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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12화 (21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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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고전파->주전파

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너희들, 올마스터가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 알고 있겠지?>

단 세 명만이 존재하는 단톡방.

그 중 나이도, 실력적인 면도 가장 위라고 할 수 있는 맏이가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꺼낸 게 맏이인만큼 읽씹없이 곧바로 대답이 들려오긴 했지만 조금 뚱딴지같은 동문서답이었다.

셋 째가 올마스터라는 자와 과거에 조금 사건사고가 있었던 모양.

<다행이네 그 새끼, 나랑 결판을 내야 하는데.>

두 번째로 말을 한 이는 별 의미는 없지만 따지자면 막내인 셋 째.

딱히 나이순은 아니다.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는 롤 커뮤니티 사이트에 발은 디딘 순서고, 사실상 둘째와 셋째 사이에서 서열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어느 단체가 그러하듯, 서로 애매한 관계에 있는 이들끼리는 으레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 올마스터한테 개털려놓고 결판잼ㅋㅋ 도진기씨 양심 ㅇㄷ?>

사람의 짜증을 절로 불러일으키는 가벼운 인터넷 채팅체.

셋째를 도진기라는 다소 익숙한 닉네임으로 부른 이는 다름 아닌 둘째였다.

사실 같은 단톡방에 속해있고 대외적으로는 친해보이는 그들이지만, 저 둘만큼은 예외다.

둘 다 인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파탄자인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이겠지만, 서로가 못 잡아 먹어 안달이다.

<그건 걍 팀이 병.. 후, 말을 말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입만 나불나불.>

<ㅋㄷㅋㄷ 네 다음 꼬리 내린 멍멍이~ 패배자랑 말 안 섞음 ㅅㄱ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둘 사이의 싸움이 어지간히 이어져온 게 아니라는 사실.

옛날엔 단톡방이 터져라 서로를 물고 뜯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조금 뜸해졌다.

적당히 서로를 무시하는 법을 깨우친 모양.

셋째의 입장에서도 지난 번 패배 이후 배운 것이 많았기에 딱히 다시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부분은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첫째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자 했지만.

<내가 급식충 편들어주는 건 아니지만 사정이 어쨌던 간에 진건 진 거야, 너도 알지?>

<알고 있다고, 형. 그냥 좀…. 자존심 때문에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이 단톡방에 속한 이들은 조금 심하게 자유분방하다 소문난 자들이다.

그들의 맏이인 첫째 또한 딱히 이러저러한 문제를 트집 잡는 성격은 아니지만, 실력적인 부분에 한해서는 깐깐하기 그지없었다.

그렇지만 패배한 본인도 속이 상할 것일 뿐 합리화를 하는 건 아닌데다.

가끔의 패배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 거라 여긴 첫째.

첫째는 일단 산으로 가기 시작한 단톡방의 의제를 본연의 자리로 되찾기 위해서 말을 이었다.

<너희들도 알고는 있겠지만 요즘 내가 조금 바쁜 거 알지? 솔로랭크 문제 때문에.>

첫째는 최근에 로드 오브 로드 솔로랭크를 한 판이라도 더 이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점수대가 낮아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보상을 받기 위함은 당연 아니다.

이 단톡방에 있는 세 명의 인원이 전부가 놀랍게도 그랜드 마스터티어에 속해있다.

애초에 더 올라갈 곳이 없는 그들이다.

하지만 둘째는 첫째가 하고 있는 일의 중요도를 알고 있음에도 다소 불만이 있는 모양이었다.

첫째가 솔로랭크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받아친다.

그도 그럴 게, 어떻게 보면 흔하디 흔한 자존심 싸움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부분이었으니.

<할지꺼리 드럽게 없네ㅋㅋ 나같으면 그냥 주전파 1등 주고 대리나 하겠다.>

<아직 수능도 안 본 놈이 머리 돌아가는 꼬라지가 굳어 있네; 1등 한 번 찍어 놓으면 배는 벌린다고. 홍보효과 모르냐, 홍보효과?>

둘째의 말을 셋째가 어이없다는 듯 나무랬다.

확실히 첫째가 운영하는 사업에는 홍보가 확실히 필요했으니까.

물론 사업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아니 상당히 부정적인 게 사실이다.

첫째의 정체는 바로 로드 오브 로드를 좀먹는 대리게임단의 수장.

최근 잉벤과 롤갤이 싸움을 붙게 만든 장본인 중 하나.

주전파와 불꽃 튀기는 그랜드 마스터 1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도차였다.

<둘 다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야.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저 다시금 1위를 차지하고 싶을 뿐이다.>

<ㅋㅋ이제야 말이 통하네. 정 급하면 내가 몇 판 져줘? 미드 박아줌?ㅋㅋㅋㅋㅋㅋ>

흔히 어뷰징라고 불리는 행위.

둘째는 고의적으로 게임을 져주는 어뷰로 첫째에게 점수를 몰아주면 되겠냐고, 그렇게 말을 했다.

몇 판, 아니 열 판이상 내리 연패를 하더라도 마스터티어로 떨어지지 않을 점수를 가지고 있는 둘째니까 할 수 있는 광오한 발언.

하지만 첫째는 단호했다.

<......내가 대외적인 이미지가 쓰레기긴 해도, 그런 짓 까지는 하지 않아.>

따지고 보자면 대리나 어뷰나 똑같은 쓰레기짓이기는 하지만, 도차에게 있어서도 나름대로 넘지 않는 선 정도는 있었다.

몰래 훔치는 소매치기와 대놓고 협박하는 강도의 차이일까.

솔로랭크의 순위권에 꽤나 오랫동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도차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기 자신의 실력에 대해 프라이드가 높았다.

그렇기에 그는 주작을 해서까지 자신의 실력 이상의 평가를 받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도차형은 뭐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건데? 올마스터 얘기는 대체 왜 꺼낸 거고. 이야기가 조금 산으로 간다?>

<난 알 거 같은데~ 걍 너님 IQ가 돌고래랑 짝짜꿍하는 듯ㅋㄷㅋㄷ>

틈만 나면 서로를 뜯어먹지 못해 안달이 난 셋째와 둘째.

둘의 싸움이 이어지기 전에 첫째는 빠르게 본론을 꺼내려 했다.

셋째 말도 틀리지 않은 게 자신이 조금 헷갈리게 말을 한 것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의외로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러니까 도차는 저 올마스터가 신경쓰인다는 거잖아. 자기 밥그릇 뺏을까봐, 맞말 ㅇㅈ?>

<설명이 니답게 거지같긴 하지만, 대충 의미는 알겠다.>

셋째와 둘째 모두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은 친해진 걸까.

도차는 예상외의 흐뭇한 광경에 조금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간에서 도씨가문 삼인방이라 불리는 자신들은 의형제까지는 아니여도 나름대로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서로를 물어 뜯는 일이야 흔하지만 그런 거야 원래 친구들끼리도 으레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저 둘이 작정하고 싸울 때면 못내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았는데, 조금은 미운정이 쌓인 것 같아 다행이라 마음놓았다.

특히나 자신이 곧 내뱉을 발언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너희들이 이해한 바가 대충 맞을 거야. 한 마디로 올마스터가 1위 쟁탈전에 끼어 들지도 모른다는 거지.>

<근데 그게 말이 돼? 내가 방금 롤갤 검색해봤는데 걔 랭크시작한지 겨우 이틀됐다던데?>

<시즌 종료까지 2주일도 안 남음. 쫄은 거 아니면 설레발 ㄴㄴ해.>

도차 자신도 처음에는 당연히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올라오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만약 자신이 부캐를 키운다고 해도 과연 솔로랭크로 저 정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

솔직히 말하자면 애매했다.

컨디션이 좋을 때라면 어찌저찌 가능할 수도 있는 수준.

평소에는 저 정도까진 하기 힘들다.

듀오면 모르되 솔로랭크는 하도 변수가 많으니까.

평소에 마스터티어 이상의 계정만 대리게임을 하는 도차일 지라도 마스터 구간은 만만히 볼 수 없었다.

막말로 운빨 안 좋으면 연패를 해도 이상하지가 않은 점수대다.

<올마스터도 걍 뽀록 터진 거 아니야? 걔 실력 나도 붙어봐서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차형 정도는 아니잖아.>

셋째의 말마따나 도차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보다 조금 밑단계라 해도 열흘 정도면 충분히 그랜드 마스터 최상위권에 갈 수 있기에.

당연히 잠을 자는 시간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에만 투자했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겠지만, 올마스터가 그렇게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시즌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니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1, 2위전을 방해할 수준까지 될 수 있을까.

묻는다면 확률은 높지 않겠지만 변수라는 건 원래 진작에 차단하는 게 좋은 법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노림수가 있는 도차이기에, 변수만 없다면 1위를 먹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기에 더더욱 이었다.

<그래서 그 얌체같이 끼어들려고 하는 올마스터를 훼방 좀 놓자. 그런 이야기지, 도차형?>

<크~ 방금 어뷰는 안 하신다 하신 바른 생활 어른이가 할 소리셈?ㅋㅋ>

도차는 자신의 말이 다소 억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경우가 달랐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

누구라도 환영할 수 없는 경우다.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의 준우승자인 올마스터의 실력은 도차 또한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다.

물론 LCL에서 우승하는 것 따위, 여반장이라 생각하는 도차였지만 직접 그의 경기를 관찰한 결과 생각이 달라졌다.

저 정도라면 그랜드 마스터 최상위권에서도 제법 먹힐 만했으니까.

하지만 올마스터를 인정하는 그 이상으로 도차에게 있어 주전파는 각별했다.

도차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프로게이머를 포함해도 그의 기억에 남은 플레이어는 채 열 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 도차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상대라니.

인생에 걸친 숙적이라는 뜻으로 해석을 해도 무방하다.

도차는 주전파에게 그런 운명을 느꼈다.

그런 주전파와의 1:1 매치에서 뜬금없이 올마스터가 끼어들려고 한다.

두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일.

<요는 나와 주전파의 싸움에 올마스터 녀석이 끼지 못하게 하란 거지. 수단은 마음대로 선택하고. 결과만 달성하면 OK야.>

<크캬캬! 최종보스는 나으리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그래서 보상은 현금? 아니면 매물? 난 어느 쪽이든 환영!>

친분이 있는 사이인 건 맞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정으로 움직이는 관계까진 아니다.

이해타산을 기반으로 한 기브 앤 테이크.

셋째가 언급한 매물이라 함은 도차가 운영하는 대리게임단에서도 간간이 들어오는 상위티어 매물을 뜻한다.

대리게임은 높은 점수대일 수록 한 게임당 받을 수 있는 액수의 단위가 달라지니까.

그런 매물이 자주 들어오지는 않지만 대리게임단을 운영하는 도차의 입장에서 어려운 일까진 아니었다.

<매물 쪽으로 하지. 당연한 소리지만 후불이다. 도진기 너도.>

<나야 뭐 안 받아도 해줄 생각이었지만. 도차형은 마음 푹 놓고 솔랭에 집중해. 올마스터는 내가 알아서 밑바닥까지 설설 기게 만들어 줄 테니.>

<뭔 소리셈? 탈탈 털렸던 주제에ㅋㅋ 매물도 내가 따불로 받을 테니 너님은 걍 짜져 있으셈ㅋㅋㅋㅋ>

일단 이야기는 전달됐고 둘째와 셋째에게 확답 또한 들었다.

둘째가 셋째를 또 한 번 도발한 탓에 사소한 말다툼이 이어지긴 했지만 놔둬도 큰 상관은 없을 터.

성격부분은 개차반이 따로 없어도 일처리만큼은 확실한 그들이기에 도차는 올마스터에 대한 생각을 접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었음에도 채 떨쳐지지 않았다.

'올마스터…. 이 자식은 종 잡을 수가 없어.'

도차는 방금 전 자신이 두 동생에게 부탁한 것이 상당한 호들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말을 끝낸 지금도 철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 못내 후회하고 있을 정도다.

딱히 매물이 아까워서라기 보단 상대에 대한 집착.

이렇게까지 해버렸다는 게 도차의 프라이드를 쿡쿡 찔러왔다.

도차는 이성적으로 자신을 붙들었다.

올마스터는 그 정도까지 해야 하는 녀석이라고 합리화했다.

그의 실력 이외의 부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단 한 번도.. 저런 녀석은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도차는 처음 주전파와 손속을 나눴을 때 전율을 느꼈다.

이 사람이구나.

평생의 숙적을 만났구나 하고.

주전파의 재능과 성장가능성은 심장을 두근대게 만들었다.

하지만 올마스터는 완전히 달랐다.

그것도 나쁜 쪽으로.

'꺼림칙해. 정말로.'

주전파가 좋은 의미로 경쟁상대라 느껴졌다면 올마스터는 정반대.

마치 물과 기름처럼 맞지를 않는다.

그 사실을 도차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렇기에 동생들을 부려서까지 그가 자신과 주전파의 대결을 방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가 낀다면 대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예상조차 가지 않았으니까.

이제 자신의 두 동생이 나서게 된 만큼 변수는 있을 수 없다.

도슈와 도진기라면 충분히 올마스터를 붙잡아 놓을 수 있을 테니까.

만약 둘이서 힘을 합친다면 아예 박살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사이가 미묘하게 나쁘기도 하고 좋기도 한 둘이다.

어지간하지 않고서야 서로 힘을 합치는 일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각자 행동한다고 해도 올마스터의 발목을 붙잡아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텐데….'

이 불안한 감정은 뭘까.

지나칠 정도로 확실하게 대비를 했음에도 도차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기우란 것을 알고 있음에도 어째서.

채 떨쳐지지 않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도차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하나 더 준비를 해 놓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고서야 솔랭에 집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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