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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61화 (26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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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시즌의 서막

최근 한국에서 꽤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로드 오브 로드라고는 해도 아직은 대서사시의 서장에 불과하다.

E스포츠 흥행신화라고 할 수 있는 이전 세대, 갤럭시 크래프트에 비한다면 새발의 피인 게 사실이다.

그 때문에라도 약간의 특별 룰.

대륙단위로 열리는 타리그와 달리 한국 롤챔스는 그 수가 적어 롤챔스는 형제팀의 기용을 허락하게 됐다.

해외 리그의 경우.

일반적으로 1군, 2군 나뉘게 되는 이유는 참가하는 대회를 차등하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1군은 현지의 롤챔스나 LCF에 참가한다.

그리고 2군은 그보다 격이 떨어지는 대회들.

그럼에도 팀이 굴러갈 수 있는 까닭은 아무래도 개최되는 대회가 많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다.

로드 오브 로드가 흥행하게 된 시간 차이도 클 뿐더러 자본.

우리나라는 아직 고작 게임이다, 같은 시각이 있지만 해외의 경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상금만 해도 단위가 다르다.

더군다나 한 나라에 한정되지 않고 주변국을 아우른다.

북미는 미국, 캐나다 등을 아우르는 NA(North America)다.

혹은 유럽이라는 여러 국가의 모임인 EU(European Union)다.

이번에 롤드컵을 우승한 대만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

대만이라는 국가 하나로 싸잡아서 이야기 되긴 해도 주위의 국가들, 이를 테면 필리핀이라던지 가레나 서버라는 이름 하에 통합되어 있다.

오직 한국만이 예외인 것이다.

그리고 어째서 예외가 예외일 수 있는지 증명이라도 하듯.

전국민들이 한 뜻으로 로드 오브 로드만을 외치게 되지만 그것은 아직 훗날의 이야기.

어쨌거나 지금 시점에서는 적다.

비단 팬층 뿐만이 아니라 로드 오브 로드를 후원하는 팀들도.

때문에 현재 롤챔스를 참가하던 팀들 중 다수가 형제팀을 만들었다.

프로팀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건 맞지만 스무스하게 만들어 질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생각보다 부담이 적었으니까.

연습생으로 돌리던 팀원들을.

혹은 스카웃을 할까 말까 고민되던 아마추어들을 모아서 팀을 만들면 된다.

구색만 갖춰지는 팀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제대로 된 팀들도 있었다.

하지만 구색만 갖춰진 건지, 아니면 진짜 형제팀인지.

이를 구별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그리고 생각 이상의 이상으로 많은 팀들이 형제팀을 만들었기에.

대회를 개최하는 오프게임넷 입장에선 추려내야 했다.

롤챔스가 동네PC방 대회가 아닌만큼 질도 질이지만 참가팀의 수를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대망의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그 시발점이 되는 예선전의 이튿날입니다! 오늘 드디어 삼선 블루와 마진….>

관중석 너머로 들려오는 함성.

더욱이 실시간으로 울려오는 해설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 남자가 초조해하고 있다.

남자는 관중석이 아니라 그 반대편.

무대 안쪽의 선수 대기실에서 다리를 떨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잘할 수 있다. 정말로.'

이런 예선전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정도야 계약을 할 때 들었던 사항이다.

그래도 막상 대회무대에 서게 되니 긴장이 안될 수가 없었다.

남자는, 씨지맥은 쉼호흡을 하며 천천히 긴장감을 달랬다.

'LCL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 난 반드시 이긴다.'

아마추어 대회, 그것도 결승전 한 번 뿐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의 경험 덕분일까.

두근대던 심장을 조금은 진정시킨 씨지맥은 나지막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번 대회에 걸린 것.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씨지맥은 이길 자신이 차고 넘쳤다.

그도 그럴 게 탈락하는 건 다섯 팀중에 두 팀뿐.

즉, 반수 이상이 롤챔스로 올라간다.

그런데다 다른 형제팀들과 달리 자신들 삼선 MVP 블루는 기량이 꽤나 출중하니까.

실제로 연습경기, 타프로팀들과의 스크림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넘기 힘든 언덕이 아님에도 씨지맥이 긴장한 까닭.

진짜 목표는 다른데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승을 목표로 한다.'

롤챔스에 처음 참가하는 신입 주제에 기고만장한 목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목표라는 건 원래 크게 잡는 편이 좋지 않은가.

더군다나 씨지맥으로선 빈말도 아니었다.

씨지맥은 정말로 이번 롤챔스에서 우승을 해낼 자신이 있었다.

'내가 비장의 카드를 아낌없이 내놔야 할 것 같지만.'

자신을 제외한 팀원들의 수준.

삼선 측에서 말했듯이 형제팀인 레드와 근소하게 낮을 뿐 엇비슷하다고 한 건 얼추 맞았다.

즉, 2군이라거나 팀원 타령할 것 없이 충분히 우승을 목표할 만하다.

그렇기에 오늘 치뤄지는 예선전의 의미는 더더욱 각별했다.

고작 예선전에서 칠칠맞지 못한 모습을 보여줘서야 우승목표따위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으니까.

그리고 그 최대의 난관이자 라이벌이 될 상대가 칼을 갈며 기다리고 있다.

'마진 수비대를 잡아낸다.'

마진 수비대는 마진 공격대의 형제팀.

씨지맥이 속한 삼선 블루팀과 마찬가지로 꽤나 구성이 탄탄하다.

2군이라고는 절대 볼 수가 없는 수준의 팀이다.

속설로는 오히려 공격대보다 나은 부분도 있다고.

사실상 총 다섯 팀이 참가한 예선전에서는 최강의 팀.

하지만 그래봤자 예선전이다.

예선전의 최강인 마진 수비대를 잡지 못한다면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기가 꼴사납다.

과아아아아아아아!

고막이 따갑게 울릴 정도로 거대한 함성 소리와 함께 시간이 왔다.

씨지맥은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으로 향했다.

똑같이 준비를 마치고 일어서는 다른 팀원들 또한 목적지는 같다.

비록 형제팀의 행색을 띈 2군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못나지 않았음을 대회무대에서 증명하리라.

그 결심만큼은 모두가 동등하다.

'비장의 카드는 쓰지 않고.'

거기에 더해 우승과 캐리라는 두 가지 목표까지 더한 씨지맥.

그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고작 예선전에서 비장의 카드를 쓰지 않는다는 족쇄까지 걸었다.

결코 쉽다고는 할 수 없는 여정.

'그러니까 더욱 불타오르는 거지.'

남들은 최선을 다해 이 프로판에서 자기 자신의 가치를 선전할 때, 자신은 스스로를 옭아맨다.

그런 주제에 캐리까지 해낸다.

결코 가볍게 도전할만한 일은 아니라지만 못할 거야 없다.

똑같은 기행을 아무렇지 않게 해낸 남자가 씨지맥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

.

.

* * *

아무리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쉽게 진행될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본인의 집안사정.

이전부터 여러 번 불만을 표해 왔던만큼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뭐, 믿고 기다려주자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꽤나 야무진 예은이다.

성격을 제외한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깝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래도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혹시나의 상황을 생각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차피 한 가지지.'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다한만큼의 결과를 낳는 것.

그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예은 쪽에서 결론이 나는 것과 별개로 나는 나대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을 기해 팀의 구색이 갖춰졌다.

새로운 신입이 오고 있다나.

아니, 까놓고 말해 나도 신입지만서도 기분이 묘하다.

어쩌면 로크도그가 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니 말이다.

"야~ 시현은 벌써부터 선배네? 난 후배를 반년만에 맞았는데. 그게 너지만."

"선배는 무슨, 또 실없는 소리하네."

가장 철딱서니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미드와 정글사이기 때문일까.

프릭과는 제법 친근해졌다.

물론 리하고 헤일커드하고도 꽤나 가까워졌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의미

아무래도 프릭의 성격이 가장 친근해지기 쉬웠다.

그리고 프릭과 친해지자 까칠하던 리와 헤일커드와도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이것이 지난 일주일 간의 일.

'연습은 솔직히 미적지근 했지만.'

아직 한 달이나 대회날짜가 남아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평소 분위기가 그렇게 느긋느긋한 걸까.

지금까지 느낀 바에 의하면 둘 다같지만 어쨌건.

성과가 없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조금씩 개선이 되고 있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서둘러서야 될 것도 안되는 법이다.

천천히 팀의 주도권을 잡아간다.

이미 실력적으로 인정을 받은만큼 약간의 수고와 시간만 더해지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일주일쯤으로 잡고 있었는데.. 새로 오는 원딜러의 성격에 따라 변수가 생기려나.'

바로 곧이다.

지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

이번에는 나 때와 달리 꼭 파티를 해주자며 프릭과 기타등등 모두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있다.

누가 올지는 모른다.

좀 알려줘도 될듯한데 CLC의 주장이란 사람이 어지간히 비밀주의다.

어딘진 몰라도 휴양지에 있다는데 돌아오면 한 마디 해줘야겠다.

마음먹은 순간에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딩동!

엘리베이터의 문이 스르르 열린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네 명씩이나 대놓고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있으니 어지간히 부담스러울 텐데.

그런데 오늘은 더욱 부담스러울 테다.

프릭의 주도로 사온 두 개의 폭죽.

나와 프릭이 양쪽에서 당기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쏘아낸다.

그 안의 내용물을 고스한히 뒤집어 쓰겠지만 알 바냐.

원래 파티라는 게 이런 느낌아니겠는가 생각하며 나는 죄책감없이 폭죽을 당겼다.

파아앙!

폭죽에서 쏟아져 나온 형형색색 종이들이 아름답게 흩뿌려진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나온 사람은 봉변을 당했지만 보는 쪽 입장에서야 꿀잼.

생각해보면 단체휴가니 뭐니해서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폭죽의 위력이 세도 너무 세다.

"야…. 이거 단순한 생일 폭죽 아니었어?"

"내 특제라고? 세 개분을 분해해서 하나에 꾹꾹 채워 담았지!"

프릭이 자신이 개조한 폭죽을 위력을 자랑스럽게 떠들어온다.

그 엄청난 위력때문에 분위기가 싸해졌는데.

졸지에 공범자가 된 나는 적당한 선에서 발을 빼기 위해 입을 놀렸다.

"하하, 괜찮으시죠?"

신입인지 혹여 길을 잘못 든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그냥 일단 지르고 본 감이 있는 건 둘째 치고.

대체 얼마나 개조에 힘을 쓴 건지 조그마한 생일 폭죽 두 개로 사람 한 명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어떻게 얼굴을 보고 싶어도 뿌려진 종이들 때문에 안면이 보이지를 않는다.

나는 멋모르고 프릭의 폭죽을 쏘아낸 죗값을 미리미리 깎기 위해 부단히 움직였다.

"..........."

머리 위부터 쏘아져 온몸을 흘러내린 종이들을 치워내자 사람의 형상이 드디어 보인다.

종이 사이로 얼핏 보이는 얼굴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

이럴 때 필요한 건 역시 임기응변이다.

"하, 하, 하. CLC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자~ 박수!"

환상적인 호흡으로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지른다.

이 정도면 충분히 환영 인사라는 어필이 됐겠지.

그런데 생각보다 상대는 만만찮았다.

아니, 그보다는 성격의 문제 같았다.

"...다 끝났습니까? 방으로 안내해주시죠. 제가 좀 피곤합니다만."

아직 이른 저녁밖에 안됐는데 정말로 피곤할 걸까.

아니면 환영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새로이 팀에 속하게 된 남자.

나는 아직까지 채 치워내지 못한 종이 사이로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로크도그.'

설마라는 놈은 참 사람을 잘 잡는다.

그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로크도그.

로크도그는 왼쪽 뺨에 주먹만한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기분이 안 좋을 만도 한가.'

어디서 어떻게 당했는지는 몰라도 반창고 주위로도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는 게 영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잘 나가는 복싱선수한테 한 대 얻어 맞기라도 한 듯 심각한 타박상.

저 부상이 최근에 당한 거라면 기분이 다운돼 있는 것도 이해가 가는 노릇이지만.

"외향적인 보이같지?"

"그러네. 너랑 내가 신경 좀 써주자."

로크도그는 코치인 라이로와 함께 개인실이 있는 아랫층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방금 전 일에 대해 주절주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시간의 이야기 끝에 내린 결론.

사정이 있을 테니 일단 이해해 주자고 굳이 언급하지 말자.

나도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있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다.

'로크도그는 성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지.'

딱히 아까의 쌀쌀한 반응때문에 선입견을 가지는 게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과거에서도 로크도그는 지금껏 지내왔던 거의 모든 팀에서 불화를 일으켰다.

심지어 차후에는 코치로 전직을 하고서도 팀원들과 트러블이 생겨 통제능력을 상실했을 정도.

'그 성격적인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로크도그의 프로게이머 시절 성적은 정말 변변찮았다.

그럼에도 잘 나가는 프로팀들은 그를 포용해보려 애썼다.

팀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성이 결여돼 있음에도 여러 팀을 전전할 수 있었다.

이는 반증하는 것이다.

대회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했을 뿐, 그가 가진 잠재능력이 결코 낮지 않았음을.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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