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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70화 (2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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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시즌의 서막

라우드는 피식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실소는 딱히 자신을 상대하는 CLC 2군의 미드라이너를 향한 게 아니다.

스크림이 시작하기 전, 신신당부를 해오던 팀의 주장 루베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챔프폭이 넓다더니, 뭐 별 거라고.'

조금 전까지는 내심 쫄리고 있던 라우드다.

라우드는 2군팀이 별거겠거니 하고 까타레나를 선픽박았다.

그리고 곧바로 후회했다.

까타레나를 주력으로 쓰는만큼 어지간한 챔피언들은 상대할 자신이 있었지만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예를 들어 초가트나 말차차가 나오면 실력차이고 나발이고 간에 라인전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혹여 Unknown Error가 그 둘을 선택한다면 난감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Unknown Error는 하드카운터를 꺼내오지 않았고 한숨 내려놓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것뿐이라면 굳이 비소를 짓지 않았을 터.

상대는 오히려 까타레나로 상대하기 쉬운 픽을 골라버렸다.

'베루가라니, 뭘 모르는 녀석이구만.'

까타레나가 주류 챔피언이 아니니만큼 카운터를 몰라도 이상하진 않다.

그럼에도 라우드의 입장에선 실망일 수밖에 없었다.

루베리가 탐을 낸다길래 어떤 녀석인가 싶었더니 고작 이 정도.

넓다던 챔프폭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고 있다.

'까타레나로 베루가는 한 조각 케이크에 지나지 않다는 걸 설마 모르나?'

까타레나가 기본적으로 라인전 약챔인 건 사실이다.

그리고 킬어시리셋이라는 한타용 패시브가 있는 대신, 1:1 상황에서 딜링능력이 아쉬운 것도 맞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까타레나의 궁극기를 상대가 안 맞아줄 때의 이야기.

까타레나의 궁극기, 흩뿌리는 칼날은 채널링 스킬이다.

2초에 걸쳐 주위의 챔피언들에게 광역딜을 선사한다.

전부 맞으면 대인 궁극기 이상으로 강력하다지만 중간에 끊긴다는 게 문제.

초가트나 말차차같은 챔피언이 하드카운터인 이유기도 하다.

그 둘은 CC기가 너무 좋다.

궁극기를 돌려도 0.1초만에 끊긴 후 끔살 당한다.

그런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까타레나라지만 베루가는 만만하다.

베루가는 까타레나의 궁극기를 절대 끊을 수가 없으니까.

CC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판정이 정말 지옥같다.

아마추어라면 몰라도 프로레벨에선 무조건.

'불허의 장벽을 누가 맞아줘?'

베루가의 E스킬, 불허의 장벽은 둥그스름한 장벽을 생성한다.

그 안에 적을 가두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간단한 일.

그러나 까타레나는 장벽에 갇혀도 순식간에 빠져나올 수 있다.

까타레나가 다른 건 몰라도 이동기 하나는 맛깔난다.

빠져나온 후에 CC기가 빠진 베루가의 체력을 한 움큼 뜯어 갈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물론 베루가라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장벽의 가장자리에 정확히 맞혀 스턴을 걸면 된다.

허나 그게 쉬웠으면 괜히 판정이 지옥같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이것이 불과 5분 전까지 라우드가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라인전을 시작한 이후로 라우드는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왜?

상대가 너무 말도 안되게 스턴을 잘 맞혔으니까.

'우연.. 이겠지..?'

눈 뜬 장님한테조차 스턴 맞히기 힘든 불허의 장벽이다.

더욱이 와리가리 무빙까지 제대로 틀어줬다.

어설픈 아마추어의 무빙이 아닌 프로의 무빙.

우연이 아니고서야 맞을 리가 있을까.

그런데 실제로 맞고 있다.

그래서 섣불리 딜교환을 걸 수가 없다.

'그래도 어떻게 6레벨만 찍으면..'

까타레나로 베루가를 상대하기 쉬운 이유는 비단 스턴을 피하기 쉽다는 이유 하나만이 아니다.

바로 베루가의 순간누킹을 받아낼 몸이 되기 때문.

흔히 종잇장이라 오해를 받는 까타레나라지만 다른 마법사 챔피언들에 비하면 단단하다.

근접 챔피언인 까타레나는 기본스탯이 꽤나 출중하다.

더욱이 이동기를 쓰면 1.5초동안 데미지를 15% 덜 받는 효과까지 있다.

덕분에 까타레나는 베루가의 순간누킹을 수월하게 견뎌내는 게 가능하다.

그 다음 남은 건 역관광.

궁극기인 흩뿌리는 칼날을 풀딜로 꽂아넣으면 1킬 완성이다.

설사 적이 점멸로 도망간다 해도 시간을 벌 뿐.

까타레나의 궁극기는 쿨타임이 짧기로 정평이 나있다.

믿기지 않게도 궁극기의 스킬쿨이 1분밖에 되지 않는다.

어떻게 킬을 따낼지 라우드의 머릿속에선 구상이 완전히 끝났다.

이제는 게임에서 보여주기만 하면 될 뿐.

가장 자신이 있는 주력 챔프를 꺼낸 라우드의 자신감은 충만해 있었다.

다가오는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았지만.

.

.

.

* * *

'까타레나.'

그 이름만큼이나 까탈스럽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예은만큼이나 짜증이 절로 나는 챔피언이다.

'이동기의 판정이 점멸만큼이나 사기스러우니.'

대상을 지정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이동거리.

점멸의 1.5배가 더 되는 거리를 모션도 없이 건너뛴다.

불허의 장벽에 갇혀도 순식간에 빠져나옴은 물론.

역으로 접근해 딜링을 우겨 넣는다.

단 한 번이라도 불허의 장벽을 빗맞히면 딜교환에서 참혹한 패배를 겪고 만다.

'다 맞히면 그만인 일이지만.'

당연 쉬운 일은 아니다.

베루가가 로드 오브 로드 초기부터 별 다른 패치없이 늘 같았음에도.

이전과 똑같은 스킬셋과 위력을 가졌음에도.

수년이 지난 시즌5가 다 끝날 때쯤 되어서야 괜히 재평가를 받을 수 있던 게 아니니까.

그러나 꼭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연습을 엄청나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피나는 노력만 뒷받침 된다면 불허의 장벽 끄트머리에 적 챔피언을 맞힐 수 있다.

하나의 챔프로 한정했을 때 재능이 비교적 떨어지는 나조차 가능했다.

그럼에도 베루가가 시즌5에 들어서야 재평가가 된 이유.

연습을 해서 잘 다루게 된다 쳐도 썩 좋은 챔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날고 기는 다른 미드챔피언을 냅두고 왜 굳이 연습까지 필요한 베루가를 하겠는가?

그런데 미드가 아닌 다른 라인으로 써보니 연습을 할 가치가 차고 넘치더라.

'서포터로서의 재발견. 덕분에 미드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웃지 못할 뒷사정이라니..'

광역 스턴기가 서포터로서는 너무 좋더라.

그도 그럴 게 쏘냐의 파워센도가 1.5초 스턴인데 반해 베루가가 가진 불허의 장벽은 2.5초.

장벽의 끄트머리에 맞혀야 한다는 조건부라고는 하지만 궁극기가 아닌 일반스킬이다.

꿀챔프에 목이 마른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연습했다.

당시 서폿 베루가를 연습했던 나는 현재 미드 베루가를 하고 있다.

불허의 장벽을 거진 10할에 가까운 확률로 맞히며 말이다.

두-둥!

논타겟이라고는 하지만 즉발 CC기인 불허의 장벽.

까타레나에게 한 번의 콤보를 넣고 빠져 나온다.

궁극기를 제외한 Q스킬과 W스킬.

물론 까타레나는 피하려고 발악을 한다.

꽝!

베루가의 W스킬, 운석 투하는 도달하는데까지 선딜레이가 꽤나 길다.

그런 패널티만큼 강력한 건 맞지만 까타레나는 사기적인 이동기가 있다는 게 문제.

스턴이 풀리자마자 지체없이 이동하면 운석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럴 수가 없다.

'이제는 1.5초가 아니라고.'

스킬레벨에 따라 스턴 시간이 달라지는 불허의 장벽.

1.5초의 스턴이었을 땐 아슬아슬 피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묵직하게 떨어지는 운석에 꿀밤을 제대로 맞는다.

'다음 불허의 장벽에 킬각이 나올 거 같은데.'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원하는 대로만 흘러갈까.

더욱이 프로팀과의 스크림 와중이다.

내가 킬각을 잡는 타이밍을 적팀의 입장에서도 모를 리가 없다.

그렇기에 미리 부른다.

"프릭, 미드역갱 부탁해."

<오케이, 잠깐만 기다려!>

미안하지만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이다.

정글러의 클라스가 살짝 아쉬운 노릇.

그나마 이 정도도 우리 누님께서 평소에 프릭을 부단히 갈궈주신 덕분이다.

<좋은 말로 할 때 먹던 거 내려놓고 가라?>

<네, 누님!>

예은이 소리를 버럭 지르자 프릭이 쏜살같이 움직인다.

차마 그 자리에서 지적하기 힘든 이야기를 대신 해주니 편하기는 하지만.

'벌써, 와버렸나.'

프릭이 잠깐 지체하는 사이에 적팀의 정글러, 탈리반 3세가 먼저 움직였다.

역시나 한 발 빠른 타이밍.

그래도 잠깐만 시간을 번다면 아모모의 백업을 기대해볼 만하다.

'두 명을 정확히 맞힐 수 있다면.'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명 정도야 어찌저찌 맞힐 수 있겠지만 두 명은 이야기가 다르다.

타고난 감각을 가진 이라면 해낼 수도 있겠지도 솔직히 나는 조금 부족하다.

그 부족함을 다른 곳에서 보충해낸다.

쿠! 창!

탈리반 3세가 깃창을 내리꽂아 돌진해온다.

저 돌격에 맞으면 약 1초동안 공중에 뜨게 되며 행동불가.

그 사이에 까타레나에게 녹아버리게 될 거란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점멸을 써서라도 피해야만 한다.

<버거킹!>

깃창을 피해내긴 했지만 탈리반 3세는 궁극기가 남아있다.

흙벽을 일으켜 세워 상대를 3.5초 동안 가두는 대변동.

까타레나는 사기스런 이동기로 이 안에 파고들어 칼날을 흩뿌릴 것이다.

이 순간을 노렸다.

두-둥!

불허의 장벽이 탈리반이 세운 흙벽과 겹친다.

장벽안에 또다시 장벽이 세워진다.

그 안에 갇힌 세 명의 챔피언.

나를 제외한 두명이 완벽한 스턴상태에 빠졌다.

투욱!

스킬레벨이 올라 약 2초에 가까워진 스턴.

프릭의 아모모가 도착할 시간을 벌어내는 것은 여반장이다.

아모모가 쏘아낸 붕대가 탈리반 3세에게 명중한다.

이윽고.

부와아아앙!

2초간 상대를 옭아매는 아모모의 궁극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나의 운석.

탈리반과 까타레나의 머리를 짓이긴 나는 결정타를 쏘아냈다.

베루가의 궁극기 초신성 폭발을.

꽈앙!

이미 데미지가 충분히 누적된 까타레나는 궁극기만으로도 바이바이다.

스킬의 계수만 해도 어마어마한 베루가의 궁극기, 초신성 폭발이지만 그 진가는 다른데 있다.

상대가 가진 주문력의 8할만큼 추가피해.

가히 마법사 챔피언의 천적이 아닐 수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모모의 붕대가 탈리반을 끈질기게 속박하고 있다.

천천히 평타와 더불어 별의 일격.

마무리로 발화를 걸어준다.

─더블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퍼블은 아니라지만 더블 킬.

미드정글 간의 2:2 싸움을 완승했다.

심지어 상대는 그 독나타스.

어찌나 기쁜지 프릭의 입에서 절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캬! 이런 건 하이파이브해야 제맛인데 자리가 머네.>

<멍청아, 니가 조금 더 빨리 갔으면 점멸도 안 빠졌잖아.>

가시가 돋힌 예은의 태클은 이제 모두가 익숙하다.

딱히 악의가 없다는 사실을 팀원들 경험으로 배워냈다.

만약 게임상이었다면 오해를 받아도 할 말 없었겠지만은.

'예쁘면 인생 살기 편하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란 말이야.'

로크도그나 중국계인 리는 그렇다 치고.

예은의 얼굴은 서양권에서도 제법 먹어주는 듯하다.

최근엔 얼굴뿐만 아니라 몸매도 꽤나.

<미드 더블 킬 먹었으면 정신 차리고 캐리 좀 하시지?>

"..잠깐 딴 생각 좀 했어요."

평소엔 까탈스럽지만은 않은데 게임만 하면 돌변한다.

탑을 할 때면 조금 더 머리가 회까닥 도는 경우가 생기신다.

하지만 예은의 말마따나 상황이 영 좋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

'봇은 서포터가 한 번 죽었고.. 탑도 디나이를 조금 당해버렸네.'

단순히 방금 전 미드 백업만 느렸던 게 아니다.

정글차이는 게임시작부터 지금까지 쭉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봇은 갱킹을 한 번 허용했고 탑은 어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프릭이 못한다기보단 엄연한 실력의 차이.

적팀의 정글러는 독나타스의 주장 루베리다.

더군다나 초식 정글러인 아모모와 육식 정글러인 탈리반의 초반 갱킹력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그 탓에 나도 그렇고 다른 라인들 또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게임은 지금부터라고?'

더블 킬을 먹음으로서 확 풀려버린 라인전.

언제나 그렇듯 캐리는 자신이 있다.

더욱이 우리팀의 진가는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

내가 괜히 베루가를 꺼낸 게 아니니까.

이는 다른 팀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래 봬도 꽤나 완성도 높은 조합을 꺼내왔다.

"내가 베루가라서 아직은 못 움직여. 다음 용한타에서 승부를 내자."

<그러니까 자드같은 것 좀 하라니까. 으아악! 탈리반 또 오고 있어!>

예은이 플레이하는 챔프는 파이어뱃.

갱킹에 약한 파이어뱃의 특성상 갱킹 위험은 감수를 해야 한다.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버텨줘야겠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생쌀을 씹을 수야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이 베루가라는 챔피언은 최소 1코어가 나와야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죽음의 불타는 손길과의 기가 막힌 시너지.

타겟팅으로 들어가는 죽음의 선고가 완성되기까지 앞으로 조금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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