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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22화 (22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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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카지트!'

인스턴트 커피를 타고 온 잠깐의 시간.

마이가 밴이 되고 적팀은 카지트를 가져갔다.

그 자체는 솔랭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별 것 아닌 상황임에도 내 머릿속은 복잡미묘 해졌다.

'설마하지만..'

만약 북미서버였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 맞다.

내가 카지트로 꽤나 멋있는 모습을 수차례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서버는 북미가 아니라 한국.

한국에서 자기 나름대로 카지트를 연구한 플레이어가 있다는 의미다.

현재 카지트라는 챔피언의 위치는 비주류의 극.

아무리 시즌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도 이곳은 극천상계다.

한 번 보고 끝날 사이가 아닌 것.

시즌 종료가 아예 하루이틀 남은 시점도 아니니만큼 승패에 영향을 주는 지나친 실험픽은 시도할 수 없다.

그럼에도 카지트를 꺼냈다는 의미는 제대로 할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카지트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유저일 지도 모른다.

'뭐, 단순한 트롤일 수도 있겠지만.'

상대로 나를 만나고 기겁해서 트롤픽으로 닷지유도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의외로 흔히 있는 경우고, 이미 한국서버를 진행와던 와중에 몇 번이나 있었다.

대부분 실질적인 트롤이 아닌 말 그대로 척.

아무리 또 만날 사이라고는 해도 닷지유도 정도야 종종 나온다.

다행히도 나는 4픽이었기에 천천히 적팀의 픽을 분석하기로 했다.

상대가 탑이나 정글 카지트라면 단순히 내 플레이를 보고 따라했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미드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정말로 미드 같은데….'

내가 챔피언을 픽할 차례가 오기도 전에 확정이 났다.

카지트와 더불어 픽된 적팀의 챔피언들은 말화이트 탈리반 3세.

나머지 두 챔피언이 미드에 간다는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당연 확률이 낮다.

카지트가 미드에 갈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팀 내에서 분열이 난 건 아닌 것 같고, 어차피 마이도 밴된 마당이니 꺼내보도록 할까.'

여기서 선택지가 두 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포킹형 카지트의 대표적인 카운터 챔피언인 미달리.

나로서는 그 외에도 알고 있지만 일단은 이다.

미달리가 W선진화 포킹 카지트의 카운터인 이유는 굳이 따져 볼 것도 없다.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전부 가지고 노는 수준이니까.

먼저 라인전부터 봐볼까.

카지트의 2렙 킬각이 꽤나 매서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달리는 원거리 챔피언치고 기본스펙이 꽤나 출중하게 배정받았다.

아무래도 CC기가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을 게임사가 감안을 해준 탓.

덕분에 기본 체력도, 방어력도 제법 높아 카지트가 덮친다 해도 킬각을 잡는 게 쉽지가 않다.

그 뿐만이면 다행일까.

6레벨을 찍고 퓨마폼을 배운 미달리는 근접전에서조차 카지트를 씹어먹는다.

CC기가 없다는 단점을 가진 미달리는 대신 근접전에서 어마어마한 괴력을 발휘한다.

더군다나 포킹까지.

'포킹조차 압도적으로 밀려버리니.'

카지트에게 있어 포킹은 킬각을 잡는 수단이지 주가 아니다.

W진화를 한 카지트의 침뱉기가 상당히 괜찮은 포킹스킬인 건 맞지만, 작정하고 포킹만 해대는 챔피언들에 비해선 밀리는 감이 있다.

아무래도 카지트의 진수는 포킹이 아니라 킬리셋을 통한 점프점프, 메뚜기 월드니까.

그런데 하필이면 그 미달리가 바로 작정하고 포킹만 해대는 챔피언 중 하나다.

정리하자면.

라인전도 이기고, 근접전도 이기고, 심지어 포킹까지 이긴다.

미달리가 카지트의 카운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가 있다면.

'애초에 포킹형 카지트할 가능성이 한없이 낮은데.'

포킹형 카지트가 성립되는 이유는 단 하나, 마나바라기 때문이다.

마나소드의 진화 아이템인 마나바라기.

카지트는 마나소드 덕에 높은 마나 소모량을 견딜 수 있게 될 뿐더러.

마나바라기가 완성되는 순간, 평타와 1인칭 스킬에 추가 데미지를 묻게 돼 1:1조차 강력해진다.

문제는 현재 시즌2에선 그 마나바라기의 데미지가 물리피해가 아닌, 마법피해라는 사실.

내가 괜히 나이즈로 마나소드를 갔던 게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제임스처럼 포킹 하나로 끝장을 볼 수 있는 챔피언도 아닌 카지트인지라, 마나관리 하자고  마나소드를 올리기엔 애매하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하나.

'W선진화가 아니라 갈고리나 궁극기겠지.'

이전에 내가 북미서버에서 플레이했던 카지트의 아류.

혹은 다른 방향에서의 해석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미달리의 선택을 보류했다.

W스킬, 침뱉기를 진화하는 카지트라면 쉽게 카운터칠 수 있겠지만.

만약 갈고리나 궁극기를 진화한다면 아무리 퓨마폼으로 변신한다고 해도 1:1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다른 챔피언.

내 마우스 커서가 올라간 위치엔 마치 악어와도 비슷한 물고기의 형상을 가진 챔피언이 있었다.

.

.

.

* * *

양 팀의 라인전이 무난하게 진행되며 서로가 맞성장을 한다.

픽창에서 조금 소란이 있었던 것 치고는 무난한 흐름이었다.

'거 내가 다 혼내 준다는데 말이 많구만.'

하마터면 닷지가 날 뻔했다.

그것도 적팀이 아니라 아군 쪽에서 성화였다.

내가 픽한 챔피언에 앵간치 불만이 많았기에.

-아니, 상대가 이상한 거 한다고 님도 이상한 거 해야 해요? 걍 무난무난하게 가면 안되나..

-그거 찌르고 들어가서 재롱부리다 죽는 아; 쨌든 개암걸리던데 알아서 잘해보세요.

-올마스터만 아니었으면 날카로운 닷지각이었는데….

-저 데스노트에 올마스티까지 올려놨습니다. 점 하나만 찍으면 완성돼요.

저 데스노트 드립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실제로 마스터티어 이상에서는 자신만의 데스노트를 가진 이들이 흔하게 널려 있으니까.

아무래도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되는 높은 구간이다보니, 서로 안 좋은 사건이 있었던 이들은 반드시 기억을 해둔다.

심한 경우에는 정말로 노트까지는 아니여도 메모장 등에 아이디를 적어두고 트롤을 한다.

'물론 내가 그 노트에 올라갈 일은 없겠지만은.'

올라간다 해도 어차피 마스터티어 유저들은 며칠만 지나면 만날 일이 사라진다.

당연히 그 이유만은 아니고 정말로 캐리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트롤같은 챔피언을 해도 인게임에서 실력을 증명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는 법이다.

내가 미드카지트를 상대로 픽한 챔프는 바로 끠즈.

대나무창을 든 이족보행 물고기 형상을 한 챔피언이다.

끠즈를 선택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완전히 솔킬에 특화된 챔피언.'

카지트 또한 갈고리나 궁극기를 진화하면 1:1이 몰라보게 강해진다.

그 점은 얼마전에 카지트를 플레이했던 내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유동적인 선진화로 갈고리나 궁극기를 선택한다 한들, 카지트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한타 특화형 챔피언.

날개진화의 효과, 킬어시 초기화를 이용해 메뚜기 월드를 펼친다.

그렇기에 이러저러 돌아간다고 해도 정해진 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꾸득!

꾸드드득!

나와 무난한 맞라인전을 펼치던 상대 미드라이너 카지트가 드디어 6레벨을 찍고 진화했다.

카지트는 택한 건 단일 데미지를 증폭시켜 주는 갈고리 진화.

미드라인에 선 이상 궁극기보다는 나은 선택일 터다.

그리고 근접 챔피언인 나를 상대하기엔 갈고리가 더 낫다는 판단도 있었겠지.

'미안하지만 궁극기를 배우는 보람은 카지트만 있는 게 아니라지.'

카지트에게 있어 궁극기의 의미가 남다른 건 맞다.

궁극기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일반스킬들을 진화시킬 수 있는 카지트.

확실히 진화를 거칠 때마다 변화를 거듭하는 재밌는 챔피언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끠즈 또한 궁극기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예 대놓고 1:1을 하라고 만들어진 챔피언인 끠즈는 타고난 강함의 격이 다르다.

타앗!

내 끠즈가 들고 있는 연푸른 대나무창이 미니언을 찌른다.

찔린 미니언의 몸에서 줄줄 새어 나오는 건 붉은 피.

마치 도라이븐의 회전도끼와 비슷한 출혈 효과가 끠즈에게는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적의 체력이 낮을 수록 더욱 많은 피가 샌다는 사실.

아이템이 나올 수록, 먼저 가한 데미지의 양이 많을 수록 출혈의 효과는 당연 배가 된다.

그렇기에 궁극기라는 강력한 스킬이 추가된 끠즈는 잡을 수 있는 킬각이 넓어진다.

더군다나 궁극기 효과는 단순한 데미지 뿐만이 아니다.

<악어다~!>

끠즈의 궁극기, 악어밥 던지기.

아주 먼 거리까지 투척되는 악어밥은 닿은 적 챔피언을 1.5초 후 악어에 잡아먹히게 만든다.

그 악어밥이 카지트에게 명중했음은 물론이다.

카지트는 곧바로 궁극기를 사용해 대응했지만, 나는 사전에 구입해 놨던 은신을 밝혀주는 핑크와드를 박았다.

촤아앗!

끠즈의 Q스킬, 죽창 찌르기가 미끄러지듯 카지트를 관통한다.

단순한 돌진기에 지나지 않아 보여도 숨겨진 효과가 하나.

평타 판정을 가지고 있는 죽창찌르기는 광채의 칼이 묻어나온다.

아드득!

1.5초가 지나자 카지트의 발밑에서 한 마리의 악어가 튀어나왔다.

악어는 1.0 AP계수에 달하는 막대한 데미지를 선사함과 동시에 약간의 에어본까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이지만 카지트는 여유가 있을 터다.

만약 핑크와드를 박는 것만으로 카지트의 은신을 파훼할 수 있었다면 내가 북미서버에서 카지트를 왜 했겠는가.

카지트의 골 때리는 점은 기동성에 있다.

날개뛰기는 그렇다 쳐도, 궁극기를 사용했을 때 붙는 순간 가속도는 어지간한 상황에서 탈주로를 열어준다.

핑크와드가 밝혀주는 사거리는 무한이 아니기에 벗어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끠즈의 무서움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다.

'솔킬 특화형 챔피언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끠즈의 궁극기, 악어밥 던지기에 담긴 효과는 끝나지 않았다.

살짝 있던 에어본은 그저 부수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악어밥 던지기는 적중한 상대를 무려 3초간이나 크게 둔화시켜 발목을 잡는다.

콰득!

열세라고는 해도 맞고만 있으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것일까.

카지트의 반항이 만만치 않았다.

궁극기를 맞히고 카지트에게 진입한 나는 주위에 아군이 없는 고독상태.

카지트의 갈고리가 내 끠즈의 살을 큼지막하게 뜯어냈다.

'먼저 죽는 건 네가 되겠지만 말이야.'

고독상태에서 꽂히는 갈고리가 무척이나 강력한 건 사실이지만 그 전에 죽이면 된다.

잃은 체력에 비례해 줄줄이 새어나오는 카지트의 피.

도망가지 않으면 다음 갈고리의 쿨타임이 돌아오기 전에 목숨이 끝나리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쿠화악!

카지트가 유일한 돌진기인 날개뛰기로 도주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끈덕지게 남아있는 악어밥 던지기의 둔화.

내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카지트는 점멸까지 사용해 거리를 벌렸다.

맞점멸과 핑크와드의 사거리를 고려한 고려한 탁월한 판단력.

나는 포기하지 않고 카지트를 적팀의 1차 포탑 안까지 추적했다.

그러자 카지트가 역으로 다가온다.

사르륵..!

포탑은 나를 공격하고 카지트는 은신을 사용해 숨었다.

비싸디 비싼 핑크와드를 두 개나 샀을린 없으니 더 이상 카지트는 볼 수 없다.

카지트가 노리는 것은 명명백백.

나에게 접근해 다시 한 번 갈고리를 박아 넣으려 할 것이다.

아무리 이전까지 딜교환을 이겼다고 해도 갈고리를 진화시킨 카지트의 데미지는 우습게 볼 수 없다.

또다시 갈고리가 박히는 순간 역으로 따이는 것은 내가 된다.

그렇기에 사용한다.

<우앗!>

죽창을 땅에 꽂고 튀어 오른다.

끠즈의 E스킬, 재롱잔치.

그 효과는 마스터 오브 이의 알파 슬래쉬와 비슷하게 무적 판정이 있다.

'아득할 정도로 길게 느껴지겠지만!'

알파 슬래쉬가 고작 1초 남짓하다면 끠즈의 재롱잔치는 최대 2초간 지속된다.

내가 튀어 오른 사이에 1초밖에 지속되지 않는 카지트의 은신이 풀림은 물론이었다.

촤앙!

물장구를 치듯 퍼지는 물보라.

죽창을 꽂아 튀어올랐던 끠즈가 내려앉는다.

내려앉은 땅엔 카지트가 벌레처럼 밟혀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우연도, 순간적인 센스도 아니다.

솔킬의 기본은 적의 예상을 예상하는 것.

무리수와 예리한 킬각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나는 모든 것을 설계하고 들어갔다.

'애초에 궁극기를 맞은 시점에서 솔킬은 확정이지.'

내가 카지트를 상대로 끠즈를 꺼낸 이유.

이러저러 잔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정리하자면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상대를 오랜 시간 꽁꽁 묶어 둘 수 있는 강력한 CC기.

두 번째는 은신을 활용해 도망가도 확실하게 쫓아 갈 수 있는 돌진기.

마지막으로 카지트의 갈고리를 무시하고 결정타를 먹일 수 있는 재롱잔치까지.

끠즈의 스킬 구조 하나하나는 진화하는 벌레, 카지트를 씹어먹는데 최적화돼 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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