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15화 (215/803)

215====================

훼방꾼

상황은 상당히 불리하다.

라이너의 수준 차는 그렇다 쳐도 정글 차이가 골 때리기 때문.

아군 정글러의 주라인이 정글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꽤나 심각하다.

아군 정글러 아모모는 적정글 리심에게 카정을 당해 영혼까지 말렸다.

그것까지는 이해를 해줄 수 있는 노릇이다.

미드 라인에 역갱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까지도 그러려니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래도 최소한 다른 라인에서는 무언가 하기는 해야 할텐데.

아모모가 어설프게 봇라인 갱킹을 갔다가 역갱을 맞아서 게임을 반쯤 터트리기까지 했다.

한 판, 한 판의 승리가 아쉬운 내 입장에서는 정말 짜증이 나지만.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져야 하는 경우가 솔랭에서 원래 왕왕 존재한다.

'솔랭이란 게 원래 운빨을 심각하게 타니까 말이야.'

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사람일 지라도 승률이 10할에 수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물론 양학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요령을 익히면 나름 승률을 올리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도 다이아 중위권 티어대까지나 가능한 거지.

다이아 상위권쯤 되면 혼자 북치고 장구 치기엔 한계가 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바둑일까.

바둑이라는 게임은 자신보다 높은 실력의 상대와 겨룰 때 보통 돌을 깔고 둔다.

몇 점을 깔고 두면 동수라느니.

이 돌의 갯수가 서로 간의 실력을 비유할 때 일반적인 기준으로 쓰인다.

바둑에서 말하는 깔은 돌의 갯수는 로드 오브 로드로 따지자면 초반에 먹은 킬, 바로 성장도다.

다이아 상위권 유저들은 기본적인 운영법을 알고 있는 점수대인지라, 킬을 먹기 시작하면 상위 티어 유저들과도 동수를 이룰 수 있다.

적보다 단순하게 성장도가 높다는 사실만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까닭덕분.

예를 들어 솔킬도 안 당할 수 있고, 스플릿 운영에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것 하나하나가 원래 스노우볼을 밑바탕에 깔고 진행되는 거니까 말이다.

즉, 실력차이라는 건 결국 킬을 줏어 먹거나, 반대로 죽어주지 않는 능력.

실력의 차이가 나더라도 팀운등으로 킬을 먹으면 실력차이가 좁혀진다는 이야기다.

솔랭이라는 게 워낙 변수가 많으니 만큼 깔고 두는 돌은 상황에 따라 마련할 수 있고.

어찌저찌 초반에 킬을 먹으면 실력 차이가 나더라도 게임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

당연 여기서 말하는 건 기본적인 운영을 알고 있는 점수대의 이야기.

낮은 점수대처럼 아예 낫놓고 ㄱ자도 몰라서 휘둘리는 점수대가 아닌 다이아 상위티어 이상을 말하는 것이다.

당연 예외는 있다.

피지컬을 극한으로 갈고 닦은 원딜러들의 경우 킬차이를 아무렇지 않게 뒤집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예외는 어디까지나 예외.

일반론일 수가 없다.

이러한 사정으로 그랜드 마스터 유저가 다이아 상위권에서 게임을 한다고 해도 압도적인 양학은 보여주지 못한다.

간혹 양학을 특출나게 잘하는 유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티어의 틈을 잘 파고 들기는 하지만 한계에 부딪힌다.

더욱이 현재 내가 게임하는 구간은 마스터티어.

다이아 상위권보다 월등히 나은 실력을 자랑하는 점수대다.

사샤샤샥!

나는 다른 라인이 터져가는 와중에도 미드라인에서 꾸역꾸역 파밍을 하고 있다.

사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갱킹에 로밍까지.

툭하면 탑라인이 내려오고 걸핏하면 봇라인에서 서포터가 사라진다.

게다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미아콜도 제때 들려오지 않는다.

오직 내 눈치껏 라인전을 견뎌야 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나는 성장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내가 성장했더 치더라도 상황이 불리함을 넘어 승산이 희박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아야만 보이는 것도 있는 법.

단 1%라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남아있다면 시도해봄직 했으니까.

티링!

상점에 귀환한 나는 부자베인을 구입했다.

어디가서 킬도, 어시도 먹을 수 없으니만큼 오로지 파밍만으로도 획득한 골드.

이전과 마찬가지로 더티파밍 특화 아이템인 광채의 칼 덕분에 제법 괜찮은 느낌으로 파밍을 할 수 있었다.

정말로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리심이 완전 스토커처럼 따라붙었으니.'

아군 정글이 카정을 당했다는 소리는 정글 자체가 안전치 못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아모모의 입장에선 길가다 리심을 만나면 사망확정.

침입하는 타이밍이 버프몹이 젠 됐을 때 등 정해져 있긴 하지만 리심은 한술 더 떴다.

더욱 더 교전상황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 아군 정글에 뺀질나게 드나들었다.

언제 어느 때, 심지어 내가 더티파밍을 할 때도 리심이 나타날지 모르는 스릴감.

얼마전까지만 해도 소극적이고 한타지향인 북미서버에서만 게임을 했던 나이기에 오래간만의 감각이었다.

'원래 한국 사람들이 조금, 아니 상당히 호전적이긴 해.'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여기면 생각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거침없이 몰아붙인다.

캐리를 하고 싶다는 욕망.

한국에서 리심하는 사람들이 음파 맞히면 일단 들어가고 보는 것도 사실 성격탓이 크다.

어쨌거나 아군 정글이 많이 침식된 탓에 파밍을 하는데 지장이 생기기는 했었어도, 결국 나는 훌륭하게 극복해냈다.

아군 정글이라 함은 우리 쪽에 어드밴티지가 있다는 소리니.

적어도 라인에서 싸우는 것보다 약간은 유리한 법이었고 막아낼 수 있었다.

다소나마 전리품도 챙겼다.

'리심의 점멸을 뺐다는 정도지만.'

소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곧 용한타에 들어가는지라 의미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당연하다.

내가 처음으로 공개한 와드방로.

이제는 리심유저라면 필수 테크닉이 됐으니 말이다.

점멸과 병행까지 한다면 가히 위협적인 이니시가 가능하다.

물론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최소 천상계 이상의 이야기다.

그 이하에서는 어설프게 흉내내다가 킬을 던져줬다는 괴담이 종종 잉벤등을 통해 올라오고 있으니.

다름 아닌 나 올마스터를 거론하며 투덜댄 게시글들이 내 기억 한 구석에 뚜렷이 남아있다.

상점에서 아이템을 구입하고 다시 라인에 복귀할 필요는 없었다.

적 미드 또한 나와 비슷한 타이밍에 귀환해 정비를 마친 후 용한타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으니까.

나 또한 시기에 맞추려면 미드라인을 거치지 않고 직선으로 가야 했다.

그렇게 첫 번째 용한타 전의 대치 상황이 진행됐다.

적팀은 반쯤 이긴 거나 다름 없는 게임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아군은 어떻게든 한 번 비벼서 게임을 좀 더 끌고 가보기 위해.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한테 어떻게든 해달라고 우수 젖은 눈초리를 던지고 있을 것이다.

말화이트[1/2/0]-올마스터님 저희 어떻게 할까요? 누구부터 치죠? 오더 좀..

랄라[0/2/1]-ㅁㅊ 마스터씩이나 돼놓고 한타에서 뭐해야 할 지도 모름? 탑도 그렇고 원딜놈도 그렇고 도차한테 대리 쳐받은 놈들 같네.

헤이클린[0/2/1]-닥쳐라! 올마스터센세가 말씀하시는데 너따위가 어디서 꼬장이야. 나도 니가 라인 쓸데 없이 안 건들였으면 라인전 발랐거든?

랄라[0/2/1]-네 다음 CS막타도 못 쳐서 골골대는 원딜러 나으리ㅋㅋ

킬스코어만 봐도 직관적이다.

아군은 상당히 불리.

게다가 채팅의 내용에서도 느껴지듯이 팀원들간의 불화도 쌓여있다.

라인전의 실패를 서로의 잘못으로 떠넘기고 있는 솔로랭크에서 흔하디 흔한 남탓.

하지만 책임전가만 해서야 앞으로 다가올 한타라는 고난을 넘길 수 없다.

'어쩔 수 없지.'

본디 솔랭에서 세세한 오더를 하는 건 취향이 아니지만서도.

이 오합지졸들을 데리고 이기기 위핸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나는 귀찮지만 수고를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말화이트와 랄라만 들어주시고 나머지 분들은 교과서 위주로 한타 하면 됩니다.]

마스터티어 쯤되면 교과서위주로 한타하는 법 정도야 알아서 깨우치는 법!

그런데 어차피 학교 공부도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수업시간에 대놓고 참고서 핀 다음 진도나가라고 손드는 게 한국 중고등학교의 일상이다.

막말로 마음대로 알아서 하라는 소리.

애초에 세세한 오더를 한다고 따라할 수 있는 수준대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하나하나 따지다간 내 스트레스만 쌓인다.

쓸데없이 내 안에서 기대치를 부풀리고 못하는 꼬라지를 보다 혈압 터지는 건 사양이다.

최소한의 인원에게만 역할을 배정한다.

이번 한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하는 건 말화이트, 그리고 랄라.

불리한 한타를 뒤집기 위해서는 다소의 팀워크가 필요한 게 사실이기도 하다.

'당연히 높은 수준을 요구하진 않는다고.'

뱁새가 황새따라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역으로 황새의 입장에서도 뱁새에게 너무 큰 기대치를 요구해서도 안되는 법이다.

이것도 내가 올마스터로서 아군들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할 수있기에 내힐 수 있는 판단.

당연 적팀의 생각도 고려의 대상이다.

[일단 저부터 들어갑니다. 반응 잘 하세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얼핏 이해가 안되는 헛소리다.

그도 그럴 게 내가 하고 있는 챔프는 AP마이.

아군의 입장에서 의문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말화이트[1/2/0]-저희가 걍 한 놈 점사해서 킬리셋각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랄라[0/2/1]-?? AP마이는 닥 후진입인데. 올마스터 맞음?

헤이클린[0/2/1]-알아서 어련히 하시겠지. 라인전에서 하루종일 컨트롤+4 누를 때부터 알아봤지만 말 겁나 많네 진짜.

당연히 노림수가 있기에 하는 오더다.

불리한 한타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적팀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발상이 필요한 법이니까.

오히려 적팀의 예상을 이용한다.

[제가 들어가고 나서 바로 랄라궁 쓰시고 거기에 말파 궁 박으면 끝납니다.]

이러저러 부연설명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굳이 어렵게 붙이지 않는다.

세줄 요약도 길어서 못 읽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세상이니까.

딱히 이해하지 않아도 일을 진행하는데는 큰 상관이 없기도 하다.

복잡미묘한 심리전을 바탕으로 한 만큼 설명하는 게 까다롭다는 이유도 있었다.

현재 적팀은 용을 치고 있지 않다.

적팀의 글로벌 골드도, 킬 스코어도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인만큼 본래라면 당연 용을 치는 게 정상이다.

용을 쳐서 한타를 유도하고 쓸어 담는 그림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적팀도 알고 있다.

내가 올마스터라는 사실을.

한국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 특히나 상위권에서 내 이름을 모를 리가 없다.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는 둘 째치고 내가 이러저러 신문물을 많이 전파했으니까.

리심의 와드방로는 물론 테이커의 미드리픈 또한 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잉벤 커뮤니티만 대충 둘러봐도 알 수 있는 사실.

그 외에도 이러저러 잔영향을 많이 끼쳤다.

나란 존재는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에 관심이 지극히 많은 상위권 유저들은 모를 수가 없는 유명인사다.

'크흠! 솔직히 과장은 아니지.'

그게 아니라면 왜 만나는 판마다 왜 팀원들이 내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겠는가.

스스로 말하기엔 조금 자뻑같긴 하지만서도 정말이다.

나도 내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항상 생각하며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런 저런 부분에서 특히나 말이야.'

나는 머릿속에서 한타구도를 대략적으로 그렸다.

남은 것은 타이밍을 노리는 것뿐.

초단위로 진영이 뭉치고 흩어지는 아군과 적팀들.

가장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나는 뛰어들었다.

다른 챔프라면 몰라도 마이는 그게 가능하니까.

사샤샤샥!

점에서 점으로의 이동.

적팀이 반응할 수 없게 0.1초도 안되어 일어난 이니시다.

점멸뿐만이 아니다.

마스터 오브 이의 Q스킬, 알파 슬래쉬 또한 적을 타겟팅하는 돌진기.

이동하는 모션도 없이 순간적으로 사라져 적에게 따라붙는다.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나는 핑을 찍었다.

-올마스터님이 트와이스 페이크를 지목.

나는 점멸 알파를 사용해 적팀의 미드라이너 트페를 긁었다.

긁으면서 바로 마우스로 트페를 찍어 지목했다.

핑을 찍은 의미는 사전에 설명을 하긴 했지만서도 칼같은 호응까진 기대하진 않는다.

때문에 시간을 번다.

위이이이잉..!

회복을 사용해 몸을 단단하게 함과 동시에 체력을 채우고 있지만 사실 벌 수 있는 시간은 수초도 되지 않는다.

나에게 가격당한 트페는 곧바로 수중에서 황금카드를 골라냈고 나머지 적팀 4명 또한 악착같다.

리심이 음파를 날리고, 잭트가 봉을 돌리면 나에게 뛰어든다.

노리고 있던 먹잇감이 올타쿠나 품에 파고든 꼴이니 당연한 결과.

하지만 슬슬 움직여줄 때다.

<커져라~!>

점멸 궁을 사용해 아슬아슬 호응해낸 랄라.

랄라의 궁극기, 거대화의 효과로 내 체력이 뻥튀기되며 달라붙었던 적들이 한 순간 튕겨져 나간다.

정말 0.5초만 늦었어도 그대로 끔살이었다.

연이어 들어오는 실드까지 더해지자 아주 잠깐의 시간을 더 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무리한 상황인 건 마찬가지.

내 노림수가 한 가지 더 남아있지 않았다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다.

꽈아아앙!

트페는 물론 리심과 잭트까지.

세 명의 적이 말화이트의 궁극기를 맞고 공중에 떠버렸다.

============================ 작품 후기 ============================

귀찮으실 텐데도 잊지 않고 추천눌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분들 항상 고맙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