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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13화 (21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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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고전파->주전파로 변경됐습니다.

도수->도슈 변경됐습니다.

제대로 공지를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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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랭크에서 각 팀 1픽은 점수대가 비슷하다.

양 팀의 실력대를 비슷하게 잡아주는 매칭 시스템 때문.

물론 차후에 실력순이 아닌 단순한 랜덤으로 패치가 되긴 하지만 그것은 머나먼 미래의 일이다.

현재 솔로랭크에서의 1픽은 그 팀의 에이스를 뜻하기도 한다.

즉, 점수대가 특출나게 높은 두 명이 게임을 돌리면 같은 팀에 걸릴 일이 없다는 말.

그랜드 마스터의 1위와 2위는 결단코 같은 팀이 될 수 없다.

같은 시간대에 랭크게임을 돌리면 무조건 적팀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와 도차다.. 저 이제 막 그랜드 마스터 올라온 허접인데.. 일단 미드라이너긴 하지만 남는 자리 가겠습니다.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온 허접.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소리지만 현재 같은 큐에 잡힌 사람들의 평균 점수대를 감안한다면 그럴 만도 하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건 눈치없게 내뱉은 한 마디일까.

그랜드 마스터에 존재하는 인원이 200명밖에 되지 않는 만큼.

현재 솔로랭크를 돌리는 사람이 적은 탓에 어쩌다 한 번, 같은 큐에 걸리게 됐다는 사실 자체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설프게 미드라인을 지원한다고 말한 부분이 다른 팀원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저기.. 저랭이라 모르시나 본데, 지금 1,2위 박빙 미드싸움 중이니까 미드는 절대 안되거든요?

-여기 분들 원래 님이랑 같이 게임할 수준대 아니에요. 주라인 아니면 닷지 좀 하시죠?

정작 도차 본인은 가만히 있는 상황이긴 해도, 다른 2, 3, 4픽들 또한 어디 가서 입김 거하게 부는 사람들이다.

최소 그랜드 마스터의 상위권.

상위권 유저와 이제 막 올라온 하위권 5픽의 차이는 명명백백하다.

같은 호랑이라도 새끼와 성체의 힘은 격이 다른 법이니까.

-아.. 혹시 상대에 주전파 있나요? 죄송합니다.. 근데 정말 이 정도 수준의 큐에서 한 번만 게임할 수 있으면 영광일 텐데.. 진짜 열심히 해 볼게요.

-눈치껏 탱되는 서폿가면 전 괜찮아요.

-야 이 !#@$!#@$%!! 내가 원딜이란 말이야! 라인전 고통받게 생겼네.

-광우스타로 힐주면서 버텨봐요ㅎㅎ 적팀 5픽도 분명 낮을 테니 대주지만 않으시면 될 듯? 화이팅!

이색적이다면 이색적인 광경.

여느 게임이든 고수가 초보를 챙겨주는 광경은 정말로 훈훈하다.

하지만 지금의 광경을 RPG로 표현하자면 99만렙의 지존들이 98레벨을 초보취급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아예 애송이 취급까지는 하지 않지만 말이다.

게다가 방금 전 조금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시즌2 종료를 앞두고 1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주전파도 그렇고 도차도 그렇고 둘 다 미드라이너.

다른 라인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미드를 특출나게 잘한다.

솔로랭크라는 게 자기 라인만 고집해서야 안된다고 하지만, 이런 중요한 시기인만큼 당연 전력으로 부딪혀야 하는 법이다.

바야흐로 시즌 종료가 열흘이 조금 넘게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기에.

그렇게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작되는 게임.

도차는 주전파가 가장 잘하는 리픈과 르풀랑을 밴했고 자신이 주력으로 삼는 트와이스 페이크를 가져왔다.

그에 반해 주전파는 승부에 딱히 의욕이 없는지 밴단계부터 별로 신경을 쓰지 았다.

게다가 픽을 한 것도 뜬금없는 챔피언.

어떤 심경의 변화인지, 주전파는 마스터 오브 이를 꺼냈다.

.

.

.

* * *

"캬아! 테이커가 미드마이를 하다니..!"

관전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육성이 터져나왔다.

그도 그럴 게 마스터 오브 이다.

흔히 말하는 벌레 챔피언.

3대 충 챔피언에 자랑스럽게 이름을 마이를 그 테이커가 픽했다.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가 있나.

그런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뒤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관전하고 있나 보네, 누구 게임?"

방금 전까지 골골대며 자고 있던 녀석.

꽤나 충분한 숙면을 취했는지 다소 얼굴에 붉은 빛은 있긴 해도 상태가 썩 나빠 보이지 않는다.

나는 예은이 건네주는 커피잔을 잡아 들며 말했다.

"주전파라고 요즘 뜨는 솔랭유저 있어."

"헤에…. 나도 들어는 봤는데. 그런데 테이커는 누구?"

예은이 커피잔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대답을 듣지 않고서야 내줄 생각이 없는 모양.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튀어 나오긴 했지만서도 현재 테이커의 아이디는 당연 주전파다.

테이커라는 닉네임으로 바꾸는 것은 한참은 후의 일.

지금 시점에서는 어떻게 설명할 방도도 없는데다 설명을 해서도 곤란했기에 나는 대충 둘러대기로 했다.

"그냥 애칭이야 애칭. 이 사람 플레이를 보면 인상 깊게 본 영화의 주인공이 생각나서."

"아하, 그거 말하는 거지? 나도 그 영화의 명대사 기억하고 있다고?"

만족스런 대답이었는지 예은이 커피잔을 꽉 잡고 있던 손을 그제서야 놓았다.

그러고선 얇게 웃으며 연기를 한다.

네가 누군지 모르겠고, 어디 사는 지도 모르겠지만.

내 딸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너희를 찾아내서 반드시 죽여버리겠다는 경고의 음성.

영화의 주인공이자 한 자식의 아버지인 그가 전화를 통해 나지막하게 내뱉은 말은 명대사치고 정말 길었다.

그럼에도 기억 한 구석에 짠하게 남아있다.

장면이 극적이기 때문도 있겠지만 배우의 수준 높은 연기력 덕분.

방금 전 예은의 연기 또한 성별이 다름에도 제법 좋은 느낌으로 어울렸다.

하도 살 떨리는 짓을 많이 해대는 녀석이라 그런 걸까.

"그래서 어떤 부분이 닮았다는 건데?"

"......."

순간적인 재치를 발휘해서 변명을 하긴 했지만 어떤 부분이 비슷한지까지야 당연 생각해 놓지 않았다.

나는 예은이 타준 커피를 홀짝이며 최대한 시간을 벌었다.

김이 올라오는 커피잔은 제법 뜨거웠는 지라 대충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홀로 싸운다는 점이 말이야. 도차는 자기 쪽 사람들을 많이 뒀잖아?"

"그래? 난 모르겠는데. 왜 그렇게 생각해?"

이 녀석 오늘따라 왜 이리 끈덕진지.

어차피 큐잡히는 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보는 건지라 상대해 주기로 했다.

"정확한 건 아니고 그냥 잉벤 보다가 알았달까. 너 잉벤 눈팅도 안 해?"

반쯤은 사실이다.

내가 원래 알고 있었던 정보들은 둘째 치고 잉벤에도 나름 세력전 양상이 정리돼 올라오고 있으니.

저 사람은 도차랑 지인이라는 둥, 친하게 지낸다는 둥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이 말이다.

그 때문에 가끔 도차의 지인 주전파랑 게임을 할 때 제대로 진지픽을 안 한다는 추측이 들려오긴 하지만 일단은 사실무근의 이야기.

"응? 난 롤갤 하는데. 잉벤은 가끔가다만 봐."

"그러세요? 뭐, 댁이랑 어울리긴 합니다만."

딱히 커뮤니티의 수준을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확실히 예은은 롤갤을 할 만하다.

잉벤도 정상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특별히 활동에 심취한 게 아니라면 그럭저럭 괜찮은 커뮤니티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 통칭 롤갤은 그 수준이 조금 질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용 유저들의 실력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인성적인 부분.

꽤나 파탄이 난 너와 잘 어울린다.

"내가 아프니까 만만하냐?"

"...하하, 그럴 리가."

몸 상태가 정상이었다면 때리지는 않았더라도 볼은 꼬집지 않았을까.

예은도 별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닌 듯 말을 끊는다.

그리고 다른 주제를 꺼내왔다.

"너 아까 게임 한국 서버에서 했지? 왜 또 서버를 옮겼어?"

잡담을 나누면서 기운이 조금 살아았는지 평소처럼 어조가 삐딱하게 됐다.

딱히 감정이 실린 게 아니라 원래 저런 녀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나는 신경쓰지 않고 대답했다.

예은의 말마따나 한국서버를 하는 건 단순한 내 욕심이니까.

시즌보상이니 뭐니 해도 결국 겉치레일 뿐이다.

좋은 테두리를 달았다고 실질적인 실력이 느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프로게이머를 목표하고 있었다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맞지만서도 현재 내 활동지는 엄연히 북미 방면이다.

이 사실은 이전에 예은에게도 말을 해뒀던 부분이니 알고 있을 터.

그렇기 때문에라도 내가 한국 서버를 돌리고 있는 것에 대해 물어오는 것도 그럴 만했다.

그렇다고 곧이 곧대로 이야기를 해주기도 뭐하다.

한국 서버의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이루지 못하면 쪽팔릴 수 있는 다짐을 굳이 꺼내야 할 필요성은 없기에, 이 부분도 대충 둘러두기로 했다.

"시즌보상을 다이아로 마무리하기도 뭣하고, 일단 북미서버 쪽은 급한 불은 꺼뒀거든. 그런데 넌 관심없어?"

나는 그렇다 쳐도.

예은도 일단 마음먹고 돌리면 그랜드 마스터 테두리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실력대다.

프라이드가 나름 높은 녀석이니 가만히 있진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 녀석이 시즌 보상에 별 생각 없다는 게 오히려 궁금하다.

"흐흥, 난 너랑 달리 겜돌이가 아니라서 말이지. 현실이 바쁘거든 현실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자랑스럽다는 듯 대꾸한다.

솔직히 말해서 겜돌이나 밥순이 별반 차이는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 내가 겜돌이냐, 아니냐를 묻는다면 겜돌이 인 것도 사실은 사실이니 넘어가 준다.

네가 바쁘다는 것도 핑계가 아니기도 하고.

"그건 그렇다 치고.. 너 왜 커피맛에 대해서는 말을 안해? 맛없으면.. 맛없다고 말을 하던가."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는 다름 아닌 예은이 타줬다.

으근히 신경이 쓰이는 모양.

예은은 자신이 이야기를 꺼내놓고도 쑥스러운지 머리칼을 만지작 거린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네가 타준 커피 좋아해."

결코 빈 말이 아니다.

오히려 이 녀석이 다시 커피를 타줄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한 번 마신 적이 있지만, 내가 탄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괜찮다.

직접 내뱉고 나니 조금 낯이 뜨겁긴 하지만서도.

"....그러셔?"

별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는 듯, 예은이 고개를 돌린 채 자신의 커피를 마신다.

사실을 말했는데도 어째서 공기가 어색해진 걸까.

분위기가 버티기 힘들었기에 나도 주전파의 게임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다른 사람 플레이를 관전할 정도로 한가하진 않지만.

주전파, 아니 테이커가 미드마이로 도차의 트페를 상대하는 모습은 꽤나 재미진 부분이다.

그렇게 라인전을 관전하던 와중, 한 가지의 의문이 떠올랐다.

'어째서 테이커가 마이를 하게 된 걸까?'

AP마이라는 게 아예 안 쓰이는 챔프가 아닌 건 맞다.

하지만 쉽게 생각해볼 만한 픽이라고도 볼 수 없다.

테이커가 솔랭에서 여러가지 챔프들을 해보는 스타일이라고는 해도 굳이 지금의 시점에 쓸 이유가 있을까.

특히나 다른 때는 몰라도 최근엔 테이커도 나름 빡겜모드다.

그도 어지간하면 주챔프 위주로 랭크게임을 돌리고 있다.

'뭐, 리픈과 르풀랑이 밴됐으니 다른 걸 꺼내볼 만하긴 했지만서도.'

테이너는 코리아나와 아링등 일반적인 미드 챔피언들도 충분히 잘한다.

굳이 한 판, 한 판이 아쉬운 지금의 시점에서 평소에 한 번도 해본 적 없을 마이를 어째서.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테이커의 전적을 관찰하던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군이 조금.. 아니, 이 정도면 게임하기 싫을 만도 하네.'

테이커의 팀과 도차의 팀.

수준만 따지자면 큰 차이는 없지만 한 가지 문제.

비유를 하자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할까.

물론 테이커의 팀원들이 트롤을 하고 있다는 소리다.

딱히 이상한 챔프를 한 것도 당연히 아니고.

조합도 무난무난 나쁘지 않다.

조금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은 도차와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몇몇 팀원들이 자신들의 주라인을 가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게임의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런 건 확실히.. 애매한 부분이지.'

일부러 게임을 져주는 어뷰징 행위를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런 건 아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열심히 자신의 최대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저 주라인에 가지 않았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별 상관이 없지 않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평소에 검을 쓰던 사람에게 도끼가 들려졌다고 보면 된다.

아무리 열심히 날뗘도 발휘할 수 있는 힘이 평소보다는 못할 수밖에.

그에 비해 도차의 팀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조합을 갖춘 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리고 떠오르는 또 한 가지의 생각.

혹시 테이커가 내 AP마이를 보고 따라한 건 아닐까.

망상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중요한 건 게임의 내용.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가 돋는다.

하지만 나는 재밌게 흘러가는 상황때문에 내 처지를 잠시 잊고 말았다.

쿠웅!

돌려두고 있던 솔로랭크의 큐가 평소보다 조금 늦은 타이밍에 잡히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하도 안 잡혀서 큐를 돌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까먹고 있었다.

거절을 누르고 잠깐 관전이나 할까.

망설이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니.. 다음 기회로 미뤄두자.'

나중에 시간 날 때 결과를 보는 것 만으로 만족하자.

정 궁금해지면 리플레이라도 보면 되겠지.

나는 솔로랭크의 수락 버튼을 누르며 조금 흐트러졌던 마음가짐을 고쳐 잡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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