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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마스터티어 200점대의 점수대.
분명 만만히 볼 수 있는 구간은 아니지만서도.
아직까진 마스터 오브 이 하나로 충분히 떡을 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마이만 쓸 수도 없는 노릇인 것 또한 맞다.
'슬슬 준비하는 편이 낫겠지.'
더군다나 이제부터는 밴이 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챔프폭이 넓은 나이기에, 마이를 제외하고도 꼽을 픽들이 차고 넘친다 해도.
가능하면 조금 더 높은 점수대에서 비장의 카드를 선보이고 싶은 게 당연한 심정이다.
'그 이전에 이번 게임을 끝내는 게 순서겠지만은.'
30분이 넘어가는 대접전.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던 게임이 드디어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번 바론 한타로 사실상의 승자가 결정지어진다.
나는 그 한타의 막을 열기 위해 과감히 뛰어들었다.
사샤샤샥!
내 마이의 알파 슬래쉬가 적팀을 가르며 전장을 수놓는다.
최대 네 명의 적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광역기.
그 위력을 백분 활용할 상황이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현재 나는 4코어를 갖췄다.
라둔의 죽음투구, 부자베인, 죽음의 불타는 손길, 그리고 조냐의 물시계까지.
그렇게 네 개의 코어아이템이 갖춰진 마이에겐 거칠 것이 없다.
띠이이잉...!
어마어마한 주문력 계수를 가진 광역기를 긁어 넣고 적팀의 진영 한가운데서 발동하는 조냐.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한타의 신호다.
바론 앞에서 나를 포함해 열 명의 챔피언들이 치고 박기 시작했다.
각자가 자신들의 스킬을 뽐내며 피지컬을 자랑한다.
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이 될 자는 단 한 명.
다름 아닌 나라는 사실을 낯부끄럽게 이야기 꺼낼 것 까지야 있을까.
써컹!
꽂아 넣는 점멸 평타.
죽음의 불타는 손길과 부자베인의 데미지가 적팀의 원딜러, 고르키에 동시에 박힌다.
고르키는 그 막대한 데미지를 몸으로 받고 나서야 뒤늦게 뒤로 생존기를 사용해 빠지지만 이미 늦었다.
몸에 붙은 발화가 착실하게 고르키의 목숨을 앗아가 버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첫 단추가 어려운 법이다.
그 첫단추를 꿰맬 수만 있다면 나머지는 여반장.
도미노처럼 적팀은 무너져 내린다.
사샤샤샥!
단순히 알파 슬래쉬만 긁는 게 아니다.
회복을 병행해 어그로 또한 잊지 않는다.
이미 자연스럽게 익어버린 마이의 스킬연계는 내 머릿속에서 한 번 재생되고, 인게임을 통해 증명된다.
원딜러에 이어 서포터까지.
1+1로 가볍게 챙겨간다.
─더블 킬!
올마스터님은 전설 적입니다..!
그 다음으로 상대하는 적은 나이즈.
발화를 걸어 내 회복량을 감소시키려 하지만 헛수고다.
절반의 수치라 쳐도 본래의 회복량이 어지간 해야지.
주문력이 700을 가뿐히 넘어버린 시점에서 4.0AP 계수를 자랑하는 회복 수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반절로 뚝 깎는다 쳐도 2.0AP 계수.
내 주문력과 자체 힐량을 감안하면 초당 400이상이 쭉쭉 차오른다.
심지어 이것은 발화의 치유감소를 감안했을 때의 이야기.
한 마디로 회복량이 미쳐 돌아버렸다.
위이이잉..!
나를 부단히 때리고 있는 나이즈의 입장에선 허탈하기 그지없다.
대장군이라는 위명이 우습게도 아무리 때려 대도 달지를 않는다.
발화가 걸린 마이의 체력이 오히려 차오르고 있는 상황.
낮아졌던 체력을 풀피로 만든 나는 다시 한 번 돌격했다.
노리는 대상은 당연 나이즈.
그 전에, 아군의 탑라이너 초가트가 큼지막한 아가리를 벌려 나이즈를 베어물었다.
나는 킬각을 놓치지 않고 알파 슬래쉬를 꽂아넣었다.
사샤샤샥!
초가트가 뿜은 침묵의 포효로 인해 나이즈는 잠시간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다.
이는 점멸을 포함한 스펠 또한 마찬가지.
부자베인이 묻은 평타로 가볍게 훑기자 나이즈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망한다.
─트리플 킬!
올마스터님은 전설 적입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무리..!
그렇게 내가 적팀의 주요 딜러 두 명을 화끈하게 끊어내는 사이.
초가트를 제외한 나머지 아군들 또한 제 역할을 다해줬다.
적절한 이니시를 통해 가볍게 가져가 버린 한타 대승은 당연 바론으로 이어졌고, 이는 승리로 통하는 하이패스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게임 시간대가 30분을 넘어 40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만큼.
바론을 내준 것 정도로 서렌까지야 치지 않는다지만 전세는 이 쪽으로 확실하게 넘어왔다.
이제 남은 것은 정비를 하고 적팀의 넥서스를 향해 달려갈 뿐.
티링!
주문력 템을 올리는 마스터 오브 이의 마지막 코어아이템.
관통의 지팡이가 갖춰지자 안 그래도 일격필살에 가까웠던 알파 슬래쉬의 위력이 배가 된다.
사샤샤샥!
아군과 함께 미드라인을 압박한다.
미니언 웨이브를 타고 긁어버린 알파의 위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
내가 긁을 수 있는 것은 앞라인.
마법저항력 아이템을 덕지덕지 갖춘 적팀의 탱커들이지만 관통의 지팡이가 갖춰진 이상 예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1.0AP 계수를 가진 알파 슬래쉬 한 방에 아모모의 체력이 뭉텅 깎인다.
탱커도 그럴지언데 딜러진은?
특히나 원딜러의 입장에선 죽불손까지 갖춰진 내 알파 슬래쉬에 긁히는 상상조차 하기 싫으리라.
하지만 현실은 현실.
더군다나 나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팀원들이 놀고 있는 게 아니다.
구오오오오!!
아군 탑라이너 초가트가 제 몸집을 믿고 다이브를 시도했다.
바론 버프를 믿고 시행한 판단은 나쁘지 않지만 타이밍이 안 좋았다.
이번 한타가 마지막이 될 수 있는만큼 적팀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으니까.
초가트가 빠진 빈틈을 노리고 적팀이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달려들었다.
촹! 촹!
적탑라이너 발렐리아가 칼날을 흩뿌리며 돌진.
후방에서 난데없이 나타나 아군 원딜러 테러스티나를 눈깜짝할 새도 없이 녹여버렸다.
조건부라고는 하지만 확정 스턴, 그리고 연계되는 폭딜은 원딜러 하나 끔살하기엔 차고 넘쳤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바론 버프가 있다고는 하지만 원딜이 끊기고 불리하게 시작돼버린 한타.
초가트의 실수로 인해 난전이 되긴 했지만 내 입장에선 이것도 썩 나쁠 건 없었다.
그만큼이나 적팀의 스킬들이 빠졌다는 이야기.
나를 막을 사람이 없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하니까.
<잊혀지지 말게나!>
테러스티나의 원혼을 빌어준다.
똑같이 적팀의 원딜러를 노린다.
나는 궁극기를 키고 고르키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사샤샤샥!
알파 슬래쉬가 닿는 1초 남짓한 시간.
풀피의 고르키가 생존기와 점멸까지 사용해 쌍둥이 포탑까지 피신했다.
만약 작정을 했다면 가히 성공적인 노림수겠지만 그것도 조금은 버틸 수 있을 때의 이야기.
한 방에 죽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도화선에 불이 붙는다.
체력 손상이 없었다 할 지라도 죽불손의 액티브와 함께 알파 슬래쉬.
연이어 들어가는 부자베인의 평타엔 당연 버틸 수가 없다.
풀코어가 갖춰진 미드라이너의 순간누킹은 맨몸으로 견뎌낼 만한 것이 아니니까.
'바론 한타에서 져버렸다면.. 고르키가 수호악마를 뽑았겠고, 킬리셋이 힘들어 졌겠지.'
역으로 이겼기에 내가 관통의 지팡이를 뽑을 수 있었고 게임을 굳히는 게 가능했다.
물론 초가트의 실수를 바로잡았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고르키가 점멸까지 희생해 나를 끌어들인 쌍둥이 포탑의 공격은 헛되지 않았다.
게다가 나머지 네 명의 적이 건재하다.
종지부를 찍기 위해 또다시 돌진한다.
노리는 것은 꽤나 체력이 달아있는 적팀의 메인탱커 아모모.
앞선 내 포킹과 더불어 진행된 한타는 아모모의 체력을 절반 이상으로 뚝 떨어뜨렸다.
투욱!
내가 다가가자 마자 아모모가 붕대를 던진다.
한타가 이쯤 진행됐으면 진작에 썼을 만도 한데, 아껴두었던 궁극기까지 발동시키며 내 발을 묶는다.
하지만 상정 내다.
아모모의 궁극기, 슬픈 좀비의 재앙은 스턴이 아니니까.
평타를 못 쓰게 하는 단순한 속박에 불과하다.
즉, 회복을 사용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소리.
위이이잉..!
바론 앞 한타에서 발화가 걸렸을 때도 400씩 차오르던 회복이다.
발화가 걸리지 않은 현재는 초당 800이상의 체력이 차오른다.
이번엔 나이즈와 아모모가 둘이서 나를 부단히 때려댔지만 아예 깎이지도 않는다.
나이즈의 입에선 헛웃음만 흘러나오리라.
사샤샤샥!
적팀의 공세를 무위로 돌리고 알파 슬래쉬를 긁는다.
아군 또한 당연 놀고 있는 게 아니기에 함께 들어가는 협공.
나름대로 탱템을 갖춘 아모모였지만 관통의 지팡이가 나온 이상 그 벽은 쉽게 허물어진다.
─트리플 킬!
올마스터님은 전설 적입니다..!
아모모는 물론, 그 옆을 지키던 나이즈 또한 순식간에 내 검의 이슬이 되어 사라진다.
적 한 명을 죽이면 스킬 쿨타임이 초기화되는 킬딸 챔피언 AP마이의 위력.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한타의 결과는 대승이다.
라고 보기엔 조금 애매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무리..!
원딜이 죽고 시작한데다 포탑을 끼고 싸웠던 게 무리수였을까.
나를 제외한 아군은 전멸했다.
물론 적팀 또한 궤멸시켰지만 넥서스를 밀기에는 조금 회의적이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억제기 포탑을 깨자 남은 것은 쌍둥이 포탑뿐.
포기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다른 챔피언이었으면 모르되 AP마이니까.
AP마이이기에 강제로 포탑을 철거하는 게 가능하다.
위이이이잉..!
스킬을 사용한 다음 평타에 묻어나는 부자베인을 백분 활용해 쌍둥이 포탑을 때린다.
그러다가 체력이 바닥날 때쯤에 사용하는 회복.
실피까지 떨어졌던 체력이 순식간에 차오른다.
그리고 다시 타워를 때린다.
써컹!
타워의 공격에 내 체력이 또 한 번 낮아졌을 때.
버티고 버틴 보람이 빛을 발하며 아군 미니언 웨이브가 도착한다.
또한 적팀의 미니언 또한 모습을 드러낸다.
사샤샤샥!
포탑의 공격을 알파 슬래쉬로 피하며 공격의 대상을 바꾼다.
한 번 무적상태가 되어 맵에서 사라지는 마이의 Q스킬은 이러저러 다양한 방식의 응용이 가능하니까.
나는 다시 한 번 미니언을 방패로 쌍둥이 포탑을 철거했다.
써컹!
써컹!
3레벨을 찍은 궁극기, 마지막 전사로 올라가는 막대한 공격속도.
남아있던 쌍둥이 포탑을 모두 철거하기엔 충분했지만 슬슬 나올 시기다.
가장 먼저 죽었던 적팀의 원딜러 고르키가 의병대까지 사고 부랴부랴 달려 나온다.
고르키의 상징과도 같은 폭탄들이 쏘아지며 넥서스를 때려부수는 나를 막기위해 전력을 다한다.
사샤샤샥!
아슬아슬 돌아온 쿨타임.
발악과도 같은 고르키의 마지막 공격을 무적판정이 있는 알파 슬래쉬를 사용해 회피한다.
동시에 평타를 강화시키는 부자베인으로 넥서스를 박살내 버린다.
그것으로 게임에 종지부가 찍혔다.
-으아아아아!!! 올마스터만 아니었으면 꽁승판이었는데!
-오순도순 시즌 끝날 때까지 놀고 있는 현지인들 벼락 맞아부렸네..
-마스터티어 생태계 파괴 자제 좀;
대전기록창으로 나가자마자 들려오는 투덜투덜 적팀들의 채팅.
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다.
게임사가 나를 그랜드 마스터로 에스컬레이터를 태워 주면 오죽 편하겠지만 그러지를 않아주니까.
그래도 잠깐 지나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건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법 많이 신경쓰고 있는 거다.
'지체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도 시즌 말인 만큼 딱히 승부욕에 불타는 사람은 없었다.
화를 내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적당히 인사하고 다음 게임의 큐를 돌렸다.
큐가 잡히는 평균 시간은 5분.
그나마 지금 내가 게임을 하고 있는 시간이 해가 막 뜬 아침이라 이 정도다.
'낮만 돼도 큐가 드럽게 안 잡히니까 말이야.'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은 시차라는 게 존재한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의 시간은 아침 8시.
그에 반해 한국은 밤 12시다.
아침이니까 그나마 이 정도인 거지, 내가 한낮에 게임을 해버리면 한국은 새벽 아니면 아침이다.
한 마디로 게임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대.
그렇기에 나는 어제 일부러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 일찍 일어나 솔로랭크를 돌리고 있다.
쿠웅!
운이 좋았을까.
인스턴트 커피를 한 잔 타려고 일어난 순간에 바로 큐가 잡혔다.
평소보다 확연하게 빠른 속도.
그 부분에서 눈치채야 했지만, 그리고 조금은 안 좋은 예감이 들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귀찮았다.
마우스를 끄적여 수락을 누른 나는 미리 끓여 놨던 온수로 모닝커피를 진하게 탔다.
커피 잔을 한 손에 들고 온 내가 다시 의자에 앉았을 때 느낀 것은 불쾌감.
조금이지만 짜증이 일어났다.
'뭐…... 이 정도야 애교로 봐줄 수도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생각을 해두고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마이 하나 정도 밴이 되는 거야 큰 문제가 아니다.
내 아이디 괜히 올마스터가 아니니까.
챔프폭이라면 언제나 자신이 있다.
하지만 신경 거슬리는 부분은 하나가 아니었다.
적팀이 꺼내든 챔피언.
흔하지 않은, 그러면서 조금은 낯익은 챔피언을 적팀이 가져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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