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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33화 (23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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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듀오

오늘은 타임끝의 방송을 반드시 봐야 할 이유가 두 가지나 있었다.

첫 번째는 중대발표.

과연 올마스터가 그랜드 마스터 1위를 노리는 게 맞는지.

올마스터와 연락이 닿는 손에 꼽는 지인 중 하나인 타임끝의 입에서 오피셜이 흘러나온다.

"형들이 물어봐서 내가 올마형한테 전화를 해봤거든? 솔직히 고생한 거 인정? 인정하는 부분이면 추천 마구마구 눌러버리기!"

적어도 잉벤과 롤갤을 하는 로드 오브 로드 유저라면 궁금할 수밖에 없는 사실.

그런데 얘기해주는 사람도 없고, 정작 올마스터는 방송은 커녕 코빼기도 안 비친다.

어떻게 알 도리가 없는 와중에 속보.

타임끝이 올마스터에게 연락을 취했다.

사소하다 사소한, 조금 형식적인 문제가 있다면 타임끝이 그걸 어제 방송 끝나기 직전에 알렸다.

그러고서 시청자형들 내일 봐요! 하고 꿈나라로 가버렸다.

참자, 참자 했던 궁금증은 폭발해버렸고 이는 현재 타임끝 방송의 채팅창을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올마업!

-올마업!

-ㅇㅁㅇ!

-올마업!

.

.

.

채팅창이 터져라 올라간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베테랑BJ들에게 있어 이런 어그로야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겠지만 타임끝은 신입BJ.

인기가 급상승하긴 했지만 아직 햇병아리다.

그럼에도 타임끝은 침착하고 여유있게 상황을 받아넘겼다.

"형들! 지금 추천 1591개인데 깔끔하게 딱 2000개 까지만 가자!"

독과 약은 백지장 한 장 차이라고 하던가.

어그로도 물결만 잘 타면 충분히 방송 시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법이다.

어마어마한 어그로의 화력 덕에 방송을 키고 채 30분이 안되어 2천개의 추천이 채워졌다.

이제는 썰을 풀 일만 남았다.

사실 그 내용이라 함은 따지고 보면 별 거 없다.

본인이 긍정을 했냐, 안 했냐의 차이.

하지만 결과가 어느 쪽이냐에 의해 타임끝의 방송이 더욱 흥할까, 말까 또한 결정된다.

그러니까 애초에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는 소리다.

자신이 손해 볼 이야기를 굳이 떠벌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타임끝이 올마스터의 이야기를 한다고 한 시점에서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런 셈이죠 형들. 히힛!"

얄미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결정적으로 올마스터의 관전방송을 하는 곳은 달리 없다.

벌주라는 걸 알면서도 마실 수밖에 없지만서도, 그 벌주가 달디 단 마당이라면 안 마실 이유가 있을까.

-우우우우우! 초딩끝 그렇게 안 봤는데 영악해!

-귀엽기만 하구만ㅋㅋ 그래서 올마스터 승격전은 언제?

-이미 띄웠음. 근데 지금은 멘탈 털리고 밥먹으러 간듯.

한 가을이라 할 수 있는 10월 말이다.

여름이 지나가고 동장군이 슬슬 행차하시는 시기지만, 그 정도로 게임에만 몰두하다 보면 엉덩이에 땀띠가 나지 않을까.

올마스터는 정말 하루죙일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솔로랭크만 해댔다.

특히나 어제와 오늘은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목을 맸다.

그래도 그 가상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게 다행.

올마스터는 고작 3일이라는 시간만에 마스터 200점에서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까지 띄울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올마스터는 이미 승격전의 첫 번째 게임을 치른 상태다.

-초딩끝 어린이 꿈나라에 있을 때 승격전 첫 판 끝났음ㅋ

-나 그거 실시간으로 봤는데 결과가 영..

-나도 새벽에 부랴부랴 인나서 보다가 암걸릴 뻔 했다.

올마스터의 캐리력에 한계가 왔다, 라기보다는 솔로랭크라는 게 원래 그렇다.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막말로 프로게이머도 브론즈 실버에서 지는 판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한 판, 한 판이 불꽃튀기는 시즌 말의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에서라면 설명이 더 필요할까.

애초부터 천상계 구간쯤 되면 어지간한 실력으로도 혼자 강제캐리를 하는 건 힘들다.

그나마 올마스터니까 극천상계 마스터티어에서도 씹어먹고 다닐 수 있던 것.

하지만 초인같은 올마스터일 지라도 그랜드 마스터 초입쯤되니 팀운을 극복하는 게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의 첫 번째 판에서 올마스터는 가히 지옥을 맛봤다.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게 패배했다.

관전을 했던 이들이 암에 걸렸다는 반응은 결코 과장이 아니리라.

게임의 내용은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적 정글러는 올마스터가 있는 미드만 작정하고 찔렀다.

1:2로 게임을 하며 고통받는 올마스터.

그런 상황에서 올마스터팀의 정글러는 역갱이 안됐다.

그 뿐이면 다행일까.

미드 역갱이 안된다는 소리는 최소한 탑이나 봇에서는 이득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적어도 밥값은 해야 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

그런데 그 밥값을 못한다.

그랜드 마스터 초입, 극천상계에서 정글차이가 극심하게 나다니.

상위권에 갈수록 실력이 상향평준화가 되는 게 아니란 말인가.

조금 다른 이야기다.

높은 수준의 게임이기에 한 번 어긋나면 돌이킬 수가 없다.

한 마디로 실력차이도 실력차이겠지만 올마스터 팀의 초반 정글루트가 많이 말렸다.

이렇듯 라인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정글러의 격차가 나게 되면 문제가 크다.

각 라인은 잡을 수 있는 킬각을 놓치게 되고, 굴릴 수 있는 스노우볼을 굴리지 못한다는 소리와 일맥상통하다.

이는 적팀의 입장에서는 역으로 기회.

짧게 정리하자면 정글 차이가 나면 라인전이 무지 편하다.

그렇게 정글차이라는 패널티를 안고 하는 게임에서 탑과 봇까지 말썽이었다.

말린 건지, 실력 격차가 나는 건진 결론짓긴 모호했지만 결과는 같다.

어린 아이 손목 비틀듯 털려댔다.

어떻게 제대로 된 한타조차 하지 못하고 패배해버린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의 첫 번째 판.

정말로 멘탈이 나간 건진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적어도 식사때문에 자리를 비웠다는 건 틀린 소리가 아니다.

타임끝이 직접 채팅을 걸어 물어보기 까지 했으니 정확한 소식이다.

-그래서 올마스터는 언제 오는데? 쌀을 추수해서 밥을 짓나~~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 법인데 너무하네 ㅋㅋ

-거 하루죙일 겜만 한 사람이 쌀 좀 추수할 수도 있지!

.

.

.

* * *

타닥! 타닥!

타임끝의 방송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심기불편한 채팅들.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듣기만 하다간 분통 터져서 죽을 것 같았기에 부캐로 접속해 반박했다.

'거 참, 매끼 라면으로 때우다가 간만에 한 번 외식 좀 할 수도 있지!'

막말로 남이사 쌀을 추수해서 밥을 짓던 마트에서 사먹던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평소라면 흘러넘길 법한 소리들이지만 최근 나는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와중인데 억울할 따름이다.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을 이런 말도 안되는 속도로 도달하다니.

아무리 내 실력이 있다 쳐도 노력이 보탬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속도다.

그런데 뭣이 어째?

'확 특별출연 해버려?'

올마스터 계정으로 파프리카TV에 접속해 한 마디 해주려다 가까스로 참는다.

밥먹으러 갔다는 사람이 함흥차사가 된 건 둘째치고, 난데없이 화 못 참고 나타났다간 일평생 흑역사다.

'후우, 착한 내가 참아야지.'

쉼호흡을 내셔 화를 식힌 나는 올마스터 계정의 전적창을 확인했다.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의 첫 번째 판.

배도 고프고 기력도 다해 쉴 타이밍이었지만 욕심을 낸 것이 화근이었다.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이겼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빈 말이 아니라 참말이다.

미드라인에 적 정글러의 개입이 심했던 것도 사실이고, 아군 정글이 못했던 것도 맞다.

탑과 봇의 수준 또한 한숨이 나올 지경.

그럼에도 집중해서 초장기전을 바라봤다면 분명 가능성은 있었다.

어차피 로드 오브 로드는 신발을 제외하면 맞출 수 있는 아이템이 다섯 개.

글로벌 골드가 암만 차이가 나도 극후반까지 게임을 끌고갈 수만 있다면 충분히 할 만했다.

그런데 사소한 실수가 몇 가지 쌓이다보니 적팀의 스노우볼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팀탓을 안 할 수가 없는 게임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방금 전, 타임끝 방송의 시청자들이 떠들은 것에 조금 과민반응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내가 잘했다면 이긴다니 뭐니 했어도 사람인 이상, 그리고 중요한 승격전이었으니만큼 팀운 탓을 하지 않을 수가 있나.

솔직히 말해 멘탈이 털릴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뭐,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컨디션도 회복했으니 다시 가볼까.'

기껏 올린 승격전을 져버려 꽁해있었던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바람을 쐬며 기분전환을 마쳤다.

눈도 잠깐 붙인 덕에 컨디션도 되찾았다.

어차피 승격전이라는 게 한 번 패배를 했어도 결과적으로 3승을 챙기면 만사오케이.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된다.

나는 랭크게임의 큐를 돌리며 타임끝의 방송을 확인했다.

타임끝은 나를 기다릴 겸 부캐로 양학방송을 하고 있었고 채팅창에서 간간히 나를 찾는 것 또한 변화가 없다.

내가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금방 알게 될 테지만 일부러 굳이 채팅으로 언질을 줬다.

평소엔 귀찮아서라도 안 하는 짓이지만 오늘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 판 돌리고 있을 테니 그 다음판은 준비하고 있어라~.>

타임끝과 오늘 듀오 컨텐츠를 진행하기로 했다.

조그마한 호의랄까.

아무리 꿀맛같은 호떡이라도 계속해서 먹다 보면 느끼해지기 마련.

나로 인해 타임끝이 꿀을 빠는 것도 사실이지만 언제까지고 관전만 하면 질려버린다.

그러한 부분을 본인의 센스로 메꾸고 있는 타임끝이 기특하기에 형으로서 주는 상이기도 하다.

이미 전화를 통해 이야기가 끝난 부분이지만 나는 일부러 구체적인 이야기는 내비치지 않았다.

미리미리 기대감을 주는 것도 좋은 홍보이긴 해도 가끔은 서프라이즈가 더욱 효과를 발휘할 때도 있는 법이니.

이번 판을 끝내고 같이 듀오를 한다고 하면 볼까 말까 고민하던 시청자들은 확 김에 골라버릴 테다.

마치 붕어빵을 살까말까 고민하다 지나가던 사람이 천원어치 사가면 자신도 사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실력적인 부분도 믿을 만하고 말이야.'

듀오를 하게 되면 당연 승격전의 승패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타임끝의 실력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솔랭에서는 트롤같은 챔프도 하고 이상한 플레이도 하는 타임끝이지만 충분히 자제가 가능한 병...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적어도 승격전에서 이상한 짓을 할 녀석은 아니다.

쿠웅!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의 두 번째 큐가 잡혔다.

이 판을 깔끔하게 이기고 다음 판에 1승 1패의 상태에서 듀오를 하면 되겠지.

조금 안이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설사 이전과도 같은 저격이 오더라도 어지간하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 정도로 지금 난 컨디션이 괜찮다.

그렇게 자신만만 진행된 승격전 두 번째 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던가.

나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아니, 아무리 세상사 자기 뜻대로 풀리는 법이 없다고 해도 말이지.

'설마, 그 설마야?'

상대가 이전에 나를 저격했던 카지트라 할 지라도.

혹은 아링이라 할 지라도 절대 질 판은 아니다.

어느 쪽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라지만 빡집중하는 승격전에 어지간한 일로 흔들릴 쏘냐.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경우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아직 단정지을 건 아니지만..'

내심 아니라 생각하려고는 했지만 조금은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의 계정을 빌려가면서까지 나를 저격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승격전은 훼방을 하겠지 하는 건 간단하면서도 당연한 예상.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고 정면으로 박살내줄 생각이 차고 넘쳤다.

그런데 이게 웬걸.

'듀오를 해서 저격을 하다니.'

진행되는 두 번째 판은 패색이 짙다.

아군이라도 잘 해주면 모르되 그렇지가 않아 보이니까.

일반적인 판이었다면 충분 만회가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이번 판은 그러기가 힘들다.

일전에 독나타스 듀오가 나를 저격했을 때.

진 판도 있었다지만 이기는 판에서 이기는 게 조금은 쉬웠던 이유가 있다.

공방을 이루고 있는 어느 한 쪽을 무너뜨리면 다른 한 쪽도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팀워크가 이루어지기에 오히려 파훼하는 게 쉬웠다.

하지만 이번 판에서 나를 저격한 놈들은 철저한 솔랭캐리 방식.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말 그대로 그냥 하고 있다.

딱히 호흡을 맞추고 있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위험하다.

상호작용은 하지 않는다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팝콘과도 같다.

'위험하다.'

이대로 두면 정말로 져버릴 수도 있다는 판단.

아무리 실력에 자신이 있어도 패패 상태로 승격전을 시작하는 건 위험하다.

나는 실낱같은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 게임에 집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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