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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54화 (25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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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윈터시즌

어찌저찌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개인실에 도착한 나에겐 아직 일이 남아있었다.

여행용 가방에 가득 쌓인 개인짐.

나는 짐을 풀며 오늘 있었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골똘히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먼저 오늘 있었던 일들.

CLC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마주하게 된 두 사람 데이비드 리와 프릭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다.

사실 따지고 보자면 프릭은 거의 한 게 없고 거진 리에게서 설명을 듣긴 했지만 어쨌거나, 이곳 시설들의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미리 들었던 대로 6층은 각 팀원들, 혹은 코치진들의 개인실.

그리고 7층은 팀단위의 연습실을 비롯해 취식실과 운동시설등의 여가공간이 존재했다.

내가 연습생으로 있던 씨불얼과는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사뭇 다른 모습이 감동이었다.

'숙소라기보단 후생복지 좋은 회사느낌이었지.'

한국에서야 흔치 않지만 들어는 봤다.

나노소프트가 고골이 회사 내부에 편의시설을 두루두루 차려놨다며 어쩌고저쩌고.

그만큼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기껏해야 탕비실 정도 있는 한국회사와는 비교를 불허했다.

그렇게 몇 시간 정도 숙소를 포함해 이 근처에서 많이 가는 편의시설들을 잡담을 나누며 돌아다녔다.

원래라면 당연 파티라도 해줘야겠지만 미안하다고.

하고 싶어도 사람이 둘밖에 없단다.

핫숏에게서 들은 부분에서 조금 더 나아갔다.

핫숏과 트리플리프트를 포함한 1군 선수들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휴가를 받은 듯했다.

CLC자체가 공식적으로 휴업이라고.

받은 휴가의 날짜 차이야 있지만은 향후 며칠 정도는 썰렁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날이 아니었던 모양.

파티 대신이라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그걸로 쫑.

자기들 욕심으로 붙들고 있기도 뭐하니 첫날인만큼 몸이나 풀고 있으랜다.

어차피 지겹도록 봐야 할 사이니 말이다.

라고 내뱉은 프릭은 리한테 한 대 맞고 끌려갔다.

'프릭이 정글, 리가 서포터라.'

프릭과 데이비드 리.

주고 받는 느낌이 재밌는 한 쌍이었다.

혹시 봇듀오가 아닐까 지레 짐작을 해봤지만 아니었다.

자유분방하고 살짝 철딱서니 없는 성격이 딱 원딜러 격이었는데.

생각해보면 그 핫숏도 정글러고 CLC의 정글러들은 대대로 이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리쪽은 책임감이 강해보이니 서포터 혹은 탑라이너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얼추 맞았다.

여기까지 오늘 있었던 일.

이제 남은 것은 앞으로 해내가야 할 일이다.

'생각보다 바빠질 거 같지?'

7층에 도착해 확인하자마자 마음먹었다.

하려고는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할만한 시설이 없어서 기타등등의 이유로 포기하고 있던 몸관리.

아무래도 주활동지가 미국이 된만큼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건강목적이 아니더라도 미국 생활에선 필요한 부분이라 들은 바가 있다.

결정적으로.

'게임만 잘하는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하지 않으니까.'

이래 봬도 한국에서는 꾸준히 신경써왔다.

딱히 화장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체력적으로 말이다.

프로게이머들이 가지고 있는 빼빼 마른 겜돌이라는 이미지.

조금 속물적이지만 게임 잘하면서 외모까지 받쳐주면 어디가서 좀 먹혀주지 않겠는가.

운 좋으면 CF같은 것도 찍을 수 있겠고.

알고 있음에도 상당히 바쁘다보니 잊고 있었던 게 사실인데 다행이었다.

주위환경 타령일수도 있지만 확실히 시설이 좋으면 계기가 되기 마련이다.

그동안 해온 밑바탕이 있는만큼 몸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으리라.

더욱이 한동안은 팀원들의 휴가때문에라도 한가할 테니.

똑같이 쉬면서 천천히 익숙해지는 편이 좋을 거라고 리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나쁠 건 없는 소리지만 윈터시즌이 곧인데 그래도 될까.

싶으면서도 단체 생활인만큼 이럴 땐 따라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자기합리화를 하며 쉬기로 했다.

신경쓰이는 정보에 대해 생각도 하면서.

'한 명 더 신입이 온다라..?'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곧 다른 신입이 올 것 같다는 프릭의 이야기.

리도 아니고 프릭의 이야기인만큼 신뢰도가 영 떨어지긴 하다.

포나틱과 비슷하게 CLC 또한 로드 오브 로드의 출시와 함께 해오고 있는 역사깊은 명문이니 말이다.

기존 선수들이 자리를 박고 있는 CLC에서 선수 영입이 잦을 리가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부정하기 힘들다.

단 한 명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로크도그..!'

리와 프릭에게 물어보니 로크도그에 대해 아는 바가 딱히 없었다.

혹시 내 영입으로 로크도그의 영입은 취소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생각의 방향이 달랐던 걸지도 모르겠다.

'둘.. 다 라거나 하는 쪽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

어쩌면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기대해봄직 하다.

그가 온다면 확실히 이번 롤챔스의 우승.

보다 쉬워짐이 확실하다.

.

.

.

* * *

한 번의 쇠퇴기를 거쳐 낡고 낡아진 남태평양의 섬나라.

이곳 필리핀에 여행온 이들에게 두 가지 축복이 있다면 하나는 환경이다.

남태평양의 축복과도 같은 따사로운 자연햇살.

그리고 에메랄드 빛 바다가 여행객들을 반겨준다.

"크흐~! 가끔은 이런 아무 것도 없는 외지가 좋단 말이야."

과장없이 주위가 온통 푸른 물.

바다 한 가운데 떠있는 낡은 배 한 척의 난간에서 배우는 주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경이다.

내뱉는 말의 9할은 헛소리인 남자임에도 동석하는 이는 긍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핫숏. 오길 잘 했다는 느낌이긴 한데…. 너 너무 책임감 없지 않아?"

주위의 풍경에 심취했던 남자는 핫숏디디.

대답하는 남자는 트리플리프트였다.

남자끼리 아무런 계획없이 온 여행이건만 흥취가 없다면 거짓말이리라.

이곳 필리핀의 보라카이는 한 번쯤 오는 정도라면 결코 후회가 남지 않을 좋은 여행지다.

"그거야 둘이 알아서 하겠지? 말도 잘 통할 테고."

"언어적인 부분은 다 해결된 거 아니었어? 혹시 문화적인 부분을 말하나?"

트리플리프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떨떠름하는 얼굴로 핫숏을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게 신입을 두 명이나 초청해놓고 자기는 정작 여행을 가다니.

아무리 롤드컵이 끝나고 휴식기간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 왔다고 해도 말이지.

팀의 주장으로서 이리 무책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말썽을 자주 치는 사람들은 변명도 잘 준비해두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핫숏은 변명의 9단.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준비해두고 있음은 물론이었다.

"오히려 선배들은 없는 편이 낫다고? 특히나 한국사람들은 위계질서에 민감하다고 내가 풀숲위키에서 본 적이 있지."

"그거.. 나때도 써먹지 않았냐?"

중국계 미국인인 트리플리프트는 자신이 CLC에 들어왔을 때를 회상했다.

그 때도 분명 배려라고는 없는 텅텅 빈 느낌.

나중에 물어보니 비슷한 대답을 들었다.

나름대로 신경을 써준 거라 넘어갔지만 핫숏과 생활을 하면 할수록 영 변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방금 전의 대답으로 트리플리프트의 안에선 확신이 섰다.

"솔직히 그땐 변명이었던 거 인정해, 크큭. 조금 바빴거든. 하지만 이번엔 두 명이라고? 게다가 한 쪽이 그 Unknown Error고."

Unknown Error, 그리고 로크도그.

이번에 CLC에서 받기로 한 신입 두 명 모두 한국인이다.

로크도그 쪽은 영주권도 있을 정도로 미국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다지만 그 본질은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핫숏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트리플리프트는 대략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한들 자신의 부모님의 고향, 중국에 대해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는 트리플리프트다.

한국이상으로 자신들 중국인은 위계질서, 그리고 경쟁이 보편화돼 있다.

만약 똑같이 영입된 다른 한 쪽이 특별대우를 받는다면 곤란한 점이 매우매우 많으리라.

그 본인 뿐만 아니라 팀 내적으로도.

"그런데 핫숏 니가 그렇게 생각이 많은 타입이었나?"

평소 핫숏의 행동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일.

트리플리프트의 물음에 핫숏이 어깨를 들썩이며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저 어쩌다 잘 들어맞은 허풍이리라.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린 트리플리프트는 말을 이었다.

적응 관련 이야기는 둘째 치고 진짜 본론에 대해.

"그건 그렇다치고.. Unknown Error가 올마스터라는 건 왜 꼭꼭 숨겨뒀어?"

불과 열흘 전까지 트리플리프트는 그 둘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Unknown Error는 자신이 아닌가하는 루머까지 있었는데.

별 일은 아니라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은근히 상처받는 법이다.

"음.. 라이로가 말하지 않았나?"

"아니, 설마 걔는 알고 있었던 거냐? 난 모르고?"

라이로는 얼마 전까지 2군의 원딜러였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보다 코치쪽에 적성에 맞다며 계기가 생기자 프로를 그만뒀다.

그 계기라 함은 다름아닌 로크도그.

CLC가 원딜러인 로크도그를 영입하면서 굳이 원딜러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이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던듯 라이로는 프로에서 코치로 무난하게 전직해버렸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한 달쯤 전의 일.

그러고 보면 둘이 은근히 쑥덕쑥덕 이야기하는 일이 많았다는 게 트리플리프트는 언뜻 기억이 났다.

자신을 빼놓고 이야기 하다니 조금 괘씸해졌다.

이에 대해서도 핫숏은 나름대로 변명을 준비해뒀다.

"아무래도 대선배인 네가 올마스터에 대해 선입견이라도 생겨버리면 조금 그렇잖아?"

"너..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냐?"

CLC내에서 가장 친한 사람을 뽑자면 당연 핫숏이었다.

트리플리프트 입장에선 실망스러울 수 있는 일.

동시에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이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솔직히 자신이 소심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 맞다.

래딧에서 떠도는 Unknown Error가 트리플리프트 본인 아니냐는 소문이 일었을 때 엄청나게 신경 쓰였던 것도 사실.

더욱이 저격을 해서 지기까지 했으니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도 조금은 맞았다.

"아니, 너 보통 소심한 게 아닌데?"

"소심한 게 아니라 철저하고 계산적인 거다. 말은 똑바로 하시지."

신경 안 쓴다는 척 고개를 돌려 드넓은 바다.

정확히는 곧 도착하게 될 보라카이를 바라보는 트리플리프트를 보며 핫숏은 엷게 미소지었다.

트리플리프트가 조금 꿍한 구석이 있어도 Unknown Error가 자극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니까.

비교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원딜러 트리플리프트.

Unknown Error에게 참패를 당한 이후로 트리플리프트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경쟁상대가 있다는 것은 선수에게 있어서 나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둘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핫숏이 올마스터의 영입을 결정하고 얼마 후에 눈에 띄었던 로크도그.

하도 올마스터 영입에 투자를 많이 한 탓에 고민이 됐지만 긴 고민 끝에 결정했다.

둘 다 받아들이자고.

상상 이상의 상승효과가 있을 거라고 다름아닌 자신의 감이 이야기했다.

조금 근거없는 신뢰이긴 해도 불현듯 느껴지는 직감은 지금껏 자신의 기대를 져버린 일이 그다지 없었다.

그렇기에 방금 전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예감.

이번 것도 분명 맞으리라는 확신이 섰다.

"이 아름다운 바다의 싱싱한 해산물들! 내 감에 의하면 이곳 음식은 향긋하게 맛있을 것 같아."

"야 너…. 필리핀 음식 안 먹어봤구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필리핀의 맥날이라 할 수 있는 졸리비에서 햄버거 하나 꼬나물고 보라카이를 향했다.

그렇기에 핫숏은 아직 필리핀 음식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특히나 여행지에서의 음식들.

그 좋은 재료들로 얼마나 기대 이하의 음식들이 탄생하는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임은 맞았다.

"여기 조리 수준이…. 됐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먹어보면 알 거다."

"백문이 뭐라고? 가끔 어려운 말하는 것 보면 너도 은근히 유식하단 말이야."

적어도 너보다는.

턱밑까지 올라온 말을 꾹꾹 담으며 트리플리프트는 기대했다.

보라카에서의 첫 식사.

아주 맛있어만 보이는 해산물들로 잔뜩 시켜주겠다고.

그래도 측은한 마음에 친구로서 마지막 호의를 베풀기로 했다.

"참고로 난 고기요리만 잔뜩 시킬 거다."

"하하, 날 낚으려 드는 거라면 멀었어 이 친구야. 안 속는다고?"

현지의 사정따위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모르는 일이다.

이곳 필리핀 여행지의 음식들.

드넓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주는 선물이고 나발이고 해산물들이 드럽게 맛없다는 사실을.

그 이유가 해산물 퀄리티 때문이 아닌 조리미숙이라고는 해도 결과가 그러하니 어쩔 수가 없다.

'그래…. 때로는 본연의 맛 그대로 즐기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법이야.'

어설픈 조리는 없으니만 못하다.

이곳 필리핀 여행지 해산물들이 증명하는 바처럼 로크도그와 Unknown Error 또한 그럴 수 있으리란 생각.

트리플리프트는 다 신경 끄고, 옆에서 바보같이 떠드는 핫숏 또한 신경 끄고 간만의 바캉스를 마음껏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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