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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40화 (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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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듀오

딩동!

편의점의 유리문이 닫히며 한 남자가 빠져나온다.

무언가 못마땅한듯 인상을 찌푸린 남자는 한숨을 후우 내쉬며 입을 열었다.

'결국 져버렸군.'

인상을 찌푸린 남자, 도진기는 편의점에서 산 담배를 꼬나물며 회상했다.

승격전의 마지막 판.

정정당당히 부딪힌 게 실수였을까.

악착같이 하는 게 맞는 판단은 아니었을까.

못내 찝찝함이 남았다.

'어쩔 수... 없기도 했지.'

올마스터의 승격전 마지막 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던 최선의 수.

밴카드로 두두를 죽이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그것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아니다…. 어차피 녀석이라면 또 기상천외한 픽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왔을 테다.'

다른 놈이라면 몰라도 올마스터라면.

종종 잉벤등을 눈팅하다보면 '올마스터라면' 또 모른다는 둥 지껄인다.

헛소리라 생각했지만 이번만큼은 이렇게 와닿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혹시 모르는 게 사실.

두두를 밴해달라고 말을 꺼낼까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적팀에 장인이 있다고 둘러대도 두두같은 걸 밴해달라며 말을 꺼내기는 힘들었다.

「1픽님 두두 밴해주세요.

예? 두두요?ㅋㅋ

네…. 두두 밴해주세요..

뭐어라고~? 솔랭에서 두두밴해달라는 찐따라 안 들리는데?ㅋㅋㅋ」

설사 입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게 뻔하다.

로드 오브 로드에서 가장 싸구려 챔피언인 두두를 밴해달라니.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두두는 초심자용 기본 챔피언 중 하나.

심플 이즈 베스트 라는 말이 있다지만, 게임사의 유난한 사랑을 받고 있는 나이즈를 제외한다면 싸구려 챔피언은 기본적으로 스펙이 떨어진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AOS게임이라고 해도 싼 게 비지떡인 법.

다른 챔피언들을 사게 하기 위함이라도 간단하고 재미없게 만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단순하게 찍어내다보면 스펙도 무언가 영 아쉬워질 수밖에.

'애초에 올마스터도 아니고 타임끝이 하는 챔프를 저격하라니..'

고작 두두라는 건 둘째 치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게 단정지어 말하자 도슈는 또 다른 제안을 꺼내왔다.

사실 이건 고려를 해볼 만한 문제였지만.

'방플이라….'

결론적으로 도슈의 제안은 거절했다.

두 가지 이유.

첫 번째는 애초에 두두라서 방플의 의미가 떨어진다.

'철없었을 적.. 의미없이 승부욕을 불태우다 해본 적이 있었지.'

도진기는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면서도 그때 행했던 경험을 토대로 생각을 정리했다.

방플이라는 게 만능이 아니다.

상대의 위치를 알고 판을 짤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

타임끝의 두두처럼 대놓고 자신의 정글에서 시위하면 방플의 이점은 커녕 한눈팔다 손해볼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가 더 심각하다.

방플까지 했는데 지게 돼버리면.

하루이틀로 끝날 흑역사가 아니다.

들키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의 자존심에 굵직한 스크래치가 나고 만다.

아직까지도 철없는 도슈 녀석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니, 애초에 니가 보이스채팅을 열던가.'

조금은 탓할 수밖에 없었다.

올마스터 쪽은 보이스채팅을 통해 의견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았으니까.

그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됐냐, 안됐냐를 따지자면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안다.

아예 장기적으로 팀을 짜서 운영하는 게 아닌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승패에 별 지장이 없다는 걸 안다고 해도 탓하고 싶었다.

도진기의 입장에선 유일한 변명거리였으니 말이다.

'하아.. 그 자식 자기 맘대로 하는 거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뭐, 어차피 패배는 패배지.'

남았던 찝찝한 감정은 다 풀어버리자고.

도진기는 찌푸렸던 인상을 풀며 억지로나마 웃었다.

훌륭한 승부를 펼쳤다고 자기위안을 했다.

더욱이 올마스터에 대한 복수, 아니 설욕은 기회가 남아있었다.

'어차피 솔로랭크는 솔로랭크일 뿐이다.'

솔로랭크와 대회게임은 다르다.

이는 솔랭에서는 그랜드 마스터도 겨우겨우 들다가 종종 떨어지기까지 하는 클끼리가 증명한다.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명 프로게이머 클끼리가 북미도 아닌 한국서버 솔랭에서 겨우 그 정도다.

즉, 지금까지의 패배를 프로무대에서 되갚아줄 여지는 분명히 있다.

딸칵..!

얼마나 생각에 빠져있었는지 도진기는 불조차 붙이지 않고 필터를 씹고 있었다.

뒤늦게나마 담배에 불을 붙이며 한숨 크게 빨아마신 도진기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고나서야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타닥, 타닥.

스마트폰을 움직여 연락을 취하는 대상.

도진기는 아마추어 지인들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바로 게임단에 갈 수도 있겠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올마스터처럼 밑바닥부터 시작해보자.

도진기는 팀을 추려 챌린저스 리그에 정식으로 진지하게 도전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설사 자신이 친애하는 형, 도차가 응답하지 않는다 해도 이번만큼은 결심이 흔들리지 않으리라.

확고한 다짐을 할 수 있었다.

.

.

.

* * *

한창 화제일 수밖에 없다.

그 올마스터가 그랜드 마스터의 승격전을 뚫었다.

그것도 패패승승승.

거짓말처럼 기적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올마스터라면 당연히 뚫을 줄 알았다.

팬이라면 믿고 기다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

전 믿었습니다 올마스터님!

└이 색히 전전페이지에 「올마스터 퇴물이네」 라고 드립친 놈 아님?

└우두루급 태세전환 보소ㅋㅋㅋㅋ

└남자가 자존심도 없냐 ㅋㅋㅋㅋㅋㅋㅋ

잉벤에서는 태세전환한 유저들 목록.JPG가 작성될만큼 화제를 이뤘다.

그도 그럴 게 정말 오래간만의 방송.

타임끝 방송을 통해서라고는 하지만 올마스터의 게임을 관전이 아닌 실시간으로 보는 건 감동적이었다.

정말 몇 달 전만 해도 관전은 실시간으로 진행됐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으니까.

바로 그 올마스터로 인해 3분이란 딜레이가 생기고 말았다.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LCL에서 있었던 방플사건 말이다.

정확히는 귀맵이라며, 불의를 일으킨 선수에게서 자백을 받았지만 결과는 매한가지다.

오프라인 대회에서야 당연 선수들의 물품을 검사하지만 온라인 대회였기에 일어난 사고.

당시 사건으로 인해 온라인 대회가 축소됐음은 물론이거니와 게임사에서도 입장을 취했다.

관전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보다 무조건 3분이 느리다.

그러한 부분이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당연 아쉽게 느껴졌다.

그런데 듀오 컨텐츠를 진행하면서 그 딜레이가 사실상 사라졌음은 물론 두 가지 더.

생동감 있는 올마스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다 게임의 진행도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그날 하루가 아니다.

타임끝과 제법 시너지가 있어서일까.

올마스터는 그 이후로도 듀오를 쭈욱 하고 있다.

언제까지 할지는 몰라도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당연 개이득.

─올마스터 겁나 부럽다.

랭겜한지 며칠됐다고 벌써 한국랭킹 100위 안에 들었네..

누군 북미서버부터 3년간 롤만했는데 아직 플레티넘인데~~~~

└ㅋㅋ꼬우면 너도 재능 타고나던가. 근데 뭐, 플레?

└플레면 존잘이네; 난 골드도 한참 남은 실버3인데….

└후우, 있는 놈들이 더 한다더니.. 브론즈5는 울고 갑니다.

벌써 이틀이나 진행된 듀오 컨텐츠는 보람찬 성과를 낳았다.

올마스터는 그랜드 마스터 중위권에 안착했고 그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남은 시간은 이제 7일.

시즌종료는 정확히 1주일이 남아 다음 금요일 자정이면 길고 길었던 시즌2가 막을 내린다.

현 시점에서 올마스터의 점수는 800대 중반.

그리고 용호상박 1,2위를 다투는 주전파와 도차는 1300대.

고작 500점 차이라니, 따라잡을 날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라고 생각한다면 실수다.

─올마스터가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200점씩 올린다ㅋㅋ

계산대로면 내일모레 따라잡는 거 ㅇㅈ?

ㅇㅈ안 하면 에바터는 부분 ㅇㅈ?

앙 ㅇㅈ띠!

└이분 최소 초딩끝 골수팬..

└아니, 근데 진지하게 그랜드 마스터에서의 200점이랑 마스터에서의 200점이 같다고 생각하냐ㅋㅋㅋ

└그러게, 암만 올마스터라도 프로들도 있는 그마에서 양학은 못하겠지.

점수차이가 크게 나지 않기에 더욱 빠듯하다.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 혹은 최상위권인 20위 내에 있는 이들이 과연 점수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걸 몰라서 1위의 꿈을 접었을까.

개중에서 프로게이머, 혹은 연습생이라는 입장상 솔로랭크에 치중할 수 없는 이들을 빼두고라서 아마추어도 몇몇있다.

그들이 1위라는 영달을 포기하고 안주한데는 당연 이유가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 1천점을 지나 상위권.

그리고 1200점을 지나 최상위권.

한 단계 오를 때마다 점수는 속된 말로 드럽게 안 오르기 시작한다.

아니, 안 오르는 것만이면 다행일까.

정말 져서는 안될 판에서 지기라도 하면 모니터를 때려부수고 싶을만큼 점수가 떨어진다.

이에 대해서 일반 유저들이 당연 알 턱이 있나.

화제가 분분한 와중에 어떤 고랭크 유저 한 명이 잉벤 화제글에 정리글을 올렸다.

그 유저는 친절하게도 구구절절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그랜드 마스터 점수에 관하여…. 알고 싶은 분만 보세요.

요즘 보면 올마스터 금방 1위 찍을 거 같다, 모르고 말씀하시는 분들 계신데ㅎㅎ

그렇지가 않아요.

그 이유는~~

└로드 오브 로드로 논문 쓸 기세.

└대충 삽시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세 줄 요약 몰라?

[글쓴이]-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친절한 건 좋다만 기나긴 설명.

그 지루한 설명을 요약하자니 다음과 같았다.

점수가 높은 사람은 이겨도 별로 안 오른다.

어쩌다 낮은 사람한테 지면 점수를 엄청 떨군다.

때문에 최상위권에서 100점의 차이는 넘사벽이다.

예시를 들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이러하다.

현 1위가 있는 팀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위권 팀에게 운이 나빠 져버렸다.

솔랭에서 운이 나빠서 게임을 져버리는 경우야 왕왕 있는 경우니 그럴 수 있다지만.

그 왕왕 있는 경우가 한 번 터지면 피해가 막대하다.

솔로랭크에 MMR이라는 잣대, 기준이 있다는 건 누구라도 알고 있다.

그 기준에 따라 랭크게임에서 잡히는 양팀의 수준은 균등하게 배정된다.

문제는 큐를 돌리는 사람이 몇 없는 높은 점수대에선 종종 이상이 생긴다는 사실.

심한 경우엔 300점 이상, 과장 조금 보태면 골드 대 실버 수준의 경기가 잡히기도 한다.

이 경우, 골드가 실버를 이기면 얻는 건 거의 없다.

실력차이가 나는만큼 당연한 승리라는 의미.

그런데 실버가 골드를 어쩌다 이기기라도 하면 역배당,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실버는 엄청난 점수가 오르고 반대로 골드는 엄청난 점수를 떨군다.

그랜드 마스터 최상위권에 들게 되면 그게 일상이 된다.

자기보다 높은 사람은 몇 없는데 낮은 사람은 차고 넘치니 그럴 수밖에.

랭크게임 한 판, 한 판 돌릴 때마다 간떨리기 마련이다.

최상위권의 사정도 이럴지언데 1,2위는 과연 어느 정도 일까?

한 판 지기라도 한다면 나락행이다.

그만큼이나 1,2위를 하고 있는 주전파와 도차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반증한다.

낮게 걸린 상대는 변수없이 무조건 이긴다고 보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게임을 아예 지지 않는 초인이란 소린 아니다.

MMR이라는 건 결국 상대적인 것.

아무리 1위라고 해도 상대의 수준 또한 엇비슷하다면 아주 큰 손해까진 보지 않는다.

특히나 1위팀 대 2위팀이 잡히면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된다.

한 고랭크 유저의 눈물겨운 오지랖 끝에 많은 잉벤 유저들이 그랜드 마스터 최상위권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알고나자 잉벤유저들은 올마스터의 1위에 대해 회의감이 들게 되었다.

사실상 자기들이 생각했던 여정보다 수배는 어려워졌으니 당연한 노릇.

그런데 한 유저가 눈치도 없이 말도 안되는 이견을 던졌다.

─화제글 읽긴 했는데 꼭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니지 않아?

그랜드 마스터에서 짱짱먹기 시작하면 점수 올리기 힘들단 건 알겠음.

근데 역으로 자기보다 점수 차이 많이 나는 사람들 이기면..

혹시 만약에 계속 이겨 나가면 역배당 마구마구 터져서 초스피드로 올라갈 수 있는 거 아냐..?

└입롤 자제요ㅋㅋㅋ 그게 쉬우면 개나소나 우리집 강아지나 다했음 ㅅㄱ링~

└진짜 말도 안되는 헛소리긴 한데....... 이 글 왜캐 끌리냐?

└그러게, 올마스터라면 정말 모를 수도 있겠다.

올마스터라면.

그 마법같은 한 마디가 과연 기적을 만들 수 있을지.

사람들의 기대가 폭발하는 가운데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것이 오고야 말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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