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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71화 (27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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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시즌의 서막

시즌3이 됐건만 아직까지 운영에 대한 변화는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 맞붙어본 스크림에서는 유별난 부분이 없었다.

어쩌면 각 팀에서도 숨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스플릿이라던지 철거메타라던지 윈터시즌부터 반드시 활성화될 터다.'

롤드컵을 기점으로 라인스왑이 종종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다.

오히려 라인스왑은 안 거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독나타스와의 스크림 경기 또한 마찬가지.

덕분인지 게임의 흐름은 무난무난하다.

양 팀이 만반,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용한타를 맞붙는다.

타칵!

타칵!

포킹 챔프라도 있었다면 긴장감이 조금은 고조됐겠지만 그런 거 없다.

이쪽도, 저쪽도 딱히 사거리가 긴 스킬이 없다.

내 옆에서 예은의 파이어뱃이 쇠꼬챙이를 쏘아대며 열관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

'파이어뱃을 연습한 지 얼마 안됐을 텐데 꽤나 익숙해졌네.'

일전에 네네톤으로 파이어뱃에 크게 데인 이후로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저 파이어뱃이란 챔피언은 상당히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

그럴 텐데도 벌써 주챔피언마냥 다루는 것보면 역시 재능은 재능.

열관리 만큼이나 분노조절도 잘 해줬으면 좋겠지만 그동안 쉬느냐 뒤쳐진 분량을 만회하겠다는 듯 열심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투자한 것을 잊지 않았다.

기회비용이라고 했었나.

결단코 후회가 이는 선택으로 만들어서는 아니된다.

'이제 곧이다.'

대치랍시고 의미없이 시간을 떼웠던 게 아니다.

적팀의 경우 라인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시간을 끌어 미니언 웨이브를 포탑에 낭비시키려 한다.

물론 나에게도 노림수가 존재한다.

미니언 웨이브가 적팀을 향해 웃어주고 있을 때.

이쯤 되면 슬슬 대치만 해도 이득이라고 자찬하고 있을 방심을 파고든다.

두-둥!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베루가의 유일한 CC기.

불허의 장벽이 펼쳐지며 적팀의 진영에 이변을 만든다.

하지만 닿을 수 있는 사거리는 고작해야 앞라인이다.

하지만 점멸을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팀의 진영 한 가운데에 둥그스름한 장벽이 펼쳐졌다.

두 명의 적이 그 안에 갇히고 세 명의 적이 장벽에 닿아 스턴에 걸렸다.

점멸까지 사용했기에 아군이 호응을 하기에는 조금 먼 거리.

아군의 파이어뱃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과감한 이니시다.

투두두두둑!

사거리가 상당히 긴 파이어뱃의 궁극기, 불바다 미사일.

하늘에서 떨어지는 미사일 세례가 적팀의 진영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미사일들이 폭발한 자리에선 새빨간 용암이 들끊는다.

2초가 넘는 스턴 시간동안 적팀은 마그마에 몸이 녹아내리게 된다.

나 또한 역할을 잊지 않고 쏘아냈다.

꽈앙!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동반한 풀콤보가 틀어박힌다.

바로 적팀의 미드라이너 까타레나에게.

까타레나는 장벽에 갇히기만 하고 스턴상태에 걸리지 않았지만 소용없다.

타겟팅으로 들어가는 세 개의 구슬은 하나의 목숨을 완벽하게 빼앗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Unknown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굳이 지속딜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아군의 원딜러 로크도그.

결코 원딜러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게 뛰어든다.

피지컬은 다소 떨어질지라도 판단력만큼은 뒤쳐지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

바로 시원한 폭죽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쿠웅!

콰아앙!

방어구 관통력 세팅이 선사하는 막대한 한 방.

크레이브즈의 Q스킬과 궁극기가 끼얹어진다.

안 그래도 불바다 미사일에 녹아나고 있던 적팀에겐 치명적인 황산이다.

하지만 아직 마무리를 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

스턴에 풀린 적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거킹!>

탈리반 3세가 궁극기를 사용해 나를 가둔다.

그리고 깃창을 사용해 돌격한다.

쿠! 창!

용감하게 돌격해 온다고 해도 이미 기울어진 승부.

마무리를 못했을 뿐 한타의 승패는 정해져 있다.

그러나 탈리반이라고 의미없이 자신의 몸을 내던진 게 아니다.

'이런….'

방금 탈리반의 행동은 골치가 아프리만큼 정확했다.

원형의 흙벽을 일으켜 세워 나를 가두고 아군과 적군의 사이를 끊어냈다.

더욱이 틈을 비집고 돌격해오는 아군을 깃창으로 띄워 시간을 끌었다.

그 자신이 죽을 지라도 나머지 세 명의 팀원을 살려내는 고귀한 희생이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까타레나와 탈리반 3세.

두 명의 적을 잡기는 했지만 나머지 세 명을 놓쳤다.

대신 용과 미드 1차포탑을 챙겼다.

썩 괜찮은 전리품이지만 만족을 하기엔 부족했다.

'조금 더 큰 이득을 보고 싶었는데.'

단순한 욕심이 아니다.

적팀은 프로팀이니까.

똑같은 수를 두 번 당해줄만큼 멍청하지가 않다.

<아테나의 신발 세 명 맞췄고 서포터는 미카엘의 그릇 올리고 있어.>

<수호자의 방패는 이미 나왔어. 룬방패도 곧이다.>

아이템 부분의 대처도 빠르다.

특히나 저 미카엘의 그릇.

시즌3에 들어 새로 나온 아이템은 CC기 챔피언들의 천적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처야.'

미카엘의 그릇은 아군 한 명의 체력을 회복시키며 CC기를 풀어낸다.

신규 아이템을 시기적절하게 활용하는 것 보면 독나타스는 역시 만만치 않다.

아까처럼 진형이 뭉치는 등의 틈도 보여주지 않을 터.

한 번의 한타를 이겼다고 한들 게임의 흐름은 아직 모른다.

<나 조냐 나올 때까지 CS 좀 몰아줘. 왜인지는 알지?>

"설명을 좀 해주라고.. 우리 누님 스플릿때문에 조냐 나오셔야 한댄다."

그렇다고 방금 전 한타 승리가 의미없었다는 건 아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파이어뱃이 조냐의 물시계를 갖출 수 있다.

탑라이너는 그 특성상 혼자 다닐 때가 많다.

빈 라인의 CS를 수거하고 라인관리를 하는 게 게임 내적으로 봤을 때 가장 큰 역할.

하지만 파이어뱃은 광역딜의 특성상 한타가 좋은 대신 두 가지 단점이 있다.

1:1에서 스킬을 빗맞췄을 때 질 수 있다.

이것만이면 성장의 격차로 메꿔질 수 있지만 다른 한 가지.

생존기가 부족해 짤릴 염려가 크다.

예를 들어 탈리반이 궁극기로 가둬버리고 잠깐 시간을 끄는 사이 까타레나가 딜을 우겨넣는다던지.

잭트같은 챔피언은 잘 크면 한 명 데려갈 수 있지만 파이어뱃은 다르다.

광역딜로 양념은 칠 수 있어도 한 명을 확실하게 마무리할 능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조냐가 나오면 완전히 달라지지.'

2.5초간 시간을 벌며 적팀에게 양념을 제대로 친다.

그 사이에 아군이 합류할 수 있다면 완벽한 역전각.

그래서 현재 파이어뱃 유저들이 자주 가는 나일아이의 수정창 대신 조냐의 물시계를 가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설명 좀 하고 살면 오죽 좋을까.

모르긴 몰라도 나 말고는 언뜻 이해하지 못했을 터.

팀게임일지라도 CS는 민감한 부분이니 무작정 몰아달라 이야기를 꺼내면 곤란하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지만.'

정말 내가 아니면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아주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

이전 같았으면 CS 먹는다 한 마디가 고작이었을 지도 모른다.

개미 눈곱만큼 살가워진 예은이 기특하게 느껴지는 것도 잠시.

적팀 쪽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 * *

독나타스 또한 게임의 흐름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CLC 2군의 전력에 깜짝 놀랐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은 운빨을 상당히 많이 타는 편이니까.

막말로 그랜드 마스터도 실버, 골드에서 말릴 수 있다.

최소 프로레벨에 올라온 1군 대 2군의 게임은 더욱 더 그러한 경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초반의 흐름이다.

스크림 경기를 맞붙어 보면 열에 아홉은 1군이 가져간다.

그 아홉 판 중 초반에 불리했던 게임이 절대 없는 게 아니다.

불리했던 게임의 흐름을 가장 쉽게 뒤집을 수 있는 방법.

2군팀을 상대로 할 때 1군팀이 열에 아홉은 이길 수밖에 없는데는 이유가 존재한다.

<파이어뱃 한 번 잘라보자.>

루베리의 말에 독나타스의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파이어뱃을 자르고 바론을 트라이하겠다 거나 그런 무리한 오더가 아니다.

<한두 타임만 더 끌어도 충분히 할만 해.>

아무리 불리하게 스타트를 끊었다고 해도 기본 기량이 다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실질적인 격차는 줄어들기 마련이니까.

단순 계산만 해도.

2코어와 3코어의 차이는 1.5배지만.

3코어와 4코어의 차이는 1.3배다.

게다가 지금의 상황은 코어 아이템 차이가 날 정도로 두드러지지도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0.5코어.

길게 봐도 5분정도 끌면 할만해지고 10분 정도 끌면 승기가 넘어온다.

그렇기에 파이어뱃을 잘라서 적팀이 공격적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려 한다는 루베리의 판단은 옳다.

하지만 아이템창에 보이는 지금 이 시간대에 나와서는 안되는 코어템.

<파이어뱃 조냐의 물시계 나왔는데 무리 아닐까?>

독나타스의 서포터 마일러의 말은 일리가 있다.

루베리가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을 이야기 한다면 세부적인 판단은 마일러가 맡는다.

과연 프로팀다운 운영체계.

오판이 내려지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가능하다.

그렇다고 항상 옳은 판단만 한다는 건 아니지만 혼선을 빚는 경우가 적어진다.

<그냥 한 번 해보자고.>

마일러의 말을 루베리가 막무가내로 받아친다.

팀원들의 입장에선 당연 어리둥절 할 수밖에.

루베리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적의 대처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잖아? 스크림이라는 이점을 살려보자는 거지.>

스크림에서 1군이 2군에게 진다.

확실히 망신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면 다른 경우로 활용할 수 있다.

적의 전력(戰力).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게임의 흐름이 썩 좋지도 않고 말이야.'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시간을 끄는 것 또한 망신인 건 매한가지다.

더욱이 대회 경기면 몰라도 스크림 게임.

지지부진 끌면서 후반을 노리는 건 성미에 맞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위기의 순간에서 적팀의 판단력을 확인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선수의 정보 또한 캐낸다.

'저 파이어뱃을 하는 선수는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

프로팀의 정보력은 만만치 않다.

특히나 자신들 독나타스처럼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팀은 더더욱이다.

Unknown Error가 아니더라도  로크도그가 CLC에 영입되리란 사실은 알고 있었다.

로크도그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CLC에서 방출되리란 사실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 게임에서 파이어뱃을 플레이하고 있는 선수.

독나타스의 주장인 자신조차 존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기량이 부족한 아마추어 선수면 모르되 그렇지가 않았으니까.

'플레이는 조금 투박한 면이 있지만.'

아직 채 깎아내지 못한 원석.

제대로 완성된다면 일류 이상의 빛을 발하리라.

Unknown Error에 이어 가능성이 엿보이는 선수를 또 하나 잘도 발굴해냈다.

심지어.

'로크도그도 꽤나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루베리 또한 로크도그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것도 CLC보다 먼저 말이다.

심사숙고 끝에 결국 포기했지만 말이다.

선수가 가진 재능이 특수하다.

피지컬이 부족한 운영형 원딜러.

팀에 섞어내기도 힘들 뿐더러 다른 단점이 발목을 잡았다.

바로 팀게임인 로드 오브 로드에서 불화를 만든다는 사실.

그것도 어떻게 해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같은 한국인들만 있는 팀에서조차 실질적인 방출을 당했는데 외국팀에선 오죽할까.

그렇기에 포기하고 있었건만.

'스크림의 대가라고 하긴 뭣하지만 한 번 물어보자고.'

루베리는 경기가 끝난 후 Unknown Error에게 이야기를 꺼내보기로 했다.

이제 와서 로크도그를 다시 꼬시지는 않겠지만 순수하게 궁금했기 때문.

하지만 일단은 게임이 먼저다.

잡생각을 하는 사이 루베리의 탈리반은 파이어뱃의 지척까지 도달했다.

쿠! 창!

혼자 움직이는 파이어뱃을 끊어내기 위해 루베리는 과감히 돌격했다.

사용한 것 또한 단순한 깃창이 아니다.

깃창과 동시에 점멸을 사용해 파이어뱃을 띄워낸다.

투웅.

그리고 탈리반 3세의 W스킬, 순금의 방벽으로 파이어뱃을 둔화시킨다.

천천히 평타를 두들기며 따라가다가 사용하는 궁극기.

3.5초간 적을 가둬버리는 대변동은 뚜벅이 챔피언들의 천적이 따로 없다.

더군다나.

'나는 다시 깃창에 창을 뻗어 도망가면 그만이니까.'

탈리반 3세는 스킬레벨이 오르면 두 번 이동할 수 있다.

이동하는 자리는 깃창을 꽂은 곳으로 한정된다지만 도망을 갈 수 있다는 게 중요.

백이면 백 파이어뱃은 자신을 길동무로 데려가려 할 터다.

뜨겁게 걸린 발화가 이를 증명한다.

투두두두둑!

하지만 이게 웬걸?

예상이 빗나가버렸다.

파이어뱃은 자신을 데려가려 하지 않았다.

발화를 걸었을 뿐 불바다 미사일이 떨어진 위치는 완전 엉뚱하다.

자신을 노리지 않고 진영을 갈랐다.

호응을 하기 위해 달려오는 아군 진형의 중간을.

'아차!'

이미 엎질러진 물.

적팀의 탑라이너 파이어뱃의 판단력은 얼마 전까지 아마추어였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올곧았다.

발바닥을 뜨겁게 달구는 용암지대가 독나타스의 퇴각을 막는다.

그리고 덮쳐오는 적팀의 진격.

강제적으로 열리게 된 한타의 패색은 한없이 짙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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