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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44화 (24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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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카운트다운

군인 아저씨도 일어나지 않았을 이른 아침.

잉벤에 하나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어제 누가 올마스터 역배당 드립쳤잖아.

부정은 안 했지만 정도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이래서 올마스터, 올마스터 하는 건가.

└말은 똑띠 해야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정말? 그럼 올마스터한테 지는 사람들은 점수 얼마나 잃는 거야?

└내가 카더라 통신 듣기로 최상위권 유저가 올마스터한테 이기면 8점 얻고, 지면 20점 안팎으로 잃는다더라ㅋㅋㅋㅋ

두 배 내지 세 배의 차이.

역으로 올마스터는 최상위권 유저들에게 이기면 그에 반비례한 점수를 잃거나 얻는다.

이렇게 남는 장사가 또 있을까.

물론 점수대가 올라갈수록 그 폭은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아직이다.

박차가 가해진 상승속도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동네 꼬꼬마들에게 딱지를 강탈하듯, 그랜드 마스터 유저들을 희롱하며 올라가는 올마스터.

한국에선 완전 새벽시간대인지라 아직 화제글까지는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태양이 뜨고 해가 중천에 오르기 전에 난리가 나리라.

그도 그럴 게 올마스터의 점수는 벌써 900점을 돌파.

네 자리수가 되는 1천 점의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

.

.

* * *

째액째액!

창문 너머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제는 너무 늦게 잠에 들었다.

이유야 뭐 다른 게 있을까.

꼭두새벽에 진행한 광란의 솔랭, 그 여파다.

목적하는 바를 달성할 수는 있었지만 완전히 나가 떨어져버렸다.

'별거 아닌 거 같으면서도 집착이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란 말이지.'

세 자리 수와 네 자리의 수 차이.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매달리게 된다.

딱히 자랑할 상대가 있는 게 아님에도 무언가 보람이 느껴진 달까.

쉬운 여정은 아니었지만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 1천 점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자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나 새벽을 새워버린 탓에 엄청 피로했다.

마우스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지경까지 됐지만 그럼에도 해냈다.

그렇게 달성해내자 노곤하게 몰아오는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르르 잠에 빠졌다.

'해가 벌써 중천을 지나버렸네.'

아침 해가 뜨고 나서야 잠에 든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

조금 나은 점이 있다면 밤을 새는 둥 무리를 해도 몸이 가볍다.

정말 얼마 전만 해도 하룻밤 샌 것만으로도 삭신이 쑤시곤 했는데, 젊은 몸이라는 게 이렇게나 좋다.

'그래도 썩 제 컨디션까진 아니지만 나쁘진 않네. 덕분이려나.'

허기진 새벽 솔랭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원천.

못난이 주먹밥은 나름 도움이 되었다.

컵라면이라도 하나 먹고 잤다면 일어난 다음 상태가 말이 아니었을 테니까.

'얼굴이 완전 부었겠지. 그러고 보면 녀석도 가끔은 예쁜 짓을 한단 말이야….'

그냥 밥에 소금간 정도해서 뭉친 주먹밥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나름대로 정성이 돋보였다.

안에 들어간 재료야 직접한 건 아닐 테고 반찬가게에서 샀을 테지만 꽤나 그럴 듯 했다.

마늘멸치볶음, 소금기를 꾸욱 짠 무장아찌, 마지막으로 흔하디 흔하지만 그래서 더 맛있는 스팸까지.

영양배분까지 꽤나 신경을 써서 만든 듯 했다.

'이럴 녀석이 아닌데, 혹시 머리를 세차게 부딪힌 건 아니겠지?'

걱정이 돼서라도 한 번 물어봐야겠다.

그래도 일단 지금 중요한 건 정신부터 차리는 것.

어젯밤 빠듯이 달린 덕에 정상까지 꽤나 가까워진 건 사실이지만 이제부터다.

'최상위권에 들고 1위를 노린다.'

1위라는 자리가 가벼워서야 곤란한다.

그러한 가벼운 자리를 목표로 할만큼 내 엉덩이는 경박하지 않으니까.

목표가 고될 수록 달성했을 때의 쾌감이 짙은 법이다.

목표를 되새기며 마음을 고양시킨다.

딱히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 잠을 깨기 위해.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한 번 솔로랭크를 달려야 한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사람인 이상 어쩔 수가 없다.

막 깨어난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건 전인류 공통사항이니 말이다.

그렇게 혼자 잡생각을 하며 5분만, 5분만 하고 있을 때 잠을 확 깨워버리는 이상현상.

불현듯 문 바깥쪽에서 들려서는 안될 소리가 들려왔다.

달카닥!

아닌 밤중에 홍두깨, 아니 한낮에 도둑이라도 든 건가.

순간 고개를 돌리기가 무서워졌지만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생각.

용기를 내어 두 눈 똑똑히 확인했다.

내 방에 침입한 녀석은 우락부락한 도둑 아저씨.

는 커녕 예쁘장한, 하지만 성격은 드러울 것 같은 말괄량이 아가씨였다.

"여기.. 내 방 아니냐?"

"마스터키가 있는데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 같더라고, 아니야?"

예은이 최근 밥순이화가 돼면서 내 방에서 빈둥빈둥 하고 있지만 저래 봬도 나름 착실한 편이다.

적어도 직원으로서는 꽤나 평판이 좋다고 루시에게서 얼핏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의 방 문을 마음댁로 따고 들어오는 건 아니지.

정말 이 녀석이 아니라면 할 수 없을 대단한 자기합리화다.

그래도 언제 한 번 저지를 것 같았기에 충격적일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영 걱정이 되기 마련.

'아무데서나 이러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언제 한 번 혼쭐을 내줘야 하긴 할 텐데.

아니꼬운 눈초리로 쳐다보던 나는 의외의, 아니 당연하다면 당연할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했다.

자고 일어나서 눈꼽 낀 눈으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나쁘지 않은 느낌으로 눈호강이다.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대충 입고 다니는 예은이다.

지금 입고 있는 정갈한 느낌의 호텔 유니폼은 꽤나 잘 어울리는 편.

옷걸이가 괜찮은 만큼 어지간한 옷은 다 소화할 거라 보지만 본인이 지양하니 볼 일이 거의 없다.

"눈깔을 확, 뽑아줘?"

내 시선에 심기가 상하신 걸까.

지가 내 방에 무단침입하고 할 소리가 아님에도 당당하다.

불편한 어투로 내뱉으며 뚜벅뚜벅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아니, 왜 흉폭하게시리 돌진하시고 난리신지.

그 의도가 무서워 목구멍에 올라오기 직전, 예은의 발걸음이 닿는 게 빨랐다.

"엎드려 누워봐."

목소리를 낮게 깔은 예은이 속삭이듯 말해온다.

경황이 없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됐지만 허리춤에 닿는 예은의 손끝.

나는 거부하지 못하고 하라는 대로 엎드려 누웠다.

그 순간.

"으아아아아악!"

"근육이 뭉쳤네. 가만히 좀 있어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찾아오는 격통은 안마사의 기량을 의심케 했다.

만약 돈을 주고 받는 서비스였다면 당장에 클레임을 걸었겠지.

하지만 이 안마사는 유료도 아니거니와 제멋대로다.

내가 반항을 하자 더욱 더 거세게 눌러댄다.

"거기, 거기, 거기는 누르면 안돼....!"

"여기? 여기??"

아프다니까 더욱 집요하게 노린다.

청개구리를 통째로 삶아먹은, 하지 말라면 더 하는 녀석이라는 걸 까먹고 말한 내 실수다.

그래도 아픔 속에서 느껴지는 희열이랄까, 그럭저럭 시원한 기분도 들었다.

막무가내로 일을 벌이긴 하지만 요령이 없는 녀석은 아니니 그럴 만도 하지만.

어차피 그만하라고 해도 지 멋대로 계속할 터.

나는 잠도 깰 겸 몸을 맡겼다.

그렇게 가는 손끝에서 가해지는 압력의 고통이 덜해질 즈음, 나는 예의상 감사의 의사를 표했다.

"어제 주먹밥 잘 먹었다. 그런데 네가 웬일로?"

"...비실비실 말라갖고 한 대 툭친 걸로 보험금 나가면 내가 곤란하니까."

마지못하다는 듯 내뱉지만 예은의 입장에선 나름 신경써줬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더 이야기를 나눠보니 무언가 알고 있는 모양.

캐듯이 물어보진 않았지만 느낌이라는 게 있다.

그 느낌이 틀리지 않았던 듯, 지옥의 안마를 마친 예은이 내 등을 찰싹 때리며 던지듯 말해왔다.

"라면만 먹으면 몸버려 짜샤, 하루종일 겜만 해대는 겜돌이주제에."

뭘 해줘도 곱게 하는 법을 모른다.

매서운 말끝은 정붙이기가 어렵다.

정말 어디가서 오해사기 딱 좋은 타입.

그래도 나쁜 녀석이 아닌 건 사실이다.

'이제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지.'

그리고 오늘 스케줄이 차있는 것 또한 사실.

미안하지만 어울려줄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

나는 몸을 일으키며 예은을 향해 말했다.

"그 겜돌이는 오늘도 겜하셔야 하는데, 잘 거면 침대 비켜줄까?"

"하? 나도 바쁜 몸이거든? 어쩌다 휴식 좀 취한 거 가지고 착각하고 있네."

날카롭게 쏘아붙인 말과 행동은 정 반대로.

내가 일어나마자 냅다 침대를 차지해버린다.

그러고서 한 2초 정도 눈치를 보다가 그나마 있던 양심이 다 떨어졌는지 디비 눕는다.

창가에서 기분좋게 몸을 뎁혀주는 햇살마저 거부하며 커텐을 확 닫고서 숙면을 취한다.

'어휴, 자고 있을 때 그냥 확!'

유성팬으로 얼굴에 낙서를 그어줘야 하는데.

보복이 두려워 차마 실행한 적은 없다.

언젠가 꼭 들키지 않게 해버려야지.

소소한 복수를 다짐하며 나는 세안등의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컴퓨터를 켰다.

훌륭한 사양을 봐달라는 듯 눈부신 속도로 부팅되는 컴퓨터.

로드 오브 로드에 접속해 들어가자 휘황찬란한 그랜드 마스터의 휘장과 함께, 1천 점이 넘는 점수가 나를 반긴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그랜드 마스터 랭킹창에 들어가자 나는 47위.

그리고 현 1위인 주전파는 1307점.

2위인 도차는 1293점이다.

불과 300점 정도의 차이라지만 얼마만큼 험한 길인지 잘 알고 있다.

새벽에 꽤나 격차를 좁혔다고 해도 남은 길이 고되다는 사실 또한 모를 리 없다.

이제 남은 시간은 5일이다.

5일 안에 승부를 내려면 방법은 두 가지.

'꼭 내가 올라갈 필요만은 없겠지.'

발상의 전환이다.

비단 내가 올라가는 것만이 방법일 리 없다.

반대로, 반대로 생각해보자

'1위와 2위를 잡는다.'

그랜드 마스터 최상위권의 점수는 1점, 1점 소중하다.

언제 한 번 들은 바가 있지만 솔로랭크 1위는 이겨도 10점 이상 오르는 경우가 없다고.

반대로 지면 20점이상 떨어질 때도 있으니 단 한 번의 패배가 치명적일 수 있다.

이 말인즉.

'상위권인 내가 주전파를 잡으면 도차가 1위, 반대로 도차를 잡으면 주전파가 1위가 된다.'

역사적으로 제 3세력은 티격태격 비슷한 성세를 이루는 두 집단 사이에서 힘을 옮겨가며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던가.

여기서 나는 한 술 더 떠 격차를 좁힌다.

그렇게 차근차근 나아가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확 잡아먹어버린다.

그러한 목표.

결코 만만치 않음을 물론 알고 있지만.

'무작정 올라가는 것보다야 훨씬 쉬운 길이지.'

해볼 만하다는 사실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밑준비없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주전파와 도차가 NPC도 아니고 24시간 로드 오브 로드에서 대기하는 건 아니니까.

적절한 시간대를 노려 끼어들어야 한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7시부터가 피크타임이라..'

로스앤젤레스 시간으로는 오후 두 시.

공교롭게도 현재 시각은 오후 한 시다.

이제 곧, 이제 곧이다.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에 들었으니 5픽으로 충분 잡힐 만 한데.'

그래도 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여야 하는 것도 사실.

아침 식사를 거르고라도, 혹은 라면을 우겨넣고 두 판정도 달려 놓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예은이 들고온 듯한 종이백이 하나 보인다.

'주던지 욕하던지 하나만 하라고.'

그 안에 들은 것은 밀폐용기에 들은 못난이 주먹밥.

어젯밤에도 먹었지만 확실히 이만큼 먹기 쉽고, 영양가 괜찮은 끼닛거리가 없다.

타이밍도 타이밍인지라 고마움은 감출 수 없다.

'커피도 타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야.'

노곤하게 잠들고 있는 예은에게 슬며시 주는 핀잔.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꼴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솔직히 요구할 만하다.

지금까지 당한 게 있으니 말이다.

고마움과 애틋함이 반반일까.

어느 쪽도 나쁘지 않은 감정이지만 어쨌던 내가 할 일은 어제도 그렇고 변하지 않는다.

그러한 일에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을 준 예은이 기특하게 느껴진다.

쿠웅!

한국이 낮 시간라 그럴까, 어제와 달리 상당히 빠르게 잡히는 큐.

내가 직접 커피를 끓여 오는 5분 남짓한 시간에 정확히 잡혔다.

나는 향긋한 김이 올라오는 커피를 한 모금 넘기며 수락을 눌렀다.

픽창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어제 몇 번씩이나 본 익숙한 아이디.

하도 점수를 약탈당한 탓에 나를 보면 역정을 낼지도 모를 페이스힐러였다.

'픽 순위가 바껴버렸구만.'

내가 4픽, 페이스힐러가 5픽.

고작 5점도 안되는 점수차이지만 앞질러버렸다.

혹시 녀석도 잠들었다가 지금 막 일어난 걸까.

나는 꿀잠을 잤지만 페이스힐러는 그러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측은한 감정이 든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겨줄 테니 퉁 치자고?'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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