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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올마스터가 한국서버 솔로랭크를 돌리고 있음과 상관없이.
그리고 Unknown Error가 북미서버에서 사라짐과도 무관하게 롤드컵은 당연 진행되고 있다.
총 여덟 팀이 올라갔던 본선 리그.
8강에선 이변과 역시가 공존했다.
이변이라 함은 북미의 강호 CLC의 탈락.
그리고 역시는 시즌1 롤드컵의 우승자다운 면모를 보여주며 여유롭게 승리한 포나틱이었다.
그 외에 치열했던 예선을 뚫고 올라갔던 한국팀들.
A조에서는 얼밤, B조에서는 마진 공격대.
두 팀은 희비가 엇갈렸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얼밤은 올라가고 마진 공격대는 떨어졌다.
혹시 한국이 갤럭시 크래프트 때처럼 로드 오브 로드를 먹어버리는 게 아닐까.
전 세계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던 가운데 8강에서 한 쪽이 탈락하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떨어진 한국의 팀, 마진 공격대도 만만하진 않았다.
북미 최대규모의 롤커뮤니티 래딧에서는 최근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이러다 로드 오브 로드도 몇 년 지나면 김치판 되겠다.
갤럭시 크래프트 한참 흥할 때 우리 미국 프로들이 한국인 2군팀에게 박살나는 것 보고 정떨어졌던 기억이 있는데.
로드 오브 로드도 그렇게 되면 또 다른 E스포츠 찾아봐야겠다.
└갤럭시 크래프트에서 김치냄새 안 날 때가 거의 10년은 됐을 텐데….
└아직 팔팔한 20대야. 그리고 10년까진 안됐어~
└근데 정말로 한국 사람들이 게임을 유별나게 잘하긴 해.
갤럭시 크래프트가 그랬고 전쟁 크래프트 또한 그러했다.
한국인들은 언제나 시작은 뒤늦었지만 어느새, 라고 눈치채기도 힘들게 추월해버린다.
본고장일 북미와 유럽은 언제나 그들을 띄워 주는 조명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는 달랐다.
북미와 유럽의 강자들이 한국에 가면 유명스타 대우를 받는다.
입장이 역전되자 북미와 유럽의 롤팬들로선 자부심이 생겼고,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에 더욱 애착이 갔다.
당연 갤럭시 크래프트가 그랬었듯 시간이 지나면 따라잡힐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만큼 장기적으로도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1:1게임이 아닌 다수 대 다수의 팀게임인 롤은 개인의 뛰어남보다 팀단위의 협동이 우선시된다.
더욱이 인원 수가 많기에 더욱 다양한 전술과 전략이 나올 수 있다.
한국인들이 아무리 주구장창 게임만 해도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으리라.
자신들이 창의적이고 열린 사고방식을 가졌다 믿는 서양인들은 로드 오브 로드에선 자신이 있었다.
결코 한 나라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는 글로벌 E스포츠가 탄생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로드 오브 로드가 차세대 E스포츠로서 단기간에 인기를 끌어낼 수 있었던데는 이러한 뒷사정도 존재했다.
그런데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었던 한국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더니 물밀듯 치고 올라온다.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결과를 놓고 보니 불안하다.
갤럭시 크래프트 때의 사례가 있었던만큼 염려가 안된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북미와 유럽의 롤팬들은 단단히 믿는 바가 있었다.
첫 번째, CLC가 탈락하긴 했어도 나머지 북미의 두 기둥 중 하나, TSL이 남아있다.
두 번째, 탈락한 CLC조차 전력은 아니었다는 오피셜이다.
─에러갓 합류하면 게임 셋이지.
TWA가 CLC 겨우 이겼던 것도 거의 운빨에 가까웠고 다시 붙으면 질 수가 없다.
그런데다 에러갓은 아직 모습도 안 비침.
요즘 한국이다 대만이다 설레발 치는 놈들 있는데 자중해라. 크흠!
└ 그런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굳이 에러갓까지 안 나와도 TSL선에서 무난히 정리된다고 본다.
└김치국은 요즘 기세 좀 탄 거고 대만은 걍 거품ㅋㅋ 애초에 비교를 마라.
바로 얼마 전 솔로랭크를 뒤집어 놓았던 Unknown Error.
그는 최근 더욱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하나 때문에 북미서버의 생태계가 대격변을 맞이하게 됐다는 게 이유.
일부 유저들이나 간간히 사용하던 은신챔프들이 Unknown Error에 의해 빛을 보았다.
딱히 그 효율성이 입증돼 주류가 되었다기보단 단순하게 멋있다는 게 이유.
Unknown Error가 은신 챔프들로 솔로랭크를 기기묘묘 뒤집어 엎은 생방송.
아니, 녹화본만 봤더라도 흥미가 일지 않을 수가 없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Unknown Error의 게임은 보는 입장에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당연하다.
이 은신이라는 것은 상대하는 입장과 보는 입장의 차이가 극적이리만큼 상반된다.
대표적인 은신 챔피언 중 하나인 세코.
세코가 은신을 사용해 뚜벅뚜벅 갱킹을 간다.
이를 상대하는 적팀의 입장에선 알 도리가 없다.
당장 내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관전자의 입장에선 글자 그대로 똑똑히 보인다.
은신이라는 게 CC기도 아니고, 그저 육안으로 확인이 안될 뿐이니까.
보이지 않아도 실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만큼 살 떨리는 상황도 왕왕 나왔다.
예를 들어 이런 시츄에이션.
체력이 100도 남지 않은 Unknown Error의 세코가 은신 상태로 기습을 감행한다.
하지만 노리고 있는 적은 체력이 절반도 넘게 남아 있다.
그냥 감으로 광역 스킬을 대충 흩뿌리면 무조건 죽는다.
그런데 Unknown Error의 세코는 과감하게 은신으로 들어가 뒷통수에 칼빵을 갈겨버린다.
한술 더 떠 적의 뒷통수를 때리면 추가 데미지를 주는 세코의 패시브를 백분 활용하기 위해, 은신 시간을 빠듯이 활용해 일부러 적의 뒤까지 접근한다.
스치기만 해도 죽는 상황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으니 관전자들은 조마조마 할 수 밖에.
그런데 그걸 기어코 성공시키고 반항하는 적의 공격을 고작 0.5초의 무적 판정이 있는 궁극기를 사용해 유유히 회피한다.
물론 웃어주는 상황만 연출된 건 아니었다.
어떤 때는 데미지가 살짝 부족한 바람에 이지선다.
어느 쪽이 분신이고 어느 쪽이 진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이 무작정 한 쪽한테 스킬을 갈겼는데 하필이면 진짜.
트롤과 캐리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당연한 소리지만은 성공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Unknown Error의 게임을 관전한 이들은 은신챔프가 하고 싶어 안달이 날만한 이유는 차고 넘쳤다.
만약 피지컬적인 부분이었다면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겠지만 그렇지가 않으니까.
이런 심리싸움은 왠지 따라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치솟는다.
바야흐로 대 은신챔프 시대가 열렸다.
결국 Unknown Error 하나로 인해 현재 북미서버는 은신챔프의 픽률이 급격히 늘어났고, 심지어 고유명사조차 생겼다.
은신챔프를 픽한 이가 트롤을 하면 에러충.
은신챔프가 미쳐 날뛰면 에러갓.
마지막으로 은신챔프가 기가 막힌 플레이를 해내거나, 반대로 멍청한 짓을 해버리면 비꼬는 의미로 에러났다.
유행이라는 게 늘 그렇듯,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따라하게 된다.
유행어가 정착되는 데는, 그리고 Unknown Error가 사람들에게 더욱 친숙해지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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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AD끠즈도 뭐, 나쁘진 않지만은.'
나는 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흡입하며 중얼거렸다.
중얼거리는 대상은 타임끝의 방송화면.
현재 타임끝은 AD끠즈를 보여주겠다며 방송어그로를 끌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심심풀이용이고 내 진짜 관심은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막 끓인 라면에 있었지만.
'역시 먹고 싶을 때 먹는 라면만큼 맛있는 게 없어.'
몸 상하게 시리 늦점심으로 라면이라니.
평소에는 이렇게 대충 먹진 않는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게임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하는 약간의 고생이랄까.
게다가 아직 20대 초의 젊은 몸인지라 아침이나 점심 정도는 후루룩 먹어도 버틸 만하다.
'그러고 보면…. 얼마 전까지는 매끼 제대로 챙겨 먹고 휴식을 취하는 게 꿈이었는데.'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라는 말이 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적어도 식사시간만은 제대로 여유롭고 쉬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시간이.. 있었어야 말이지.'
나를 5년이나 연습생으로 부려먹은 게임단.
씨불얼에서는 내 입장상 쉬는 것도 눈치보였다.
남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한다는 게 취지는 좋아도 모두가 평등하진 않았다.
성적도 안 나오는 게 어딜 감히 남들과 똑같이 쉬려고.
나는 식사시간에조차 부지런해야 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감독의 담배심부름.
감독은 하고 많은 담배들 중에서 하필이면 곰팡이 냄새나는 디스가 아니면 피지를 않았다.
게다가 흡연량은 어찌나 많은지, 동네 편의점을 내 집마냥 들락날락 하지 않으면 보충이 안됐다.
그렇다고 내가 평소에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연습량만 따지자면 나보다 많은 프로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을 정도.
그럼에도 성적은 커녕, 당장 그랜드 마스터조차 찍을 수 없었던 건 엄연한 현실.
어쩔 수 없다 여기며 눈칫밥을 먹던 시절이 얼마 전에 불과했다.
'이 라면이라는 음식이 정말 묘하다니까.'
살기 위해 먹는 라면과 기호식품으로 먹는 라면은 맛이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으리라.
지금 내가 점심 식사로 라면을 선택하는 거야 스스로의 의지로 원해서 먹는 것이지만 그때는 살기 위해 먹었다.
식사시간이 부족할 때, 혹은 호주머니가 가벼울 때 선택하는 건 당연 라면이었다.
'잊자, 잊자. 혼자 방구석에 박혀서 게임만 하다 보니 옛날 생각이 다 나버리네.'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다.
이미 출세를 해버린 나는 그냥 라면은 먹지 않는 부르주아다.
콩나물에 계란, 그리고 파까지 송송 썰어 넣은 라면.
화룡정점으로 살짝 터트린 만두까지 넣었다.
이전에 상혁씨와 함께 구입한 전기 냄비 덕분에 가능한 호화식사!
터져 나온 만두소 국물에 찬밥을 눌러 넣으며, 나는 심심한 혼밥을 달래기 위해 시청하고 있던 방송화면에 집중했다.
나를 따라 AP끠즈를 해보다가 영 시원찮았는지, AD끠즈로 노선을 타임끝의 방송으로.
타임끝은 평소에 AD끠즈를 제법 했다고 얘기하며 자신만만 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AD끠즈가 나쁘진 않지만 지금 메타에서는 조금 애매해.'
AD계수가 하나도 없는 끠즈로 공격력 아이템을 가는 게 어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외로 효율이 상당히 괜찮다.
실제로 차후엔 주류 탑솔러로 등극하는 시기가 올 정도니 말 다한 일.
소소한 리메이크 이후의 일이긴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사용해봄직 하다.
문제가 있다면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일까.
현재 메타에서는 끠즈가 다소 애매한 감이 있다.
똑같은 평타기반이면서도 몸까지 단단한 잭트와 발렐리아가 주류챔프로 떡 하니 버티고 있는 한 무리다.
'AD끠즈는 단단한 탱커상대로 좋은 픽이지.'
강력한 CC기와 %데미지로 무장한 끠즈는 나무카이와 같은 탱커들을 잡아먹는데 최적화돼 있다.
탱커류 챔피언들이 기본적으로 스킬의존도가 높은만큼, 재롱잔치로 주요스킬을 씹어버리면 완벽한 카운터가 가능하다.
물론 지금도 탱커들이 탑라인에 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기본적으로 AD끠즈는 스플릿 특화 챔프.
하지만 아직 스플릿 푸쉬라는 개념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시즌2다.
한타 좋은 다른 탑솔러들을 내버려두고 굳이 AD끠즈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사실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타임끝의 방송만 봐도 알 수 있다.
<라인전은 잘 한 거 같은데 한타가니 딱히 할 게 없네.. 형들, 역시 끠즈는 올마형 전용 챔프인가벼.>
타임끝은 AD끠즈로 라인전에서 솔킬을 내며 제법 선전을 했지만 한타에서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게 AD끠즈는 폭딜이 아닌 지속딜.
평타를 지속적으로 박아넣어야 하는데 적팀이 그 꼬라지를 두고 볼 리가 없다.
서포터는 서포터대로, 정글러는 정글러대로 스킬을 쏟아부어 방해한다.
AP끠즈마냥 무난하게 딜을 넣을 각을 잡기가 힘들었다.
AD끠즈는 한 마디로 이도 저도 아닌 챔피언.
딜이 화끈하게 나오는 딜러도 아니고.
몸이 단단한 탱커도 아니다.
저렇게 템트리까지 애매하게 가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워트마가 좋은 건 사실이지만 끠즈에겐 영 아니란 말이지.'
아무리 OP템트리라고 해도 어울리는 챔피언이 있는 법이다.
체력과 공격력, 그리고 치명타를 올려주는 워트마는 적어도 끠즈에게 있어 어울리는 아이템은 아니다.
'그래도 방송은 제법 많이 성장한 것 같네. 내 덕분인진 또 모르는 일이지만.'
며칠 전, 타임끝은 나한테 연락을 해서 관전방송을 하게 해달라 양해를 구했었다.
그리고 이전에도 나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그것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지인이 하는 일이 잘돼가는 건 건 의외로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곤 하지만 난 BJ의 길을 걷고 있지 않으니까.
서로가 가는 길이 다르니만큼 상부상조하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호감형인 타임끝인지라 더욱 응원할 마음이 들었다.
'식사도 마쳤으니 나도 이제 슬슬 움직여볼까.'
아무리 기특하다고 해도 계속해서 넋놓고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나는 늦은 점심으로 먹었던 라면을 치우고 나 자신이 해야 할 본업으로 돌아갔다.
바야흐로 시즌 종료가 일단위로 카운트되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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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분들 항상 고맙습니다.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졌습니다.
멍청한 작가처럼 얇게 입고 다니다가 골골대지 마시고 덥더라도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