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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72화 (27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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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시즌의 서막

스크림 경기라고는 하나 첫 번째 게임을 가져간 건 기뻐해도 될만한 승전보다.

더더욱이 상대는 그 독나타스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두 번째 세트에선 아니었다.

'똑같은 전략이 두 번 먹히는 건 기대도 안 했지만.'

그렇기에 조금 꼬았다.

탑을 예은이 아닌 헤일커드로 돌렸다.

헤일커드는 특색이 조금 없기는 해도 안정적.

말화이트같은 듬직한 이니시 챔피언을 잘 다룬다.

굳이 내가 무리하게 점멸 이니시같은 걸 노리지 않아도 말화이트가 각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1군은 1군일까.

이렇게 조금만 꼬아도 곧 바로 대비책을 찾아내지 못하는 2군팀들과는 달랐다.

적팀은 첫 판을 타산지석 삼아 훌륭히 대비책을 이룬 뒤였다.

'역시 약간의 변화를 준 정도로는.. 먹히지 않는다는 걸까.'

이는 하나의 실험이기도 했다.

독나타스를 기준으로 삼기는 뭣한 일이지만 프로팀의 대응력.

과연 비슷한 전략을 꼰다고 당해줄까 하는 의문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을까.

턱도 없었다.

그렇다고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준 건 아니지만 무난하게 패배했다.

무난하다는 건 그만큼 우리팀의 실력이 크게 뒤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시 한다고 해도 확실하게 지는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조금씩 승기를 잠식한다는 건 독나타스의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때문에 쓰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독나타스가 아니더라도 꺼내기는 해야 했지.'

비장의 카드는 기본적으로 노출을 꺼려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

변칙적인 수가 가능한 카드의 경우 미리 꺼내놔도 손해가 없다.

오히려 적팀이 자기가 판 함정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라이로, 이번 판은 예은을 정글로 돌려보자."

"벌써? 아직 조정 중 아니었나?"

팀의 코치, 라이로가 걱정할 만도 하다.

예은이 부단히 노력 중인 건 사실이지만 게이머의 공백은 가볍지 않으니까.

탑이야 비교적 간단해서 금새 적응을 해냈지만 정글은 연습이 조금 부족한 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예은과 나는 LCL에서 호흡을 맞춘 이력이 있다.

미드와 정글로서의 궁합.

부족한 부분은 경험으로 보충이 가능하다.

이는 최근의 연습을 통해 확인 했고 실전에서 충분 써먹어봄직 하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언제까지 놀려 둘 수는 없으니.'

독나타스와의 스크림은 세 판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더 돌려보자고 이야기가 오갔다.

이는 당연 주장인 루베리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팀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스크림의 결과.

첫 번재 판은 승리한 데다, 두 번째도 꽤나 괜찮은 느낌이었다.

허나 변화가 없었다.

비슷한 수를 한 번 더 둔다고 게임을 그 이상 할 가치가 있겠는가.

이는 챔프폭에 변화를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정글러로서의 프릭은 수비적이다.

챔프폭만 해도 아모모와 나무카이.

내가 베루가가 아닌 다른 챔프를 꺼낸다고 해도 게임의 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만약 공격적인 챔프를 꺼낸다면 진행조차 안될 수 있다.

미드와 정글은 한 몸.

프릭이 수비적으로 움직이는데 내가 유별하게 공격적으로 나서서야 아니된다.

오히려 안정적이던 게임의 흐름이 무너지고 만다.

팀의 성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글러의 스타일부터 달라져야 한다.

그것은 당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바에야 아싸리 정글러를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발상의 전환이랄까, 이런 수도 있는 거니까.'

그에 따라 조합의 특색도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과감한 연계를 목표로 하는 한타 조합에서.

개인의 센스가 돋보이는 공격적인 조합으로 말이다.

.

.

.

* * *

정글러가 초반 카정을 간다.

솔랭이면 모르되 팀게임에서는 미리 맞춰 놓는 게 보통이다.

내가 이전에 타임끝과 호흡을 맞췄던 것처럼 말이다.

'그 때는 적 정글 말리기 용도였지만.'

당시 타임끝이 플레이했던 정글러는 두두.

두두라는 챔피언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정글몹을 빼먹는 카운터 정글을 취했다.

하지만 이는 두두라는 챔피언이 특수했기 때문이다.

카정의 본래 의미는 어디까지나 적정글을 때려잡는 것이니까.

특히나 두 번째 버프몹을 먹고 있는 적정글러의 뒷통수를 후려갈길 때의 쾌감은 장난이 아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지만서도 프로레벨에선 통하지 않는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지만 일단 대처능력.

카정 생각 안 하고 정글 먹다 당하는 일도 없을 뿐 더러 백업 싸움도 활용할 줄 안다.

적이 자신의 정글에 왔다는 것은 아군이 조금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는 소리.

어설프게 갔다간 역관광 내지, 시간 손해만 볼 뿐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그렇다고 대회무대에서 카정이 아예 없냐 묻는다면 우문이다.

갤럭시 크래프트라는 옛날 세대게임에서도 그러했다.

흔히 말하는 올인 전략.

동네 초딩들도 쓸 수 있는 4일꾼 전략도 가끔 가다 먹힐 때가 있다.

그런 날빌도 먹히는데 카정이라고 통하지 않을 리가 있을까.

'방향성도, 시기도 다르지만 말이야.'

스크림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연습 경기다.

라인스왑같은 것도 변칙적인 대응으로 생각해 상대팀의 의사를 묻고 나서야 진행된다.

그게 관례이거니와 기본적인 예의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지만 카정같은 경우도 좋게만은 해석되지 않는다.

특히나 대회무대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만큼 자신들을 실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서로 간에 미리 언질이 있어야 한다.

기습전략을 쓸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한 후에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판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시기를 조금 꼰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챠락! 챠르륵!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은 탤런이다.

탤런은 프로 무대에서는 알맞지가 않은 챔피언.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라인전이 약하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다.

이 점을 아군의 정글러가 공격적인 플레이로 풀어준다.

슈웅!

따지고 보면 별 거 없다.

그냥 간간히 미드라인에 얼굴만 비치는 정도.

그것만으로도 적은 견제를 빡세게 하지 못하고, 나는 조금이라도 더 미니언을 챙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신규 아이템.

크리스탈 유리병.

흔히 말하는 충전형 포션이다.

우물에 갔다오는 것만으로도 리필이 된다.

라인전을 버티는 챔프들의 시작 아이템으로 더없이 유용하다.

더군다나 라인을 조금 늦게 출발하면 포션을 4개 더 챙겨가는 게 가능하다.

초반 라인전을 버티는데 엄청난 도움을 줌은 물론이다.

<슬슬 움직일 거지?>

"당연한 소리를."

6레벨 이전까진 어쩔 수 없이 사려야 하는 탤런.

하지만 궁극기, 그림자 수리검을 배운 이후로는 달라진다.

잡을 수 있는 킬각이 넓어짐은 물론이고 기동성 또한 달라진다.

이쿠, 이쿠!

적팀의 정글로 대놓고 들어간 아군 리심.

몰래 유령을 뺏어 먹고 있다.

이러다가 적정글을 조우하게 된다면.

혹은 백업 싸움이 이루어지면 곤란했다.

지금까지는 말이지만.

콰라락!

부쉬에서 튀어나온 독나타스의 정글러, 말카림이 언월도를 돌려온다.

한국에서야 최근 씨지맥때문에 탑 말카림이 주목을 받고 있다지만 북미는 그렇지가 않다.

정글 챔프로서의 픽률이 수 배는 높다.

도마뱀 장군의 혼령과 얼음 장갑, 그리고 불타는 망토를 가는 정글 말카림.

초반에는 리심보다 약한 말카림이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이템이 갖춰질 수록 강력해짐은 물론이다.

자신의 정글을 약탈하고 있는 리심을 발견한 말카림은 자신감 있게 싸움을 걸어왔다.

콰라락!

흡수하는 혼령을 키고 언월도를 돌리면 데미지를 줌과 동시에 자신은 회복한다.

덕분에 말카림은 아이템이 나오고 레벨이 오를 수록 1:1도 강력해진다.

그렇다고 딱히 리심을 때려죽이겠다는 이야기는 아닐 터다.

감히 자신의 정글몹을 뺏어먹은 리심의 궁극기라도 빼볼 요량.

아무래도 킬각까지 노리기엔 리심이 조금 잽싸니까 말이다.

그런데 리심의 행동은 생뚱맞았다.

이~쿠우!

적당히 딜교환을 하는 척하다가 갑자기 와드방로로 말카림의 뒤를 잡아 범의 일격.

말카림이 미드 라인 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 장면을 한참 전부터 지켜보고 있던 나는 지체없이 쏘아졌다.

촤락!

라인전을 진행하다 뜬금없이 사용하는 궁극기.

탤런은 그림자 수리검을 사용할 시 순간적으로 이동속도가 대폭 상승한다.

거기에 더해 은신상태.

상대가 내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아주 잠깐의 혼선을 빚는다.

그리고 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은신상태에서 점멸을 사용하면 적은 알 수가 없다.

분명 조금 전까지 미드에 있던 탤런이 정말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말카림의 목을 벴다.

궁극기의 이속증가와 점멸, 더욱이 목베기라는 접근기까지 더해진 기동성.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정확히 해줬다.

<해달라는 대로 해줬는데 고맙다는 말 안해?>

"캬아~! 사모님 나이스샷!"

<...이따 보자.>

탤런이란 챔피언이 1킬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증명은 이미 LCL에서도 보여준 바가 있다.

그때야 나혼자 고군분투.

궁극기로 라인클리어하고 난리부르스를 다 떨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예은과 현실에서 마주 보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짚어준다.

팀원으로서 호흡을 맞추기 더욱 편할 수밖에 없다.

이는 본 게임에서 나와 예은의 듀오가 적 독나타스의 듀오에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아직 방심할 시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전보다 훨씬 캐리할 자신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게 신규 아이템.

'정확히는 리메이크지만.'

시즌3에 들어 새까만 양날도끼가 변했다.

이전에는 평타를 갈겨서 최대 3회, 적팀의 방어력을 고정수치로 깎았다면 이제는 스킬도 포함이다.

적에게 물리피해를 입히는 것만으로도 7.5%씩.

최대 4회, 그러니까 방어력을 최대 30%씩이나 깎을 수 있다.

더군다나 다른 옵션들까지 기가 막히다.

체력, 공격력, 방어구 관통력, 쿨타임 감소.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완소 아이템.

명실상부 시즌3 초기의 대표적인 OP템이다.

새까만 양날도끼 덕에 AD챔피언들이 미드에서 주류가 되고 미스터 포텐이 흥하고.

아직까지야 변화가 와닿지 않지만 곧 열리게 될 롤챔스부터는 그러하리라.

그 조짐은 솔로랭크에서 아주 조금씩이나마 보이고 있다.

티링!

이전에는 기동력의 신발로 로밍을 노렸다.

하지만 지금 나는 새까만 양날도끼를 목표로 하위템을 맞추고 있다.

이 또한 정글러의 기량을 믿기에 할 수 있는 플레이.

탤런이 아무리 라인전이 약하다지만 1킬 차이면 충분 까타레나를 압박할 수 있다.

챠락! 챠르륵!

미개한 방망이가 뽑히자 라인클리어가 시원하다.

탤런의 W스킬, 부메랑 표창에 한 방에 정리되는 원거리 미니언들.

이렇게 되면 라인전이 배는 편해진다.

압박을 하기에도, 로밍을 가기에도.

허나 잊어서는 안된다.

방금 말카림을 따내기 위해 나는 점멸을 사용했다.

더더욱이 라인을 압박까지 하고 있다.

띠리리리링~!

적팀의 정글러 말카림이 돌격해오고 있다.

유령화에 멸망의 질주까지.

콩머스 부럽지 않은 순간 이동속도 내달려온다.

얼핏 확인한 아이템창에는 핑크와드까지 존재한다.

궁극기까지 사용해 나를 따버릴 속셈.

철저한 준비와 계산을 마친 갱킹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반항은 단 하나, 궁극기의 사용.

궁극기를 제외하면 생존기라곤 전무한 탤런이다.

그나마 궁극기에 달린 이속증가가 유일한 활로.

하지만 잊어서야 아니된다.

내가 은신챔피언 장인 Unknown Error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촤락!

분명 포탑 안 쪽으로 피신을 했어야 하는 내가 온데간데 없다.

핑크와드를 박고 두리번 거리던 말카림은 뒤늦게서야 사태를 파악한다.

써컹!

아무리 핑크와드가 은신챔피언을 드러내준다고 한들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활로가 아닌 사지로.

오히려 까타레나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까타레나의 목을 베었다.

촤라라라락!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하면 죽는다고 했던가.

탤런의 E스킬, 목베기에 있는 단 1초의 침묵.

어느새 나타난 아군 정글러 리심이 놓치지 않고 호응 한다.

이~쿠우!

와드방로와 점멸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후 범의 일격.

미니언 사이에 숨어 음파를 피하려는 까타레나의 속셈은 뻔히 보인다.

그에 대한 파훼법을 우리 정글러 사모님은 잘 알고 있다.

먼저 까내고 그 다음 음파를 맞힌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또다시 미드정글 싸움에서의 완승.

아직 라인전에 지나지 않는다지만.

고작 설레발에 들뜰 내가 아니다.

티링!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까만 양날도끼가 완성됐다.

더욱이 이번 게임의 정글러는 몇년씩이나 발을 맞춰온 훌륭한 파트너다.

질 생각도, 적당히 해줄 생각도 단언컨대 없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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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고맙습니다.

*예은 성장부분에 대한 의문은 곧 나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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