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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36화 (23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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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듀오

헤일은 그 아리따운 이름과 외관과는 달리 악마의 형상을 한 챔피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챔피언의 외관이야 눈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에 지나지 않은 법.

알아둬야 하는 건 헤일이라는 챔피언이 두두와 함께 할 때 나타나는 상승효과다.

사실 헤일은 미드로 쓰기엔 극복하기 힘든 단점을 가졌다.

그것은 바로 라인푸쉬.

라인푸쉬가 초반부터 너무 좋다는 점이다.

파앙!

파앙!

헤일의 스킬구조는 간단하다.

그것도 미드라이너치곤 지나치게 단순하다.

E스킬, 타오르는 격노가 평타를 강화시킨다.

그것도 본디 근접챔프인 헤일을 원거리 평타로 탈바꿈시켜 준다

바로, 이 점이 문제다.

파앙!

미니언을 때릴 때마다 찰지게 울리는 평타소리는 단순한 타격음만이 아니다.

때린 대상 주위의 적에게 약간의 광역피해.

덕분에 라인푸쉬력이 초반부터 좋을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평타 강화스킬은 기본적으로 마나도 덜 드는 데다 효율이 좋다.

다른 미드 챔피언들이 마나가 아까워 스킬을 쓸까, 말까 고민할 때 헤일은 걱정없이 푸쉬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이 점이 문제가 되지만.

'라인을 민다는 건 곧 갱킹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소리니 당연한 말이야.'

그러면 미니언 막타만 정확히 치면 되지 않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가 힘들다.

기본 챔피언 스펙이 근접으로 설정된 헤일이다.

타오르는 격노를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접근해서 미니언을 먹어야 한다.

그렇게 근접평타로 미니언을 먹다 보면 적팀의 견제에 노출되기 마련.

라인전이 고통스러워 진다.

그렇다고 타오르는 격노를 활성화시켜 원거리 평타를 때리면 광역피해때문에 자연스레 라인을 푸쉬하게 된다.

골때리는 뫼비우스의 띠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라인을 밀고 할 게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라인을 밀고 있다는 소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와도 일맥상통하다.

즉, 갱킹 위험도와 라인주도권을 맞교환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어차피 솔킬을 따기 힘든 헤일의 스킬구조상 아무런 이득이 없다.

그저 충분히 성장하기 전까지 갱킹이 오지 않기 바랄 뿐.

하지만 듀오가 정글, 그것도 카정에 특화된 두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적팀이 포탑을 끼고 미니언을 받아먹고 있을 때 나는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으니까.

두두가 적정글을 지나치게 파고들어 카정을 쳐댈 때, 적 미드라이너 아링보다 한 발 빠른 백업이 가능하다.

쩝쩝쩝!

타임끝의 두두가 적 레드지역의 큰 유령을 잡아먹어버린다.

그렇게 자신의 정글몹이 먹히는 와중에도 적팀의 정글러 카지트는 자신의 레드 앞을 방황하고 있다.

첫 번째 버프임에도 칠 시늉도 할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와드까지 떡하니 박아버렸으니.'

초반부터 체력관리가 잘 되는 두두의 특성을 활용.

와드를 사서 적극적으로 카정을 치는 타임끝이다.

만약 카지트가 레드를 치기라도 하면 두두가 움직일 테니 이도 저도 못한다.

두두의 Q스킬, 삼키기는 정글러의 필수 스펠 단타와 거의 동등한 데미지를 가졌다.

삼키기와 단타 모두 정글몹 한정으로 막대한 데미지를 가한다.

동시에 사용한다면 막타 싸움을 질 수가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다른 정글몹을 쳐버리는 사이에 두두가 얌체같이 뺏어 먹고 달아날 수 있으니

카지트는 어쩔 수 없이 레드 도마뱀 옆의 조그만 도마뱀에 만족한다.

최소한 저 와드가 사라지기 전까지, 혹은 아군 미드가 백업을 와주기 전까지는 휘둘려야 하는 카지트다.

그런데 그 아군 미드라이너 아링은 나와 씨름을 하고 있다.

파앙!

파앙!

내가 하는 일이라곤 사실 별 거 없다.

타오르는 격노를 키고 미니언을 쭉쭉 푸쉬한다.

아링도 제법 라인클리어가 괜찮은 편이라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레벨이 오르고 아이템이 갖춰졌을 때의 이야기.

궁극기도 안 배운 저레벨 구간에서 헤일과의 라인푸쉬력 차이는 현저하다.

미니언 웨이브 하나를 몽땅 포기하고 백업을 가는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뭣하겠는가.

두두는 빼면 그만.

혹은 내가 백업을 가서 2:2 구도를 만들면 된다.

어떤 쪽이든 손해보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서로의 단점을 보충, 아니 장점으로 만들어 나간다.'

두두든 헤일이든 따로 놓고 보자면 애매하기 짝이 없는 덜떨어진 챔피언이다.

하지만 이렇듯 뭉치게 된다면 달라진다.

서로의 단점들이 상쇄되어 사라지고 승화한다.

그렇게 카지트가 눈치를 보는 사이.

와드로 위치를 뻔히 파악하고 있는 두두는 쌍둥이 골렘까지 먹어버린다.

글자 그대로 적정글을 탈탈 털어댄다.

그런데 아링은 나한테 꽁꽁 붙잡혀 움직일 수가 없다.

카지트의 입장에선 골때리기 그지없는 상황.

'탑라인도 변수를 만들 수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영.'

그 탑라인에선 두 탑신병자 간의 대결이 한창이다.

자기 라인전도 빠듯한 마당에 정글까지 도움을 주기가 힘들다.

그렇게 고통이 이어지는 카지트.

아니, 이제는 그 고통마저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유령과 골렘을 먹고 3레벨을 찍어버린 두두가 자신만만 카지트에게 달려든다.

아무리 카지트가 1:1에 일가견이 있는 챔피언일 지라도 레벨차이엔 장사가 없다.

더군다나 레드까지 있는 두두인지라 데미지도 약하지도 않다.

투욱!

두두가 얼음덩이를 날려 카지트를 둔화시키고 다가가서 평타 몇 대.

데미지는 세지 않지만 벌레 한 마리 쫓아내기엔 충분하다.

결국 카지트는 포기했는지 자신의 블루쪽으로 돌아가 늑대를 먹으려 한다.

진작 그렇게 했으면 상황이 조금은 나았겠지만 사람의 마음이 쉽게 포기하기가 힘들다.

특히나 자기 진영 쪽 정글에서 싸움이 일어났으니 더더욱이다.

아군이 어떻게든 도와주길 바라게 된다.

그 아군이 사정이 있다고 해도 도와주지 않았으니.

카지트의 입장에서 내심 불만이 쌓여갈 거다.

그렇다고 해도 킬을 내준 건 아니니 결정적이라곤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이득은 이득이지.'

굳이 킬이 터져나와야만 격차가 벌어지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노우볼은 굴러가고 있다.

설인 챔피언 두두가 직접 굴리는 특제 눈덩이가 전장을 지배한다.

.

.

.

* * *

-듀오 컨텐츠 한판만에 종결나는 거 아니냐ㅋㅋㅋ

-뭐야, 올마스터 승격전 떨어짐?

-아직이긴 한데 ㅋㅋ

올마스터와 타임끝의 듀오.

패패상태에서 시작했던 올마스터의 승격전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타임끝 본인의 방송인만큼 편을 들어주는 팬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유입이 많은 날이다.

올마스터의 승격전 방송을 보기 위해 떼지어서 몰려왔다.

고정 팬층들은 잠자코 보자며 중재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차이가 난다.

물론 타임끝이 BJ치고 손에 꼽을 수준으로 잘하는데다 객관적으로 봐도 프로게이머에 준하는 유저는 맞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 초입이나 중위권 언저리의 타임끝이나 아주 큰 실력차이는 없다.

평시였으면 모르되 세기말인 지금은 초입 또한 박빙 터지는 경쟁이 오가는 와중이니까.

그런 타임끝이 올마스터와 듀오를 하다니.

그저 시청자 몰이를 위한 억지 컨텐츠밖에 되지 않겠냐?

하는 의견들이 어그로로로 발화하며 타임끝을 괴롭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야유도 잠깐.

패패상태에서 시작한 첫 번째 판이 기분좋게 흘러가자 사그라들었다.

그것도 다름아닌 타임끝의 두두가 캐리하고 있다.

그의 플레이스타일에 걸맞은 특이성을 띄면서 말이다.

-카지트 CS 개수 봐바ㅠㅠㅠㅠㅠ

-심지어 저거 거진 꼬다리임..

-두두 5렙인데 카지트 3렙.. 앙 두두띠!

불쌍할 정도로 몰아붙이고 있다.

카지트 정글은 안 그래도 초반 정글링 속도가 느리다.

어찌저찌 6레벨까지만 버티면 갈고리 진화를 해서 정글몹을 쓸어담을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선 머나먼 일이다.

두두가 카지트의 뒷꽁무니만 쫓아다니며 훼방하는 이상 오래도 걸린다.

어떻게 요리조리 잘 숨어보려고 해도 여의치 않다.

카지트가 없으면 정글몹을 빼먹고 간다.

깨끗하게 먹기라도 했으면 다행일까.

초등학생들이 급식에서 김치와 무말랭이를 남기듯 꼭 하나 흘려버린다.

-초딩끝 반찬투정 클라스;; 현실 습관 나오죠~.

-근데 저렇게 남기는 이유가 뭐야? 내가 가서 마저 먹어주고 싶네 후우.

-저러면 정글몹이 젠이 안됨ㅋㅋ

각 정글캠프엔 큰 놈과 작은 놈이 따로 젠된다.

그중에 알짜배기는 당연 큰 놈.

큰 놈만 빼먹고 싶은 게 사람마음이겠지만 작은 놈을 마저 처리하지 않으면 큰 놈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라도 반드시 깨끗하게 비워야 한다.

그러나 타임끝이 잔반을 남기는 곳은 적정글.

막말로 어찌 되든 상관없는 남의 땅이다.

아주 깽판을 치고 다니고 있다.

타임끝이 적 정글에서 하도 난리부르스를 친 탓에 카지트의 레벨업엔 브레이크가 걸렸다.

만약 다른 챔피언이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초반 정글링이 느린 카지트에겐 가히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카정이 계속해서 지속될까.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이제 곧 갈림길에 들어선다.

6레벨이 찍힌 아링의 기동성은 알아주니까.

그에 비해 이동 스킬이 없는 헤일은 백업이 다소 느릴 수밖에 없다.

장점으로 삼던 라인푸쉬도 아링의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그럭저럭 따라잡혔다.

백업속도 차이에 의한 승부가 날만한 곳은 첫 블루 타이밍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자잘한 정글몹을 뺏는 것만으로도 당연 데미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결정적인 건 버프몹.

더욱이 미드라인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블루버프라면 노려볼 만하다.

그렇다고 쉬운 사냥감이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레드지역과 달리 블루지역은 봇라인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원딜은 둘째치고 최소 서포터는 올라 올 수 있을 테니 당연한 노릇.

지형의 특성상 카지트 쪽이 빨리 백업받을 수 있다는 것도 한몫 한다.

그렇기에 포기하는 편이 좋다.

적당히 블루를 내주고 굴리는 눈덩이를 잠깐 멈추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타임끝의 사전에 적당히란 말은 없었다.

쩝쩝쩝!

고작 4레벨밖에 안되는 카지트가 눈물겨운 리시 끝에 체력을 깎아낸 블루.

피도 눈물도 없는 타임끝의 두두가 뺏어먹었다.

단타와 함께 들어가는 삼키기의 고정데미지는 그야말로 강제적.

덕분에  확실하게 블루를 뺏을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쿠직!

갈고리 발톱을 내려찍는 카지트만이 문제가 아니다.

진짜는 블루를 먹기 위해 달려오던 아링.

6레벨을 찍은 아링이 자신의 블루를 뺏어먹은 두두를 용서하지 않는다.

샤락!

한 번의 대쉬 이후에 정확하게 꽂히는 아링의 유혹.

연이어 들어가는 발화와 물방울이 두두의 체력을 한순간에 뜯어낸다.

카지트 또한 부단하다.

아무리 레벨이 낮다고 해도 카지트의 데미지는 고독 상태에선 무시할 수 없다.

고오오오오오!

그나마 블루를 스틸하고 6레벨을 찍었다는 게 위안일까.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려는 듯 두두가 궁극기를 발동한다.

큼지막한 범위에 있는 적들을 둔화시키며, 집중시간에 비례해 막대한 데미지를 선사하는 두두의 궁극기 얼음폭풍이 휘몰아친다.

하지만 그 집중시간이 반절도 지나기 전에 두두가 죽는 것은 정해진 미래다.

설상가상 적팀의 서포터 모르피나까지 백업을 오고 있다.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ㅋㅋ 초딩끝 밥상 엎는 거 보소 ㅋㅋㅋㅋ

-블루먹고 목숨 헌납! 기적의 경제학자ㄷㄷ

-카지트 불쌍하다고 기부해주러 가네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비아냥은 당연했다.

올마스터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

초반에 조금 흥했다고 하나 역시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지.

관전 방송에서 끝나지 않고 듀오 컨텐츠까지 진행하더니 꼴좋다.

소수의 고정팬층은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대다수의 유입들은 거침없이 떠들어댔다.

채팅창에는 타임끝을 향한 비웃음이 들끓었다.

타임끝의 두두는 실피를 남기고 사망하기 직전.

시전하고 있던 얼음폭풍 또한 최대 데미지를 뿜어내려면 2초는 남았다.

이변이 있을 수 있을까.

주마등마저 보일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구세주가 과연 나타날까.

올마스터의 헤일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불사의, 존재다!>

승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던가.

어느 유명한 야구선수가 남긴 명언이 타임끝을 비난하던 시청자들의 단정을 뼈아프게 일침한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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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플에 대한 건 곧 이유가 나올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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