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62화 (26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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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시즌의 서막

"하아.........?"

<미안하다니까 정말로! 이야기는 들었지, 근데….>

우리 CLC의 잘나디 잘난, 능글맞기 그지없는 주장님과의 통화.

나는 목소리를 깔고 핫숏한테 대놓고 따졌다.

새로 들어온 신입의 문제, 사전에 알고 있지 않았냐고 말이다.

<이전 팀에서 불화가 있었던 건 나도 알고 있었지. 그런데 솔직히 탐나잖아?>

핫숏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해도 간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에서는,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수고를 생각하면 영 좋게만 봐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핫숏은 비굴함까지 느껴지는 어조로 나한테 사정을 해왔다.

<그.. 네가 추천한 사람 있잖아. 그 부분을 최대한 좋은 쪽으로 해볼 테니까 어떻게, 응?>

"핫숏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저도 일단은 해보겠습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그런데 제가 조금 바빠서 이만."

그 한 마디를 내뱉고 쿨하게 통화를 끊는다.

내가 이렇게 조금 막나가버려도 핫숏은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로크도그에게 성격적인 문제가 있는 건 둘째 치고.

영입을 결정한 본인이 휴양지에서 룰루랄라 놀고 있으니까.

그러나 사실, 이 모든 것은 내가 원했던 흐름이다.

'오케이, 좋았어!'

남몰래 취하는 승리의 포즈.

결코 로크도그를 팀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언짢아서 목소리를 낮춘 게 아니다.

전부 원하는 대로 대화를 진행해 콩고물을 받기 위함이다.

딱히 예은을 신경써 준다기보단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떡이라도 하나 받고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쳐도 로크도그는 필요하고 말이야.'

실전에 들어가기 전까지 불안요소가 있는 다른 팀원들과 달리 로크도그는 기대치가 있다.

그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성격 문제가 있다고 했나.

그 문제의 해결법 또한 감을 잡고 있다.

'로크도그의 성격은.. 파탄이라기 보단 자기중심적이라는 면이 커.'

그는 타인과의 타협을 꺼려하는 스타일이다.

흔히 말하는 내 말이 맞다고 우기는 타입.

그렇다고 이게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에서 무작정 틀린 것도, 더욱이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그런 타입은 이해자를 만나면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되니까.'

로크도그는 일반적인 원딜러들과 성향이 조금 많이 다르다.

그도 그럴 게 운영형 원딜러.

피지컬은 다소 부족하지만 게임 내적으로 지식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딜러는 그 반대.

게임 내적인 지식보다는 피지컬 하나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이자 극단적인 경우가 존재할 정도로 말이다.

'BJ웃음이 꽤나 대단했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피지컬 하나에 올인 한듯한.

차후 핵을 쓴 게 아니냐 의혹에 휩싸이게 될 정도로.

BJ웃음은 정말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알파고의 환생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피지컬을 자랑했다.

당연 이 정도까지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일반적으로 원딜러들은 운영을 팀에게 맡기고 자신은 피지컬 하나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 편이 효율적이라는 게 일반론이다.

그런데 로크도그의 경우는 그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

남들과 다른 플레이 스타일만 생각해도 팀원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팀원들이 알고 있는, 그리고 원하는 원딜러의 상과 다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

하지만 나는 맞춰줄 자신이 있다.

내 운영에 그가 원하는 운영방식을 가미할 수 있다

남은 건 약간의 성격 문제.

이것도 까놓고 말하자면 내 주위의 어떤 사람과 비교했을 때 새발의 피다.

'적응했다고 생각하니 조금 슬퍼지네...'

성격이 파탄나신 예은에 비한다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

여반장까지는 아니여도 충분히 해내고도 남는다.

이 또한 의미없는 확신이 아니다.

로크도그가 CLC에 합류하고 이제 이틀째.

나에게 한해서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난다.

아무래도 이 외지 땅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아직 다른 팀원들과는 채 적응을 못하고 있지만 괜찮다.

내가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면 되니까.

그렇게 조금씩 팀의 중심을 나에게로 옮겨 온다.

.

.

.

* * *

많은 사람들이 입모아 이야기 한다.

탑은 캐리가 불가능한 라인이라고.

캐리하는 경우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니지만 한 마디로 정도의 차이.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한 탑이 어지간히 잘 커봤자 한계가 뚜렷하다.

그런만큼 못해도 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지만 한국인의 성격에 가당키나 할까.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탑은 로드 오브 로드의 모든 라인 중에 가장 인기가 적다.

그래봐야 서포터 다음이지만서도 미드나 정글, 원딜에 비하면 꺼려지는 라인이다.

아무리 잘해도 게임을 지고.

아무리 못해도 게임을 이긴다.

꺼려지는 것도 그럴 만하다.

지금까지는 그러했다.

로드 오브 로드의 시즌2까지 탑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3이 막 시작한 지금, 한 남자가 망언을 내뱉는다.

[탑은 캐리라인이다.]

그 누구도.

설령 잘 나가는 프로들조차 쉽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말.

보잘것없던 한 남자가 우겨대던 헛소리에 힘이 붙기까지 앞으로 조금이다.

<경기~~~!!!! 시작했습니다!!>

캐스터의 우렁찬 개시음과 함께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나온다.

그도 그럴 게 당연하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그 예선전.

다섯 형제팀들이 치루는 예선전은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연패를 하는 순간 탈락이 확정되며 이미 하나의 팀은 그 끝을 고했다.

안 그래도 예선전에 불과한데 탈락할 가능성이 낮으니 긴장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그래야 할 텐데도 이번 경기와서 환호성이 터져나온 이유.

가장 기대되는 경기이기 때문이란 사실은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마진 수비대와 삼선 MVP 블루.

어느 쪽도 롤챔스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린 정규팀에 비해 꿇리지가 않는다.

실제로 촉망받던 신인들, 혹은 타 프로팀에서 잔뼈가 굵은 이 또한 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상 예선전을 보러 온 관객들 대부분이 이번 게임 하나 때문에 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실제로 어제에 비하자면 관객수가 어림잡아 배는 많다.

그 정도로 기대가 되는 게임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선수는 과연 누구일까.

<김은준 해설자는 어떻게 보십니까?>

전범준 캐스터가 익살스럽게 떠넘긴다.

사실 게임 내적인 분석인 해설자의 역할이 맞다.

하지만 선수 분석은 캐스터든 해설자든 누가 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이런 부분에서도 은근히 짬처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운 사회생활이다.

현재 대회를 중계하는 오프게임넷 내에서 전범준 캐스터는 꽤나 오랜 경력을 가졌다.

반쯤 농담이지만 그의 말을 거역했다간 목이 간당간당 해질 수 있다!

김은준 해설자는 어쩔 수 없이 벌주를 마셨다.

<일단 알려진 바로는 삼선 블루 쪽에선 심장 선수, 그리고 마진 수비대 쪽에선 아무래도 모카차 선수가….>

해설자가 언급한 이들은 대부분 솔로랭크에서 확연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

소수긴 하지만 심장 선수처럼 이전 경력이 두드러지는 이 또한 있지만서도.

아무래도 신진팀인만큼 솔로랭크가 기준인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예외가 있기 마련.

경력도, 솔로랭크에서의 순위도 높지 않음에도 김은준 해설자가 눈여겨본 선수가 한 명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김만호, 씨지맥 선수 또한 느낌이 괜찮단 말이죠.. 어디까지나 감이지만요.>

<오호, 씨지맥 선수는 올마스터와 함께 지난 LCL에서 준우승을 했던 선수죠? 김은준 해설자가 그렇게 보는 까닭이 있습니까?>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경기의 흐름과 별 상관이 없는.

잡담에 가까운 이야기임에도 캐스터와 해설자가 떠들고 있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툭 터놓고 말해 딱히 볼 게 없으니까.

롤드컵을 기점으로 유행하게 된 라인스왑 메타.

이번 경기에는 그러한 흐름을 띄고 있지 않다.

거기에 더해 딱히 유별난 행동을 하는 선수들이 없으니 볼 거리가 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더니 딱 그 꼬라지.

무안해진 전범준 캐스터는 해설자를 부단히 쪼아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김은준 해설자 입에서 대단하다는 소리가 나오다니 역시나 올마스터네요! 아, 말씀 오가는 와중에 드디어!>

태양 앞의 촛불.

까지는 아니여도 전구 하나만으로도 촛불정도야 존재감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사실 씨지맥 또한 비주류 챔피언들의 장인으로 꽤나 유명한 사람이고, 그만한 성과를 LCL에서 보여줬다.

그럼에도 올마스터가 하도 이상의 이상, 이변제조기다 보니 묻힌 감이 있다.

김은준 해설도 그 점이 아쉬워 짚어온 거지만 안타깝게도 시기가 시기.

아니, 오히려 적기일 수도 있다.

캐스터가 대화의 흐름을 끊은데엔 당연 이유가 존재했다.

가장 재미없는 흐름이 될 거라 예상된 탑라인에서 교전이 일어났다.

전기쥐와 말카림의 싸움이라니.

상성이 심해도 너무 심각하다.

물론 대회경기인만큼 전기쥐가 솔로랭크마냥 갱킹생각 안 하고 과도한 견제를 우겨 넣진 않겠지만 사거리 차이가 극단적이다.

완전한 근접 챔피언인 말카림에 비해 전기쥐는 원거리 짤짤이에 특화돼 있다.

더군다나 최근 탑라인의 주류 챔피언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전기쥐다.

시즌3에 이루어진 룬과 특성, 그리고 아이템 대격변으로 급부상하게 된 전기쥐를 상대하기엔 말카림으론 역부족이다.

그러나 씨지맥은 말카림의 장인.

장인이라는 명성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반격의 봉화를 올렸다.

콰라락!

지금껏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던 말카림이 언월도를 풍차처럼 돌린다.

이동속도를 상승시켜 주는 유령화까지 발동하고 고작 딜교환이라니.

그 덕에 사정거리 차이를 극복하고 제법 성공적인 딜교환을 마칠 수 있기는 했지만 애매하다.

전범준 캐스터의 입에서 아쉬운 소리가 나온 것도 당연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체력이 깎인 게 불리하겠죠? 귀환 타이밍을 잡기 상당히 애매할 텐데요.>

<아니, 이건 말이죠. 그러니까..>

전범준 캐스터의 말에 김은준 해설자가 반박했다.

곧 만들어질 상황을 짐작했기 때문.

게임 내적인 부분을 짚어줘야 하는 해설자이기에 빠르게 말을 이으려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그보다 먼저 이변이 일어나버렸다.

쿠워어어어어!

전기쥐보다 뒤늦게 6레벨을 찍은 말카림.

6레벨을 찍자마자 눈 깜빡할 틈도 없이 뛰어든다.

궁극기인 그림자의 습격을 사용해 전기쥐를 들이박았다.

화르륵!

궁극기가 떨어짐과 동시에 발화까지 걸었다.

말카림의 궁극기는 상대를 1초 동안 스턴과 비슷한 공포상태로 만든다.

이 1초 동안 우겨 넣는 딜로는 당연 한계가 있기 마련.

전기쥐의 입장에선 도망갈 시간이 충분할 텐데도 김은준 해설자의 입은 떡 벌어졌다

띠리리리링~!

말카림의 이동속도를 늘려주는 근원과도 같은 E스킬.

멸망의 질주가 활성화되며 점멸로 도망가는 전기쥐의 뒤를 따라잡는다.

당연 전기쥐라고 반격을 안 할 리가 있을까.

전기쥐는 궁극기를 사용함과 동시에 표창을 날렸다.

이 표창을 맞히기만 하면 3스택이 쌓이며 말카림은 기절.

전기쥐가 자신의 팀 포탑 안쪽까지 거의 피신을 마쳤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역관광이다.

그럼에도 말카림은 자신감있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표창이 날아로는 순간을 정확히 예상해 몸을 비튼다.

─퍼스트 블러드!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탑라인의 교전.

고요했던 경기장에 환호성이 울려퍼진다.

단순한 무리수 역관광으로 끝마쳐졌다면 결코 이러한 반응이 터져나오지 않았으리라.

<코앞에서 날라오는 표창을!>

<정말 기가 막힌 플레이입니다. 제가 괜히 기대가 된다, 된다 말한 게 아니거든요!>

해설자와 캐스터 또한 단순히 대회 진행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경탄했다.

김은준 해설자는 더더욱이 자랑스러우리라.

자신이 주목한다고 했던 선수가 말을 꺼내고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성과를 만들어냈다.

말카림으로 전기쥐를.

그것도 정글러의 개입없이, 심지어 다이브 솔킬을 따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역관광을 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과감했다.

그리고 과감한 슈퍼플레이를 해낸 선수에겐 찬사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루즈하게 진행되던 경기에서 난데없이 터진 슈퍼플레이.

미처 못 보고 지나간 관객들을 위해 경기장의 대형화면에서 다시 한 번 펼쳐진다.

과연 어떻게 말카림이 솔킬을 따낼 수 있었는지.

그 광경을 두 번째 보는 시청자들까지 감탄하게 만들었다.

롤챔스의 예선전은 지난 시즌의 잔재를 털어내는 시발점이 됐다.

그 누가 로드 오브 로드를 원딜 오브 로드라고 불렀던가.

한 남자에 의해 시대는 변하고 있다.

아직 그 시작에 불과할지라도 불쏘시개에 연기가 타올랐다는 게 중요하다.

원딜이 그토록 득세하던 시즌2에 모두가 가지던 의문.

탑캐리는 과연 가능할까.

던졌던 의문(疑問)이 우문(愚問)으로 바뀌기까지 오래 남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귀찮으실 텐데도 잊지 않고 눌러 주시는 추천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고맙습니다.

*작품 내 나오는 BJ웃음은 캬땡땡님과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분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 BJ웃음 이야기는 몇 번 나왔지만 좋은 이야기도, 나쁜 이야기도 한 적이 없습니다.

더욱이 본작품의 2화 후기에

*이야기 진행 중 나오는 인물이나 명칭들은, 현실과 전혀 상관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우연히 이름이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 글자 그대로 우연입니다.

라고 나옵니다.

이는 현실을 차용하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밝히고 가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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