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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솔로랭크
마스터 오브 이만 따지면 3연승.
중간에 피치못하게 다른 라인을 했을 때 1승 1패.
총 4승 1패의 성적으로 게임을 달리고 있다.
오늘 솔로랭크의 여섯 번째 판에서 다시 잡게 된 AP마이.
4연승을 노리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판의 상대는 만만치가 않다.
마이의 하드카운터로 위명이 자자한 빵테온이기 때문.
빵테온은 정말 스킬구조 하나하나가 마이에게 있어 난감하기 짝이 없는 챔피언이다.
마이의 평타를 막아내는 패시브는 그렇다 치고 초반 견제가 말이다.
차앙!
빵테온이 단창을 날려며 견제해온다.
저 단창은 타겟팅이라 피할 수도 없는데다 쿨타임이 굉장히 짧다.
초반견제력만 따졌을 때, 로드 오브 로드의 모든 챔피언들 중에서 탑순위에 드는 챔프가 바로 빵테온.
혹시 몰라 천옷에 포션 5개를 꾹꾹 눌러 사온 게 다행이었다.
'진짜 문제는 미니언을 건들지도 못한다는 건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지만 마이로 빵테온이 까다로운 이유는 그 하나가 아니다.
최소한 세 개는 더 있다.
그 세 개 중 첫 번째가 바로 CS를 먹을 엄두가 안 난다는 사실.
평타로 미니언을 치는 것은 당연히 안되고 멀리서 알파 슬래쉬조차 긁을 수가 없다.
만약 미니언을 먹으려고 알파 슬래쉬를 긁으면 저 빵테온이 나를 때려댄다.
카서트를 상대할 때도 문제가 됐지만 알파를 긁고 나면 견제를 받기 십상이다.
그럴 수밖에.
돌진기인 알파로 미니언을 때린다는 소린 그 위치로 이동를 한다는 거니까.
빵테온은 한 대 맞더라도 그 자리에서 대기탔다가 나를 겁나 때릴 것이다.
겁나 때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따라가서 더 때리다가 스턴 걸고 또 때린다.
그리고 끝까지 따라가서 발화와 단창을 타겟팅으로 쑤셔 넣겠지.
그렇게 되면 방어력을 올려주는 천옷 스타트를 한 보람도 없이 그냥 그대로 사망이다.
빵테온이 괜히 초반 라인전 강하기로 손꼽히는 게 아니니까.
저런 식으로 잡는 강제 킬각은 반항조차 불가능하다.
만약 원거리 챔피언이었다면 그나마 스킬이나 평타로 CS를 받아먹었겠지만 마이는 근접 챔피언.
게다가 유일하게 있는 공격 스킬까지 돌진기라니, 가히 악몽이 아닐 수 없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띠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당연 약간의 기교가 바탕이 되지만 그 본질이 정신집중과 실수를 줄이는 것이라는 사실은 맞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나는 알파 슬래쉬를 사용했다.
사샤샤샥!
알파 슬래쉬를 사용해 미니언을 먹으며 동시에 빵테온도 긁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빵테온의 공격에 노출될 텐데 어째서?
하나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죽기 직전의 미니언.
원거리 미니언의 평타에 의해 죽는 것이 확정된 미니언에게 알파 슬래쉬를 타겟팅한다.
살짝 선딜이 있는 알파 슬래쉬의 특성상 미니언의 막타는 칠 수 없지만.
그 대신 내 자리가 원상복귀된다.
즉, 돌진할 대상이 먼저 죽어버렸기 때문에 대상을 잃고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오고 만 것.
조금 버그같은 느낌이지만 이것 또한 AP마이를 하는 유저라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테크닉이다.
적어도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이다.
빵테온[전체]-???? 뭐야, 버그?
시즌2의 로드 오브 로드가 조금 불안정했던 탓에.
하도 여러가지 버그가 판을 치긴 했지만 내가 방금 전 사용한 테크닉은 최소한 리메이크 전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심지어 리메이크 이후에도 유지가 된다.
나는 방금의 기법을 다시 한 번 사용해 알파 슬래쉬로 미니언을 갉아 먹으며 빵테온까지 긁었다.
물론 이 기교 하나로 라인전 문제가 끝났다고 보기엔 이르다.
'이렇게 되면 라인이 밀린다는 문제가 생기는데..'
일단 알파 슬래쉬를 긁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미드에서 단식 투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러나 알파 슬래쉬로 라인을 밀게 되면 빵테온은 프리징을 할 수 있게 된다.
빵테온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세 개의 이유 그 두 번째.
알파 슬래쉬가 광역기인 이상 딱히 당장 먹을 필요가 없는 미니언까지 건드리고 만다.
그렇게 되면 아군 미니언의 수가 적보다 많아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라인이 밀리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빵테온이 적정 라인을 유지하고만 있으면 내가 먹을 수 있는 CS의 양은 당연 적어진다.
이 프리징이라 함은 상대하는 입장에서 정말 난해하고 짜증난다.
막타를 치지 못하는 건 둘째 치고 언제까지 유지될지 상상만 해도 골머리가 아프니까.
때문에 나는 조금 과감한 수를 두기로 했다.
사샤샤샥!
아까와 마찬가지의 딜교환.
미니언과 빵테온을 동시에 긁는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미니언이 있던 위치까지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미니언이 죽는 순간에 알파 슬래쉬를 긁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빵테온은 굴러 들어온 호박을 놓치지 않았다.
뒤에서 사리면서 짤짤이만 넣고 있던 저 아니꼬운 마이가 드디어 사정거리 내에 들어온 셈이니까.
타겟팅 스턴 스킬, 방패치기가 나를 향해 들어온다.
터엉!
1초 동안의 스턴.
연이어 들어오는 데미지는 과연 빵테온이다.
천옷이라는 방어 아이템을 갖췄음에도 순식간에 절반 가까이 체력이 깎였다.
하지만 나도 당연 노리는 바가 있었다.
위이이잉..!
회복과 스턴은 흔히 말하는 눈치 싸움이다.
다급했다 하더라도 절대 먼저 써서는 안됐다.
만약 단순한 1:1 상황이었다면 그저 시간 끄는 용도밖에 되지 않았을 회복.
하지만 나에게는 아군이 있다.
갱킹도 로밍도 아닌 바로 미니언들.
미니언이 깡패라는 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의 회복량에 더해 올라간 방어력.
그렇게 내가 버티는 사이 아군 미니언들이 대신 반격을 해준다.
프리징때문에 차곡차곡 모인 미니언의 수는 결코 적지가 않다.
그것도 알짜배기 원거리 미니언들만 상당수가 모였다.
차앙!
그래도 못내 아쉬운지 마지막으로 단창을 한 대 날리고 도망가는 빵테온.
아무래도 라인전이 약한 마이의 특성상 킬각까지 노리진 못했지만 방금의 딜교환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두란검 스타트를 한 빵테는 체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없으니까.
강력한 라인전을 위해 선택했던 두란검이 발목을 잡는다.
빵테는 몰려온 미니언 웨이브를 포탑을 낀 채 받아먹고 있다.
두란검 덕에 미니언을 때리며 조금씩 피흡을 하고 있지만 그 양은 갈증난 목에 미네랄 워터 한 모금.
체력포션을 마시는 것보다 훨씬 더디다.
내가 앞으로의 라인전에서 우세를 점할 밑바탕이 깔렸다.
사샤샤샥!
이젠 미니언도 대놓고 먹는다.
천옷 5포션 스타트를 한 나는 빵테온의 창을 그대로 맞으며 라인을 푸쉬한다.
AP마이가 라인전이 약한 건 맞지만 이렇게 상황이 받혀준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라인을 마음껏 푸쉬하며 스킬쿨마다 알파 슬래쉬를 긁어대는 마이는 정말 깐깐징어 그 자체.
포탑을 끼고 있는 상태에서도 그냥 갈겨버린다.
한두 대 맞더라도 다시 회복하면 되니까.
빵테온은 그래도 믿는 바가 있는지 꾸역꾸역 버티며 라인전을 이어간다.
궁극기를 배우는 6레벨 전까지 사려볼 생각이라는 게 빤히 보인다.
사실 그래도 되는 게 내가 다이브를 해버리기엔 확실히 애매한 감이 있다.
알파 슬래쉬와 발화의 데미지가 어느 정도 들어올지는 뻔하다면 뻔하다.
게다가 저 두 개로 죽지 않는다면 나는 킬각을 노릴 수 없다.
빵테온의 패시브는 평타를 그대로 막아버리는 데다 확정스턴.
방패치기가 골칫거리다.
'방법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나는 조금 과도할 정도로 과감하게 들이댔다.
점멸 평타.
마스터 오브 이의 패시브는 스택이 쌓이면 적을 두 번 가격한다.
한 번의 공격이 막히긴 했지만 나머지 한 번의 공격이 빵테온을 찢는다.
하지만 빵테온은 미쳤냐는 듯 비웃으며 방패로 내려 찍었다.
터엉!
빵테온의 방패치기는 그저 확정스턴만이 골치인 게 아니다.
적을 기절시킴과 더불어 평타를 막는 패시브를 활성화시킨다.
그렇다.
적을 기절시켜야만 활성화된다는 점을 노린다.
사샤샤샥!
AP마이의 유일한 공격스킬 알파 슬래쉬가 긁어지며 순간적인 무적상태.
빵테온의 방패치기는 물론 타워의 공격까지 회피한다.
게다가 방패치기를 피함으로서 연이어 들어가는 내 평타를 더 이상 막을 수가 없게 됐다.
화륵!
정확히 두 번 더.
칼질을 하고 뒤를 돌아 타워를 벗어난다.
빵테온은 점멸을 사용해 도망갔지만 내 딜계산은 정확하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쫓아오는 포탑의 공격을 회복을 사용해 버텨냈다.
그 회복량은 아직 많지 않지만 올라간 방어력은 포탑의 공격을 절반 가까이 줄여주기에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낸다.
빵테온[전체]-마이 무슨 프로게이머냐? 이게 말이 됨?
[전체]- 응 돼. 저 분 올마스터임.
빵테온[전체]-올마스터? 들어는 본 거 같은데... 정확히 누구지?
알파 슬래쉬를 사용해 제로 거리에서 빵테온의 방패치기를 피한다.
흔히 말하는 입롤의 실현이다.
애초에 점멸을 써야 한다는 기회비용과, 자칫 실패할 수 있다는 공포때문에 감히 실행할 수 없을 텐데.
그걸 자연스럽게 해냈으니 빵테온의 입장에서 어이가 털릴 노릇이었겠지.
'실력차를 알아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저려나.'
속으로나마 덕담을 해주긴 했지만서도 이번 판의 승리는 확정 사항이다.
미드차이로 빠르게 스노우볼을 굴린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까닭.
빵테온이라는 챔프가 후반이 안 좋은, 유통기한 챔프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한 가지.
마이에게 있어 빵테온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세 개의 이유 중 마지막 번째 때문이다.
원래라면 마이에게 있어 골때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역으로 도움이 된다.
티링!
이번에 처음으로 올리는 아이템은 추격자의 손목 보호대.
천옷의 상위템이기도 한 손목 보호대는 대AD 챔프전에 마법사 챔피언들이 필수적으로 올리는 아이템이다.
주문력과 방어력을 제공한다.
더불어 미니언을 죽일 때마다 마치 피를 마시는 칼처럼 아이템의 스펙이 올라간다.
총 30마리의 미니언을 처치하면 가격대비 성능이 굉장히 훌륭하다.
사샤샤샥!
라인에 복귀하자마자 빠르게 미니언을 먹는다.
적어도 6레벨을 찍기 전까지 최대한 스택을 올려놔야 하니까.
곧 봇라인에서 전투가 벌어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라인전도 망한 마당에 로밍을 선택하지 않을 리가 없겠지.'
빵테온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강력한 라인전과 글로벌 궁극기의 장점을 살린 로밍.
빵테온의 궁극기는 마치 트와이스 페이크의 숙명처럼 자신의 원하는 장소로 멀리 이동할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적팀의 입장에서 조금은 피하기 쉽다는 사실일까.
트페의 궁극기보다 나타나는 속도가 약간 더디다.
게다가 나타나기 직전, 거대한 원이 그려지며 예고까지 하기에 혼자라면 피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대신 그런 패널티가 존재하는 만큼 트페에겐 없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광역데미지란 점이 정말.. 봇라인 입장에서 짜증이 난단 말이야.'
빵테온의 궁극기, 기습 낙하는 트페와 달리 단순한 이동기가 아니다.
궁극기라는 본연의 역할에 걸맞게 데미지가 있다.
그 피해량은 제대로 맞는다면 가히 위협적.
결정적으로 광역 둔화의 효과가 있어 봇라인 갱킹에 효율적이다.
둘이서 한 몸, 봇듀오로서 움직여야 하는 봇라인은 혼자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해버릴 때가 있다.
약간이라도 지체된 반응은 자칫 더블 킬이라는 참사를 불러일으킨다.
그 점을 빵테온이 모를 리가 없기에 반드시 봇라인 쪽으로 로밍을 갈 터.
그 타이밍은 뻔하게 읽힌다.
'십중팔구 블루를 먹은 다음이 되지.'
로밍형 챔피언들이 서로 간에 약속이라도 나눈 듯 좋아하는 타이밍이다.
그리고 사실 잘 먹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나한테는 먹힐 턱이 없지만 말이다.
─트리플 킬!
올마스터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미드라인전에서의 솔킬.
연이어 빵테언의 로밍을 정확히 카운터쳤다.
애초에 잘 크지도 못한 빵테가 무리하게 실행한 봇라인 로밍.
아군이 조금만 버텨줘도 내가 전부 쓸어담는 그림이 나온다.
그 결과는 채팅창에 뚜렷이 보이는 트리플 킬이 증명한다.
아직 완전히 터졌다고 보기엔 이르지만 승리의 여신이 내 쪽을 향해 웃어주고 있다는 사실은 명명백백.
압도적으로 성장한 마스터 오브 이로 게임을 굳혀나간다.
한 판, 한 판 최대한 빠르면서도 확실하게.
내 AP마이에 대적할 만한 자는 마스터 구간에서 나타나지 않으리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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