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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윈터시즌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 통칭 롤갤에서는 이변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롤갤의 간판스타라고 할 수 있던 도씨 삼형제에게 큰 일이 생기고 말았으니까.
도씨 삼형제의 맏이라고 할 수 있는 도차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게임을 접었다는 뜻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랭킹에서도, CP.GG에서도 계정이 검색이 되지 않는다.
[도차 계정삭제 건 총정리.JPG]
1.롤갤 최고의 고수이자 솔로랭크 1위를 밥먹듯이 하던 도차가 계정을 삭제함.
2.부캐를 키우는 건지 아니면 게임을 접은 건지 아무도 모름.
3.소문으로는 대리제재 받을까봐 자진 삭제하고 잠적했다고 함.
//응 이번에 3위했어.
//그 전에 멍청아.
//결과가 말해주네 ㅉㅉ
//그래서 정지를 먹는 겨, 안 먹는 겨?
시즌2가 종료되고 프리시즌의 패치내역이 올라옴과 동시에 올라온 공지 하나.
로드 오브 로드를 만든 게임사에서 대리유저에 대한 제재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저 도의적인 부분으로만 넘어갔던 대리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솔직히 유저들은 실망했다.
이 대리라는 것은 본인이 밝히고 다니지 않고서야 잡기가 힘드니 말이다.
하지만 단 하나, 사이다가 예상되는 건 대리계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도차.
도차라면 반드시 제재를 먹지 않을까.
그리고 도차가 영구정지를 당한다면 따라서 대리게임을 조장하던 인간들에게도 여파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도차가 아예 잠적을 해버렸다.
꽁무니도 보이지 않는다.
잉벤에서는 어떻게든 찾아서, 탈퇴를 했더라도 재가입 불가를 먹여야 한다는 둥.
이야기가 불거졌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힘들었다.
[도차 이 색히 머리 굴리네ㅋㅋㅋ]
게임사가 제재를 싸그리 못 때리는 이유가 멋모르고 한 사람들 때문이거든?
파프리카BJ들 중에 시청자 아이디로 겜한 BJ들 엄청 많잖아?
친구들끼리 아이디 공유해서 쓰는 사람들도 제법 되고.
그래서 공지 이후로 걸린 사람만 제재 한다는 항목 보고 잠수탔나 보네.
악당도 머리 나쁘면 못한다고 기가 막힌다야.
//근데 그럴 거면 삭제까지 해야 해?
//혹시 막 프로 지망하려고 이미지 세탁하려는 건 아닐까?ㅋㅋ
//진짜 그렇게 되면 대박소름;; 아이디를 막 차도로 바꾼다 거나..
//차도라니, 그거 완전 점찍고 나타나는 막장드라마급 아니냐? 상상력 겁나 빈약하네ㅋㅋㅋㅋ
대리게임이란 행위는 상식적인 유저라면 누구나 싫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본진은 본진.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가 도차가 자주 활동했던 커뮤니티였기에 조금은 호의적이다.
그렇다고 좋게 생각하는 사람만 있다는 건 아니라지만 혹독하게 까이는 일은 잘 없다.
그런 롤갤에서조차 도차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믿어도 될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지인들에게조차 연락이 없다고.
완전히 오리무종이다.
더군다나 도씨 삼형제에게 일어난 이변은 끝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도진기입니다.]
도씨 삼형제라 불리며 철없는 짓을 행해왔던 도진기 본인 맞습니다ㅎㅎ
하지만 언제까지나 앉은 자리에 머물러서야 사람은 성장하지 않는 법이겠죠.
과거의 죄를 뉘우치며 새로운 도전을 향해 발돋음하려 합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정식으로 프로를 지향할 것이며, 그 시작으로 이번 윈터시즌의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과거의 짓궂은 장난 웃으면서 용서해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LCL에서의 활약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갤러님들^^
//???? 님 상한 계란이라도 잘못 먹음?
//사과하는 건 좋은데 왜 버르장머리없게 존댓말 쓰냐?
//아 ㅁㅊ 점심에 먹은 거 올라오려 하네..
//컨셉이냐, 진짜냐? 어느 쪽이든 간에 일단 병원가봐라. 정말 걱정돼서 하는 소리다.
맏이에 이어 셋째까지.
셋째인 도진기는 잠수가 아니라 대놓고 프로지향의 목적을 밝혔다.
도씨 삼형제 중에서 그나마 이미지가 나은 도진기이기에 아주 큰 이슈까지는 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업보가 없지 않으니까.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이다.
도씨 삼형제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건 도슈.
도슈만은 제정신이었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여전하다는 표현이 맞지만 적어도 한 명만은 바뀌지 않았으니 무언가 다행스럽다는 느낌.
종종 올리곤 하는 글의 레파토리도 똑같았다.
[오늘 급식 비빔밥 나옴ㅅㅂ]
원래 비빔밥 나오는 날이면 계란이랑 밥이랑 김치만 먹는데 비벼져서 나오더라.
이게 말이 됨? 됨? 됨? 됨? 됨?
//돼. 멍청아.
//이상하긴 한데ㅋㅋㅋ 니가 편식을 안 하면 되잖아ㅋㅋ
도슈//즐~ 내가 딴 건 다 먹는데 비빔밥은 때려죽어도 안 먹음ㅅㄱ
.
.
.
* * *
CLC 숙소에 오고 사흘이 지난 금요일.
지난 생활이라고 해봤자 적당히 놀고 적당히 쉬고.
노닥노닥 거렸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예 감을 잃어서야 곤란하니 게임도 병행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즐거웠던 휴식도 슬슬 끝이 났다.
드디어 연습다운 연습을 할 시간이 도래했다.
마침내 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물론 모두 모인 건 아니고 한 명 더 온다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빈 자리를 잠시 채워줄 수 있는 이가 존재했다.
그런데 나를 어디선가 본 듯한 눈치.
"오랜만입니다."
"예..? 저희 어디서 만난 적 있었던 가요?"
CLC의 코치진 중 한 명이라 자신을 소개해온 라이로.
리와 프릭과의 대화에서 얼핏 들었던 이름이지만 당연히 나는 모르는 사람이다
하다 못해 인터넷에서라도 봤으면 모르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런 사람이 나를 알다니?
혹여나 핫숏이 자신의 일을 전담해놨다 거나?
"아뇨,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저희 한 번 게임 한 적 있잖아요?"
"저희..가요?"
언뜻, 아니 대놓고 이해되지 않는다.
혹시 Unknown Error로 게임을 했을 때 솔로랭크상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거나?
아니면 나를 다른 누군가로 착각을 했다거나?
하지만 어느 쪽도 아니었다.
라이로가 조그맣게 속삭여서 이야기 해오자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정말 말해주지 않았다면 떠올리지도 못할 뻔했다.
"그러니까.. 그때?"
"네, 그때요 그때."
살며시 귀뜸을 해주자 떠오르는 기억.
확실히 한 번 손속을 나눴다.
그러고 보면 그때는 조금 심한 짓을 했던 것 같은데.
너무 대놓고 원딜만 노렸던 기억이 있다.
"둘 다 무슨 얘기야? 서로 만난 적 있어? 있으면 이야기 좀 풀어보라고, 시원하게~!"
"하하, 안 그래도 말해줄 생각이었다고. 너 좀 놀려 먹은 후에지만."
대화의 흐름이 어지간히 미적지근 답답했던 모양.
프릭이 나와 라이로의 사이에 끼어들어 팔을 휘저었다.
뭐, 이제 와서 비밀로 할 것도 아니거니와 애초에 숨길 생각도 없었지만.
"그러니까.. 그때 한국팀과 친선전했었을 때 그?"
"맞아 그때의 올마스터야."
이전에 인간조아라의 주최로 CLC와 스크림을 잡았을 때.
핫숏을 제외하면 CLC의 2군으로 구성된 팀과 스크림경기를 굴렀다.
그리고 현재 내 주위에 모여 있는 2군의 멤버들.
더욱이 라이로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들어보니 코치로 전직했다지만 당시엔 원딜러였다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원딜러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아무래도 탤런이 원딜암살에 최적화돼 있다보니. 본의 아니게 원딜러만 노리게 됐네요."
"그때는 정말 키보드 하나 새로 살 뻔 했다구요? 아주 비싼 키보든데 말이죠, 크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이라는 옛날 말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옛날 말이다.
게임에서 빡친 게 현실에서 새어나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특히나 로드 오브 로드란 게임은 인성이 나오는 부분이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별 감정은 담아두지 않은 모양.
꽤나 오래된 일이니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약간의 소란.
큰 소동으로 번질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올마스터라는 넉자가 알아주는 곳은 한국이지 미국이 아니니까.
오히려 한 번 만난 사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러면 연습은 오히려 편하겠지? 서로의 스타일을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을 테니까 말이야."
본래라면 연습게임을 진행하기 애매했다.
그도 그럴 게 아직 원딜러가 없었으니까.
원딜러인 라이로가 코치로 전직한데다 새로운 원딜러는 아직 짐도 풀지 않았단다.
그렇다고 마냥 놀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잠시동안 연습에 어울려주겠다며, 그 본인이 이야기를 꺼내왔다.
"그냥 좀 더 쉬면 안돼?"
"쉴 거면 주말에 쉬라고. 바로 내일이잖아?"
프릭과 라이로의 대화는 한국에 살고 있던 나로선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스케줄은 받아놓긴 했지만 과연 지키질지 의문이었으니까.
까놓고 말해 게임단 입장에선 프로게이머는 굴려야 한다.
'야간수당같은 것도 딱히 없고.'
시간당 근무가 아닌 연봉이라는 개념.
법적으로는 어떻게 적용될지는 몰라도 현장이 그러하다.
내가 연습생으로 있던 씨불얼만도 해도 그러했으니.
조금이라도 더 짜내서 성적을 내게 만든다.
하지만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짜낸다고 실력이 오를까.
오른다.
기계는 아니지만 사람도 나름대로 합리적인 동물이다.
굴리면 굴리는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효율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만큼 프로게이머 생활에 적응 못하고 리타이어하는 선수들도 생기지만은.
모두가 다 그렇게 하니까 나도 해야지.
군대같은 마인드로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대부분이 수긍해버린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갈수록 한국과 다른 나라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오히려 벌려지게 된 건.
딱히 체계화된 연습이나 게임분석이라던지 같은 게 아니라 단순히 연습시간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연습을 좀 더 합시다! 할 수도 없는 노릇.
어떻게 해결방법이 있을지는 몰라도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이곳 생활과 연습방식에 적응하는 게 급선무다.
"평소엔 스크림을 위주로 하지만.. 여기선 일단 가볍게 손발부터 맞춰볼까?"
주장 대리이자 CLC의 코치인 라이로의 주관으로 팀랭크가 시작됐다.
나도 이전에 LCL에서 팀의 손발을 맞추기 위해 팀랭크를 했던 만큼 보편적인 시발점이다.
다만, 그때와는 달리 맨땅에 헤딩부터 하진 않았지만.
"우리 CLC 전용의 팀랭크 계정이 몇 개 있어. 전략노출이라는 문제 때문이지."
전략노출, 그리고 선수의 성향.
솔로랭크에서도 티가 날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팀랭크에선 더욱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그러한 부분이 경쟁팀에게 분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대처라고.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이 바닥이 좁은지라 알게되지만서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면서 나에게도 연습용 계정을 알려줬다.
아무래도 확실히 필요한 부분이 맞다.
'프로팀이 대놓고 팀랭을 돌리면 동물원 호랑이 꼴이 나니까 말이야.'
경쟁팀도 경쟁팀이지만 관전이 엄청나게 붙을 수밖에.
어쩌면 토이치TV등으로 실시간 관전방송이 열릴 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나 CLC는 초유명팀이니까.
아무리 2군이라고는 해도 나름대로 팬층이 두터울 터다.
'이전의 미드라이너와 같이 돌리던 팀랭크인가. 점수대는 연습하기에 괜찮은 구간이네.'
CP.GG를 통해 확인해보니 대략 마스터 상위권의 점수대.
이 계정이 속한 다른 팀랭크를 보니 그랜드 마스터 점수대인 것도 있었다.
바로 높은 점수대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보단 이 정도가 적절하리라는 판단이었겠지.
손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순서에 맞다.
"에러갓, 아니 시현은 아마추어 대회 준우승 출신이라고 했지?"
"뭐 일단은."
지금까지의 철딱서니 없는 이미지와 달리 조금은 진중해진듯한 프릭의 어조.
내 경력 이야기를 꺼내오는 것 보면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했다.
"알고 있겠지만 아마추어랑 프로무대는 다르다고?"
다 알고 있는 이야기고, 모를 수 없는 이야기지만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맞다.
프릭의 입장에선 그걸 말로 풀어 설명을 하고 싶은 모양.
그런데 생각대로 잘 안되는 모양이다.
"으으음... 나도 첨 들어왔을 때 선배가 해준 내용이 있었는데.. 일단 게임부터 들어가자!"
"아, 그러셔?"
영어라는 게 원래 존댓말 구분이 적다고는 해도 느낌이라는 게 있다.
며칠 안되는 CLC에서의 생활동안 프릭과는 이미 말을 텄다.
그렇기에 신경을 써주는 걸지도 모르겠지만은 영 도움이 안되는 게 사실.
내가 보기에 이 녀석은 완전 감으로 게임을 하는 스타일이다.
손발을 맞추는 과정이 여간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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