다.
나는 2년 넘게 게임해서 골드.
주전파는 반년도 안돼서 그랜드 마스터 1위.
허무하다 진짜.
이것이 재능의 벽인가..
└너무 실망하지 마라 나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는데 실버다..그것도 5단계..
└실버는 테두리라도 받지 난 브론즈라 아무것도 못 받는데 부럽.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실버 테두리는 보여주기도 민망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원하다고 해도 없던 실력이 갑자기 늘어나는 일은 없다.
얼마 전까지 실버였던 유저가 갑자기 각성해서 다이아티어에 도달할 수 있을 리가.
그렇기에 대부분의 유저들이 현실을 받아들이며 실현가능한 낮은 목표를 추구한다.
한 단계라도 올라가기 위해서.
위 게시글에서 실버티어가 아쉽다는 듯 댓글을 단 이도, 본심은 테두리를 받을 수 있는 자신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조차도 못 받은 이들이 부지기수니까.
그런데.
그 잔혹한 솔로랭크의 세계에서 홀로 드라마를 찍는 이가 나와 버렸다.
그의 아이디는 다름아닌 주전파.
차후 테이커라는 닉네임으로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 프로게이머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일.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전파는 약간의 인지도조차 없었다.
그런 유저가 갑자기 그랜드 마스터를 박살내고 다닌다.
땅에서 갑자기 솟아난 게 아니라면 대체 어디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혹시 정체를 숨긴 프로게이머의 부캐가 아닐까 하는 소문이 먼저 도는 것은 당연한 수순.
그 외에도 몇 가지 의혹들이 불거졌지만.
한 잉벤유저에 의해 그의 비밀을 시원하게 파헤쳐졌다.
알고 보니 주전파는 이전에 한 번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었다.
─내가 겁나 신박한 사실 알아냈다. 화제글 보내놔라ㄱㄱㄱㄱㄱ
최근에 그마 1위먹은 유저알지? 주전파.
그 사람 정체 이 형이 알아냈다.
지난 LCL에서 미드리픈 하던 파전주라고 기억하냐?
근데 그 파전주를 거꾸로 하면 주 전 파.
캬~ 추리력 10오지는 부분이고요~
형 급식먹고 올 테니까 점심시간 끝나기 전까지 화제글 올려놔라!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LCL 4강에 버젓이 이름을 올렸던 파전주라는 선수.
그는 매경기에서 미드 리픈등으로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일약 스타가 되었다.
당연 이름도 알려질 대로 알려졌고 많은 게임단이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도 검색을 해보면 나오는 선수다.
그런데 어째서 이 당연한 사실이 알려지는데 시간이 걸렸을까?
그의 유명도가 반짝이었기 때문이 크다.
실력은 인정받기에 충분했지만 그 시기가 다소 안타까웠다.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달이라도, 그보다 더 빛나는 태양이 뜨면 가려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나 올마스터 팬이었는데 요즘 보면 주전파가 더 난 거 같다.
솔찌 올마스터 챔프폭만 우월하지 따지고 보면 뭐 하나 특출나게 하는 건 없음.
차라리 챔프폭 평타치면서 르블랑 리픈 우월하게 잘하는 주전파가 한 수 위다.
└에이, 그건 아니지 4강에서 거의 동수 아녔음? 그리고 올마스터는 주챔프 쓰지도 않았다.
└그래서 올마스터 주챔프가 뭔데ㅋㅋㅋ 애초에 올마스터는 요즘 겜하지도 않잖아.
└준우승하더니 멘탈털리고 뜬금없이 겜접더라 ㅋㅋㅋ 팬이었는데 배신감 느낌; 난 주전파로 갈아탔다.
동시대에 두 명의 영웅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던가.
같은 시기에 최고의 아마추어 미드라이너로 주목받던 올마스터.
주전파는 그의 화려한 휘광때문에 상대적으로 묻히고 만 선수였다.
어지간한 차이도 아니고, 올마스터는 LCL 서머시즌을 최고조로 끓어올린 스타였으니 만큼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 올마스터는 어느 날 갑자기 소식이 끊기고 말았다.
두 달 전부터 갑자기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관심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해 주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팀원의 격차로 안타깝게 준우승을 한 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겠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재밌는 소식을 몰고 올 거라 올마스터의 팬들은 믿어 의심치 않다.
사람들은 한 달이 넘게 올마스터가 다시 돌아올 날만을 학수고대 기다렸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맞지만, 잠깐 잠수를 탔다고 관심을 꺼버리기엔 그는 너무나 기대가 되던 인재였으니까.
만약 아무런 이변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올마스터를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이변이 생기고 말았다.
주전파라는 아마추어가 한 달이 안되어그랜드 마스터까지 1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두 달 전만 해도 마스터 티어였던 유저가 그랜드 마스터는 물론 프로들까지 개패듯 잡고 다니며 이름을 떨쳤다.
그렇게 말도 안되는 속도로 1위를 찍어버리고.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즌2의 솔로랭크 1위는 주전파로서 마감되게 되는 것일까?
─난 솔직히 1위는 도차가 할 거라 보는데..
주전파 물론 엄청 잘하긴 하는데 올마스터보다는 안되는 데다 일단 도차가 짬밥이 더 많잖아?
현재 점수도 별 차이 안나서 2주면 충분히 따라잡고도 남음
지금까지 안 움직인 이유가 대리랭하냐고 시간 없어서 그랬던 건데 슬슬 발동걸 듯
└도차 로각좁
└도차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응 도차 할애비가 와도 주전파한텐 안돼. 네 다음 대리충~
주전파와 도차.
현 그랜드 마스터 1위와 전 1위의 불꽃 튀기는 경쟁이 시작된 게 바로 어제부터의 일이었다.
미친 듯이 솔로랭크를 돌리며 한 판이라도 더 승리를 챙긴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시점에서 보상으로 받는 테두리야 당연 똑같을 테지만, 1위로 시즌을 끝마친다는 사실은 그만큼이나 각별하니까.
다음 해 시즌2 때 가장 잘하던 사람이 누구었냐고 묻는다면 당연 1위의 이름이 거론되기 마련이다.
당연 대세는 주전파의 1위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솔로랭크의 순위가 꼭 실력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실제로 도차는 주전파가 게임하지 않는 시간대에 승리를 쏠쏠하게 챙기며 차근차근 점수를 올리고 있었다.
그에 비해 주전파는 조금 비효율적이랄까.
그냥 자기가 게임하고 싶으면 게임을 한다.
이기면 이긴 거고, 지면 졌다는 그런 느낌으로 솔로랭크를 즐긴다.
이러한 까닭때문일까.
단순 실력만으로 정해지는 1위가 아니었기에 단언하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주전파 쪽이 훨씬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건 맞지만 내심 도차의 승리를 기원하는 팬들도 은근히 많았다.
여자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하듯 그저 게임 잘하는 나쁜놈이라는 사실만으로 도차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은 상당히 있었으니까.
잉벤만 해도 이 정도다.
로드 오브 로드의 커뮤니티 사이트는 하나가 아니다.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 통칭 롤갤이라 불리는 다른 롤 커뮤니티 사이트.
잉벤에 비하면 다소 유저수가 적기는 해도 그럭저럭 이용자가 많은 해당 사이트에서는 도차를 응원하고 있었다.
도차가 이곳 롤갤에 종종 글을 올리곤 한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일까.
이유야 어찌됐건 롤갤은 도차를 응원하고, 잉벤은 주전파를 응원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시즌2의 그랜드 마스터 1위가 누구로 마감될 지는 단순 두 유저의 대립에 넘어서 팬들의 대결.
심지어 잉벤과 롤갤 두 커뮤니티의 대결로 까지 번져버리고 말았다.
그것만으로도 팝콘과 치킨각이 동시에 터져 나올 지경인데.
─야 올마스터 랭겜 시작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올마스터 팬이라서 CP.GG에서 전적검색 맨날 하거든?
어제까지만 해도 다이아2까지 휴면강등 상태였는데 오늘 하루 만에 마스터 찍었어!
└뭐야 낚시가 아니야? 검색해봤는데 진짜네.
└ㅁㅊㄷㅁㅊㅇ 그마 1위 삼파전 예상합니다.
└내 직업이 검사인데 우리 법원 판사님도 인정하실 거라 본다. 착한 삼파전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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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분들 항상 고맙습니다.
*고전파->주전파
파전고->파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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