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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올마스터 특수(特需).
그 순풍을 제대로 타고 타임끝의 방송은 날아오르고 있다.
물론 인간조아라 또한 올마스터에게 관전 방송 허락을 맡았다지만 거의 하지를 않는다.
타임끝과 이야기가 오고 간 건지, 아니면 관전이 그다지 취향이 아닌 건지.
인간조아라는 후자라고 이야기하며 꿀컨텐츠라고 할 수 있는 올마스터의 관전 방송을 지양하고 있다.
실제 생각이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나마 타임끝의 방송을 밀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그런 사소한 부분에 태클을 걸만한 이는 아무도 없을 뿐더러, 파프리카TV 방송은 결국 재밌으면 장땡이다.
타임끝 방송에서밖에 볼 수 없게 된 올마스터의 실시간 관전 방송을 보기 위해 소문을 타고 몰려오는 시청자들.
단순한 특수로 그치지 않는다.
재미있는 방송컨셉과 BJ의 티어에 걸맞는 수준높은 해설에 매혹돼 고정 팬층은 놀라운 속도로 두터워지고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굳이 관전 방송이 아니더라도 파생되는 컨텐츠는 차고 넘치기까지 한다.
올마스터가 진행했던 게임 중에 재밌는 게임의 녹화 방송을 분석한다거나.
아니면 AD끠즈를 했던 것처럼 올마스터가 한 챔프를 따라해본다거나.
어느 쪽이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적합하다.
그렇게 올마스터 특수에 힘입어 타임끝 방송은 단기간에 BJ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구체적으로는 50위권 안팎이던 BJ순위가 짧은 기간 내에 20위권에 들었다.
게임방송 BJ만 따지면 10위권대.
독점 컨텐츠를 진행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집중돼 놀라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올라가는 중이다.
애초에 올마스터 관전방송이란 컨텐츠가 시작된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
위를 향해 치고 나가는 건 이제부터다.
이 기세대로면 잠깐이나마 1위자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꿈이 아닐지도.
실제로 현재 오전 시간대에 진행되고 있는 타임끝의 방송은 동시간대 시청자수 1위를 차지했다.
"형들, 갑자기 진지 빨아서 미안한데 하나만 사과할게."
그런데 무슨 일일까.
금일 AD끠즈를 플레이하다가 올마스터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신이 나서 해설방송으로 우회한 타임끝이 갑작스레 사과를 해왔다.
설마 게임이 시작한지 아직 5분도 안되는 초반 타이밍에 급화장실이라도 가려는 것일까.
만약 화장실 이외의 이유라면 딱히 연상가는 바가 없었다.
늘상 자유방랑스러운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타임끝이 진지를 먹다니 있을 수 없는 일.
단순히 무난하게 진행되는 라인전 탓에 해설할 게 없어 장난을 치는 거겠거니 생각했던 시청자들의 추측은 오판이었다.
"지금 올마형 상대인 아링있잖아. 쟤 내가 아는 놈 같거든? 아, 진짜 미안. 놈이라고 한 변명을 하자면 내가 쟤랑 영 사이가 좋지를 않아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올마스터의 미드라인전.
파사딘 대 아링의 구도를 보며 타임끝이 인상을 찌푸렸다.
생각지도 못한 발언.
그랜드 마스터 구간에서 특이한 픽으로 아군 팀원들의 야유를 사곤 하는 타임끝이었지만 사이가 나쁜 사람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이는 타임끝의 방송을 애청하는 팬들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하는 챔프가 조금 트롤틱하고, 가끔 가다 심하게 못하는 판도 있었지만 평소 품행이 워낙 호감인지라 척을 진 사람은 없다.
적어도 아군으로서 싫어하는 사람은 간혹 가다 있어도, 인간 대 인간으로 타임끝을 싫어할 만한 이는 한국 전체인구 중에서도 그다지 많지가 않으리라.
그런 타임끝이 원수를 진 상대라니 순수하게 호기심이 인다.
-타임끝도 사이 나쁜 사람이 있구나. 그런데 타임끝 욕하는 거 첨 봄.
-ㄹㅇ 누가 됐든 저 새끼가 무조건 잘못했다. 바른 생활 어린이 초딩끝 입에서 욕이 나오게 하다니.
-누군지 빨리 밝혀! BJ면 당장 테러간다.
안타깝게도 BJ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타임끝은 강렬할 정도로 울리는 자신의 감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지만 확증을 대라면 어디에도 없다.
그저 솔랭에서 유일하게 싫어하는 이의 플레이 방식을 너무나 닮았기에, 자신도 모르게 입밖으로 감정이 튀어 나왔을 뿐이었다.
때문에 타임끝은 상대가 누구인지 결론을 지었음에도 조심스러웠다.
"쟤가 그.. 아! 감정적으로 말하면 안되는데 일단 참을게 형들. 한 가지 확언할 수 있는 건 쟤 그랜드 마스터 유저야."
애초에 타임끝이 싫어하는 유저, 라는 시점에서 그랜드 마스터 확정이다.
최근 BJ활동때문에 솔랭점수 유지도 급급하게 된 타임끝이라지만, 잘 나갈 땐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에도 이름을 올렸던 적이 있었을 만큼 기본 실력이 출중하다.
그런 타임끝이 아웅다웅 했을 상대라면 당연 그랜드 마스터에서도 꽤나 이름이 있는 유저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지금 '그 녀석' 이 아이디를 빌려서 올마스터를 저격했다. 그런데 타임끝이 '그 녀석' 의 정체를 꿰뚫어 봤아 이 말임?
-착한 정리 ㅇㅈ. 그래서 '그 녀석' 가 누구냐?
-누구긴 누구야 '그 녀석' 하면 바로 그 녀석밖에 없잖아.
-윗 새끼 뒤질래 진짜?
마치 이름을 부르면 안되는 볼드모X처럼 시청자들에게 그 녀석' 이라 불리게 된 타임끝의 철천지 원수.
타임끝이 누구인지 말을 안 했다고는 해도 아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BJ가 되기 전에도 나름 상당히 유명인이었던 타임끝의 이야기를 스치듯 들은 사람은 적지 않게 존재했다.
-누구긴 누구야 도삐리잖아 도삐리!
-도차? 도진기?
-어떻게 찍어도 틀린 것만 골라서 찍냐; 빡대가….
너도 나도 누군지 알고 싶어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채팅창.
타임끝은 방송사상 이례적으로 채팅창을 얼렸다.
그리고 무겁게 한 마디 내뱉는다.
"'그 녀석' 이라고 단정짓기엔 증거가 없잖아 형들…. 내가 '그 녀석' 을 아무리 싫어 해도 막 던질 수는 없는 법이야."
사람이 인기를 갑자기 얻으면 오만해질 만도 한데 타임끝은 그런 게 없다.
타임끝이 BJ순위를 빠르게 치고 올라가면서도 호감을 유지하는 데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겸손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간에 타임끝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말도 안 하고 채팅창 얼려서 미안해 형들. 근데 언급을 해도 '그 녀석' 정도로만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그리고 이번 해설은 진짜 진지하게 할 테니까 평소랑 달라도 조금만 이해해줘 형들."
진지한 어조가 되긴 했어도 언제나의 타임끝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섭다.
원래 화 안 내던 사람이 폭발하면 테이블을 360도 풍차를 돌리는 법이니까.
해설을 진지하게 하겠다고 하는 이유는 굳이 설명을 들을 필요없이 명백하다.
-한 쪽은 형이고, 다른 한 쪽은 놈이고. 편파해설 제대로 조지겠네.
-ㅁㅊ 한 줄 정리 오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
-방금 들왔는데 '그 녀석' , '그 녀석' 작작하고 정체 좀 밝혀!!!
.
.
.
* * *
상대 미드라이너 아링.
혹시 어제의 그 녀석일까.
잠시 가능성을 검토해보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전체적인 실력만 따지면 비슷하겠지만 플레이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
상위티어 유저들은 자신의 플레이에 고유의 색이 묻어있다.
같은 챔프를 할 지라도 전혀 다른 방향의 플레이를 펼치게 된다.
지금 내 맞상대를 하고 있는 아링의 경우가 으레 그러했다.
어제의 녀석은 안정감이 짙었다.
그에 반해 오늘의 상대는 도발적이다.
예를 들자면 같은 르풀랑을 플레이해도 어제 녀석은 안정적으로 라인전을 풀어나간다.
라인전이 강하다는 르풀랑의 강점을 활용해 무겁고 단단한 느낌으로, 그러다가 갱호응이나 로밍각을 날카롭게 노린다.
마치 묵직하게 파고 들어오는 한 자루의 대검처럼.
그리고 오늘 녀석은 르풀랑의 강점을 글자 그대로 올곧게 강점으로만 해석한다.
만약 이 녀석이 르풀랑을 플레이했다면 주도적으로 솔킬을 노렸을 것이다.
뱀처럼 휘몰아치는 채찍과도 같이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렇듯 두 플레이어 방향성은 완전히 다르다.
그렇지만 종합적인 수준을 따지자면 어림 짐작해도 그랜드 마스터 중위권 이상.
플레이방식이란 게 왕도가 없는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솔직히 의아하다.
'어째서 두 놈씩이나?'
이래 봬도 내가 유명인인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날파리가 꼬여도 이상하진 않다.
그랜드 마스터까지 닿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내 실력을 보러 관광을 왔어도 충분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무슨 교대근무도 아니고.
어제에 이어 오늘, 그것도 다른 녀석이 저격을 한단 말인가.
그것도 단순한 부캐가 아닌 정체를 숨기고서.
'일단 자신의 아이디는 아닌 것 같지.'
이미 CP.GG에서 검색을 해봤지만 전적만 놓고 보면 단순한 현지인이다.
대충 연습하는 부캐라고 보기에도 챔프폭이 상이하다.
그러나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상대하고 있는 이의 수준은 그랜드 마스터.
이는 당연 자신의 아이디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액땜, 그리고 미리미리 그랜드 마스터에 적응하는 셈칠까.'
어차피 고민을 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도발적인 플레이로 솔킬을 노리는 상대이니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잡생각은 여기까지.
아무리 내가 상대보다 뛰어나다는 확신이 있어도 1킬을 줘버리면 본말전도니 말이다.
'그런데 아주.. 노골적이구만.'
상대 미드라이너 아링은 솔킬을, 오직 솔킬만을 노리고 있다.
너무나 노골적이라 그 의도가 빤히 보일 지경.
살기를 흩뿌리는 한 마리의 야생짐승과도 같다.
그만큼이나 노련하다는 소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앞으로 세 마리.'
정확히 근거리 미니언 세 마리가 죽으면 6레벨에 도달한다.
녀석의 아링이 궁극기를 배운다.
나 또한 그러하지만 맞상대를 하기엔 시기상조라는 판단.
지금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파사딘은 LCL에서도 한 번 꺼낸 적이 있지만 라인전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일반스킬에 생존기가 하나도 없는 근접 마법사 컨셉이기에 상대의 견제를 일방적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상대 아링은 공격적인 라인전을 특기로 삼는 플레이어.
초반부터 아주 집요하게 나를 괴롭혔다.
그러면서 노골적인 킬각을 노려오긴 했지만 동시에 교활하고 영악하다.
아링은 지금 평화협정을 맺은 척 유유자적 미니언을 파밍하고 있다.
그런 여우같은 플레이를 하는 녀석이 미니언 세 마리를 정리하게 되면, 곧장 점멸로 킬각을 잡아올 거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지금은 빼는 게 순리겠지.'
어쩔 수 없다.
파사딘이라는 챔프가 라인전에서 파괴력을 발휘하는 시점은 첫블루를 먹고 난 이후.
침묵을 앞세운 일방적인 딜교환으로 조금씩 상대를 갉아먹는다.
물론 상대 아링이 그것에 쉽사리 당해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차근차근 안정적으로만 가면 된다.'
미리 준비해 놓은 비장의 카드 중 하나, 파사딘의 캐리력은 한 마디로 보증수표다.
약한 라인전때문에 잘 쓰이지 않는다곤 해도 게임의 흐름을 읽는 요령만 파악한다면 이만한 챔피언이 없다.
그렇기에 LCL에서도 조심스레 한 번만 선보이긴 했지만 이번엔 작정했다.
요번 판을 시작으로 파사딘의 캐리력을 가감없이 선보인다.
그로 인해 파사딘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낱낱이 파헤쳐져도 상관이 없다는 느낌으로.
'곧 메타가 바뀌니까 말이지.'
다가오는 시즌3.
시즌3 직후에 파사딘은 좋든 싫든 쓸 수 없는 챔피언이 된다.
마치 AD끠즈가 잭트와 발렐리아때문에 사용하기 힘든 것과 비슷한 형편에 처하고 만다.
그러한 사정을 믿고 나는 파사딘의 전력을 내비추는데에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아군 정글러를 콜해 라인을 밀은 후에야 첫 번째 정비를 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히 도발적이라 느껴질만큼 견제능력 하나는 탁월한 아링이 귀환할 타이밍을 줄 리가 없기에 아군을 불러야 만했다.
다른 챔프면 몰라도 파사딘은 초반 라인전도 라인전이거니와 라인푸쉬때문에 조금 수동적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지금까지 휘둘려온 그대로 상대에게 되돌려준다.
구웅!
상점에서 아이템을 산 나는 궁극기를 활용해 빠르게 귀환했다.
첫 귀환을 마치고 블루를 먹은 파사딘의 위력.
기고만장한 아링의 아홉 꼬리 털을 하나하나 다듬어줄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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