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43화 (24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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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카운트다운

*이전 화에서 시차를 잘못 계산한 바람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점심 시간으로 수정했으며 내용의 흐름상 소소한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큰 틀에서는 변한 게 없습니다.

다소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무사히 시작하게 된 첫 번째 게임.

내 점수대보다 높은 수준의 경기, 하이큐가 잡힌 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이라 하는 걸까.

로딩창에서 얼핏 본 상대팀 중엔 프로게임단의 이름을 단 아이디가 두엇 보였다.

물론 아군에도 있지만 어차피 여느 쪽이나 별로 신경 쓰이진 않는다.

그저 내가 꽤 높이 올라오긴 했구나 실감이 나는 정도.

프로들의 닉네임을 전부 알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의 실력을 생각해 내뱉은 소리는 아니다.

나는 같은 게임에 걸린 이들이 각 게임단을 대표하는 주전멤버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

그렇게 단정지은 까닭.

잘 나가는 프로게이머들의 시간은 마냥 소비해도 될만큼 한가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주전들이야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겠지.'

나야 여유가 있지만 다른 프로들은 꽤나 긴장될 터다.

바로 며칠 전, 시즌3 패치내용이 올라왔으니까.

메타에 적응하지 못하면 떨어져 나가야 하는 프로게이머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세기말 1위 쟁탈전이 주전파와 도차, 아마추어들의 독무대가 된데는 이러한 사정도 있었다.

그 프로들이 테스트 서버에서 시즌3을 맛보고 있던 말던.

어차피 내가 해야 할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 판에서 그 까다롭기 짝이 없는 타이머싱거를 찍어누른다.

풀리츠크랭커[0/0/0]-아~ 미드 안 가길 잘했네. 페이스힐러 쟤 어지간히 골때리는데 알아서 혀라ㅋㅋㅋ 아까 내가 한 말 기억하지?

탈리반 3세[0/0/0]-힘들면 커버가 드릴 테니 딜교환 실수만 자제하시고 쟤는 원래 저런 애니까 정 띠꺼우면 차단하던가 하세요.

초가트[0/0/0]-화이팅! 시즌 종료 금방이라고 대충하진 말져.

그렇게나 틱틱대던 2픽에게서 미드를 안 가길 잘했다는 반응이 터져나오는 것도 그럴 만하다.

타이머싱거라는 챔프는 라인전 한정으로 따졌을 때 세 손가락, 아니 첫 손가락에 꼽혀도 이상치 않다.

라인전을 무조건 이기고 싶으면 타이머싱거를 해라 라는 말이 있을 정도.

특히나 장인의 손에서 펼쳐진다면 라인전의 지옥을 연상케 한다.

'페이스힐러…. 확실히 타이머싱거 하나만큼은 명품이 맞아.'

마스터구간에 항상 한심한 티몽장인이라던지, 각 챔프별 장인들이 있는 것처럼 그랜드 마스터 구간에도 존재한다.

당연 극소수이지만 그렇기에 정예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최고티어의 특성상 한 챔프만 하는 장인들은 버티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반증한다.

해당 챔프를 플레이하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더더욱이나 리메이크 전 타이머싱거는 골치가 아픈데.'

심지어 현재는 시즌2.

타이머싱거가 리메이크가 되기 이전이다.

기본적인 스킬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지만 라인전이 더욱 강력했다.

타이머싱거가 가지는 강력한 라인전 능력의 근원은 다름아닌 터렛이다.

자동공격 기능이 있는 터렛을 설치해 라인을 쭉쭉 푸쉬해댄다.

그런데 이 터렛의 성능은 리메이크 전이 훨씬 좋았다.

공격력은 물론 체력까지 높아 중반 타이밍까지는 어지간한 챔피언 체력의 절반에 준했다.

물론 초반에 깔 수 있는 터렛 수가 하나밖에 안되는데다, 성장을 해도 최대 두 개밖에 깔 수 없었지만 하나하나가 강력하다는 것은 확연한 메리트다.

막말로 리메이크 이후엔  타이머싱거의 터렛이 장난감처럼 파괴되는 경우가 흔하게 되니까.

.지금은 아이템이 갖춰지기 전까진 깨부술 시늉도 하기 힘들 정도로 단단하다.

더군다나 하나 더.

현재 타이머싱거의 W스킬, 유도탄은 그 이름따나 유도 공격이다.

차후 산탄로켓이라 명명되며 논타겟스킬이 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자동공격기.

주위에 있는 적들 중 가까운 3명에게 날아가는 포탄은 짜증나는 견제기다.

터렛으로 라인을 밀고 유도탄으로 야금야금 체력을 깎는다.

라인전 한정으로 본다면 리메이크 전 타이머싱거만큼 완성도 높은 챔피언이 없을 정도.

심지어 갱킹이 와도 두 개의 터렛이 챔피언 한 명에 준하기 때문에 갱승을 내기 십상이다.

'그만큼 성장기대치가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사실이긴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로드 오브 로드란 게임은 라인전이 중요한 것 또한 맞다.

부족한 성장기대치를 라인전에서의 우세로 극복하는 것 또한 가능한 플레이 방식.

그러한 면에서 봤을 때 타이머싱거는 상당히 극단적인 챔피언이다.

대부분의 능력치를 라인전에 올인했다.

뿅!

뿅!

진행되고 있는 라인전에서 타이머싱거가 설치한 터렛이 라인을 부단히 밀어대고 있다.

계속해서 내뱉는 작은 포탄은 주위의 적을 무한정 공격한다.

저 터렛의 사거리까지 가지 않는 이상 내가 피해를 입을 일은 없겠지만 저렇게 라인푸쉬를 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파진다.

<끼히, 요오!>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쏘아대는 타이머싱거의 유도탄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금이야 스킬레벨이 낮아 큰 피해를 입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까다로워 진다.

더군다나 상대는 타이머싱거의 최고장인 페이스힐러.

페이스힐러가 하는 타이머싱거는 라인전 한정으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정평이 나있다.

그것은 현재 페이스힐러가 타이머싱거 원챔으로 1100점이 넘는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명명백백.

상대가 설령 주전파나 도차라 할 지라도 반반은 갈 정도다.

그럼에도 내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말이다.

'이쯤 사려 줬으면 슬슬 되돌려줄 타이밍이지.'

타이머싱거가 쭉쭉 밀어준 쌓이고 쌓인 미니언들을 받아먹고 달성하는 3레벨.

3레벨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제 타이머싱거의 터렛은 그 역할을 잃고 아무렇게나 내팽겨치게 될 것이니까.

반격의 시간이 도래했다.

꽈득!

내가 타이머싱거를 상대로 자신있게 꺼낸 챔피언은 무엇일까.

이전에도 익히 플레이한 적이 있다.

조금 진부해지긴 했지만 산다라야 말로 타이머싱거의 극하드카운터란 자신이 있었고, 그렇기에 꺼냈다.

꽈득!

내가 연속해서 긁은 스킬은 검은 구체.

산다라의 Q스킬은 1레벨부터 그 깡뎀도, 계수도 높다.

하지만 타이머싱거의 터렛은 더욱 우월한다.

내가 검은 구체로 터렛 하나를 제거하려면 세 번은 때려야 한다.

산다라로도 이정도인데 다른 챔피언들은 감히 철거할 엄두도 못내리라.

리메이크 전의 타이머싱거는 확실히 라인전 깡패였다.

그럼에도, 그럼에도다.

꽈득!

한 번 더 검은 구체를 긁어내 터렛을 제거한다.

터렛과 함께 뭉쳐있던 미니언들도 함께 처리해버린다.

물론 이렇게 대놓고 제거하면 다시 깔면 그만.

타이머싱거는 여유낙낙 다시 터렛을 설치했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잡아뜯었다.

꽈득!

먼저 검은 구체를 사용해 인사한다.

한 움큼 뜯겨나가는 타이머싱거의 체력바.

물론 미니언과 터렛을 끼고 있는 타이머싱거는 무시할 수 없다.

전면교전이라면 내가 진다.

하지만 그 터렛이 없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타앗!

내가 한 행위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어린 아이가 맛있게 쪽쪽 빨아먹던 쭈쭈바를 가로채듯, 터렛만이 자랑인 타이머싱거에게서 그 터렛을 강제로 붙잡아 뺏어버렸다.

터렛이 무슨 피구공도 아니고, 산다라가 피구왕 통X도 아닐 텐데 말이나 되는 소린가.

말이 된다.

'게임사가 비주류 챔피언들을 얼마나 막 취급하는지 알 수 있는 일례랄까..'

타이머싱거가 라인전이 하도 세다 보니 불만이 나온 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건 심하다.

그냥 대놓고 타이머싱거를 카운터치라고 만든 듯한 챔피언.

산다라가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았거니와, 두 챔프 모두 극비주류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산다라는 타이머싱거의 완벽한 천적이다.

그러한 이유.

바로 산다라의 W스킬, 구체 투척에 있다.

구체 투척이라곤 하지만 잡아던질 수 있는 대상은 검은 구체에 한정돼 있지 않다.

작게는 미니언, 크게는 정글몹까지.

가끔 가다 바론조차 집어던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챔피언을 제외한 어지간한 건 다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잡아던질 수 있는 것에 타이머싱거의 터렛이 포함이 된다.

나는 잡아들었던 터렛을 든 채 그대로 직진했다.

그러면서 무빙샷이 가능한 산다라의 장점을 활용해 타이머싱거를 노린다.

짧은 쿨타임이 장점인 검은 구체로 말이다.

'이렇게 되면 여반장이지.'

내가 괜히 첫 번째 터렛을 부순 후에야 딜교환을 건 게 아니다.

타이머싱거의 터렛 쿨타임은 20초가 훌쩍 넘는다.

그리고 터렛이 없는 타이머싱거는 앙금없는 찐빵.

즉, 지금 타이머싱거는 터렛을 다시 설치할 수 없다.

안 그래도 천적을 상대하는 타이머싱거에게서 반항의 여지마저 뺏어버린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버린 이유가 솔킬을 목적에 두고 있었음은 설명해서야 입만 아프다.

꽈득!

검은 구체의 쿨타임이 돌아오자마자 다시 한 번.

타이머싱거를 잡아 뜯음으로서 솔킬이 확정된다.

곧바로 점멸이라도 써서 도망갔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터렛과 미니언을 믿고 잠시 허비한 시간이 타이머싱거의 발목을 잡는다.

토옥!

토옥!

내가 평타를 두둘기면 앞무빙을 치자 끝장을 볼 요량이라는 걸 뒤늦게나마 파악한 타이머싱거.

비주류 챔피언들이 잡는 킬각들이 으레 그렇듯 죽기 진전까지 눈치를 못 채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썩어도 준치라는 걸까.

원챔충이긴 해도 그랜드 마스터 다운 순간 판단력이다.

어차피 늦었기는 매한가지지만.

파아앙!

타이머싱거가 점멸로 도망간 자리에 제대로 스트라이크!

산다라의 E스킬, 검은 파동에 의해 굴려진 검은 구체가 타이머싱거를 기절시켰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평타와 함께 발화.

그리고 들고 있던 터렛을 친절히 돌려준다.

'이제 필요 없거든.'

검은 구체를 잡아 던질 때와 마찬가지로 당연 데미지가 있다.

구체 투척의 효과에 의해 묻어나는 둔화는 덤이다.

타이머싱거는 스턴이 풀리자마자 부단히 도망가지만 이미 미래는 없다.

Q스킬, 검은 구체의 쿨타임이 돌아오자마자 다시 한 번 잡아뜯는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안 그래도 퍼블의 대명사, 라인전이 강력하기 그지없는 산다라다.

물론 라인전 강하기로는 타이머싱거가 더 악명 높지만 상성.

애초부터 산다라는 타이머싱거에게 질 수가 없다.

그런데다 산다라를 플레이하는 사람이 나다.

이견이 붙을 수 있을까.

풀리츠크랭커[0/0/1]-오 솔킬땄네ㅋㅋ 좀 하긴 하나벼?

탈리반 3세[0/0/1]-저거 역갱날까봐 갱킹은 가기 싫었는데 알아서 잘 푸시네ㄷㄷ

초가트[0/0/0]-앙 개꿀띠! 버스타야지.

내가 솔킬을 따고 귀환을 하는 사이 아군도 그새 성과를 냈다.

어시스턴트가 증명하듯 봇라인에서 킬이 하나 나왔다.

어떻게 보면 팀운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게 또 그렇지가 않다.

'괜히 미드가 캐리라인이 아니라니까.'

이렇듯 미드 주도권을 잡아버리면 적 정글은 돌아다니기가 힘들어진다.

방금도 내가 타이머싱거를 솔킬내자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미니언 웨이브를 받아 먹어야 했다.

아군 정글러 탈리반 3세는 적 정글의 위치가 파악되자 과감히 봇라인 갱킹을 실행했다.

이번 판의 스노우볼은 상당히 빠르게 굴러가고 있다.

'타이머싱거로 라인전까지 지면 미래가 없을 텐데 말이지.'

더욱이 퍼블은 먹은 나는 솔킬 잘 따기로 유명한 산다라.

퍼블의 골드와 경험치 차이는 다음 킬을 거진 확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솔직히 타이머싱거의 입장에서야 억울하기 짝이 없을 터다.

어쩌면 이 판 끝나고 게임사에 버그 아니냐 문의할 지도 모른다.

설치한 터렛을 잡아던지다니 이게 가당키나 한 소린가.

하지만 실제로 버그도 아닌데다 게임사가 고쳐주지도 않겠지만 어쨌건.

이번 판의 승리는 꽤나 쉽게 가져갈 수 있어 보인다.

파아앙!

6레벨을 찍고 발화가 돌아오자마자 실행한다.

긴 사거리를 가진 검은 파동으로 대상을 확실하게 노린다.

두 번의 시도끝에 아슬아슬 끄트머리에 닿은 구체가 타이머싱거를 기절시키는 순간, 죽음이 확정됐다.

파바바바박!

미리 만들어 놓은 두 개의 구체.

산다라의 주위를 떠도는 세 개가 더해져 총 다섯 개의 구체가 쏘아져 나가 타이머싱거의 체력을 뜯어낸다.

이대로 한 번 더 잡아 뜯음과 동시에 들고 있던 터렛을 돌려주면 1킬이 완성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이라는 위명치고 상당히 시시하게 흘러가는 라인전.

조금 너무한 수준의 상성을 이용하긴 했다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

'다음부턴 꼭 산다라 밴하고, 점수는 고맙게 받을게.'

로우리스크, 하이리턴.

점수가 높은 상대를 잡아버리면 얻을 수 있는 역배당은 어마어마하다.

아직 승리가 확정된 건 아니라지만 결과부터 따져볼까.

이 정도 점수차이면 동수준의 게임을 한 것보다 최소 2배 이상의 보상이다.

나에게 있어선 빠르게 치고 나갈 발돋움판.

그랜드 마스터 최상위권 유저들에게 적신호가 울린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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