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09화 (20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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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솔로랭크

마스터 오브 이.

그것도 주문력 템을 가는 마이는 정말 솔로랭크에 특화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 번 킬을 먹기 시작하면 혼자서 1:5조차 가능한 그림이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까.

특히나 시즌2는 더더욱 AP마이가 활개치기 쉬웠다.

어째서냐고 묻는다면 시즌2는 한타의 비중이 지극히 높았기 때문이다.

시즌 3부터는 한타 이외의 승리 공식이 주목받으며 프로게이머들에 의해 체계화됐다.

신챔피언 자드와 쇈등이 주름잡는 스플릿메타.

직트, 제라트등의 답도 안 나오는 포킹구도.

한타가 아니면 힘을 쓸 수 없는 마스터 오브 이에게 있어 지옥같은 시기가 도래했다.

그 지옥같은 시기에 지옥같은 사신이 와서 아예 AP마이 자체를 끝장내버리긴 했지만서도.

뒤늦게서야 알아챌 수 있었던 사실은, AP마이가 시즌2에 충분히 쓸만했다는 거다.

그렇다.

아직 시즌2 종료가 2주 가까이 남은 지금이야 말로 절호의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사샤샤샥!

마스터 오브 이의 Q스킬 알파 슬래쉬.

타겟팅으로 들어가는 광역데미지는 라인전에서 무척이나 좋다.

미니언을 처리함과 동시에 적챔피언에게 견제를 넣을 수 있으니까.

'타이밍을 잘 봐야 하긴 하지만 말이야.'

알파 슬래쉬는 최대 4명의 적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런데 미니언 웨이브는 기본 6마리 이상.

미니언이 적은 타이밍을 잘 노려 적을 가격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낮은 점수대에서의 이야기지, 일정 이상 티어대에서는 바보같이 맞아주는 일이 없다.

'맞아줘도 맞아주는 대로 또 문제지.'

AP마이의 기본 라인전은 알파로 짤짤이를 넣으며 자신은 W스킬, 회복으로 체력을 채우는 것이다.

이 간단한 딜교환 방식은 소극적인 라인전을 하는 낮은 점수대에선 정말이나 잘 먹히지만 점수대가 올라가면 확 달라진다.

웬만한 미드라이너라면 마이의 상대법을 알고 있다.

상대법이라 함은 간단하고도 명료.

마이가 절대 평타로 CS를 먹도록 놔두지 않는다.

근접 챔프인데다가 스킬이 하나밖에 없는 마스터 오브 이.

그렇기 때문에 초반 라인전도 약할 수밖에 없다.

라인전이 약한 마이를 압박하는 것은 당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갖 기묘한 스킬들로 무장한 미드챔피언들이라면 더더욱.

평타로 괴롭히면서 일방적으로 스킬을 쏟아붓는다.

마이가 알파로 때리면 어떻게 하냐고?

현재 내가 상대 하고 있는 적팀의 미드라이너, 카서트가 마이의 상대법을 아주 잘 꿰고 있다.

마이에게 한 대를 맞으면 두 대, 세 대로 돌려줘라.

공격스킬이 하나밖에 없는 마이는 상대하는 입장에서 대처가 용이하다.

토옥!

토옥!

내가 미니언과 함께 카서트를 긁자 곧바로 역공이 들어왔다.

땅 밑에서 보라색 딱콩들이 터지며 나를 견제한다.

카서트가 내 위치를 예상하는 게 너무 쉬웠기 때문이다.

알파 슬래쉬를 쓴다는 소리는 미니언이 있던 위치까지 돌진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니까.

알파라는 스킬 자체가 광역기임과 동시에 돌진기의 성격을 지녀 어쩔 수가 없다.

낮은 점수대였으면 그냥 당하고서 우물쭈물 했겠지만, 마스터티어는 역공의 순간을 놓칠만한 점수대가 아니다.

카서트는 내가 나타난 위치에 미리 딱콩을 뿌렸고, 알파 슬래쉬로 준 데미지 이상을 나에게 돌려줬다.

가히 훌륭한 대처능력.

나는 카서트의 딱콩을 최대한 피하며 아군 포탑 쪽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5초에 걸쳐 체력을 채워주는 회복을 사용했다.

뼈를 주고 살을 깎는 느낌이긴 하지만 회복이 있는 마이기에 버틸 만하다.

하지만 효율적인 딜교환 방식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회복량이 초반부터 절대적인 것도 아닌데다, 무엇보다 스킬쿨이 너무 길어.'

그렇다고 알파 슬래쉬의 쿨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빠듯이 딜교환을 할 수도 없다.

4명을 때리는 광역기인 알파 슬래쉬는 그 특성상 라인을 애매하게 밀어버린다.

다 미는 것도 아니고 조금씩 남긴다.

그런 애매한 라인이 유지되다 보면 갱킹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한 번 죽기라도 하면 안 그래도 라인전이 약한 마이는 버티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마이가 충[蟲] 챔피언이 되어버린 결정적인 이유.

차후에 나올 야흐호도 그렇고 라인 미는 생존기 없는 챔피언들은 정말 답도 없다.

'그래도 카서트는 무빙으로 피할 수 있으니 괜찮은 편이지만.'

손을 푸는 첫 판의 상대가 카서트여서 참 다행이었다.

진짜 골때리는 건 CC기가 많은 챔피언들.

특히나 리픈, 구리가스등은 사이즈도 안 나온다.

적팀의 정글러와 점멸을 쌍으로 써서 갱호응을 하면 그냥 당해야 한다.

물론 카서트라고 만만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나마 회복을 끊을 스킬이 없다는 점에서 비교적 괜찮다는 거지.

잘하는 카서트는 다른 챔피언들 못지 않게 힘들다.

카서트의 Q스킬, 딱콩은 쿨타임이 짧고 한 방, 한 방의 데미지도 강하다.

대신 맞히기 힘들다는 엄청난 단점이 있지만, 근접챔프인데다 생존기도 없는 마이는 다루기 쉬운 장난감일 수밖에.

하지만 그것도 실력대가 맞을 때의 이야기고 저 카서트는 나를 상대하기엔 한참은 멀었다.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라인전이 드럽게 힘들어진다는 점은 감안을 해야겠네.'

마이의 지루하기 짝이 없는 라인전 탓에 잡생각들이 떠올랐다.

나는 천천히 미니언을 받으며 카서트와 적당한 딜교환을 해댔다.

딱히 솔킬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위협의 용도.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면 만만하게 보이는 법이니까 말이다.

만만하게 생각되면 한 대 맞을 거 두 대 맞기 마련이다.

때문에 난 적당한 패기를 내뿜으면서 라인전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사샤샤샥!

미니언들을 받아먹으며 무난한 맞성장에 성공.

6레벨에 도달하자 미약하게나마 있었던 갱킹의 위험성도 사라졌다.

적팀의 정글러 리심은 가히 위협적인 정글러지만 더 이상 갱호응이 되지 않기 때문.

카서트의 유일한 CC기, 통곡의 벽은 높은 둔화량을 가졌다.

그러나 마이의 궁극기인 마지막 전사는 그 둔화에 완벽히 면역.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갱킹을 당할 염려가 없다.

한타를 바라보며 안정적인 파밍으로 성장을 도모함과 동시에, 나는 한 가지 더 재밌는 선택을 했다.

사샤샤샥!

알파 슬래쉬가 유령 4마리를 시원하게 긁어버린다.

정글몹을 효율적으로 잡기 위해서 나는 일부러 광채의 칼을 구입했다.

이전에 트와이스 페이크를 했었을 때도 느꼈지만 확실히 광채의 칼이 나오면 더티파밍이 쉬워진다.

어차피 마스터 오브 이가 빛을 보는 건 최소한 1코어가 뜬 이후의 일이기에.

사리면서 파밍을 할 목적이라면 더티파밍을 해주는 게 좋다.

성장속도에 박차가 가해졌다.

'조금 지루하긴 해도 차후의 포텐을 위해 참는 수밖에.'

지금까지 한국서버에서 해왔던 라인전들.

산드라로 화끈하게 미드를 터트리고, 트페로 숨돌릴 틈 없이 로밍을 다녔다.

그런데 간만에 파밍형 챔피언을 하고 있으니 하품이 나올 지경.

다행스럽게도 그 지루함은 오래가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마이의 스킬구조가 단조롭게 느껴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라인전 단계다.

한타 페이스에 들어가면 마이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챔피언이 없을 정도다.

마지막 전사를 발동하고 적 챔피언을 잡으면, 궁극기를 포함한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초기화되는 킬딸 챔피언 마스터 오브 이.

아무리 단조롭더라도 쿨타임이 리셋되는 것까지 감안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난이도를 요구한다.

그저 대충 키보드를 연타하는 것과 하나하나 시기적절하게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

공격스킬인 Q스킬과, 회복 겸 방어스킬인 W스킬, 그리고 마이라는 챔피언의 핵심인 궁극기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나눠 써야 한다.

피지컬이라기보단 플레이어의 순간적인 판단력을 요구한다.

즉, 올마스터로서 성장한 나에게 있어 상당히 잘 맞는 챔피언이 아닐 수 없다.

티링!

더티파밍을 병행해 분당 CS가 10개를 넘어버린 나는 코어템을 뽑기에 충분한 골드를 갖출 수 있었다.

내가 첫 번째로 선택한 아이템은 더티파밍을 위해 구입했던 광채의 칼, 그 상위템인 부자베인.

기왕 광채의 칼을 올린 만큼 마저 완성하자는 이유도 있겠지만 한 가지 더.

이번 판에서 중요한 건 마무리 능력이지 광역딜이 아니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주문력만을 올려주는 라둔의 죽음투구는 알파 슬래쉬의 데미지를 크게 상승시킨다.

뿐만 아니라 AP계수에 비례한 회복량도 상당해져, 마이가 마치 좀비같은 생명력을 자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음에도 부자베인을 선택한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존재한다.

낮은 점수대에서야 적팀 한 명이 실수해주는 일이 흔하다.

특히나 원딜러가 마음이 급해서 앞대쉬를 하다가 얻어맞는다던가.

그 한 명이 시발점이 되어 모든 적을 갈아엎을 수 있다.

이 때 광역기인 알파 슬래쉬가 강력하게 들어간다면 더욱 더 쉽게 적팀을 요리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마스터티어, 그 이상에서라면 어떨까?

애초에 실수를 하는 그 한 명이 나오지를 않는다.

아무리 높은 점수대라고 해도 심지어 프로게이머일 지라도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일 텐데 어째서일까?

그 실수를 안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마이의 Q스킬, 알파 슬래쉬는 유일한 공격기임과 동시에 광역기, 그리고 돌진기다.

한타에서 알파를 사용할 때 마이는 사활을 걸어야 한다.

어쩌다 한 번 잘못 썼다간 적팀의 공격에 노출되게 되고, 그대로 CC기 연계에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다.

섣불리 포킹이라던지, 체력을 깎는 용도로는 쓰기가 힘들다.

그러나 상대 미드라이너는 마이가 숨을 죽이고 있는 사이에도 팀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예를 들어 포킹 챔피언 럭키.

럭키는 포킹으로서 적팀의 체력을 갉아먹는다.

아니면 르풀랑같은 암살자.

귀신같이 대기하고 있다가 누구 한 명의 목숨을 끝장낼 수 있다.

혹은 해이애나같은 돌진형 챔피언들.

이니시는 물론 딜탱으로서의 역할까지 훌륭히 수행해낸다.

그렇게 적팀의 미드라이너가 미쳐 날뛰고 있을 때 마이가 하는 건 대체 뭘까?

뒤에서 그저 팔짱 낀 채 진입각을 외치고 있을 뿐이다.

<님들 저 킬리셋 아시죠?>

이 한 마디를 던져 놓고 말이다.

게다가 킬을 먹이면 또 먹이는 대로 골치다.

아군이 희생해서 한 번 킬을 먹기 시작하면 오만방자 짝이 없어진다.

<마이캐리 ㅇㅈ? 응 ㅇㅈ 기모띠~!>

팀원이 차려준 밥상을 줏어 먹고 지 캐린줄 안다.

이기던 지던, 잘하던 못하던 승패잘못 따지지 않고 그냥 밉상인 게 마이라는 챔프다.

마스터 오브 이가 3대 벌레 챔피언으로 찍혀 버린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

이렇듯 한타 대치의 상황에서 팀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이는 말 그대로 잉여.

마이가 누구 한 명을 죽일 킬각이 나오기 전까지 팀원들은 4:5로 게임을 해야 한다.

만들어 준다고 해도 잘 해낼 수 있을지 미심쩍고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마이만큼 캐리력 높은 챔피언이 없다는 것은 로드 오브 로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아이템이 갖춰질 수록 지녔던 단점을 최소화시킬 수 있으니까.

내가 아이템트리 변경을 고려한 데도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

선 라둔의 죽음투구가 아닌 단일 데미지에 특화된 부자베인.

이는 더티파밍에도 크게 도움이 될 뿐더러, 비싸디 비싼 라둔의 죽음 투구에 비해 완성되는 타이밍이 빠르다.

티링!

나는 상점에 귀환해 부자베인을 구입했다.

이전에도 한 번 트와이스 페이크로 올렸던 아이템인 만큼 친숙한 느낌.

평타에 AP계수에 비례한 마법데미지를 선사하는 부자베인이 완섬됨으로써, 나는 노릴 수 있는 킬각이 더욱 넓어졌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 교전에서 활약할 여지가 생긴다.

'그것 때문에 올린 감도 크지.'

소규모 교전에서 중요시 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점사라는 개념.

양념을 치기 보다는 누구 한 명을 확실히 마무리하고,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다구리를 치는 것이 옳다.

일반적인 마이라면 양념 한 번 치는 게 고작이겠지만 부자베인을 올리면 단일딜이 높아진다.

사샤샤샥!

미니언을 대강 정리한 나는 봇라인으로 향했다.

4명의 적밖에 때릴 수 없는 알파 슬래쉬이기에 미니언 두 마리가 남긴 했지만 쿨하게 쌩깐다.

봇에서 전투가 일어날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놓고 가면 당연 봇라인에 핑이 찍힌다.

게다가 카서트 또한 따라오지 않을 리 없다.

그 점을 감안하고 있음에도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봇라인에서 교전이 열릴 거란 확신.

이만한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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