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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31화 (23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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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이걸 마진이.. 아니, 올마형이?"

누가 봐도 제대로 파고들었다.

파사딘이 견제를 하는 순간 아링이 궁극기를 사용해 받아쳤다.

그 킬각은 어떻게 회피하기 힘들만큼 노련했다.

과연 그랜드 마스터 유저, 이러니저러니 해도 실력만큼은 출중한 도슈가 아니라면 재기 힘든 킬각이다.

하지만 나는 놈 위에 타는 놈, 아니 형이 있다고 했던가.

도슈의 노림수를 역으로 활용해 멋지게 킬을 따냈다.

올마스터의 명성에 걸맞는 각도기로 잰듯한 역킬각이었다.

-ㅁㅊㄷㅁㅊㅇ 저걸 역으로 관광시켜 버리네.

-올마스터 피지컬 진짜 미치긴 했다.. 근데 이거 이득임?

-퍼블따려고 다이브 친 건가? 이득은 이득같은데.

유혹점멸을 눈으로 보고 피해버린 올마스터의 놀라운 피지컬.

금일의 잉벤 화제글에 올라가지 않는다면 의아할 수준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슈퍼플레이였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따져본다면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서로 킬을 주고받은, 흔히 말하는 러브샷.

동등한 교환이라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파사딘이라는 챔프의 성장파급력을 알고 있는 이라면 생각이 다르리라.

"이러면, 이러면 아링 난리났지! 안 그래도 한타가면 쪽도 못쓰는데 라인전도 털리게 생겼네. 내가 이래서 '그 녀석' 을 싫어 한다니까. 저래 놓고 입만 살아가지고 팀탓은~."

물 만난 고기마냥 신난 타임끝.

굶주린 표범처럼 득달같이 물어뜯는다.

이렇듯 자연스럽게 헐뜯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타임끝과 도슈의 사이는 골이 깊었다.

아니, 정정하자면 도슈와 사이가 틀어진 천상계 유저는 한둘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게다가 타자치는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스킬 쓰는사이사이에도 입을 털어댄다? 말이 되냐고?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라니까! 물론 아링말고 '그 녀석' 이요ㅎ."

타임끝은 꽤나 쌓인 게 많았는지 이런 일이 있었다는 둥 저런 일이 있었다는 둥, 아링이 죽자마자 속사포처럼 하소연을 해댔다.

수천 명의 시청자를 가진 인기BJ씩이나 되는 사람이 개인적인 원한을 방송에서 푸는 게 눈살 찌푸려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상대가 상대다.

주니어 도차라고 불리울 정도로 대리게임계에서 손 꼽히는 '그 녀석'.

도슈는 밉상이라 할 수 있는 도씨 가문을 따지기 이전에 그 개인으로서도 공공의 적에 이름을 올렸다.

-편파 해설 오지고요ㅋㅋㅋ 아링이 킬 땄으면 할 말 없어서 어쩔 뻔 했음?

-네 다음 대리게임 옹호하는 놈. 다른 놈은 몰라도 '그 녀석'이랑 도차는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ㄹㅇ 요즘 대리인지 먼지 생태계 파괴하는 쓰렉들 때문에 게임 돌리기가 무섭다..

어떻게 실드조차 불가능하다.

그만큼이나 현재 로드 오브 로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대리게임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뭐, 게임 실력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거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라지만 최소한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작정하고 대리게임단까지 짜서 다른 이들의 즐거운 게임을 훼방하는 놈들을 좋게 봐줄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방송하는 BJ도 방송을 보는 시청자도 단합되어 도슈를 까재끼던 와중에도 게임은 진행되고 있다.

딱히 긴박한 흐름이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불꽃 튀는 한 번의 교전에 이후로는 소강상태.

그렇게나 노골적으로 킬각을 노리던 아링이 잠잠하다.

"뻔하지. 죽불손 뜰 때까지 파밍만 해보겠다는 의도일 걸? 미안하지만 파사딘 한 번 풀린 시점에서 게임 셋이야~"

비꼬는 듯한 얄미운 어조.

밉상일 수 있는데다 평소 타임끝의 컨셉과 상당히 어긋났지만, 그 정도로 도슈를 싫어하기에 이번만큼은 이해해달라 양해를 구했던 타임끝이다.

더군다나 도슈는 공공의 적, 누구나 마음속에 담고 있던 내용을 BJ가 공개적으로 지탄하자 속이 다 시원하다.

시간이 흘러 용한타의 시간이 도래했다.

아링은 그토록 원하던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완성.

파사딘 또한 나름대로 아이템을 갖췄다.

서로 간에 약속이나 한듯 로밍을 가지 않고 오로지 파밍만 한 결과.

다른 라인 또한 역량이 비슷해 어느 쪽이 이긴다고 쉽게 예상할 수 없는 한타다.

어떻게 보면 서로의 실력을 평가하기에는 가장 직관적인 잣대였다.

"조합만 보면 도.. 아니, '그 녀석' 쪽이 조금 더 좋지. 근데 올마형이 파사딘 잡은 이상 이건 질 각이 안 나올껄? LCL에서 올마형이 파사딘 쓸어담았던 게임 다들 기억하지?"

-그냥 대놓고 불러라ㅋㅋ 듣는 내가 다 답답하네ㅋㅋㅋㅋ

-근데 ㄹㅇ LCL에서 올마스터 쩔긴 했다. 그 강진이가 배인충되는 건 난생 처음 봤음ㅋㅋ

-ㅋㅋㅋㅋㅋㅋㅁㅊ 잊고 있었는데 생각나게 만드넼ㅋㅋㅋㅋ

'강진이당' 이라는 아이디를 쓰던 원딜유저.

프로를 목표한지 하루 이틀이 아닌 그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심지어 지금은 어느 신생 프로팀에 스카웃되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당시 LCL에 참가한 강진이는 그 하나의 존재로 팀을 4대 우승 후보 중 하나에 손꼽히게 했다.

그런 강진이의 팀인 <전장의 학살자>가 8강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하게 된 까닭.

올마스터가 이끌었던 팀<딸기맛 치킨> 탓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알고 있다.

<딸기맛 치킨>이 <전장의 학살자>를 잡았던 1세트에서 올마스터가 꺼낸 카드가 바로 파사딘이었다.

파사딘으로 강진이가 플레이하는 배인을 아주 즈려밟았다.

<전장의 학살자>의 에이스인 강진이가 허무하게 죽어버리자 게임의 승패는 그대로 갈라졌다.

그런데 그 올마스터의 파사딘이 다시 한 번 솔로랭크에서 재현되고 있는 상황.

흥분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부왁!

파사딘의 까다로운 점은 여러가지 있지만 그 중 하나.

점멸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궁극기, 공허전이로 공간을 도약해 예상하기 힘든 타이밍에 보랏빛 구체와 파동을 흩뿌린다.

스킬을 쓸 수 없는 침묵과 이동속도가 느려지는 둔화를 동시에 맞은 적은 반항조차 못한다.

방식은 조금 다르다지만 적의 체력을 깎아먹는 포킹.

하지만 적팀이라고 언제까지 맞아주기만 할 쏘냐.

이대로 체력을 갉아 먹히기만 해서야 시간이 지날 수록 불리해지는 것이 당연.

적팀의 서포터 쏘냐가 점멸 파워센도로 과감하게 이니시를 걸었다.

타라랑~♬

딱히 치명적으로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이니시를 여는 용도로는 충분했다.

1.5초 간의 광역 스턴이 쏟아지며 그토록 고대하던 한타가 시작된다.

서로의 앞라인을 먼저 녹이는 전형적인 한타그림이 그려졌다.

올마스터 팀에선 네네톤과 탈리반 3세.

도슈의 팀에선 초가트와 아모모가 철벽처럼 굳히고 서있다.

과연 어느 쪽이 단단할까 묻는다면 대답은 어렵지 않다.

"아무래도 순수한 탱킹능력은 초가트랑 아모모가 위지. 하지만 역시 한타의 꽃은 딜러니까."

타임끝의 말마따나 탱커는 어디까지나 비중있는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

가끔가다 주연이 되는 경우도 있다지만 서로가 무난하게 성장한 경우에는 당연 딜러 쪽이 활약하기 쉽다.

그렇게 양 팀의 원딜러들이 제역할을 다하며 부단히 딜을 넣는 가운데 드디어 움직였다.

먼저 움직인 쪽은 다름아닌 도슈의 아링.

대리도 그렇고 인성적인 문제도 그렇고 까일 부분이 워낙 많은 도슈라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이견이 없는 그랜드 마스터다.

아링이 그랜드 마스터에서조차 보기 힘든 피지컬을 자랑하며 크레이브즈를 정확히 물었다.

한 번의 대쉬 이후에 물흐르듯 나가는 유혹점멸은 가히 예술적이다.

어떻게 반응할 틈도 없이 크레이브즈를 향해 정확히 날아가는 유혹.

아무리 패시브에 의해 원딜러치고 단단한 크레이브즈라 할 지라도 죽불손을 앞세운 막대한 데미지는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저항력을 무시하는 미혹의 물방울과 발화의 고정데미지는 삽시간에 원딜러 한 명을 정리하기에 차고 넘친다.

그런데 어째서, 아니 어떻게일까.

그 흐름이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구웅!

아링과 크레이브즈의 사이에 난데없이 나타난 파사딘.

파사딘이 크레이브즈를 대신해 아링의 유혹을 막아선다.

화면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올마스터의 파사딘이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건지.

그 영문을 해결하기 이전에 결과가 나오는 게 먼저였다.

이미 죽어버린 줄 알고 정줄을 놓고 있던 크레이브즈는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자신을 대신해 유혹을 맞아준 파사딘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는 없으니까.

아링은 난데없는 상황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궁극기를 사용해 도망가고 있다.

그 아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크레이브즈가 용감하게 미끄러졌다.

쿠웅!

화살이나 조그만 총알따위 쏴재끼는 타 원딜러들과 비교를 거부하는 화끈함.

앞대쉬로 아링을 따라간 크레이브즈가 들고 있는 팔뚝만한 포신에서 평타와 함께 두 개의 스킬이 뿜어져 나간다.

크레이브즈의 Q스킬, 산탄 세례에 연이어 궁극기까지.

쏘아져 나간 거대한 포탄이 화려한 축포로 변해 한타의 승리를 벌써부터 축하한다.

콰앙!

마지막 황천질주로 도망가는 아링을 향해 날아간 거대한 포탄이 폭죽처럼 터진다.

죽불손이라는 순수 딜템을 올린 아링은 몸이 종잇장 그 자체.

맞딜의 황제라고 불리는 크레이브즈의 포격을 정면에서 받고 살아남기엔 여리디 여렸다.

.

.

.

* * *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혹시 아링의 유혹에 쫄아가지고 뒷점멸을 쓰지 않을까 내심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스터티어 상위권을 고스톱으로 따낸 게 아니라는 듯, 크레이브즈는 훌륭하게 제역할을 다해냈다.

적팀이 가지고 있던 유일한 변수, 아링이 죽음으로서 한타의 결과는 명확해졌다.

아직 전투가 끝나지는 않았다지만 어느 쪽이 우세한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으리라.

'그렇게 살기를 짙게 뿌리고 있으면 대비를 못할 수가 없지.'

솔킬각에 유난히 집착하는 아링.

한타에서 잡아먹고 싶은 상대는 당연 나 아니면 원딜러다.

그런데 나는 성장도 잘했고 이미 한 번 쓴맛을 봤다.

원딜러를 노리게 될 것이란 사실은 자명했다.

때문에 나는 애초부터 대비하고 있었고 아링이 움직이는 순간을 노려 끼어들었다.

이동모션 없이 공간을 도약하는 점멸과 파사딘의 궁극기.

공허전이로 나타난 내가 땅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듯 괴이했으리라.

'이제 나도 꿀을 빨아볼까?'

한타의 승패는 정해졌다.

남은 것은 하나라도 더 킬을 쓸어담을 뿐.

조금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폭주한 적팀의 공세가 들이닥쳤다.

얌얌얌얌!

불리한 한타의 흐름을 다시 한 번 역전해보기 위함일까.

초가트가 앞점멸을 사용해 나를 물어뜯었다.

아링이 크레이브즈를 노렸던 것과 비슷하게 상대의 저항력을 무시하는 초가트의 궁극기 한입식사.

내 체력을 한 움큼 뜯어냄과 동시에 발화까지 걸어왔다.

치지직..!

한입식사와 발화.

단순히 고정데미지의 양만 따져도 어마무시 하다.

과연 보통의 미드라이너였다면 버티지 못했을 양이다.

부왁!

나는 초가트에게 침묵과 둔화를 뿌리고 공허전이를 사용해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체력은 실피까지 떨어졌지만 목숨을 건졌다는 게 중요.

억겁의 스태프를 이른 타이밍에 뽑지 않았다면 정말로 죽을 뻔 했다.

'휴우, 여제의 눈물방울을 생략하길 천만다행이네.'

고작 700골드에 지나지 않는 가격이라지만 중반 타이밍의 그 정도 골드는 코어템 하나를 완성시키냐, 그렇지 못하냐의 차이다.

만약 여제의 눈물방울을 올렸다면 나는 억겁의 스태프가 나오지 않았을 테고, 초가트에게 물려 그대로 사망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단순한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와 아링이 사라진 한타는 동수를 이루게 된다.

고작해야 반반가는 게 최대의 선방이 됐을 터다.

여제의 눈물방울을 생략한 나비효과.

한타의 대승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과감히 움직였다.

구웅!

다른 챔프였다면 당장 귀환을 선택해야 할만큼 낮아진 체력.

하지만 파사딘은 플레이어의 기량에 따라 외줄타기가 가능하다.

그러한 기량이 나에게 있음은 물론이다.

나는 공허전이를 사용해 쏘냐에게 접근했다.

부왁!

보랏빛 파동이 뿌려지며 쏘냐의 스커트가 엎어진다.

침묵과 둔화로 상대를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파사딘의 진수.

타이밍을 정확히 노려 하나하나 킬과 어시스턴트를 흡입해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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