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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30화 (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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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올마스터를 상대로 아링을 플레이하고 있는 도슈에겐 여유가 있었다.

한술 더 떠 라인전이 제 뜻대로 잘 풀려나가자 기고만장 우쭐해지기까지 했다.

'이 따위 녀석이 별 거라고.'

바로 어제, 자신을 진지하게 타이르던 도진기를 떠올리며 도슈는 입가에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어제 도진기가 3연패를 했다며 말을 꺼냈을 땐 자신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녀석과 자신이 옥식각신 하는 사이라지만 그러니만큼 오히려 도진기의 실력은 인정하고 있으니까.

때문에 그것까진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어떻게 게임이 꼬여 패배를 해버렸고, 나중에 들켰을 때 덜 쪽팔리기 위해 대놓고 밝힌 거겠지하며.

그렇게 생각하자 앞뒤가 맞았지만 뒤이은 도진기의 제안은 당혹스러웠다.

듀오를 해서 올마스터를 방해하자니.

제정신이고서야 우리 둘 사이에 협동을 하자는 소리를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

'키킥, 긴가민가 했었는데 거절하길 잘했어.'

물론 도슈도 도진기의 입장을 이해는 하고 있었다.

도차를 형이라 부르며 따르는 도진기는 부탁받은 것을 반드시 수행하고 싶었을 테니.

그런데 정작 자신이 완패를 해버렸으니 조급한 마음에 이야기를 꺼낸 것일 터다.

심지어 보수로 받을 대리매물을 전부 양보하겠다는 조건까지 걸어서 말이다.

솔직히 마지막 말이 없었다면 그대로 받아들여 줬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진기를 썩 싫어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보수까지 양보를 하겠다니, 마치 자신이 올마스터에게 반드시 질 것이라 말하는 듯해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기에 도진기의 제안을 거절하고 혼자 올마스터를 저격했는데 이게 웬걸.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별 볼 일 없었다.

'어딜 파사딘따위를 꺼내? 내 아링의 밥이 되려고!'

올마스터가 카운터픽을 주전략으로 삼는다는 이야기는 도진기를 통해 익히 들은 도슈였다.

혹시 몰라 도슈는 팀원에게 양해를 구해 후픽을 했지만 올마스터가 꺼내온 건 고작 파사딘이었다.

잘 쓰이지도 않는 파사딘.

더욱이 도슈는 아링으로 파사딘에게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라인전 최약체라고 할 수 있는 파사딘을 하는 이유가 그나마 있다면 궁극기때문일까.

점멸을 뛰어넘은 우월한 도약거리에 자체 데미지까지 묻는다.

귀찮은 스킬인 건 사실.

하지만 그 뿐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법이란다.'

지지 않을 거라 단언한 자신감의 근원.

근본적인 스킬상성 차이다.

아링의 궁극기 황천질주는 3단 대쉬가 가능하다.

이동거리는 다소 짧지만 세 번 사용할 수 있다.

고작 한 번 도약하는 파사딘으로서는 아링을 결코 뿌리칠 수 없다.

게다가 믿는 바가 한 가지 더 존재했다.

부왁!

블루를 먹은 상대 파사딘이 딜교환을 걸어왔다.

점멸과 비슷하게 공간과 뛰어넘는 궁극기로 거리를 좁히고 QE.

침묵과 둔화의 효과를 가진 두 스킬을 뿌려온다.

확실히 까다로운 딜교환이지만 도슈는 코웃음을 쳤다.

후웅!

타겟팅으로 날아오는 침묵이 닿기 직전, 똑같이 스킬쿨을 돌린다.

일직선으로 나가는 미혹의 물방울과 아링의 주위를 떠도는 세 개의 도깨비불.

조금 빗맞혀버려 손해보는 딜교환이 됐지만 실상을 따지자면 그렇지가 않다.

'키득키득, 이렇게 되면 이득이지!'

아링의 패시브는 체력을 회복시켜 준다.

더군다나 블루를 먹은 건 파사딘만이 아니다.

자신 또한 블루를 있기에 스킬쿨을 무자비하게 돌릴 수 있다.

스킬로 미니언을 파밍하는 것만으로도 딜교환에서 깎인 체력을 상당 부분 메꾸는 게 가능했다.

이렇듯 손해보는 딜교환이 아니었던 데다 노리는 바 또한 있었다.

'슬슬 킬각을 잡아볼까?'

파사딘이 저러한 소극적인 딜교환 방식을 취하면 시간은 벌 수 있다.

아링과 달리 회복은 못하겠지만 얕게 스친 만큼 포션으로 충분 버틸 만할 터다.

후반을 바라보고 있다면 썩 훌륭한 판단이라 인정해줄 만하다.

그러나 서로의 체력이 조금씩 깎인다는 게 과연 동등한 걸까.

하물며 파사딘은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샤락!

다시 한 번 딜교환을 걸어오는 파사딘.

아무리 예측하기 힘든 타이밍을 노려 접근한다고 한들, 그것도 한두 번이다.

이제 슬슬 파사딘이 어느 타이밍에 덮쳐 올지 예상이 간다.

도슈는 그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정확히 대쉬했다.

'바로 이거지!'

순간 쫘악! 끼치는 소름에 도슈는 입꼬리를 올렸다.

확실한 킬각이라고 자신의 예리한 감각이 알려줬기 때문.

이러한 소름을 느꼈을 때 도슈는 단 한 번도 킬각을 놓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도차를 상대할 때조차 이러한 소름이 돋았을 땐 반드시 킬각을 잡아낼 수 있었다.

더욱이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단정지을 만도 했다.

도슈의 아링은 파사딘이 앞궁을 쓰자마자 첫 번째 황천질주를 맞사용하는데 성공했다.

서로가 앞으로 나아간 탓에 거리가 코닿을 만치 좁혀졌다.

입롤에 가까운 상황을 실현해버렸기에 도슈가 킬각을 확신한 건 단순한 오만이 아니었다.

물론 파사딘의 침착한 대응 또한 훌륭했다.

아링이 대쉬하자마자 당황하지 않고 스킬을 뿌렸다.

그 바람에 도슈의 아링은 느려진데다 침묵까지 걸려 2초간은 꼼짝없이 땅바닥을 기어야 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명백히 도슈쪽으로 웃어주고 있었다.

그 2초의 시간이 지나면 두 번의 대쉬를 더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샤락!

두 번째 황천질주.

느리젼 탓에 한 번 벌려졌던 거리를 다시 따라잡았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달까.

유혹을 맞히고 나서 풀콤보를 갈겨도 늦지 않다는 판단.

도슈는 지체없이 바로 타이밍을 잡았다.

슈웅~!

황천질주가 3단 대쉬라고는 해도 대쉬 한 번, 한 번에 약간의 쿨타임이 존재한다.

그 쿨타임에 상대는 잠깐 숨을 고르기 마련.

그렇게 방심해버린 타이밍에 순간적으로 점멸을 사용해 날리는 유혹은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다.

그것도 상대하는 입장에서 반응하기가 녹록지 않은 유혹점멸을 사용했다.

이것이야말로 도슈가 단단히 믿고 있던 한 가지 수.

그런데 화면이 이상하다.

'어?'

유혹을 맞은 건 파사딘이 아니라 애꿎은 대포 미니언이었다.

미니언 사이로 도망간 파사딘의 품에 정확히 파고 들어 유혹을 날렸을 텐데.

대체 어디로 꺼진 건지, 초점을 조금 아래로 내려서야 도슈는 찾을 수 있었다.

'설마 맞점멸을 쓴 건가?'

생각지도 못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도슈는 소스라치게 당황했다.

분명 몸에 소름이 끼쳤을 정도의 완벽한 킬각이었다.

자신이 계산적인 플레이어는 아니라지만 그를 만회하고도 남을 육감에 가까운 판단력이 있다.

극피지컬이 바탕된 섬세하기 그지없는 손끝으로 펼치는 플레이가 읽혀버리다니.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실패였다.

'말도 안돼!'

앞서 파사딘이 접근해오는 타이밍을 노려 황천질주로 거리를 좁혔던 것과 마찬가지로.

파사딘은 맞점멸을 사용해 자신에게 붙었다.

그것도 근접평타가 닿아버릴만큼 가까이.

강화된 파사딘의 평타가 아링의 살점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

.

.

* * *

파사딘의 W스킬, 황혼의 칼날.

차후 일회용의 누킹 스킬로써 리메이크가 된다.

그리고 이에 대부분의 파사딘 유저들은 찬사를 보냈다.

미드라이너에게 있어 지속딜보다 누킹이 쏠쏠하다는 건 두 말해야 잔소리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리메이크 이후의 이야기.

현재 파사딘의 황혼의 칼날은 마치 발렐리아처럼 매평타에 추가 데미지를 묻힌다.

확실히 AP챔피언인 파사딘에겐 다소 애매한 스킬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확신했다.

시즌2의 파사딘에게 있어 이 황혼의 칼날은 숨겨진 꿀스킬이었다고.

특히나 AP챔프를 상대할 때 파격적이었다 단언할 수 있다.

쓱싹!

쓱싹!

뾰족하게 날이 선 한 자루의 톱과 같은 파사딘의 보랏빛 검이 아링을 토막토막 썰어낸다.

그렇다 해도 고작 평타.

AP챔프가 평타로 데미지를 줘봤자 얼마나 주겠는가.

그러한 생각을 했다면 제대로 오산이다.

'파사딘의 패시브가 미쳐 돌아가지.'

현재 파사딘이 가지고 있는 패시브의 효과는 마법 피해를 감소시켜줄 뿐만 아니라, 공격받은 마법 피해량에 비례해 공격속도가 증가한다.

즉, 강화된 평타가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대를 베어낸다.

심지어 그 공격속도 증가 수치엔 무려 한계가 없다.

아링의 스킬들은 대부분이 마법피해.

덕분에 내 파사딘은 공격속도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공속을 증가시키는 패시브와 매평타를 강화시켜주는 황혼의 칼날.

상호작용을 하자 어지간한 AD챔피언의 뺨을 가볍게 후려갈기는 지속 데미지를 자랑한다.

'맞으러 와주면 이쪽에서야 웰컴이야.'

당연 근접 챔프인 파사딘이 상대를 평타로 때리는 상황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가 유혹점멸을 사용하기 위해 접근해줬다.

내 호흡을 끊어치려는 아링의 노림수.

당연 예상하고 있던 나는 유혹점멸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냈고 한술 더 떠 접근까지 했다.

맞점멸을 사용해서 말이다.

샤락!

물론 아링에게도 수가 남아있다.

어떻게 사용할 지는 자유지만 아링이 선택한 건 맞싸움이 아닌 도주.

마지막 한 번의 대쉬, 황천질주를 사용해 포탑쪽으로 내뺐다.

유혹점멸을 실패에 더해 주력스킬이라 할 수 있는 미혹의 물방울 또한 빗나갔기 때문이다.

아무리 초중반 타이밍까진 아링이 파사딘보다 세다고는 해도, 이렇게 스킬을 명중시키지 못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다.

그런데 나는 강화된 평타로 아링의 싸대기를 사정없이 후려갈기기까지 했으니 킬각이 나왔다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프다.

'슬슬 돌아올 시간이다.'

필사적으로 포탑을 향해 도망가는 아링을 보며 나는 계산을 마쳤다.

그리고 궁극기의 쿨타임이 돌아오자마자 망설임 없이 행동에 옮겼다.

구웅!

파사딘의 궁극기, 공허전이가 넓다란 거리를 한 순간에 좁힌다.

단순한 이동효과 뿐만이 아니라 밟아버린 상대에게 선사하는 무시 못할 데미지.

뒤 이어 공격이 들어감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부왁!

침묵과 둔화스킬이 동시에 터지며 발화와 함께 아링의 목숨줄을 끊어낸다.

완벽한 솔킬까진 아니었다.

아무래도 파사딘이 1코어가 갖춰지기 전까진 다소 약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

아링을 따내기 위해선 나 또한 걸맞는 각오를 해야했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러브샷.

아링을 따내기는 했지만 포탑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절대 동등한 교환이라고는 볼 수 없다.

'라인도 내 쪽에 웃어주고.'

아링이 스킬을 쏟아부을 때 미니언을 미묘하게 건든 탓에 예쁜 라인이 완성됐다.

더욱이 내가먹은 건 퍼블, 100골드가 추가로 들어온다.

결정적으로 파사딘은 안정적으로 성장만 해도 폭발력이 있는 챔피언.

그런 파사딘이 킬까지 먹었다는 소리는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을 전부 염두하고 판을 짰다고 말한다면 과연 믿을 사람이 있을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 들어올 줄 알았지.'

내가 반복적인 견제를 취하면 언제 한 번 반드시 역공을 취할 거라 생각했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유저를 상대로 할 땐 이렇게 약을 올리는 플레이가 제격.

노린 대로 정확히 파고 들어왔다.

아링 또한 바보는 아니기에 킬각을 제법 날카롭게 노려왔지만 무의미하다.

이제 와서 숨겨 무엇하랴.

아링의 유혹점멸을 가장 먼저 선보인 건 나다.

다름아닌 LCL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리심의 와드방로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개나소나 우리집 강아지나 사용하게 된 유혹점멸이지만 원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유혹점멸을 사용하는 타이밍이나 아주 약간 있는 선딜레이 동작을 모를 수가 없다.

'뭐, 그래도 킬교환이고 결정타라고 보기엔 아직 이르지만.'

약간의 유리함을 차근차근 스노우볼로 굴려나간다.

상대는 라인전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타입.

그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해 버린다.

그렇게 라인전을 이끌다 한타에 들어간다면 승부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리라.

티링!

방금 전 먹은 킬로 인해 벌써 억겁의 스태프, 그 두 하위템이 완성됐다.

여제의 눈물방울을 올리는 게 일반적인 파사딘의 템트리라지만 난 올리지 않는다.

암살자 챔피언인 아링을 상대로 딜로스 아이템을 갈 쏘냐.

아무리 한 번 죽었다고 해도 상대는 집요하고 교활하게 킬각을 파고드는 타입.

게임을 확실하게 굳히기 위해 선택한 아이템트리는 역시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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