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훼방꾼
끠즈의 한타.
근접 암살자인 끠즈는 한타 난이도가 다소 높은 게 사실이다.
한 번 잘못 들어가면 CC기 연계에 그대로 끔살당해도 이상하지가 않으니.
특히나 서포터들이 많이 드는 탈력에 약한 것 또한 치명적이다.
암살을 하려고 들어갔는데 탈력이 걸려 데미지가 40%나 감소하면 기대한 만큼 딜링이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워 진다.
그렇기에 끠즈는 높은 순간 판단력과 플레이어의 재치를 요구한다.
스킬 하나하나가 위력적인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
가장 중요한 건 재롱잔치의 사기적인 효과를 백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정도로 잘 커버리면 다른 느낌으로 한타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부자베인과 조냐의 물시계.
이 두 아이템이 완성된 끠즈는 한타에서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의 폭이 무진장 넓어진다.
다행스럽게 상당히 잘 큰 내 끠즈는 20분도 채 되기 전에 아이우에오의 신발을 포함한 2코어를 완성할 수 있었다.
티링!
상점에서 아이템을 구입하고 일직선으로 용을 향한다.
미드라인의 1차 포탑은 부순지 오래.
귀환하기 전에 라인 또한 깔끔하게 밀어놨으니 거칠 게 없다.
아군과 적팀은 이미 한타 대치의 와중이다.
성장한 정도를 따지자면 내가 한 번 풀어준 탑라인은 동등.
봇라인의 경우 로밍을 가줬음에도 밀리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로밍가서 한 번 죽어줬다.
'끠즈가 CC기 약한 건... 어쩔 수가 없지.'
죽은 건 사실이지만 당연히 허무하게 죽은 건 아니다.
적팀의 원딜러를 따고 죽었다.
문제가 있다면 정글의 합류차이.
그리고 적팀의 서포터가 하필이면 루나라는 사실이다.
루나는 강력한 CC기를 세 개나 갖고 있는 서포터.
세 스킬을 정확히 연계해버리면 한동안은 옴짝달싹도 할 수 없다.
그런데다 루나는 몸까지 단단해 본인을 노리기도 힘들다.
서포터 중에서 성가시기가 광우스타 뺨을 치는 챔피언.
이번 한타에서도 그 루나가 나를 마크해올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냥.. 미드 빼고 다 못하는구만.'
심각하게 망한 라인이 없을 뿐이지 전체적으로 다 밀린다.
그나마 동수를 이루고 있는 탑도 내 로밍 덕분.
풀어주지 않았다면 조금씩 갉아먹히다 완전히 터졌을 터다.
팀운의 꼬라지를 보자니 눈물이 찔끔 나오는 상황이지만 괜찮다.
2코어가 갖춰진 끠즈의 한타 캐리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니까.
<악어다~!>
근접 챔피언인 끠즈에게 있어 유일한 원거리 스킬인 궁극기.
악어밥 던지기의 사정거리는 어지간한 포킹 스킬들보다 우월해 이니시의 용도로도 제격이다.
데미지를 제외하고 CC기로만 따져도 그 효용성이 차고도 넘치니까.
아드득!
악어밥을 맞은 네네톤이 커다란 악어에 잡아먹히는 것을 신호로 양팀의 한타가 시작된다.
아군 탑라이너 잭트가 봉을 빙글빙글 돌리며 진입하고, 정글러 콩머스 또한 데구르르 굴러간다.
구워어어어!
적팀 또한 정줄을 놓은 게 아니다.
악어밥을 맞고 슬금슬금 뒤로 빼던 네네톤이 궁극기를 사용한다.
체력을 올려주며 흙구름으로 주위의 적을 갉아먹는 앙신강림을.
네네톤과 루나, 그리고 리심까지 적팀의 앞라인은 두텁기 그지없다.
야하하하하!!
더욱이 원딜차이를 빼먹을 수 없다.
달려드는 아군을 향해 적팀의 원딜러 미스터 포텐이 총알을 광범위하게 흩뿌린다.
괴랄한 웃음소리를 내며 3초간 광역 딜링을 퍼붓는 미포의 궁극기.
킬링타임을 직격으로 맞으면 아무리 탱커라 해도 찰과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미 내가 한타를 열어버렸고 진입은 했으니 맞아야만 하는 상황.
그렇기에 내 첫 목표는 미스터 포텐이다.
<우앗!>
죽창을 땅에 찍고 튀어오른다.
2초간 무적상태로 만들어주며 내려앉은 자리에 광역피해를 선사하는 재롱잔치.
이동의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뒷라인에 있는 미스터 포텐에게 닿기엔 당연 충분치 않다.
하지만 점멸을 사용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촤앙!
내려앉기 직전에 사용하는 점멸.
점에서 점으로 이동하는 점멸은 모션이 없으니 상대하는 입장에 반응이 힘들다.
더군다나 미포는 채널링 궁극기를 흩뿌리느냐 가만히 서 있었으니 말 그대로 눈 뜬 석상.
재롱잔치로 내려찍고 그대로 죽창으로 가른다.
뒤늦게 점멸을 사용해도 헛수고.
사기적인 판정의 죽창은 미포의 반항을 헛되게 만든다.
치지직..!
강력하기 짝이 없는 끠즈지만 궁극기를 이니시의 용도로 허비한 탓에 조금 불안했다.
혹시 몰라 걸어놓은 발화가 보험이 되었다.
발화는 미포의 힐량을 반감시켰고 확실하게 목숨을 뜯어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차후 궁극기를 맞히지 않으면 딜을 넣기 힘들게 바뀌는 끠즈지만 아직은 아니다.
계수가 우월한 죽창 찌르기와 하향이 되지 않은 부자베인.
그 상호작용은 궁극기가 없더라도 원딜러 하나 죽이는 건 여반장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내가 진입기로 재롱잔치를 사용한데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우우웅..!
미포의 죽음이 확정되고 나서야 뒤늦게 걸리는 탈력.
루나의 입장에서도 빨리 걸고 싶었겠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2초간 무적판정이라는 것은 모든 스킬과 스펠의 대상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뜻한다.
즉, 탈력을 아무리 눌러도 걸리지 않는다.
비슷한 근접 챔피언.
탤런같은 경우는 진입 순간에 핑와박히고 탈력걸리면 힘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끠즈는 욕이 나올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재롱잔치를 잘만 활용하면 무시하고 킬각을 내는 게 가능하다.
끠즈는 한타 난이도가 높을 뿐이지 절대 한타가 안 좋은 챔피언이 아니니까.
콰아앙!
탈력이 걸린 채 도망가는 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루나가 달빛 포격을 떨어뜨린다.
먼 거리까지 떨어지는 루나의 궁극기는 가장자리의 적에겐 둔화, 그리고 중앙의 적에게는 스턴을 건다.
나는 일직선으로 도망가고 있었기에 무빙이고 나발이고 없어 달빛 낙하를 정확하게 맞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조냐가 있으니 상관없지만.
띠이이잉..!
재롱잔치가 있건 어쨌건 한 번은 적팀의 품안에 파고 들어야 하는 게 암살자의 숙명이다.
그렇기에 끠즈에게 있어 2.5초라는 시간을 벌어주는 조냐의 물시계는 한타 필수아이템.
조냐의 물시계가 끠즈와 얼마나 찰떡궁합이냐면 그 2.5초 동안 재롱잔치의 쿨타임이 줄어든다.
<우앗!>
조냐를 사용해 궁극기를 회피했건만 루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적상태가 풀리자마자 나를 향해 밤하늘의 검을 던져온다.
루나의 E스킬, 밤하늘의 검은 적중한 상대가 점멸을 사용한다 해도 따라가는 판정 좋은 스킬이다.
하지만 판정 부분에서 재롱잔치에 비할 스킬이 과연 있을까?
재롱잔치를 사용해 루나를 확실히 떼어 놓을 수 있다.
쿨타임이 살짝 애매했던 탓에 밤하늘의 검을 허용하긴 했지만 루나가 나에게 붙기 직전 재롱잔치를 사용해 거리를 벌렸다.
재롱잔치는 이동기로서의 효옹도 상당하기에 한타의 격전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방심을 하기엔 아직 일렀지만 말이다.
챠라락!
나를 쫓아온 건 루나만이 아니었다.
적팀의 미드라이너, 끈질긴 인연의 르풀랑까지.
르풀랑이 뿌린 금빛 사슬이 내 끠즈를 옭아맸다.
어떻게 피하고 싶어도 스킬도, 스펠도 다 빠진데다 도망쳐 오느냐 무빙을 틀 여유도 없었다.
그러나 여유가 없는 건 르풀랑도 마찬가지.
나를 추적하기 위해 날조와 궁극기, 두 번의 이동스킬을 전부 사용한 르풀랑은 순간적인 폭딜을 우겨 넣을 수 없었다.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아슬아슬하겠는데..'
사슬과 동시에 들어온 침묵의 표식이 터지며 제법 유효타를 박기는 했지만 치명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때문에 르풀랑은 부단히 평타를 두들기고 있다.
어차피 나는 속박과 침묵에 무관하게 스킬이 쿨타임이라 어떻게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
그나마 침묵이 풀리자마자 죽창찌르기의 쿨타임이 돌아온 게 다행이었다.
촤아앗!
서로 평타만 때려대는 상황이라면 나와 르풀랑의 데미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W스킬 파워죽창으로 강화된 평타는 한 방, 한 방이 원딜러의 크리티컬 데미지에 준해버리니까.
치는 게 늦기는 했어도 깎이는 속도가 다르다.
하지만 내 재롱잔치의 쿨타임이 돌아오는 것보다 르풀랑의 다음 스킬쿨이 돌아오는 게 빠르다는 게 문제였다.
치지직..!
침묵의 표식에 더해 발화까지.
안간 힘을 다해서 나를 때려대는 르풀랑의 노력은 보상을 받았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팀의 주요딜러 미포를 끊고, 르풀랑의 모든 스킬을 빼버렸다.
게다가 루나마저 나에게 어그로가 쏠리기까지 했으니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2인분이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내가 죽더라도 출혈이 남아있다.
적의 잃은 체력에 비례하는 출혈이 2코어가 나온 내 막대한 주문력에 힘입어 아슬아슬 르풀랑의 숨통을 끊어낼 수 있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죽으면 좋은 거고 안 죽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레벨차이가 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만들어졌다.
나머지 아군들이 다소 실수를 한다고 쳐도 질래야 질 수가 없는 한타 구도를 그렸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학살 중입니다!
마무리..!
앵간치 못 큰 아군 원딜러 고르키.
그래도 고르키라는 챔프는 스킬 데미지가 워낙 센 챔피언이다.
궁극기인 폭탄을 뻥뻥 물쓰듯 쏴재끼며 네네톤과 리심을 받아먹는데 성공했다.
루나 또한 강력한 CC기는 있어도 생존기가 없는 전형적인 서포터.
아군은 적팀을 전부 마무리하고 용까지 가져갔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급격하게 기울어진 게임.
만약 미포가 죽은 상황에서 나를 쫓는 걸 포기하고 정면으로 맞붙었다면 이 정도 대패까지는 당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적팀의 입장에서도 변명할 건 있다.
얄밉기 그지없는 끠즈를 잡아보려고 안달이 났었을 테니까.
외모 비하는 아니지만 일단 생긴 것 부터가 얌체같이 생긴 끠즈는 심지어 물몸이다.
근접 챔피언인지라 타고난 스탯이 조금 높은 건 사실이지만 결국 탱템을 가지 않았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그런데 스킬이 하도 기묘해서 잡힐듯 말듯 애간장을 태우다 미꾸라지처럼 쏘옥 빠져나간다.
그렇게 살아나가 버리면 적팀의 멘탈은 그대로 붕괴.
어찌저찌 잡아다 쳐도 이미 끠즈는 볼장 다 본 상태다.
마치 조금 전 더블킬을 따내고 장렬히 산화한 내 끠즈처럼 말이다.
티링!
우물에서 부활하기 직전.
선택하는 아이템트리는 라둔의 죽음투구다.
최근 어쩌다 보니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많이 올리긴 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AP챔피언의 꽃은 라둔의 죽음투구가 맞다.
게다가 죽불손의 효율이 끠즈에겐 별로 좋지 않다는 이유가 크다.
'어차피 스치면 죽으니까.'
탱커고 나발이고 죽창에 찔리면 그냥 사망이다.
방금의 한타에서 미스터 포텐이 눈깜짝할 사이에 터져버린 건 애교수준.
그나마 2코어를 딜방템인 조냐의 물시계를 올렸기 때문에 그 정도의 데미지다.
일반적으로 근접 암살자들은 아이템이 갖춰질 수록 유통기한이라는 한계가 오기 마련.
원거리 챔피언들보다 데미지도 기본 스탯도 조금 높게 책정되는 근접 챔피언들이 가지는 리스크다.
그 덕에 초중반에는 강력한 데미지를 어필할 수 있지만 결국 선빵 싸움이 되는 후반이 되면 단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끠즈는.
'이 재롱잔치가 정말 물건이란 말이지.'
딜챔프에게 있어 이 2초의 무적시간은 벨런스를 붕괴시킬 수준의 어드밴티지다.
조냐의 물시게까지 나오면 재롱잔치-조냐-재롱잔치 거진 6초 이상 적팀의 속을 뒤집어 놓을 수 있다.
그런데 데미지는 한 방, 한 방이 일격필살에 가까운 죽창이니 어처구니가 없는 챔피언.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숙련도가 워낙 높게 필요한 탓에, 산다라와 비슷하게도 내후년은 돼야 조명을 받는 챔피언이라지만 확실히 사기성이 짙다.
특히나 변수를 만드는데 특화돼 있어 솔로랭크에서 이만한 챔피언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유리함을 그대로 끌고 나가 게임을 마무리한다.'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시즌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안 그래도 한 판, 한 판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적 르풀랑은 나를 세 번이나 저격한 상대다.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볼 엄두도 나지 않도록 희망따위 주지 않고 자근자근 짓밟아줘야 하는 법이다.
============================ 작품 후기 ============================
귀찮으실 텐데도 잊지 않고 추천눌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분들 항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