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58화 (25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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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윈터시즌

현재 팀랭크를 돌리게 된 멤버는 대략 이러하다.

미드가 나.

정글이 프릭

원딜러가 라이로.

서포터가 데이비드 리

마지막으로 탑이 헤일커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으로 보자면 헤일커드는 딱히 문제가 없어보인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별달리 두드러지는 부분이 없는 천상 탑솔러.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그만큼이나 팀빨을 엄청나게 받는다는 소리니까.

이렇게 되면 승부는 아랫 라인에서 결정된다.

'봇듀오는 그럭저럭. 좋지는 않은데.'

마스터 상위권대의 팀랭크라고는 해도 아군은 전원이 프로다.

즉, 게임은 일방적으로 유린해야 정상.

탑이야 플레이 스타일이 파밍파밍이라 쳐도 봇라인이 반반을 간다는 건 문제가 있다.

아니, 예정된 문제였을지도.

'라이로는 이제 프로가 아니라고 했으니.. 일단은 게임은 진행하는 것에 의미를 두자.'

이렇게 되면 이번 게임에서 볼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서포터를 맡고 있는 리의 성향과 시야장악 능력.

다른 하나는 정글러인 프릭이다.

과연 프릭이 그 성격으로 정글러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그 점을 지켜보기 위해 나는 일부러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후웅!

내가 선택한 챔피언은 아링.

미혹의 물방울을 날리면 적당적당 라인전을 하고 있다.

이번 게임은 막말로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까놓고 말해 상대 미드라이너 정도야 작정하고 공세하면 15분내에 혼자 고속도로를 뚫을 수 있다.

그러면서 오는 적 정글러까지 더블킬을 따는 게 가능.

오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잣대다.

그도 그럴 게 상대 럭키는 솔로랭크로 따지면 마스터 중위권 정도밖에 안되어 보이니까.

뭐, 딸 생각은 요만치도 없지만 말이다.

'천천히 가자고.'

나는 미드에서 파밍을 하면서 봇라인의 상황을 주시했다.

원딜러인 라이로는 소극적.

반대로 리가 플레이하는 루나는 무언가 하고 싶은 게 많아 보인다.

칼을 던지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게 무빙에서 빤히 보인다.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만.'

봇라인의 승패는 서포터가 8할이라는 말이 있다.

조금 과장된 수치이긴 해도 서포터의 역량 차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

하지만 그렇다고 원딜 빨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래도 상성이지.'

공격적인 서포터는 당연 공격적인 원딜러를 원한다.

아무리 킬각을 예리하게 잡아도 수비적인 원딜러가 1초정도 늦게 반응하면 역관광을 당할 수도 있다.

서로 간에 시너지는 커녕 불협화음이 생겨버린다.

더욱이 공격적이라는 것은 주도적이라는 뜻이니까.

주도적인 라인전이란 게 어감은 좋아보이지만 그만큼 툭 튀어나왔다는 의미다.

굳이 딜교환을 하지 않더라도 갱킹에 당할 확률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소소하게 챙겨가는 것 또한 많다.

더욱이 정글러가 역갱을 쳐준다면 게임 스노우볼을 빠르게 굴릴 수 있다.

갱각을 내주는 것과의 등가교환 치고는 제법 이문이 남는다.

그러나 그만큼이나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

원딜과 서포터가 정교하게 호흡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장점도 단점도 없이 이도저도 안돼버린다.

등가교환치고 남는 이문은 그 때문이다.

라이로가 원래부터 많이 수비적이었던 건지, 아니면 코치로 전직하면서 그 공백으로 생긴 미스인지.

어느 쪽인진 몰라도 둘은 상성이 별로 맞지를 않는다.

'새로 들어올 원딜러가 리와 상성이 맞기를 바랄 수밖에 없나.'

지금은 일단 서포터의 스타일을 보는 것만으로 족하다.

다음은 정글러.

프릭이 과연 어떤 스타일일까 내 라인전 집중도를 꽤나 할애해서 미리미리 체크하고 있었다.

부와아아앙!

프릭의 아모모가 탑라인에 갱킹을 갔다.

와리가리 몸을 뒤트는 전기쥐에게 숙련된 솜씨로 붕대를 맞혔다.

그리고 궁극기를 펴서 속박시키자 거기에 쇈이 점멸도발로 호응을 해서 전기쥐를 완전히 마무리한다.

이 자체만 놓고 보면 흠잡을데 없다.

"아자! 붕대 클라스봤지?"

"나이스 갱킹!"

헤일커드와 프릭의 하이파이브.

하지만 내 속내는 마냥 웃어주지를 못한다.

'좋지가 않은데.'

아모모는 붕대를 맞히는 게 전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확실히 붕대 적중률은 중요하다.

그런데 프릭은 개인의 센스로 재빠른 전기쥐의 무빙을 예상해 먼 거리에서 붕대를 제대로 맞혔다.

게다가 라인을 당겨 먹던 헤일커드는 점멸 도발로 정확하게 호응을 해서 전기쥐를 깔끔하게 따냈다.

근데 이것이 무엇이 문제라는 걸까?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일 수 있다.

'애초에 탑을 간 게 문제지.'

아모모가 탑을 갔다는 것은 적 정글러가 갱킹을 프리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서로 호흡이 잘 맞지 않는 아군 봇라인은 갱각을 쉽게 내줄 수밖에.

나비효과같은 게 아니라 당연한 수순이다.

취와아앙!

적팀의 정글러 티바나가 궁극기로 벽을 넘으며 봇라인에 강제 다이브를 들어갔다.

그냥 타워를 대놓고 맞으면서 킬을 만들어낼 속셈.

적 봇듀오의 호응으로 아군 봇듀오는 완전히 사면초가가 되었다.

남은 수단은 반항밖에 없다.

콰아앙!

유령화까지 키고 아군 원딜러 미스터 포텐을 물어뜯는 티바나에게 달빛 포격이 떨어진다.

루나의 궁극기와 밤하늘의 검, 그리고 방패로 후려치는 스턴까지 박히자 4초동안 한 자리에 옴짝달싹 못하게 된 티바나.

탈력이 걸린 미포가 쏘아대는 솜방망이딜로도 충분히 티바나를 제압할 수 있었다.

거진 반이상은 포탑 데미지였지만 말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 더블 킬!

티바나를 따내기는 했지만 그 대가로 봇듀오는 전멸.

루나의 적절한 CC기 연계로 한 명 데려간 덕에 그나마의 선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적팀이 프로급까지는 아니여도 그랜드 마스터에서 서로 호흡을 맞춘 팀랭크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일방적인 피해로 끝났겠지.'

수준이 있는 팀이라면 결단코 포탑딜에 한 명이 죽어나가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리라.

세 명이서 포탑딜을 고루고루 맞으며 단 한 명의 손실도 없이 다이브를 완료했을 터.

그것을 모르는지, 아군의 반응은 꽤나 긍정적이었다.

"나쁘지 않네."

"그러게, 쇈도 궁극기를 아끼길 잘했어.'

어차피 점사를 받아서 미포부터 녹아난 지라 결과는 같았다.

물론 맞는 소리지만서도 중요한 포인트를 완전히 놓치고 있다.

'체계화된 오더도 없고 갱킹도 완전 감으로 하는군.'

이 정도면 거의 솔랭과 다를 바가 없다.

의사소통이 되기에 조금은 낫겠지만 별반 차이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 실례되는 생각이지만 CLC 2군이 2군으로 남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개개인의 기량은 나쁘지 않아.'

프로에서 완전히 은퇴한 라이로는 그렇다 쳐도.

서포터도 정글러도 탑라이너도 썩 괜찮다.

다만 가공하지 않은 원석.

그리고 어쩌면 가공될 일 없는 원석.

일단은 나 또한 코치가 되기 위해 꽤나 공부를 했던 탓에 게임지식에는 자신이 있다.

그렇기에 저들이 한 번도 제 기량을 써본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평소에 보다 나은 게임을 했다면 절대 만족할 수가 없는 게임이다.

단순한 소꿉장난, 친목도모의 팀랭크가 아니니까.

프로게이머로서 자신의 플레이에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이는 비단 게임을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다.

지는 게임에서도 최선을 다했을 때가 있고.

이기는 게임에서도 최선을 못 다했을 때가 있다.

지금 게임의 흐름은 후자의 느낌으로 그럭저럭 괜찮게 흘러가고 있지만 만족해서야 아니된다.

이 정도 수준의 팀으로는 절대 우승을 목표할 수 없다고 나는 확신했다.

.

.

.

* * *

연습게임이 끝나고 방에 돌아온 나는 침대에 들이 누웠다.

딱히 피로하기 때문은 아니다.

시즌말 1위를 목표로 혼자서 솔로랭크를 돌리던 강행군에 비하면 정말 별것 아니지만서도 머리가 아프다.

앞으로 해내가야 할 일들이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

오늘 연습게임 분위기가 나빴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나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은 썩 만족한 모양.

특히나 내 플레이에 대해서도 격찬이 오갔다.

'정작 내가 만족을 못한단 말이지.'

이미 한 번 경험해봤던 실수다.

내가 처음으로 도전했던 대회.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LCL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패배하고 말았으니까.

미래의 지식을 알고 있음에도 준우승이라는 성적이 한계였던 이유.

패배의 원인에 대해 고찰을 끝마쳤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 또한 했다.

한 번 더 되풀이해서야 멍청이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확실히, 이 정도 수준의 팀으로 우승을 노리는 건 무리야.

한가했다면 한가했던 지난 삼일 간.

다른 팀원들이 휴가라는 이유로 쉬고 있을 때 나 또한 푹 쉬었다.

하루 종일 TV시청과 함께 근력 운동을 하며 시간을 죽였다.

하지만 의미가 없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말이 TV시청이지 북미(North America) 롤챔스의 분석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삼일 동안 주구장창 지난 대회들을 돌려봤다.

'과연이랄까.. LCL과는 비교가 안됐지.'

아무래도 메타 차이도, 선수 개개인의 승리에 대한 갈망도 다르겠지만 LCL과 NA롤챔스는 과연 격차가 컸다.

단적으로 말해 서머시즌 NA롤챔스의 흔하디 흔한 경기들 수준이 LCL 결승전에 준했다.

이 내가 있었으니만큼 지난 LCL 결승전이 결코 범상치 않았음에도 무려 그 정도의 차이다.

확실히 서머시즌에는 북미와 한국이 기본적인 실력차가 꽤 있기도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당시에 나는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는 LCL 결승전에서 패배를 맛보았다.

2승 3패, 아깝다면 아까운 차이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나마 2승을 챙길 수 있었던 것도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온갖 꼼수를 다 사용해서 말이야.. 그 짓을 한 번 더 하라면 못해.'

정확히는 결승전까지 나아갈 수 없다.

아무리 내가 여러가지 비장의 카드가 많다고 해도 소비적으로만 활용한다면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설사 어떻게 나아간다고 해도 내가 지쳐서 나가 떨어지고 말겠지.

'하지만 팀이 받쳐준다면 가능성이 대폭 올라간다.'

LCL 결승에서의 패배 요인을 잊어서야 아니된다.

팀원들의 노력이 없다고는 하지 않겠지만 솔직히 불균형을 이뤘다.

호흡을 맞추기보다 나 혼자 날뛰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

결승전 하나를 놓고 보자면 그 판단은 옳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 혼자만의 힘으로 대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이는 게임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팀원들이 본래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크게 손 볼 필요까지야 있을까.

2군이라고는 하지만 CLC 소속의 프로가 된 것만으로도 기본기는 보증수표다.

단순히 희망적인 관측이 아니라는 사실은 오늘 연습을 통해 확인했다.

선수 개개인의 잠재능력은 충분하다.

문제가 있다면 두 가지.

첫 번째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꿀 수 있을까다.

그도 그럴 게 자존심이 센 프로다.

내가 무턱대고 조언을 한다고 들을 턱도 없거니와 기분이 상한다.

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그들과의 지내온 시간이 부족하다.

멋모르고 아는 채 하는 꼴이 돼버린다.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팀에 불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

이미 다년간의 연습생 생활이 몸에 배인 나이기에 그러한 상황이 도출되리란 것은 쉽게 예상이 가능하다.

모난 돌은 정맞는 법, 그 이전에 눈치가 없는 행동이니까.

'다른 한 가지도 골치가 아파.'

믿고 의지할만한 사람이 없다.

나 혼자 날뛰어서야 안된다는 사실.

이 점은 게임에서 뿐만이 아니다.

까놓고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나라는 인간의 기량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나는 결코 초인이 아니다.

이곳도 저곳도 혼자 다 해야 하게 된다면 정작 내가 지쳐서 나가 떨어질 것이다.

'방법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이 두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고 내 장기를 더한다면 가능성이 대폭 상승한다.

이번 NA롤챔스의 우승.

확실하게 따낼 수 있으리라.

설레발이 아닌 냉정한 결론 도출이다.

지난 LCL 이후로 부단히 달려왔던 내 실력은 일취월장 몰라보게 늘었다.

이전의 내가 아니다.

나 자신의 기량만 해도 차고 넘치는데다 더욱이 새로운 시즌.

남들이 미처 적응하지 못하고 있을 때 최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한다.

이번 롤챔스의 초석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

나는 자존심따위 접어두고 스마트폰을 두들겼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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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위해서 쿠폰 보내주시는 분들 항상 고맙습니다.

*케카츄->전기쥐 변경되었습니다.

이전 화에서도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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