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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저격으로 의심되는 상대와 이어지는 세 번째 라인전.
찝찝함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하지만 간단하지는 않다.
서로가 극도의 공격성을 가진 챔프를 픽했기에 라인전은 1초, 1초가 살 떨리기 그지없다.
'끠즈 대 르풀랑은 역시 쉽지 않은 구도야.'
손싸움은 물론, 눈치싸움까지 끼어있다.
이 눈치싸움이라는 게 결국 반응속도 인지라, 반응 느려서 스킬 한 번 잘못 맞으면 그대로 끔살.
그렇게 당해버리면 그것만큼 억울한 죽음이 없다.
때문에라도 나는 평소보다 배는 집중해서 라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르풀랑은 언제 상대해도 껄끄럽단 말이지..'
그도 그럴 게 르풀랑이다.
르플랑은 명실상부 미드라인의 최강 챔피언 중 한 명.
일방적인 딜교환을 앞세워 솔킬각을 내는데 정평이 나있다.
물론 그렇다고 끠즈로 르풀랑을 이길 자신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끠즈로 르풀랑을 상대하는 공식.
그리고 손싸움과 눈치싸움이 되는 이유는 르풀랑이 들어오는 타이밍을 계산하는데 있다.
르풀랑의 견제를 무위로 돌려야만 솔킬을 넘보는 게 가능하다.
대충 이러한 느낌으로 르풀랑은 자신의 라인전을 진행한다.
르풀랑이 원거리에서 Q스킬, 침묵의 표식을 던진다.
침묵의 표식이 사라지기 전에 르풀랑은 눈치를 보다가 W스킬 날조로 들어간다.
이 QW연계로 침묵을 터트리며 막대한 데미지를 주는 게 르풀랑의 딜교환 방식.
데미지도 데미지지만 1.5초 동안 지속되는 침묵때문에 상대 미드라이너는 반항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끠즈에겐 회피할 수단이 있다.
'타이밍을 아주 잘 봐야 하긴 하지만.'
날조로 들어오는 르풀랑을 재롱잔치로 피하는 게 가장 간단하다.
하지만 재롱잔치가 빠져버린 끠즈는 쿨타임동안 계속해서 르풀랑의 짤짤이 견제에 노출된다.
그런 식으로 6레벨까지 버티기엔 르풀랑이라는 챔프의 라인전이 너무나도 막강하다.
그렇기에 나는 과감히 죽창 찌르기를 사용했다.
르풀랑의 날조와 내 죽창 찌르기가 동시에 교차시킨다.
그렇게 되면 나는 르풀랑의 날조를 피함과 동시에 본디 르풀랑이 있던 자리까지 돌진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한 번의 딜교환을 마쳤다.
차후에 들어갈 출혈의 데미지를 증폭시키기 위해 발화까지 써서 말이다.
르풀랑은 당연 포션을 마시면 회복하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내가 프리하게 파밍하는 걸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전판에서 6레벨을 찍은 내 끠즈가 얼마나 막강해지는지 두 눈 똑똑히 보았으니까.
나를 무난히 성장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르풀랑은 라인전의 강점을 살려 공세를 취해왔다.
타악!
르풀랑이 아까와 마찬가지로 침묵의 표식을 던져왔다.
이 표식을 터트릴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터트리게 놔둘지.
또다시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타악!
타악!
침묵의 표식이 사라지는 시간은 정확히 3.5초.
그 안에 연계되는 스킬을 맞으면 침묵에 걸리며 추가데미지를 입는다.
그렇다고 꼭 달려들 거란 보장은 없다.
이미 한 번 내 죽창에 뜨거운 맛을 본 르풀랑인만큼 조심스럽다.
때문에라도 표식이 사라질 때까지 뜸을 들이던 르풀랑.
르풀랑은 의외성을 노리려 했는지 갑작스레 뛰어들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집중을 흐트러트리지 않은 나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촤아앗!
참고 또 참은 끝에 얻어낸 킬각.
죽창 찌르기와 르풀랑의 날조가 교차한다.
그리고 희비 또한 엇갈린다.
날조를 다시 한 번 사용해 제자리로 돌아온 르풀랑에게 나는 평타를 때려박았다.
콰악!
끠즈의 W스킬, 파워죽창으로 강화된 평타는 데미지도 데미지지만 치유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붙는다.
발화에도 달려있는 이 치유감소는 딱히 회복스킬이 없는 챔프들을 상대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 가지.
르풀랑을 상대할 때 기가 막힌 역할을 해준다.
퍼엉!
체력이 떨어지자 본체와 분신으로 나뉘며 교란시키는 르풀랑.
어느 쪽이 진짜인지 헷갈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끠즈에겐 그럴 걱정이 없다.
머리 위에 떠 있는 표식.
치유감소 효과가 적용돼 있는 적을 찾아가 때리기만 하면 된다.
<우앗!>
르풀랑의 본체를 알아보고 접근하는 순간, 나를 저지하기 위해서 사슬을 던져왔다.
예상하고 있던 타이밍.
뻔하게 던져오는 사슬정도야 재롱잔치를 사용해 가뿐히 피해낼 수 있다.
그리고 곧바로 내려앉아 르풀랑을 찍었다.
촤앙!
르풀랑은 재롱잔치를 맞고 나서야 뒤늦게 점멸을 사용했다.
늦점멸이 바보같이 느껴지지만 그럴 만도 하다.
다른 무적 판정의 스킬들과 다르게 재롱잔치는 사용자가 직접 내려오는 타이밍을 조정할 수 있으니까.
최대 2초의 시간.
이 말인즉, 1초 이하로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니 상대하는 입장에서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재롱잔치를 맞은 상대는 2초 동안 둔화가 된다.
느려진 르풀랑을 따라가 평타 한 방.
치유감소가 걸린 채 피가 줄줄 새고 있는 르풀랑에게 한 번 더 평타를 꽂아 넣을 필요성은 없었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솔랭에서는 흔하디 흔한 미드솔킬.
이 솔킬 한 번이 별 거 아니라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벌써 세 번째 도전이라 할 수 있는 르풀랑에겐 그렇지가 않으리라.
궁극기를 배운 끠즈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고 있는 상대이기에 더더욱이다.
아직 궁극기를 배우지도 못한 끠즈에게 솔킬을 당했다는 건 라인전 스노우볼이 돌이킬 수 없게 굴러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벌써 이 짓도 세 번째이니만큼 조금 불쌍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라인전은 얄짤없이 진행된다.
아이템 격차는 물론 레벨차이까지 나는 상황.
내가 6레벨을 찍는 순간 필킬각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악어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조금 괴리감이 있을까.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점멸을 사용해 강제 킬각을 잡았다.
예상하기 힘든 타이밍에 난데없이 점멸 죽창을 찔러넣었다.
찌르면서 동시에 궁극기까지.
자연스럽다는 말은 죽창 찌르기와 함꼐 나가는 악어밥을 이르는 말이다.
아드득!
궁극기를 배우지 못한 르풀랑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날조로 한 번 거리를 벌리는 것 뿐.
스킬의 특성을 활용하면 제자리에 한 번 돌아올 수도 있고.
본체와 분신으로 나뉘는 패시브를 활용해 눈가림을 할 수 도있겠지만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어떻게 도망가도 이미 악어밥을 맞은 시점에서 사망이 확정.
내가 괜히 점멸까지 사용해 죽창을 찌른 게 아니다.
죽창 찌르기와 연계되는 궁극기는 맞는 이로 하여금 피할 수가 없게 만든다.
물론 원래라면 죽창 찌르기의 짧은 사거리를 주지 않겠지만 점멸로 강제로 거리를 좁혔으니 르풀랑의 입장에선 맞는 수밖에 없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걸로 두 번째 솔킬.
미드라인전의 흥망은 겉잡을 수 없이 기울어진다.
끠즈만큼 킬을 먹기 시작하면 무서운 챔피언이 또 없으니까.
'한타가 안 좋다는 인식이 있긴 해.'
아지까지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끠즈는 아이템트리만 제대로 갖추면 한타도 스플릿도 변화무쌍.
만능형 챔피언으로 진화한다.
첫 번째 아이템트리는 부자베인일까.
주문력아이템을 살 수도 있었고, 마법저항력 아이템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부자베인을 선택한 이유.
삼종신기를 가는 잭트나, 죽불손을 올리는 아링과 비슷하게도, 끠즈는 코어아이템 의존도가 높은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끠즈가 조금 템빨을 타는 편이니까.'
스킬 깡뎀도 그렇고 계수도 그렇고 강력하기 그지없는 끠즈다.
그럼에도 아이템 의존도가 높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코어아이템 의존도지만.
하고 많은 아이템을 재치고 부자베인이 끠즈의 첫 번째 코어 아이템이 된 까닭.
꼽아보자면 첫 번재 이유는 바로 마나관리
두 번째는 데미지 효율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주요 스킬 두 개가 논타겟인 탓에 가끔 실수를 해버릴 때가 있단 말이지.'
재롱잔치도 악어밥 던지기 강력한 스킬이지만 결국은 논타겟이다.
적이 무빙이나 점멸로 피해버리면 그만한 낭패가 없다.
하지만 죽창 찌르기만은 완벽한 타겟팅 스킬.
현재 끠즈의 죽창 찌르기는 판정이 매우 좋아 점멸을 써도 피하는 게 불가능하다.
심지어 단순한 돌진기가 아니라 평타가 묻는다.
스킬을 사용한 다음 평타를 강화시키는 부자베인과 잘 어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까놓고 말해 이 확정 타겟팅 공격기는 사기성이 짙다.
때문에 차후 리메이크를 통해 죽창 찌르기의 판정도, 데미지도 크게 너프를 먹는다.
물론 어디까지나 미래의 일.
현재 끠즈의 죽창 찌르기는 완소스킬 그 자체다.
부자베인이 나온 끠즈에게 찔리면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죽창이란 컨셉을 완벽하게 실현시킨다.
심지어 탱커도 말이다.
<헤엄칠 시간이네!>
두 차례의 솔킬에 힘입어 10분이 조금 넘은 타이밍에 나온 부자베인.
코어템이 완성된 이상 궁극기만 맞히면 탱커도 순살 치킨에 불과하다.
미드라인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나는 탑라인에 로밍을 갔다.
내가 쏘아낸 악어밥이 적팀의 탑솔러 네네톤에게 그대로 명중했다.
네네톤이란 챔프는 유통기한이 있긴 해도 중반 타이밍까진 단단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스킬포식자라는 공방일체의 아이템트리까지 탄 상황.
체력관리가 준수하게 된 네네톤을 상대로 다이브를 시도하는 것 미친 짓이다.
알고 있음에도 나는 망설임없이 달려들었다.
아드득!
궁극기의 악어와 죽창 찌르기가 동시에 터지자 엄청난 데미지를 뽐낸다.
스킬 계수만 따지자면 가감없이 본래 주문력의 3배.
궁극기가 1, 부자베인이 묻은 죽창 찌르기가 1.4.
더불어 발동한 W스킬 파워죽창까지 생각하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네네톤에게 살의를 가진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타라락!
라인전 내내 고통받던 잭트.
봉을 돌리며 뛰어든 잭트가 네네톤에게 스턴을 건다.
잘 성장하지 못한 탓에 데미지는 썩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스턴을 걸어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앗!>
나는 재롱잔치를 사용해 포탑의 공격을 회피했다.
그리고 네네톤을 맞힐 수 있다고 확신한 타이밍에 내려앉았다.
촤앙!
가벼운 물보라가 일며 뭉텅 깎이는 네네톤의 체력.
부자베인이 묻은 죽창 찌르기도 강력하지만, 내가 선마스터하고 있는 재롱잔치도 못지 않다.
화룡정점을 찍는 건 자연스럽게 토옥! 박히는 부자베인이 묻은 평타.
─적을 처치했습니다!
올마스터님이 학살 중입니다.
끠즈는 한 번 풀리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다.
논타겟 스킬을 전부 맞혔을 때의 딜링 기대치가 워낙 높은 탓에 탱커조차 녹일 수 있다.
탱템을 두르고 궁극기로 체력을 뻥튀기까지 한 네네톤조차 버텨내질 못한다.
'다음 템은 역시 조냐의 물시계겠지.'
조냐의 물시계는 방어력이 있는 주문력 아이템.
맞라이너가 마법사 챔피언이 르풀랑이라고는 해도 내가 워낙 잘 컸기에 굳이 마법저항력 아이템을 올리지 않아도 괜찮다.
막말로 르풀랑이 개기면 그냥 죽이면 되니까.
결정적으로 조냐의 물시계를 올리는 이유는 한타 때문이다.
끠즈라는 챔피언이 현재 비주류인 이유로 한 몫하는 게 바로 한타 기여도.
아무래도 근접 암살자 챔피언인 끠즈는 한타 난이도가 지극히 높다.
적팀에게 진입을 하는 순간 점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니 당연한 노릇.
하지만 조냐의 물시계가 갖춰진 끠즈는 혼자서 딜탱, 어그로 전부 가능하다.
─적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탑라인의 로밍을 성공시킴으로서 그 부수적인 파급.
내가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원체 타워 철거에 일가견이 있는 잭트인지라 혼자 알아서 잘 부쉈다.
극상성인 네네톤을 상대로 고통을 받던 잭트가 라인전에서 해방됐다.
촤앙!
탑라인의 로밍을 성공시키고 다시 라인에 도착한 나는 밀린 미니언 웨이브를 받아먹었다.
라인이 짧은 미드의 특성상 로밍의 대가로 타워에 미니언을 상납하는 경우가 일쑤지만 상대가 르풀랑이다.
르풀랑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대표적인 챔피언.
여기서 말하는 하이리스크란 라인전이 망했을 때 상대의 로밍을 막기 힘들다는 의미도 있다.
어째서일까?
현재 르풀랑은 Q스킬 침묵의 표식을 선마스터한다.
Q스킬을 선마하는 르풀랑은 라인전의 딜교환이 무척 세다.
대신에 라인푸쉬가 안된다는 단점이 공존한다.
그런 르풀랑이 라인전을 져버린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즉, 내가 라인전을 이겨버린 스노우볼이다.
르풀랑이 미니언과 씨름하는 사이에 나는 편하게 탑라인 로밍을 성공시켰다.
게다가 느릿느릿 밀려오는 미드라인의 미니언 또한 큰 손실없이 받아먹을 수 있었다.
라인전과 로밍,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낸 반박할 여지가 없는 기량차이.
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각인시켜 주기 위해 나는 일부러 자신있는 스플릿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적팀이 노리고 있을 한타로 정면승부를 받아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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