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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39화 (23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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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듀오

올마스터의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 그 네 번째 판.

도진기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게임의 승패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일목요연했다.

그 이유는 바로 올마스터의 헤일을 어찌 할 방도가 없기 때문.

당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음에도 이전 판과 마찬가지의 흐름이 돼버린 탓이다.

'제길, 대체 뭐야?'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었을 리가 있나.

절대 자신의 실수일 리 없다며 도진기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극 AP템트리를 갔던 이전 판의 헤일은 누킹이 너무나 강력했다.

그냥 툭 치면 억 하고 죽을 정도.

그런 주제에 궁극기와 조냐까지 갖춰지니 어떻게 물 수도 없었다.

도진기는 전판의 패배를 조합의 상성 탓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두두에게 카정을 당한 건 둘째 쳐도, 헤일을 물만한 하드탱커가 있었다면 말릴 수 있었을 텐데.

그렇기에 CC기가 잔뜩 있는 탱커가 있다면 해볼 만하다 판단을 내렸다.

그것이 이번 판에서 도진기가 나무카이, 도슈는 구리가스를 한 이유였다.

나무카이는 물론 구리가스 또한 마법사 챔피언치고 탱키한 편.

헤일의 순간누킹에 녹아날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 또한 해답이 아니었다.

딜러를 너무나도 손쉽게 찢어발기길래 탱커를 했더니 알고 보니 탱커도 잘 잡더라.

이 얼토당토한 양면성이 성립돼 버렸다.

단순히 성장을 잘 했다기 보단 다른 이유.

올마스터의 헤일은 이전 판과 상이한 아이템트리를 타버렸다.

'이번엔 공속이야?'

라둔의 죽음투구와 부자베인이 아니다.

역병들린 단검에 바론의 송곳니.

심지어 아이템창을 보아하니 다음 아이템 또한 공속이다.

한 방, 한 방의 데미지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너무 빠르다.

질이 아닌 양으로, 무식하게 공속으로 찍어누른다.

순간 누킹을 버린 대신에 오히려 탱커를 잡는데 효율적으로 변했다.

팡!

팡!

팡!

와드가 밝혀 주는 시야 끝에 가까스로 보이는 용.

무지막지한 체력을 자랑하는 용이 헤일의 평타를 두들겨 맞자 녹아나버린다.

5:5의 한타 대치의 와중임에도 자신들의 주도권을 믿는지 적팀은 오만하게도 용을 치고 있었다.

'절대 줄 수는 없지.'

이대로 용을 내준다면 전판과 비슷하게 끌려다니게 된다.

도진기는 이니시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과감히 시행했다.

쿠루룩!

점멸과 함께 일그러진 전진.

도진기의 나무카이가 헤일을 물었다.

조금 무리한 이니시인 감은 있어도 도진기는 믿는 바가 있었다.

자신이 헤일을 한 순간 묶기만 하면 도슈가 분명 호응해줄 터라고.

파아아앙!

과감한 이니시를 연 보람이 있었을까.

구리가스가 미끄러지며 술통을 던졌다.

던져진 술통은 시원하게 터지며 적팀의 진형을 반으로 갈라 놓았다.

한술 더 떠, 헤일은 아군의 진형으로 배달까지 됐다.

이게 다 자신이 올마스터의 헤일을 묶어낸 덕분.

적팀을 양분까지 시켰으니 헤일만 어떻게 마무리하면 이번 한타의 승기는 넘어오리라.

도진기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아니었다.

팡!

팡!

팡!

기가 막혔다.

분명 배달한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배달된 사냥감이 싱싱해도 너무 싱싱하다.

올마스터의 헤일이 구리가스의 뺨따구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타라랑~♬

어떻게 진정시켜 보기 위해 쏘냐가 파워센도를 우겨넣었다.

1.5초 동안의 스턴.

잠잠해진 사이에 요리를 해보려 했지만 막 잡은 생선마냥 팔딱팔딱 힘이 장난이 아니다.

클린즈를 사용해 지체도 없이 스턴을 풀어낸 헤일이 구리가스를 마저 후려쳤다.

팡!

팡!

팡!

챔피언 기본스펙이 좋은데다 스킬셋 또한 탱킹에 도움돼 미드라이너치고 상당히 단단한 구리가스.

그럼에도 헤일의 불빠따를 두들겨 맞자 거짓말처럼 녹아난다.

미칠 듯한 공속을 자랑하는 불빠따가 멈추지 않고 휘몰아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아군이 올마스터의 학살을 막았습니다!

홀로 적진에 떨어진 올마스터의 헤일이 발광을 하더니 기어코 두 명을 길동무로 데려갔다.

궁극기는 물론 스펠까지 전부 빠졌다곤 하지만 그건 아군 또한 마찬가지다.

도진기는 패색이 짙어진 한타의 흐름을 보며 한숨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

'이게.... 아닌데.'

자신과 네네톤이 적팀의 앞라인에서 버티며 시간을 조금 끄는 사이에 헤일이 마무리돼야 했다.

깔끔하게 죽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두 명이나 잃으면 안됐다.

이렇게 되면 자신 또한 끝장이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구리가스의 궁극기가 뿌려져 한 번 갈라졌었던 적팀.

시간을 끄는데 도움은 됐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아니, 버티는 보람이라도 있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뒷라인은 이미 올마스터에 의해 파탄이 났다.

그나마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정도.

'이건..... 그냥 끝나버렸구나.'

이번 게임에서도 도진기는 라인전 단계에서 두두에게 휘둘려 버렸다.

하지만 두두라는 챔피언의 특성상 초반 카정이 더없이 강력한 건 어쩔 수 없는 일.

올마스터의 헤일이 라인을 쭉쭉 푸쉬하며 뒤를 봐주기까지 하자 최대한 덜 당하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그래도 전판의 실수를 교훈삼아 크게 말리진 않았다.

향후 게임플레이에 따라 충분히 뒤집을 수 있었다.

하나 문제가 있었다면 두두에게 휘둘리느냐 미드 갱킹을 갈 수 없었다는 거다.

두두가 자신만을 졸졸 따라다니는데 갱킹을 어떻게 가란 말인가.

그래도 두두 또한 갱킹을 적극적으로 갈 짬이 안 났으니 시간을 끌면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헤일은 상상 이상으로 성장기대치가 높았다.

'저건 뭔 미친 챔픈지 모르겠네.'

올마스터가 하는 저 헤일이란 챔피언.

순간 누킹이 되는 주제에 템트리를 바꾸니 지속딜 또한 보통이 아니다.

무슨 만능챔피언이 따로 없다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이 룬특템에 따라 다른 운용이 가능하다곤 하지만 이건 정말 얼척이 없다.

'후우, 원래 저렇게 무난히 클 수 있는 챔피언이 아닌 걸로 아는데..'

자신의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건 둘째 치고.

도진기는 헤일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을 알고 있다.

안 쓰이는 챔피언이 괜히 픽률이 낮은 게 아니니까.

뚜벅이인데다 스킬구조상 라인을 밀 수밖에 없어 갱킹에 한없이 약하다

그렇게 한 번 죽기 시작하면 맛집이 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게 웬걸.

그 헤일이 두두와 얽히니 단점이 사라져버렸다.

'설마..! 이 모든 게 의도적이었다는 소린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망자의 혼령을 올린 두두로 2인 바론을 하는 건 순간적인 센스라고 어찌저찌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게임의 판이 어찌 흘러갈지 시작 전부터 예상해서 조합을 짰다니.

만약 두두와 헤일이 알려진 조합이었으면 모르되 그렇지가 않다.

애초에 두 챔프 다 흔히 쓰이지 않는다.

솔랭은 물론이고 대회 또한 마찬가지다.

이 말인즉, 타임끝과 듀오를 맞추기 위해 발휘한 기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리.

말도 안되거니와 인정하기도 싫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도진기는 이마에서 흘러내린 식은 땀이 싸늘하게만 느껴졌다.

아무리 부정을 하려고 해도 게임의 결과가 증명한다.

타임끝의 두두가 난장판을 치는 사이 프리하게 성장한 올마스터의 헤일이 게임을 지배한다.

한 판이었으면 우연으로 치부했을지도 모르되 이것으로 벌써 두 판째다.

즉석으로 만들어낸 두두와 헤일이란 조합.

하나하나를 놓고 보자면 그 가치가 한없이 떨어지는 싸구려챔프들이다.

그런데 그 애매하기 짝이 없는 두 챔피언의 상호작용이 보통이 아니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올마스터는 이를 정확히 활용해 게임을 풀어나가고 있었다.

<그냥 서렌치고 막판ㄱ>

도슈가 팀채팅이 아닌 귓속말로 속삭여온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말끝에 항상 힘이 넘치던 도슈가 말을 흐렸다.

어떻게 손을 쓸 수 없게만 흘러가는 게임의 내용때문에 기운이 빠진 모양.

적팀의 전략에 하도 휘둘리기만 하다 보니 자신 또한 게임하기가 싫어질 마당인데 참을성 없는 도슈는 오죽할까.

도진기는 그 생각을 이해하기에 긍정해 줬다.

하지만 도슈의 다음 말에 도진기는 고민이 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서렌치고 다음 판에서 두두랑 헤일 밴하셈.>

단순하긴 해도 이성적인 판단이다.

만약 대회무대였다면 자신도 그렇게 했을 터.

하지만 여기는 솔랭.

주류도 아닌데다 인식도 안 좋은 챔피언을 밴하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

아니,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었다.

더 이상 올마스터에게 치사한 수를 쓰고 싶지 않았다.

대체 어찌된 영문으로 이러한 감정이 싹트게 됐을까.

생각을 곱씹은 도진기는 결론내렸다.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다.'

회의가 들었다.

과연 올마스터는 적대해야 할 이일까.

애초에 적대할 가치가 자신에게 있을까.

'나는, 나쁘지 않다.'

최근엔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지난 날 자신은 상대를 깔보며 악의를 흩뿌리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한 행동원리, 당연 정상적인 사고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습게도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직 실력만이 최고다 라는 생각.

실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한다니 정말 멋진 소리아닌가.

그 말은 도진기의 신념이 되어 상대를 함부로 대하는 모든 악행을 합리화해 줬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판단하기 힘들다.

따라잡을 수 있는 약간의 차이도 아닌 그 이상.

저 멀리 하늘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존재가, 혹시나 하지만 도차 이상의 존재가 있다면 자신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러한 사람에게 적의를 내뿜는 것은 지금껏 행해왔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닐까.

도진기는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오만방자했던 손오공이 세상의 끝이라 생각했던 바위.

그 바위는 다름아닌 부처님 손바닥이었다.

'나를 상대한 올마스터는.. 과연 전력을 내비췄을까….'

손속을 겨룰수록 깊이가 보이지 않는다.

파훼하려 할수록 더한 수가 쏟아져 나온다.

모든 것을 합리화해주던 신념이 도진기를 옭아매었다.

.

.

.

* * *

─'채팅창열어줘'님이 별풍선 10000개를 선물하였습니다. 마니머겅!

'채팅창열어줘'님이 BJ타임끝의 팬클럽에 가입했습니다.

뜬금없이 터져나온 별풍선 1만개.

컨셉때문에라도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타임끝이었지만 이성을 잃을 수밖에 없는 액수였다.

"키야아아아앗! 별풍선 1만개로 팬클럽 가입 클라쑤우우우! 불초BJ 타임끝 인사드리옵니다..!!!!"

BJ인기도가 그야말로 수직상승.

치고 올라가고 있는 타임끝일 지라도 이만한 액수는 처음 받아봤다.

팬클럽의 수야 적지 않지만 양이 아닌 질의 문제.

뭐, 별풍선의 양이 꼭 BJ에 대한 사랑에 비례하는 건 아니라곤 해도 이만한 액수는 쉬이 보기 힘들다.

그야말로 가슴이 두근두근 뛸 일!

-1만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큰손 납셨고요..! 얘들아 큰형님 오셨다. 알아 뫼셔라!

-무슨 난데없이 1만개.. 아니, 근데 저분 설마?

닉네임이 익숙하다.

로드 오브 로드의 유명유저라는 말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면 파프리카 쪽의 유명인일까.

어느 방에서 유명했던 큰손이었는지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이어진다.

-올마스터방 회장님 오졌따리 오졌다ㄷㄷㄷ

-회장님은 인사로 현찰을 때려박네...

-승격전 마무리한 것도 아닌데 벌써?

올마스터의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

패패로 시작했던 암울한 승격전은 두 번의 승리를 거뒀다.

패패승승, 거짓말같은 기적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하지만 승격전의 마지막 큐는 돌아가는 중.

올라갔다고 보기엔 아직 설레발이다.

방금 전, 회장님이 쏜 별풍선 1만개는 그 임펙트가 최소 승격전 성공이다.

착각이 아니라면 어째서 벌써 이만한 액수를?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채팅창열어줘-이건 오랜만에 시현 아우 목소리 들어서 반가워 한 인사고~ 승격전 달성 별풍은 당연히 따로 있지~~~~

어처구니가 없다.

누가 막말로 던졌듯 정말 현찰로 인사를 때려박았다.

유명BJ들의 팬클럽회장들은 정말 소문따나 건물주라고 되는 것인가.

채팅창에서 헛소리들이 오갈 때 올마스터의 억울한 하소연이 흘러나왔다.

<형님!! 근데 그거 타임끝 주머니로 들어갈 거 같은데..>

타임끝의 방송에 쐈으니 당연 타임끝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겠지.

착한 타임끝이 계좌이체라도 해드릴까 말을 꺼내려던 찰나, 회장님이 못을 박았다.

채팅창열어줘-요노옴~~!! 그러게 방송을 하던가! 앞으로 별풍은 네 아우 방송에만 쏠 테니 그리 알아!!

올마스터의 입장에선 눈물이 찔끔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지만 분위기는 훈훈했다.

방송 쉬더니 꼴좋다면서 채팅창의 분위기는 화기애애.

모니터 화면으로 보이는 타임끝의 입꼬리도 살짝 올라가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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