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20화 (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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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어제 월요일에 있었던 롤드컵 관람.

그리고 핫숏과의 만남.

예은의 팬심을 빙자한 얄미운 내숭은 그렇다 쳐도 조금 일이 있었다.

아니, 원래부터 말하려고는 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상 꺼내지 못했던 문제.

핫숏쪽에 먼저 눈치채고 물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틀에서 봤을 때 변한 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변호사 선임 관련은 예은이 맡아준다고 했었으니까.

그런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질적으로도 당연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업무를 하는 변호사랑, 선수 전반의 사건처리를 맡고 있는 CLC와 계약을 나눈 변호사 사무실.

게이머에 대한 사건은 후자의 일처리가 더욱 매끄러울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대신 맡는다기보단 공동작업이 됐다.

상호작용이 어떤 지는 둘째 치고 엘리베이터 회사나 호텔이라던지,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더욱 무거울 수밖에.

사실 내 입장에서야 큰 일이 아니었기때문에 딱히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 문제었지만 일처리가 확실하다면 나쁠 건 없었다.

그런데 그 양자 협의 과정에서 압박이 장난아니었다.

엘리베이터 측 문제가 아니라 예은과 핫숏이.

'그 덕에 녀석의 내숭이 깨진 것도 있으니 뭐, 나쁜 것만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시간문제에 불과한 일이었긴 하지만서도, 예은의 내숭은 당연히 깨졌다.

그 자체는 정말 속이 뻥 뚫리는 일.

문제는 계기가 된 것이 엘리베이터 건에 대해 핫숏이 이야기를 꺼내면서였다는 거였다.

사건의 전말은 대략 이러했다.

.

.

.

* * *

바라 보는 내가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굳었던 핫숏의 표정.

핫숏도 역시 화가 나면 무서운 사람이구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임에도 직접 겪고 나니 와닿는 정도가 달랐다.

"하하, 밝은 조명에서 보니까 정말 아리따운 아가씨네. 예은씨라고 했나? 물론 통로 안에서도 아름다움이 죽지 않았지만."

싸늘하게 식은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은 백치가 아닌 이상 파악할 수 있다.

자신 때문에 어색해진 분위기를 살리려는 듯, 핫숏이 윙크를 지으며 농담을 던졌지만 진지함이 말투에서 묻어 나온다.

장난끼가 다분한 핫숏의 평소 어투가 아니라는 사실은 모를 수가 없었다.

윙크를 하면서도 눈이 웃고 있지 않았으니까.

"이래 봬도 입장이라는 게 있어서.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 줄 수 있겠어? 큰 일이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아무리 조금이라도 우리 CLC의 선수에게 해를 끼친 거라면, 주장의 입장에서 절대 가만히 넘어갈 수가 없거든."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과연 내가 알던 핫숏이 맞을까.

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핫숏의 어조는 사뭇 진지했다.

이토록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내 팀의 주장이었다니.

역시나라면 역시나겠지지만 조금 놀라버린 게 사실이다.

'괜히 구단주의 그릇이 아니라는 건가.'

핫숏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차후 프로게이머 자리에서 은퇴하면서 팀CLC의 감독도 아닌 구단주가 되는 사람이니까.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평소의 태도가 워낙 장난스러워 조금 못 믿음직 했던 게 사실인데.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알 수 있는 법이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도 어차피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던 부분이다.

예은의 어처구니가 없는 내숭때문에 타이밍을 잡지 못했을 뿐이지.

핫숏 쪽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자 진도가 갑자기 확 넘어간 감이 있어서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나는 천천히 사건의 전반이 어떠했는지 이야기를 꺼냈다.

묵묵히 듣던 핫숏은 미소와 함께 CLC측에서 확실히 일처리를 도맡겠다.

분명 그렇게 말했다.

부드러운 친절, 핫숏다운 반응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도화선이 됐다는 사실이다.

CLC가 도맡겠단 핫숏의 언급으로 인해 예은이 얼굴에 깔고 있던 두터운 철판을 벗어던지게 되었다.

"저기요, 그 일은 제가 맡기로 했는데요?"

예은이 샤방샤방 웃는 얼굴로 쏘아붙였다.

분명 웃고 있는 얼굴임에도 스며드는 오한.

방금 전 핫숏이 그러했듯 눈이, 눈이 웃고 있지 않다.

"하하, 예쁘면서 당돌한 아가씨는 나도 무척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이 부분은 우리 CLC가.."

"아뇨! 자사에서 맡기로 확정지어진 부분이니 그쪽에서 발 빼시죠?"

핫숏의 말을 끊기까지 하며 앙칼지게 받아친다.

어느새 라고 할 것도 없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예은.

그리고 아까까지의 포스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내 쪽을 바라보며 SOS신호를 보내는 핫숏.

내가 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변화한 예은의 태도는 여자란 생물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것은 예은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에 난감함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 * *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입장에서야 득볼 건 있어도 손해볼 부분은 없었다.

차후에 핫숏이 전화를 걸어 그 여성팬분 정말로 무섭더라 한 소리 들은 정도일까.

사실 따지고 보면 둘을 뜯어 말려야 할 사람은 나였지만서도.

불똥 튈까 무서워 감히 태클을 걸 수가 있었어야지.

'별 일까진 없었으니까 나서지 않은 거기도 하지만.'

핫숏 또한 당황스러워 했던 건 한 순간이었고, 예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차근차근 CLC의 입장에대해 제대로 설명을 했다.

그 이야기를 나도 옆에서 들어본 결과, 이러저러한 면을 봤을 때 CLC 쪽에서 처리를 하는 게 맞았다.

일처리의 효율도 효율도 이지만 일단 난 CLC 소속이니 말이다.

법적인 방면도 모르긴 몰라도 CLC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만약 핫숏이 가볍게 이야기를 던져온 거면 모르되, 그는 엘리베이터 건을 가볍게 넘어갈 태도가 아니었다.

애초에 가볍게 넘어 갈 거면 먼저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을 터.

하지만 이성적이고, 비이성적이고를 떠나 예은은 지 성깔에 걸맞게 한 발도 양보하지 않았다.

<늦은 주제에 이제와서요?>

옥신각신, 이라기 보단 일방적이었을까.

쌀쌀맞은 어투의 예은에게 몰아 붙여지는 핫숏을 보며 측은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평소에 저런 예은한테 시달렸던 나 자신이 더욱 불쌍해졌다.

'그냥 둘이 하면 더 낫잖아?'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던가.

상황이 극적으로 치닫기 전에 내가 중간에서 이야기를 중재했다.

어떻게 한 마디 잘못 내뱉어 봐라,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예은과, 이 여자 대체 왜 이러냐고 난감하기 그지없어 하는 핫숏의 사이에서.

내가 하긴 했지만 정말 훌륭하게 해결을 봤다.

'그래, 서로 상부상조 하면 얼마나 좋아. 예은 녀석이 참 전투민족이라 곤란해질 뻔했단 말이지.'

이런저런 일이 있긴 했어도 결과적으로나마 무사히 해결됐으면 다행인 일.

무엇보다 내 입장에서 딱히 신경을 안 써도 된다는 게 좋았다.

솔직히 말해서 예은이 일처리를 맡았다면 내가 조마조마 해서 가만 있지를 못했을 거다.

막말로 엘리베이터 회사에 찾아가 대문을 발로 뻥 까재껴도 이상하지 않은 녀석이니까.

하지만 서글서글하면서도 할 땐 하는 핫숏과 함께 한다면 뭐 폭주하는 일까진 없겠지하는 생각.

그나마 있던 고민거리 하나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의미는 적지 않다.

'마음 푹 놓고 솔랭에 집중할 수 있겠어.'

또 한 가지.

어제 만났을 땐 경황이 하도 없어 그 부분에 대해 핫숏과 이야기를 못 나눴지만 그 날 저녁.

핫숏이 전화를 걸어 그 아가씨 너무 무서웠다고 하소연을 나눴다.

물론 단순한 잡담에서만 끝난 게 아니라, 내가 CLC 숙소에 정식으로 들어가는 시기 또한 조정을 봤다.

'열흘 남짓이라.'

이번 시즌이 끝난 후에 합류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유는 대충 새로운 시즌에 새로운 마음으로 둘러대려 했지만 핫숏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한국 서버 솔로랭크를 돌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핫숏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내 의견을 존중해 줬다.

사실 따져 봐도 애초에 일정을 잡아둔 것도 아니거니와.

언어적인 부분을 포함해 핫숏의 예상을 초월해 일을 마친만큼 선택의 자유도가 없어서야 곤란하다.

내가 뭐 늦장을 부리겠다, 혹은 휴가를 달라 그런 의미로 한 말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연습의 연장선이니까.

'게다가 나에게 있어 솔로랭크는 건 결코 휴식이 아니니까.'

낮은 점수대도 아니고 그랜드 마스터 1위를 목표로 한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내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핫숏도 이야기를 듣더니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핫숏은 내가 적당히 그랜드 마스터만 찍으려는 줄 알았던 듯 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고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에 내린 결론.

'100%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충분히 해 볼만은 하지.'

어제는 여러 일이 겹쳐 솔로랭크를 많이는 진행하지 못했다.

CLC의 일원으로서 응원을 간 것도 그렇고.

핫숏과 예은의 중재를 맡은 것도 그렇고 말이다.

하지만 결코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남은 열흘 간 더욱 솔로랭크 하나에 매지한 여건이 마련되었다.

쿠웅!

오늘의 첫 번재 솔로랭크 큐.

나는 가볍게 수락을 누르며 진지한 각오로 게임에 임했다.

단 한 판도 허투루 흘리지 않기 위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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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얼마 전, 솔로랭크에 복귀한 올마스터의 점수는 현재 마스터 200여점이다.

그 상승속도는 올마스터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과연 어마어마했지만, 어제와 그제 잠깐 브레이크가 걸렸다.

고전을 해서라기 보단 게임 자체를 얼마 하지 않았다는 게 클까.

─올마스터 걍 그마만 찍고 내빼려는 거 아님?

시간 촉박하다는 핑계로 그러는 거면 후...

개쫄보 실망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글두 그저께 초딩끝 방송에서 올마스터 겜하는 거 보니까 개빡겜 모드던데?

-ㅇㅇ 오픈해도 이상하지 않은 판이었는데 올마스터가 강제로 멱살잡고 업어쳤음.

-버스가 아니라 비행기를 태웠더만ㅋㅋ 난 믿는다 올마스터.

여론은 대략 반반일까.

그러한 잉벤의 상황을 사이트를 훑어보던 남자.

그는 본디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 약칭 롤갤을 많이 이용하는 유저지만.

현재 부단히 찾고 있는 정보는 실시간을 요했기에 어쩔 수 없이 잉벤에서도 찾고 있었다.

그렇게 부단히 노력한 보람이 있었을까.

남자는 다행스럽게도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정보의 내용은 올마스터가 다시금 솔로랭크를 돌리고 있다는 사실.

오직 이 하나를 위해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잉벤과 롤갤을 실시간으로 검색하던 남자.

도진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네가 포기할 리가 없지.'

무작정 시간을 허비한 게 아니었다.

도진기에겐 확신이 있었다.

그 승부욕 높은 올마스터가, 자신을 꺾어버린 녀석이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거라 믿음이.

또한 그가 이렇게까지 올마스터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데는 당연 그럴 만한 이유가 존재했다.

'LCL에서의 굴욕 잊지 않았다.'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라는 얕잡아보고 있던 아마추어 대회.

도진기는 올마스터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패배를 맞이했다.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던 패배.

그렇다고 찌질하게 꽁해 있진 않았다.

아직까지도 패배를 했다는 사실이 영 내키지 않긴 했지만서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하지 않던가.

당시의 패배를 가볍게 흘려 넘기지 않고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

패배의 굴욕을 딛고 한층 성장했다고, 도진기는 스스로를 자부했다.

부족했던 챔프폭을 보충했으며 랭킹또한 앞자리 수가 달라졌다.

안 그래도 그랜드 마스터 중상위권에서 남부럽지 않은 실력을 뽐내던 도진기가 더욱 성숙해져 실력이 무르익었다.

'완전한 패배. 네 덕분에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을 정도로 성장했다.'

잉벤을 포함해 심지어 자신의 본진이라 할 수 있던 롤갤에서조차 지적받던 인성문제.

스스로가 얼마나 자만심이 넘쳤고 치졸했는지 패배를 받아들이고 나서야 자각할 수 있었다.

패배를 하고 나서야 각성할 수 있었다.

물론 폭발적인 성장은 자신의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도진기는 그 계기를 만들어준 게 올마스터의 덕이라는 사실만큼은 인정했다.

뭐, 원래 치졸했던 사람이 조금 철이 들었다고 대인배가 될 리가 없듯.

감사를 인정할 뿐이고 보은으로 이어질만한 도진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네 덕분에 내가 성장한 것만큼은 사실이니, 최소한의 자비정도는 베풀어주마.'

도진기는 곧 시도할 올마스터의 저격에서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새로이 연습해 주전력으로 삼은 챔피언.

과감히 꺼내어 지난 패배를 말끔히 씻어내고자 했다.

그 챔피언은 현재 한국에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도진기는 성장하겠다는 일념으로 로드 오브 로드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다른 서버들.

북미와 유럽서버의 정보를 직접 캐내 떠오르는 챔프를 찾아냈고.

그것을 한국의 사정에 맞게, 그리고 자신이 쓸 수 있도록 개조해내는데 성공했다.

그 챔피언의 이름은 다름 아닌 카지트.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은 챔피언이지만 벌써 손에 익었다.

이 또한 자신의 재능, 더불어 북미에서 유명했던 카지트 장인의 덕이라 솔직하게 고마움을 표하는 바였다.

'그 분은 탑과 정글로 썼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도진기는 1주일간의 수련 끝에 완성한 미드카지트.

아직 자신의 본 계정, 그랜드 마스터에서도 몇 번 꺼내지 않은 귀하디 귀한 카드로 올마스터를 짓눌러주리라.

도진기는 마우스를 잡은 손을 꾹 움켜쥐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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