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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올마스터 벌써 마스터 100점대 돌파 직전ㄷㄷ
오늘 안에 200은 충분히 넘기고도 남을 듯.
└뭐야 웬 올마스터드립? 걔 겜 접은 거 아녔음?
└어제부터 다시 함ㅋ
└ㅁㅊ 방송은 안 하고 솔랭만 하나 보네.
올마스터.
그는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통칭LCL의 준우승자로서 유명하다.
대회에서 보여준 인상 깊은 이색 챔프들, 그리고 두 눈에 똑똑히 각인된 하이퍼 캐리는 그를 차세대 슈퍼스타라 생각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보다 이전에, 올마스터는 평범한 개인방송 BJ이기도 했다.
물론 평범하다고 하기엔 그가 밟아온 이력은 BJ업계에 큰 이슈를 몰고 왔지만 말이다.
파프리카TV의 대이벤트 종말전에서 화려한 우승을 해내고, 오프게임넷을 통해 송출된 쿨통통 등과의 단두대 매치에서도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마저도 LCL에서의 활약상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긴 하지만, 그 시기를 추억하는 골수 팬층들이 있었다.
─올마스터 초창기부터 방송 본 사람인데 불만있다..
방송국에 휴식기간 갖겠다고 공지 올린 건 좋아, 좋은데 솔랭할 거면 방송을 키라고!!!!
방송 좀 키고 하면 어디 덧나냐?
솔직히 잠수탄 건 팬심으로 봐줄 수 있는데 바로 복귀 안 하는 건 도저히 못 참겠다.
└손 푸는 거 아님? 복귀하자마자 겜 돌려서 못하면 쪽팔리잖아.
└그 손 푸시는 분 전적의 상태가..?
└상태가 어떤데?
다이아2에서 마스터 티어까지 13승 2패.
마스터티어부터 5승 1패.
듀오가 아닌 솔로랭크임에도 이 상태라니, 과연 억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올 수준이다.
이는 누가 어떻게 봐도 뽀록으로 가능한 승률이 아니거니와.
당연 휴식을 취하고 온 사람의 실력이라고는 생각될 수 없다.
아니, 그 이전에 이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전적 오지는 건 인정 하는데.. 주전파나 도차도 맘먹고 하면 충분히 저만큼 할 듯?
└올마스터가 LCL에서 주전파 잡았던 거 모름? 솔직히 미드는 반반이었고 팀빨승이긴 했지만..
└비교대상이 주전파랑 도차ㅋㅋㅋ 올마스터 클라스는 어디 안 가네.
설사 동급이라 할 지라도 이변의 폭풍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그랜드 마스터에서 1,2위를 다투는 주전파와 같은 선에서 비교되다니.
그리고 그런 사람이 솔로랭크를 득달같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가히 긴급속보다.
─올마스터도 1위 노리고 있는 거 아니냐..?
진짜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 보자.
시기가 너무 절묘하잖아?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올마스터야.
올마스터면 충분히 시도하고도 남는다.
이 글은 2주 후에 성지가 된다.
└시즌 종료 얼마나 남았다고 그마 1위를 노려.
└올마스터 올라가는 속도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보고 왔는데 저 속도면 진짜 모르겠네….
파프리카TV의 BJ를 했을 때도.
LCL에서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했을 때도.
언제나 이변을 몰고 오던 올마스터였다.
올마스터라면 혹시 모른다.
이 마법같은 한 마디는 그에게 한 번이라도 열광을 해본 자라면 감히 토를 달 수 없으리라.
게다가 시기가 묘하다는 것 또한 따지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올마스터가 요즘 솔랭에서 마이하고 있거든?
근데 주전파도 방금 마이 꺼냈음. 그것도 미드 AP마이.
올마스터 게임하는 거 봤다는 소리 아니냐?
보고 따라하는 거라고 밖엔 생각이 안되는데..
내가 말하긴 했지만 너무 억측인가.
└ㄴㄴ 나도 그 생각했다. ㄹㅇ LCL에서도 그렇고 둘이 보통 인연이 아닌 듯.
└친구 사이인 거 아님? 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 내가 올마스터랑 주전파 빠돌인데 그런 말 들어본 적이 없다. 정보의 출처가?
└제 머리에서 나온 뇌피셜^^
둘이 친분이 있다는 둥의 근거없는 헛소문과 함께.
올마스터에 대한 이야기는 삽시간에 잉벤의 화제글로 날아올랐다.
게다가 주목해서 봐야 하는,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 한 가지 더 있다.
현재 주전파도, 올마스터도 미드 AP마이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사실.
지금까지 주전파가 AP마이를 꺼냈던 적이 없었던 만큼.
올마스터가 AP마이를 하는 걸 보고 따라한다는 추측이 나올 만도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프로 이상의 인지도를 가진 두 아마추어 미드라이너가 마스터 오브 이를 한다.
당연 마이라는 챔피언에게 무언가 있다고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충챔피언이라 불리며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진 마이가 재조명받게 되는 건 아닐까.
잉벤 유저들의 가슴이 두근두근 해질 만도 했다.
비주류 챔프가 새로이 떠오를 때만큼 재밌는 상황이 없는 법이니 말이다.
먼저 이야기되는 게임은 주전파부터.
일단 올마스터보다 주전파가 앞서 게임을 시작한만큼 진행이 빠르다.
주전파의 게임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벌써부터 게시판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전파 게임 실시간 관전 중이다.(스포O)
라인전은 서로 엇비슷한데 도차가 트페궁으로 봇로밍 한 번 성공시킴.
근데 내가 보기엔 한타 가봐야 알 듯?
원래 AP마이는 한타부터가 시작이잖아.
주문력 아이템을 올리는 마스터 오브 이.
한타에서 한 번 킬을 주워 먹기 시작하면 막을 수 없는 폭주전차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킬을 먹으면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초기화되는 마이는 그야말로 한타 최적화.
본인이 어지간히 말린 게 아닌 이상 한타에서 충분히 대역전을 노릴 만 하다.
문제가 있다면 그 기대치 만큼이나 마스터 오브 이가 굉장히 높은 한타 숙련도를 요구한다는 사실일까.
과연 AP마이를 처음 잡은 주전파가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심이 가는 노릇이다.
현실적으로 따져봐도 AP마이는 근 한 달 간의 그랜드 마스터 구간 솔로랭크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낮은 티어에서야 간간히 OP취급도 받는 AP마이지만서도 다이아만 돼도 먹히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붙어있다.
라인전도 라인전이지만 한타가 정말이나 힘든 챔피언이니까.
하지만 일단 주전파는 첫 번째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라인전을 넘겼다.
이제 남은 것은 한타에서 마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 뿐.
AP마이에 대한 선입견을 과연 주전파가 깰 수 있을지.
잉벤은 물론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이라면 관심이 모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정녕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한타.. 성립이 안되는데?
트페랑 나무카이가 작정하고 마이만 보니까 걍 할 수 있는 게 없네ㅋ
└주전파 팀들은 뭐 하는데?
└라인전에선 몰랐는데 한타가니까 팀원 수준 차이가 좀 나더라. 게다가 도차가 봇라인 한 번 풀어준 것도 컸음ㅇㅇ
└켁, 역시 마이는 안되나..
낙담하기엔 아직 이르다.
아직 한 명이 더 남았으니까.
애초에 주전파는 마이를 주챔프로 삼는 유저도 아닐 뿐더러 심지어 오늘이 처음이다.
처음하는 챔피언을 그랜드마스터 최상위권에서 하는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은 그렇다 치고.
미드 AP마이를 플레이하고 있는 나머지 한 명을 봐볼까.
올마스터는 개인방송에서는 물론 LCL 대회에서까지 마스터 오브 이를 플레이했었다.
그러니 만큼 충분 기대해 봄직하다.
물론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올마스터 원래 양학할 때는 마이 많이 했었잖아.
LCL에서도 준결승 올라가고 부터는 마이 한 번도 안 꺼냈을 걸?
마이라는 챔프의 한계를 증명하는 반박 못할 증거임.
정말 좋았으면 결승전에서도 꺼냈겠지 ㅇㄱㄹㅇ
조금 초를 치는 소리같긴 해도 틀린 의견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다.
올마스터라면 혹시 모른다.
이 마법같은 한 마디는 언제나 기대하는 이들의 가슴을 들뜨게 해줬으니까.
올마스터는 언제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난데없이 잠수탄 것은 그렇다 쳐도, 최소한 게임에서는 그랬다.
현재 올마스터가 진행하는 게임은 조금 전 주전파의 게임 양상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더욱 불리한 상황.
올마스터 본인이 갱킹때문에 한 번 말린데다 아군들의 상태가 심각하다.
주전파와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는 건 아닐지.
그리고 AP마이는 결국 안될 챔피언이 맞는 게 아닌지.
관전을 보는 이들의 마음은 노심초사.
시간은 흐르고 흘러 주전파가 마이에 대한 뜻을 접어야 했던 한타 시간이 도래했다.
.
.
.
* * *
도차로부터 받은 부탁.
평소에 도차를 절친한 형이라 생각하던 도진기는 저격에 임하는 각오가 사뭇 진지했다.
물론 진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상대가 이전에 한 번 자신에게 굴욕을 맛보게 한 올마스터라는 까닭도 있었다.
받은 부탁의 내용은 올마스터의 저격.
뭐 대놓고 일을 벌이라는 건 아니다.
그저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오는 시간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정도.
하지만 도진기 혼자 일을 벌이는 건 아니었다.
화기애애 같이 할 생각은 없지만서도.
서로 간에 방해정도는 없는 편이 좋다는 생각에 도진기는 물었다.
바로 둘째, 도슈에게.
<너 저격할 아이디는 구해 놨냐?>
도진기도, 도슈도 그랜드 마스터 최상위권에 안착해 있는 유저.
막무가내로 솔로랭크를 돌린다고 한들 당연 만날 리가 없다.
그렇기에 마스터 구간의 아이디가 필요했다.
<난 대리매물 돌릴 겸 할 건데ㅋㅋ 내 머리 똘똘한 거 ㅇㅈ?>
도진기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디를 구했지만 도슈는 일석이조를 노리는 모양.
방법도 수단도 맡긴다고 했으니 결과만 좋으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래도 서로의 발목을 붙잡는 일이 없기 위해서 도진기는 말을 이었다.
<내가 준비한 아이디는 낮은 구간이라 올마스터가 여기 지나치기 전에 먼저 한다?>
혹시 저 철없는 급식충 자식이 태클을 거는 건 아닐까.
도진기는 내심 염려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빡치는 소리를 하지 않았냐고 하면 당연 그렇지 않았지만.
<원래 약한 놈부터 가는 게 순서아님? 너부터 하셈ㅋㅋ>
대리매물로 준비한 아이디가 마스터 중위권이라는 도슈.
딱히 의욕이 크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살이지만, 도슈는 도진기와 달리 도차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그저 서로 간에 이해타산, 성격도 어느 정도 맞으니 어울리고 있달까.
솔직한 사정을 이야기하자면, 로드 오브 로드에서는 달리 친한 친구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넌 나랑 틀어지면 누구랑 놀라고 내 화딱지를 맨날 건드냐?>
<즐이나 드셈~ 나님은 현실에서 잘 나가거덩~!>
도진기는 말을 받아치면서도 언제나처럼 그러려니 이해해줬다.
원래 저런 녀석이니까.
그리고 어째서 저런 성격이 된 건지 도진기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슈는 나이가 어리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
나이도 어린데, 프로도 들기 힘들다는 그랜드 마스터 최상위권에 안착한 재능있는 녀석이다.
도슈와 항상 티격태격 하는 도진기였지만 실력적인 부분만큼은 인정하고 있을 정도.
문제는 바로 그 게임을 잘한다는 부분이다.
지나친 실력.
같은 또래의 애들 사이서 튈 수밖에 없다.
정확히 아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것 보면 친구관계가 썩 좋지는 않으리라.
그렇다고 도슈가 롤 실력이 좋은 프로지망생들과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게임 실력이 좋을 뿐이지 성격적인 부분은 완전 급식충 그 자체인 도슈는 아직 철이 덜 들었다.
자기 또래의 친구들과도, 비슷한 실력을 가진 프로지망생들과도 어느 쪽에도 섞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 도슈의 사정을 알게 된 이후로 도진기는 옥신각신 하면서도 나름대로 도슈를 신경써 주고 있었다.
게다가 사실, 따지고 보면 도슈가 도발적인 어조를 사용할 뿐이지 근본이 나쁜 녀석은 아니었으니까.
어떤 면에서 보면 귀엽기도 했다.
<그럼 나부터 할 테니 너도 니 알아서 어련히 준비하고 있어라.>
돌아올 답신이야 어차피 도발을 빙자한 놀아달라는 신호일 게 뻔했기에.
그리고 악의가 없다는 건 알아도 은근히 신경을 륵었기에.
도진기는 까톡창을 그대로 닫고 로드 오브 로드에 접속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기 위함도 있었다.
아직 올마스터의 게임이 끝나려면 조금은 시간이 남았다.
그 사이에 룬셋팅 등의 기본적인 조정을 끝마쳐야 했다.
물론 저격을 어떻게 할 지는 이미 생각을 해뒀다.
방송을 하고 있는 게 아닌 이상 저격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진 않으니까.
사실 마스터구간쯤 오면 딱히 방송을 보고 저격할 필요까진 없다.
큐를 돌리는 사람의 수가 한정돼 있는 극천상계.
정말로 그랜드 마스터 1위를 목표로하고 있다면 큐를 멈출 여유가 없을 거라는 생각.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올마스터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며칠동안은 하루종일 게임만 할 것이라고.
딱히 밥시간이 아니고서야 연속해서 큐를 돌릴 것이라 도진기는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올마스터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최상위권의 진입은 힘들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
나름대로 면밀한 분석을 한 도진기는 다음 큐에서 올마스터를 저격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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