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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60화 (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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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윈터시즌

무난함을 넘어 미드정글을 터트리고 시작했다.

그럼에도 봇라인과 탑라인에서 터져나오는 적팀의 솔킬에 킬스코어를 비등비등.

물론 질 거라는 생각은 요만큼도 들지 않지만 말이다.

"야, 블루 안 내놔?"

"아직 젠도 안된 걸 만들어서 줄까?"

심심하면 한 번씩 툭툭 쏘아댄다.

본인이라고 블루 젠시간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만 재미가 들린 모양.

그 장난이 1분에 한 번씩 블루내놔라 사채업자 마냥 쪼아대는 것을 보면 정말 안 좋은 쪽으로는 크게 될 녀석이다.

'좋은 쪽의 재능도 썩 괜찮은데 말이지.'

여제의 눈물방울을 시작으로 완성되는 카지트의 AD템트리.

스킬진화도 W스킬, 침뱉기부터 했다.

빠르게 라인클리어를 하고 더티파밍 위주로 성장해 한타를 보는 전형적인 미드 카지트다.

어쩌다 들어맞았는지는 몰라도 제대로 된 운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걸 굳이 나와 게임하는 첫 판에서 보여주는 이유는 뻔하다.

'미드카지트를 발견한 게 어지간히 자랑스러운가 본데.'

슬그머니 보아하니 표정이 참 밝다.

이 정도로 밝은 표정의 예은이라니.

기분이 좋아져도 아주 잠깐 유지될까 말까 하는 녀석이 게임하는 내내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게임하는 것을 정말 순수하게 좋아한다.

'내기를 지킨다고는 안 했지만.. 일단은 앞서볼까.'

침뱉기 진화를 하는 미드 카지트의 단점.

초반에 퍼블을 땄다고 해도 다음 킬각을 잡는 게 쉽지 않다.

특히나 코리아나처럼 실드가 있어 포킹으로 체력을 갉아먹기 힘든 상대로는 더더욱이다.

뭐, 라인전을 압박 당할 일까지야 없겠지만 한동안 꼼짝없이 파밍만 해야 할 터.

조금 치사하긴 해도 이 사이에 격차를 벌려 놓으리라.

하아!

땅을 찍고 평타를 두 번 치고 음파를 날린다.

리심의 패시브, 공격속도 증가효과를 최대치로 활용해 유령을 잡는다.

하지만 아군 유령이 아닌 적 정글의 유령.

리심으로 정글 주도권을 잡아낸 후에는 당연 카정에 카정이다.

적 정글의 시야를 완전히 장악하고 스노우볼을 굴린다.

투욱!

아모모가 붕대를 던져 유령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남은 거라곤 작은 유령 하나.

내가 카정을 하고 남긴 잔챙이 뿐이다.

아모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잔반처리를 하고 레드를 향한다.

초반에 말린 탓에 아직 5레벨인 아모모.

마주 치는 순간 죽은 목숨이다.

'Q평E평RQ평E!'

창시자가 깡소주건 깡맥주건 간에 리심 유저라면 손에 익을 수밖에 없는 카정콤보.

부쉬에서 몰래 대기타고 있다가 음파부터 맞힌다.

그리고 레드가 묻은 평타.

하아!

그 다음 순서는 땅을 찍어 데미지를 준다.

갑작스런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아모모한테 다시 한 번 평타를 치고 궁극기를 사용한다.

이~쿠우!

은하수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멘탈이 날아간 아모모의 명치에 니킥 한 방!

따라가서 평타와 함께 따시 한 번 땅을 찍으면 둔화가 걸린다.

레드와 땅치기, 두 개의 둔화가 중첩된 아모모는 땅바닥을 질질 기며 도망도 못 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카정을 가서 적 정글을 죽인다.

한 번 흥하게 된 리심의 전형적인 캐리공식이다.

이러한 사이에도 카지트는 미드에 꽁꽁 묶여 파밍만 해야 할 테니 답답하기 그지 없을 테지.

그 답답함을 더욱 심화시켜주기 위해 나는 적정글을 싸그리 훑고 봇라인으로 향했다.

'역시 킬을 만들려면 기동신이지'

도마뱀 장군의 혼령을 완성시키며 기동력의 신발까지.

여기에 와드돌까지 나오면 리심템은 다 갖춰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늑대부터 천천히 아군 정글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봇라인에 도착하자 궁극기의 쿨타임이 거의 돌아왔다.

'리심은 궁쿨이 짧은 게 좋단 말이야.'

카지트가 11레벨을 찍기 전까지 전라인을 폭파시켜주마.

어느새 적팀과의 싸움이 아닌 예은과의 싸움으로 돌변한 솔로랭크는 무자비한 학살만을 낳고 있다.

나는 봇라인을 뺑 돌아 적의 뒷통수를 노렸다.

이~쿠우!

와드를 타고 뜬금없이 나타나자 혼비백산.

CC기를 가진 쏘냐부터 냅다 차버렸다.

아군 봇듀오가 쏘냐를 물고 뜯고 맛보고 사이, 나는 헤이클린을 노린다.

이 헤이클린이란 챔프는 앞에서 쫓을 때와 뒤에서 쫓을 때가 전혀 다르다.

투망이라는 생존기는 이동과 동시에 적을 둔화시키지만 뒤에 있는 한 맞을 일이 없다.

즉, 투망만 안 맞으면 굼뜨기 짝이 없어 갖고 놀기 딱 좋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학살 중입니다!

예은은 2킬, 나는 3킬.

이 차이는 카지트가 11레벨을 찍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벌어진다.

조바심이 난 예은은 코리아나와 어떻게 딜교환을 시도해보려 하지만 그게 또 마음대로 안된다.

카지트라는 챔프가 11레벨 이후의 한타에서 높은 캐리력을 보장받는 리스크기도 하니까.

더욱이 여제의 눈물방울 템트리를 옳았다고는 해도, 그 상위 아이템인 마나바라기가 완성되기 전까진 딜로스가 유발된다.

한 마디로 넌 미드에서 짱박혀서 파밍이나 해라.

"이야~ 추수감사절 오기 전에 게임 끝날 거 같은데 어쩌지?"

"이게 진짜!"

살금살금 약을 올리는 게 또 팀게임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적팀 말고 아군을!

그리고 난 예은의 플레이에 트집을 잡은 적도 없으니 혹여나 꼬집기라도 하면 반칙이다.

'한 번 더 봇라인에 갱킹을!'

이번엔 아까와 달리 땅굴을 판다.

똑같은 수에 당할까봐 제대로 라인을 밀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는 적에게는 제격.

아군이 박아 놓은 핑크와드 덕에 이번 갱킹의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이다.

하아!

음파가 날라가고 적팀의 원딜러 헤이클린의 마빡에 제대로 명중한다.

날아가서 점멸궁으로 까재끼면 그대로 1킬 완성.

각도를 잘 노려서 쏘냐까지 까버리면 2킬 뚝딱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다.

무려 갱킹이 와버렸다.

아모모의 역갱이 아닌 현실갱.

예은이 실수인 척 내 옆구리를 쿠욱! 찔러왔다.

"야, 진짜 이거 반칙…."

"우리 정글 트롤이네~! 궁 똑바로 안 쓰냐?"

옆구리에 느껴지는 격통에 궁극기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 바람에 점멸궁을 못 써서 방생이 되어버린 헤이클린.

그리고 현실갱을 해버린 장본인은 뭐가 그리 웃긴지 옆자리에서 키킥 웃어댄다.

결국 예은의 방해와 맞물려 초중반에 게임을 끝장낼 수 없었다.

그리고 한타까지 간 게임의 결과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카지트라는 챔프는 정말 막타를 쓸어담기에 최적화돼 있으니까.

정확히 25분에 서렌을 받아냈을 때 나는 7킬, 예은은 8킬을 먹었다.

게임 중간중간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른 보람이 있었던 듯, 내기를 이긴 게 어지간히 기쁜지 깔깔 웃고 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내기의 결과에 대해 말은 꺼내오지 않지만 역시 기뻐 보인다.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다.

억지나 과장이 아닌 순수하게 싱글대는 예은.

빙긋 미소를 지은 나는 평소와 달리 조금 진지한 태도로 임했다.

목소리를 낮게 깔고 예은을 향해 조금 길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시 넌 게임할 때가 가장 즐거워 보여."

"으엑, 뭔 뜬금없이 느끼한 소리야? 하아.. 그야, 그렇긴 하지만은."

한참을 웃어재끼던 예은이 흐트러진 머리칼과 옷무새를 고쳐잡는다.

내가 진중하게 말을 던져오자 낌새를 눈치챈 모양.

시작한 이상 멈출 수야 없기에 나는 말을 이었다.

"딱 4개월만. 같이 CLC에서 프로를 지향해보지 않을래? 우승을 목표로."

혹시 이야기를 꺼내면 도망갈까.

좌석을 후미진 커플석으로 잡은데는 그러한 까닭도 있었다.

안 쪽에 몰아넣고 어떻게 대답을 듣기 위해서.

이판사판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예은의 언제나의 띠꺼운 표정을 고치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숙연하다.

마치 다 알고 있기라도 한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잠시 뜸을 들이던 예은의 입이 드디어 벌려졌다.

"바보, 어차피 중요한 때는 나한테 의지할 거면서 폼잡고 말하기는."

"내가.. 그랬었나?"

나로서는 상당히 오래된 과거인지라 잘 기억이 나지않는다.

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예은에게는 늘상 겪어왔던 일이라는 듯.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내가 인정하지 않자 볼을 살짝 부풀린 예은이 불만이 있는 듯 토로한다.

"너랑 지내온 게 몇 년인데, 짜샤. LCL때도 부랴부랴 나 불렀던 사람이 누군데?"

"그렇긴.. 하네."

머리는 잊고 있었더라도 몸은 정직했다는 걸까.

당시에도 왜인지 예은이 없어선 안될 것만 같았다.

정말로 예은의 정글이 없었다면 결승전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패배했을 지도 모른다.

결승전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니까.

특히나 최강진과 대망신을 상대했었을 때.

꽤나 고전이 아닐 수 없었다.

내 의도를 전부 알아주는 듯한 정글의 플레이가 없었다면 내 행동의 방향성이 크게 제한됐을 것이다.

굳이 다른데서 예를 찾지 않아도 결승전만 봐도 그러했다.

내가 미드에서 옴짝달싹 힐 수 없었던 게 가장 큰 패배의 요인이었으니까.

그만큼이나 미드라이너에게 있어 정글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리고 이 녀석이 탈주해서 패배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녀석때문에 올라갈 수 있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도 그때의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긴 한지 예은은 말을 꺼내면서도 쭈뼛쭈뼛.

내가 이제 와서 그때 일을 걸고 넘어지진 않겠지만 말이다.

"해줄 거야?"

"이 웬수가 진짜…."

원래는 조금 간곡하게 가볼까 생각했지만 이런 흐름이라면.

그렇다고 딱히 결승전에서의 일을 상기시켜서 강요할 생각은 없다.

안되는 일을 강제로 하게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

오늘 PC방에 온 것도 예은이 정말 아직까지 게임을 좋아할까.

좋아한다면 한 번쯤 권유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

두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기회비용은 생각해봤어?"

무언가 못마땅한 듯한 예은이 뾰족한 손톱 끝으로 내 팔뚝을 쿡쿡 찌르며 말을 꺼낸다.

바로 이해가 안됐지만 잠깐이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챈 나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많이 바빠?"

"그걸 말이라고 해?"

기분 탓인지 진짜인지, 부풀렸던 볼이 더욱 커진 것만 같다.

바쁘다면야 더 이야기를 꺼내진 않겠지만 못내 아쉬운 건 사실.

이쯤에서 끊을까 생각하던 참에 예은 쪽에서 말을 이어왔다.

"이게 죽을라고.. 내가 누구때문에 잠도 잘 못 자고 매달려 왔던 건데. 하여튼, 해줄.. 테니까."

이야기가 잘 됐다는 기쁨 이전에 손톱 끝에 실린 압력이 장난이 아니게 신경쓰인다.

내 팔뚝에 글씨라도 쓰려는 건지.

혹시 저렇게 쓰다가 내 피부가 찢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억세다.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말리고 싶지만 그 이전에 물어보아야 한다.

"정말로 괜찮겠어?"

"닥쳐. 내가 된다는데 뭔 말이 많아. 근데.. 니가 하잖다고 그게 돼?"

내가 CLC에서 뭐 되는 사람도 아니고.

팀원의 영입은 쉽게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렇기에 부탁했다.

영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주장, 그 뭐 되는 핫숏한테 확답을 받아놨다.

"헤? 그 사람 나 꺼려하는 거 아니였던가?"

그럴까봐 일부러 이야기를 반만 꺼냈다.

지인 게이머 중에 굉장히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며.

딱 LCF까지만 같이 게임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조금 망설이는 듯했지만 대우는 크게 신경써주지 않아도 된다고 못을 박으니 흔쾌히 허락해줬다.

아무래도 나는 CLC내에서도 꽤나 특별대우를 받았으니까.

그만한 대우는 힘들겠지만 2군의 평균 급료까진 상관없단다.

물론 그만큼이나 내 어깨가 무거워진 것도 사실이지만.

'결과는 반드시 내야겠지.'

그리고 이 녀석과 함께라면 낼 자신이 있다.

하지만 정말 놀랐다.

이 녀석이 그런 부분까지 생각해서 나를 신경써 줬을 줄이야.

평소에 뭘 그리 바쁘게도 사나 했는데 설마 그 이유가 나였다니.

꼭 고스란히 나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고마운 감정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 웬수를 죽여? 살려?"

"고맙다 정말로. 너밖에 없다."

내 말끝이 떨어지자마자 꾸준히 써오던 손톱 끝에 실린 압력이 더욱 거세졌다.

슬슬 참기가 힘들어질 지경이 되고 나서야 끝이 났다.

도대체 무슨 글씨를 새기 건지 팔뚝을 걷어 올리자 한자로 '사' 가 나타났다.

"근데 이거.. 넉 사 아니야? 죽인다 죽인다하길래 영락없이 죽을 사인 줄 알았는데."

"윽, 닥쳐.! 진짜 죽일 수는 없잖아, 이 웬수 덩어리야."

팔뚝 위로 빨갛게 새겨진 글자는 꽤나 오래갈 듯 보였다.

하지만 목표했던 바도 이뤘고, 예은도 표정이 영 언짢아보이긴 해도 기분이 나빠 보이진 않는다.

그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한다는 게 특이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녀석한테는.

'일상이지.'

쌀쌀 맞은 표정을 짓고 다니는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정말 기분이 나빴다면 내 팔뚝에 새겨진 한자가 달라졌으리라.

4개월을 함께 할 믿음직한 동료를 얻음으로서 이번 윈터시즌의 우승에 확실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말썽이 많긴 해도 이 녀석이 꽤나 기특한 녀석이라는 사실에도 말이다.

============================ 작품 후기 ============================

귀찮을 텐데도 잊지 않고 눌러 주시는 추천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고맙습니다.

*본화는 원래 1.5화내지 2화에 풀어낼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일연재라는 특성상 답답해 하시는 독자님들이 많아서 1화 내에 압축을 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차후 전개를 통해 보충되어 나갈 예정입니다.

*트리니타스 포스->삼종신기로 아이템 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최신화 분에서 쓰다보니까 영어이름이 답답해서.. 바꾸기로 했습니다.

모든 연재분에 걸쳐 전부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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