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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물리 공격력 아이템을 가는 마스터 오브 이는 성장 기대치가 높다.
그저 이동속도가 빠른 평타 기반형 챔피언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트린다조아만 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마이의 궁극기에 달린 둔화무시의 권능은 의외로 어마어마하니까.
근접챔프에게 둔화가 걸리면 얼마나 거치적 거리는지는, 로드 오브 로드의 유저라면 답답한 경험이 한 번씩은 있었으리라.
로드 오브 로드에서 가장 많은 CC기인 둔화를 생으로 무시할 수 있는 마이는 성장할 수록 괴랄해진다.
듣도 보도 못한 미친 스피드로 달려들면 상대 챔프는 어어? 소리만 연발하다가 순식간에 써컹써컹!
아이템이 갖춰진 AD마이는 정말 막을 수가 없는 살인전차다.
하지만 주문력 템을 올리는 AP마이는 어떨까?
'그냥 알파 긋고 끝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론이지.'
틀린 소리는 아니다.
확실히 평타 기반의 AD마이와 달리 AP마이는 공격스킬이 하나 밖에 없는 셈이니까.
나름 계수가 높다고는 해도 스킬이 하나 뿐이라는 것은 결정적인 단점.
킬을 먹으면 스킬 쿨타임이 초기화된다는 특이한 컨셉 덕에 한타에서는 제법 먹어주지만 1:1에서는 한없이 약한 게 AP마이다.
AP마이에게 입혀진 선입견, 아니 진실.
솔직히 맞는 소리다.
그렇기에 AP마이는 그 광역데미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주문력을 와장창 올려주는 라둔의 죽음투구등을 선템으로 올린다.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 나임에도 이번 판에서 선택은 완전히 달리했다.
'부자베인, 그리고 죽음의 불타는 손길로 암살을 한다.'
때마침 골드가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도 있다.
아무래도 라둔의 죽음 투구가 돈값을 한다고는 하지만 다른 아이템들에 비해 가격대가 훨씬 높다.
당장 한타가 열릴 상황이라면 다른 코어템을 먼저 완성시키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용한타는 아직 2분 이상 남은 상황.
나는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죽불손을 올렸다.
타악!
타악!
스플릿을 돌고 있는 트페가 미니언을 카드로 때릴 때마다 경쾌하게 튕겨져 나온다.
나도 트와이스 페이크를 플레이할 때 느꼈던 감정이지만, 카드들이 내는 타격음은 속이 뻥뻥 뚫리는 듯 기분이 좋다.
게다가 트페의 입장에서 기분 좋을 사실이 한 가지 더.
트페라는 챔프는 라인을 미는 속도도 빠르고, 타워도 잘 깨지만 1:1이 엄청나게 약하다.
그러나 이번 판에서는 상대의 조합을 봤을 때 자신을 막을만한 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다.
즉,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스플릿.
적팀을 자신의 의지대로 흔들고 있다는 게 정말 짜릿하게 느껴질 거다.
그 짜릿함.
'솔킬에 비할 수 있을련지.'
많은 사람들이 로드 오브 로드를 플레이하게 된 이유.
승리의 감동과 팀워크가 잘 맞아떨어졌을 때의 기쁨도 당연 있겠지만 내가 말하려는 건 조금 더 원초적인 부분이다.
적 챔피언을 따낸다는 것은 사실 무척이나 재밌다.
RPG게임, 혹은 FPS게임에서 P.K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AOS게임에서의 솔킬은 다른 어떤 게임들보다 쾌감이 짙으니까.
RPG게임처럼 아이템 차이로 찍어 누르는 것도, FPS게임처럼 손맛이 적은 것도 아니다.
더욱이 일반적인 AOS게임들보다 스피드감이 탁월한 로드 오브 로드.
그 손맛은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에 비할 수 없다.
<진격에 섰다!>
탑라인을 밀고 있던 트와이스 페이크.
내가 궁극기를 쓰고 달려들자 허겁지겁 뒤로 걸음을 옮기지만 그 차이는 순식간에 따라잡힌다.
챔피언의 기본 스펙부터가 차이가 날 뿐더러, 마스터 오브 이의 궁극기.
이동속도를 40%나 늘려주는 마지막 전사를 발동한 마이에게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사샤샤샥!
트페가 미리 뽑아둔 황금카드를 던지는 순간을 정확히 노려 알파 슬래쉬를 긁는다.
순간적인 무적상태.
정확히는 맵에서 사라지는 효과를 가진 알파 슬래쉬는 타겟팅으로 지정되는 스킬들을 가뿐히 씹을 수 있다.
물론 피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파라랑~!
트페라고 바보일 리가 없으니까.
마스터티어에 이름을 올린 실력자인 만큼 멍청한 실수까진 하지 않는다.
내가 황금카드를 회피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트페는 스킬을 한 번에 날리지 않았다.
내 마이가 다시 나타난 순간을 정확히 노려 세 갈래 카드를 던졌다.
나름대로 성장을 야무지게 한 트페인데다 조커 카드.
네 번째 공격마다 추가 데미지를 주는 트페의 E스킬이 터지자 무시할 수 없는 데미지가 내 체력을 갉는다.
트페의 다음 황금카드 쿨타임이 돌아오면 내가 역으로 당한다.
그렇기에.
'그 전에 끝낸다.'
만약 부자베인만 있었더라면 꿈도 꿀 수 없었을 터다.
체력이 만반에 가까운 트페를 풀피에서 녹이는 건 마이라는 챔프의 특성상 할 수가 없다.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음에도 달려든 이유.
부자베인의 다음 코어아이템으로 구입한 죽음의 불타는 손길 때문임은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써컹!
써컹!
죽불손의 효과는 최대 체력에 비례한 마법피해.
그리고 4초간 가하는 마법피해량을 20% 증가시킨다.
알파 슬래쉬의 데미지가 추가 됐음은 물론, 부자베인 또한 마찬가지다.
스킬을 쓰고 다음 평타에 마법피해를 더해주는 부자베인의 데미지가 증폭된다.
써컹!
트페가 다음 황금카드를 뽑을 날은 오지 않았다.
그 전에 강제로 우물에 귀환해야 할 ㅌ니까.
회복을 사용해 평타캔슬과 부자베인 데미지를 한 번 더 우겨 넣자 트페는 그대로 마무리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올마스터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트와이스 페이크의 스킬구조는 6초마다 돌아오는 황금카드와 세 갈래 카드를 한 번에 던지는 것이다.
쿨타임 감소 아이템을 갔으니 만큼 실질적인 시간은 그보다 아래.
나는 알파 슬래쉬로 첫 번째 황금카드를 회피해 트페의 스킬구조를 한 번 꼬고.
그 다음 황금카드의 쿨타임을 기다리는 트페를 죽불손을 사용해 빠르게 녹여냈다.
트페가 자신의 스킬 구조를 이용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이 또한 상대가 할 행동을 전부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판단.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올마스터라는 의미없던 재능.
활용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허나 아직은 잡생각을 떠올릴 때가 아니다.
트페를 따냈다곤 하지만 이후의 소득을 거두지 않으면 스노우볼로 이어지지 않을 테니까.
아군과 적팀은 봇라인에서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빠졌으니 만큼 적팀의 입장에선 한타를 걸지 못해 안달이 났을 터.
그렇기에 내가 트페를 솔킬 냈다는 사실은 의미가 각별하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아무리 AP마이가 AD마이보다 타워 철거력이 뒤진다고는 해도.
상대적인 의미일 뿐이지, 마스터 오브 이라는 챔피언 자체가 원래 타워를 잘 부순다.
더군다나 성장까지 잘해 높은 주문력, 부자베인을 세 번 갈기자 타워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적팀의 2차 포탑을 부수자 조금 남게 되는 시간.
그렇다고 억제 포탑까지 노리기엔 무리가 된다.
게다가 아군을 꼐속해서 포탑을 끼고 사리라고 하기엔 불안하다.
때문에 난 귀환하는 척을 했다.
'대충 귀환하는 시늉만 해도 알아서 빼겠지.'
적팀은 트페가 죽어있는 상황인 만큼 당연 한타를 회피할 것이다.
내가 귀환하는 타이밍을 대충 잰 다음 후퇴를 할 터.
적팀의 예상을 예상해 판을 짰다.
타악!
타악!
다시 부활한 트페가 라인을 쭉쭉 푸쉬한다.
그럴 수밖에.
적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미니언을 파밍하지 않을 유저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나는 트페를 또 한 번 따기 위해 일부러 귀환하지 않았다.
<잊혀지지 말게나!>
궁극기를 쓰고 달려든다.
방금 전 솔킬을 냈을 때와 똑같은 상황 재현.
트페에겐 과연 악몽과도 같은 현실이지만 눈을 돌리기엔, 걸음을 돌리기엔 늦고 말았다.
사샤샤샥!
그나마 체력이라도 깎여 있었으면 다행이었을 텐데.
트페가 나한테 줬던 데미지는 이미 4.0 AP계수를 자랑하는 회복으로 채운지 오래다.
서로가 만전에 가까운 상황에서 다시 일어나는 교전.
승부의 결과는 굳이 예측이 필요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올마스터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처음 솔킬을 땄었을 때 블루가 딸려 들어왔다.
그 덕에 차오르는 마나통은 여유가 있었고 아직 더 할 수 있다.
위이이이잉..!
다소 깎였던 체력을 회복한 나는 핑을 찍었다.
적팀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도주한지 오래.
아군 또한 정비를 마치고 미드 라인으로 진격하고 있다.
나는 그 아군들을 바론 쪽으로 불러 모았다.
─올마스터님이 바론 백작을 지목!
그리고 핑을 하나 더 찍는다.
혹시라도 오해하지 않도록.
─올마스터님이 수풀을 지목!
바론을 가는 척 연기를 한다.
솔직히 바론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판단이지만 문제는 정글차이.
흥분하기는 이르다.
라인전에서 못한 놈이 한타가서 잘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특히나 오브젝트를 먹을 때 강타싸움을 져버려도 이상하지가 않다.
투욱!
그런 팔푼이도 바론을 체크하러 오는 적팀에게 붕대를 던지는 것정도야 가능한 일.
아모모가 붕대를 던져 리심을 맞혔다.
만족하지 않고 점멸을 사용해 펼치는 슬픈 좀비의 재앙.
의외로 잘해준 아모모 덕에 이니시가 예쁘게 열렸다.
부와아아아앙!
아모모의 궁극기가 넓다랗게 펼쳐지며 적팀을 구속한다.
아군들이 라인전에서는 정말 못하긴 했지만 한타형 조합.
이렇게 제대로 걸 수만 있다면, 그리고 내가 딜을 넣을 수 있다면 한타는 필승이다.
죽음의 불타는 손길은 트페에게 써버린 지라 쿨타임 상태.
하지만 궁극기의 쿨타임은 제대로 돌아와 있다.
적을 죽이면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초기화되는 마이이기에 가능하다.
사샤샤샥!
내가 노리는 것은 뒷라인.
막타를 먹기도 애매한 탱커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나는 말화이트와 함께 적팀의 후방에 파고 들었다.
꽈아아아앙!
말화이트의 궁극기가 적팀의 봇듀오, 치비르와 쏘냐에게 틀어박힌다.
치비르는 스킬실드로 막아내긴 했지만 연이어 들어가는 CC기.
<커져라~!>
동고동락한 원딜러는 제쳐두고 오직 나만을 위해 궁극기를 사용하는 랄라.
랄라의 궁극기, 거대화의 효과로 치비르와 쏘냐가 다시 한 번 띄워진다.
물론 다소의 반항정도야 예상하고 있었다.
사샤샤샥!
쏘냐가 정신을 차리고서 바로 파워센도를 갈기리란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말화이트는 고대로 맞고 스턴에 빠졌지만 나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타겟팅만 피할 수 있는 알파 슬래쉬라지만 예상해서 사용한다면 광역기도 충분 회피하는 게 가능하니까.
써컹!
부자베인이 묻은 평타로 치비르부터 베어낸다.
말화이트의 굴렁쇠를 맞고 느려진 치비르는 어어? 소리만 연발하다 순식간에 써컹써컹!
치비르를 아작내자 쏘냐가 1+1이벤트 마냥 딸려 들어온다.
─더블 킬!
올마스터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한타에서 킬리셋을 두 번이나 해낸 마이.
그 다음이야 볼 것도 없다.
남은 적팀은 목을 씻고 죽을 순서만 기다리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사샤샤샥!
아군과 함께 나머지 두 명의 적, 리심과 잭트를 마무리한다.
나름대로 잘 성장한 적팀의 앞라인은 꽤나 버티기는 했지만 내가 합류하자 금새 정리된다.
이제 남은 것은 바론을 먹는 것뿐.
방해할 적은 이제 막 부활해 쫄래쫄래 달려오고 있을 트페정도다.
당연 지체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적팀의 정글러 리심이 죽은 상황에서 안전하게 가져가는 바론.
한타를 연이어 대패하기까지 한 적팀의 사기는 완전히 꺾였다.
바론이 쓰러지며 소환자의 전장에 울리는 괴음과 함께 적팀은 항복선언을 해왔다.
─적팀이 찬성 4표 반대 0표로 항복하였습니다!
무난하지는 않았지만 제법 만족스러운 승리.
킬을 따내는 것도 로드 오브 로드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재미가 맞지만.
이렇게 한없이 불리했던 게임을 자신의 힘으로 역전을 해냈을 때의 보람 또한 상당하다.
하지만 내일 일도 그렇고, 나에게 남은 시간이 썩 많지가 않다.
바로 연이어 다음 큐를 돌리려던 찰나.
같이 게임을 했던 이들이 모여있는 대전기록창에서 나의 신경을 건드리려는 듯한 채팅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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