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74화 (27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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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시즌의 서막

긴 연습게임 끝에 찾아온 꿀맛같은 휴식.

방에 돌아와 침대에 퍼질러 누운 나는 회상했다.

오늘 있었던 독나타스와의 스크림에 대해.

'목표를 이루기는 했지만….'

성과만 놓고 보자면 만족스러웠다.

우리팀 뿐만 아니라 독나타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어찌나 마음에 들었는지 열판 가까이 스크림을 가졌다.

'서렌으로 끝난 게임들을 포함한 숫자지만서도.'

대회무대에서는 정말 어지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서렌이 나오지 않는다.

아마추어 대회는 몰라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롤챔스에서는 하나의 룰처럼 적용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스크림 경기는 대회가 아니다.

굳이 이길 가능성이 없는 게임을 붙잡고 있기보단 빠르게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 서렌을 친 게 우리 쪽이었다는 건 아쉬운 노릇이지만..'

독나타스와의 스크림은 의미가 깊었다.

2군팀들과의 연습에서는 잡아낼 수 없었던 문제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아주 약간의 틈만 내비쳐도 찔러온다.

찌르고 파고 벌려서 상처를 헤집는다.

가장 두드러졌던 부분이.

'라인스왑에 대한 대비책이 영.. 시원찮았어.'

여러모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의 연습으로는 팀호흡을 맞추는 것만으로 벅찼던 지라 세부적인 부분에선 갈 길이 멀었다.

특히 라인스왑같은 변수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

첫 번째는 순수한 무지.

말 그대로 우리 봇듀오가 라인스왑이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다 쳐도 실전에 옮기는 건 다른 이야기니까.

이는 다른 거 필요없이 꾸준한 연습과 경험만이 해결책이다.

두 번째는 주도적인 라인스왑.

운영형 원딜러인 로크도그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라인스왑을 거는 편이 좋다.

지금까지야 여유가 없어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시도해봐야 한다.

더욱이 상대 또한 라인스왑을 걸어오는지, 혹은 예상하고 받아치는지.

심리전이 될 가능성 또한 대비책 또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헤일커드의 챔프폭.

그의 주력챔프인 말화이트같은 경우 맞라인전은 버틸 만하지만 라인스왑에 엄청나게 약하다.

앞으로 헤일커드가 탑라인을 맡게 될 경우가 많아진만큼 아무래도 신경을 써줘야겠다.

'예은을 탑으로 돌리기에는 아깝기도 하고 말이야.'

본디 예은이 탑, 미드 , 정글 세 라인을 적절히 맡기로 했지만 조금 노선을 바꿨다.

롤챔스가 코앞까지 다가온 지금 연습시간은 썩 넉넉하다고는 볼 수 없다.

탑이라는 하나의 토끼 정도야 포기해주는 편이 적절한 맺음선이다.

때문에 어지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헤일커드가 탑을 중점적으로 맡기로 했다.

지금껏 파이어뱃을 연습한 게 아쉽게 되긴 했지만, 내가 보기엔 예은은 탑보다 정글을 더 괜찮게 한다.

독나타스를 상대로 정글연습이 부족했음에도 꽤나 훌륭했다.

정글만 중점적으로 연습시키면서 미드연습 또한 병행시킨다.

예은이 미드를 서줘야 내가 다른 라인에 갈 수 있기 때문.

아군의 전략의 가짓수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줘야 한다.

'해야 할 목표는 대략 정해졌나.'

목표를 정했다면 하면 된다.

계획표를 야무지게 짰다고 실천에 옮기는 일이 쉬워지는 건 아니라지만 내 꿈은 원대하다.

그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북미에서의 활약은 필요불가결.

게다가 이만큼 좋은 조건을 마련해 놓고 게으르게 있어서야 쓸까.

남은 시간은 이제 2주일이다.

윈터시즌이 열리기까지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사이에 해내야 할 것이 정말로 산투성이.

단 한 순간이라도 멈춰서서야 안된다.

'어떻게든 해내고야 만다.'

빠듯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이미 사전에 어느 정도의 윤곽은 잡아놨다.

내 지식과 합한다면 충분 해봄직하다.

그를 위한 첫걸음이자 반드시 필요한 것.

남들 다 쉬는 주말에조차 나는 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이곳 미국은 시간외근무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지라 다른 팀원들에게는 말을 꺼내기 힘들다.

하지만 예은이라면.

'부담없이 부려먹어도 되겠지.'

이게 다 너를 위해서!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듣고 자랄 수밖에 없는 명언이다.

나는 합리화를 하며 남아있는 일말의 죄책감을 덜어냈다.

.

.

.

* * *

시간이 흐르고 흘러 바야흐로 한국은 롤챔스 윈터시즌이 도래했다.

그 시기는 북미나 유럽에 비해 2주 정도 빠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자국 내에서만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여러 국가를 오가야 하는 해외에 비해 준비 과정이 간략하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자국민들의 급하디 급한 성격 덕분.

─아니 왜 롤챔스는 가을시즌이 없음?

스프링시즌, 서머시즌 왜 건너 뛰고 윈터시즌이야?

이게 말이 됨? 어? 되냐고!

└응, 돼!

└가을은 짧잖니;;

└님처럼 성격 드럽게 급한 사람들 때문에 빨리 열리잖슴;

전 세계적으로 알아준다는 빨리빨리.

자국민 성격 덕도 있긴 하지만 꼭 그것 만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은 대회가 적다.

기껏해야 PC방 대회, 혹은 소규모 아마추어 대회가 전부다.

그에 비해 해외는 롤챔스를 제외하더라도 대회가 여럿 존재한다.

이름난 부자들이 자기 명의로 개최하는 중소규모 대회도 은근히 많다.

찾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볼 거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까놓고 말해 볼만한 대회가 롤챔스 뿐.

성난 팬들의 불만도 이해 못할 것이 아니다.

─그래도 최근에 열린 LCL 괜찮았는데..

지난 서머시즌 만큼은 아니여도 꽤나 흥행하지 않았냐?

난 솔직히 꿀잼이었음.

특히 결승전에 우승한 팀 미드? 괜찮던데.

└그 사람 인성이 좀..

└이분 이미지 세탁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걔 도진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머시즌과 마찬가지로 윈터시즌 또한 LCL.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가 열렸다.

그런데 이번 윈터시즌 LCL의 우승자팀의 미드라이너가 도진기다.

안 좋은 방향으로 이름이 있다지만 못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도지기는 다른 두 도씨 형제 비해 본래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만은 않았으니까.

대리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도차나 도슈처럼 대놓고 하진 않았기에 구설수까진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나쁜 소문이 있는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

그렇기에 프로팀들은 고민했다.

과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감수하고 스카웃을 할 가치가 있을까?

유저들 또한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실제로 프로팀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알 필요도 없이.

도진기가 자신의 입장을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 롤갤에 밝혔으니까.

[안녕하세요. 도진기입니다.]

저희 늘 푸른 소나무팀에서는 이번 롤챔스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가하려 합니다.

프로팀에 흡수되지 않고 저희들의 플레이가 프로무대에서 먹힐지 증명을 해보려고 해요.

롤챔스가 끝난 이후에는 어떻게 할지 아직 고민중입니다만,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팬여러분들 응원 부탁드려요^^

//진기야! 버르장머리없이 롤갤에서 존댓말 쓰지 말라고 했지!

//요즘 잘 나가는 거 같은데 핏짜 사줘 핏짜!

//와 누가 보면 엄청 개념있는 프로게이먼 줄 알겠네.. 과거가 그립다 진기야.

롤갤이란 사이트가 원채 친목적인 분위기.

그리고 허물이 지나치게 없어서 댓글란이 자유롭다.

그만큼이나 성공적인 이미지 세탁을 마쳤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자신이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 진중한 사과를 한 데다.

대회 성적 또한 증명하고 있다보니 크게 걸고 넘어지는 사건은 없었다.

물론 도차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다르지만.

[진기야! 느그 도차 어디에 숨겼냐..!]

내가 이번 LCL 꼬박고박 챙겨봤는데 팀원들 중에 도차는 없는 거 같더라?

그냥 내 추측이긴 한데 도차만한 클라스는 없어 보여.

맞냐? 맞으면 도차는 대체 어디 숨겼냐?

//도차는 다시 돌아와도 절대 세탁 안돼~

//ㅇㅇ 롤갤에선 몰라도 잉벤에서는 죽자고 달려들걸?

//근데 설마 도진기도 도차 어딨는지 모르나?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정말로 오리무중.

3주 가까이 지났는데도 도차는 모습을 드러낼 기미가 안 보인다.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아이디를 차도로 바꿔오거나.

볼에 점이라도 찍고 돌아왔으면 롤갤 유저들은 반가워 했으리라.

누군가에겐 악인일지 언정 롤갤 유저들에게는 동네형같은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사람처럼 소식이 없다.

[도진기에요. 제가 알기로 도차형은….]

저도 몰라요.

진짜 몰라요.

그러니까 도차형은 잊고 절 응원해주세요.

제가 롤갤의 기둥이 되겠습니다!

//크으! 프로게이머 한다길래 롤갤 버리는 줄 알았더니 의리남이었네.

//우리 진기 화이팅! 롤챔스 인터뷰에서 롤갤 언급해줘!

//커뮤니티 부심보소ㅋㅋ 근데 롤갤러 잘되니까 내가 다 기쁘다야.

이렇게 LCL에서 올라간 하나의 아마추어팀과 더불어 열한 개의 프로팀.

그렇게 총 열두 팀이 한국 롤챔스의 본선에서 치열한 접전을 치르게 된다.

이변을 몰고 왔던 지난 롤드컵처럼 이번 롤챔스 또한 치킨각이 나올지.

그리고 이변을 만드는 팀은 과연 어느 팀이 될 것인가.

벌써부터 팬들 간에는 치열한 예상이 오가고 있다.

롤갤 뿐만 아니라 당연 잉벤에서도 열띤 토론이 이루어지는 와중이다.

─객관적인 우승후보 알려준다.

1.얼밤

2.마진 공격대

미만 잡이고 최근 뜨고 있다는 삼선 블루는 끽해야 4강이 한계.

불밤은 4강까지 가지만 결승은 못 갈듯.

└객관적이다의 사전적 의미고찰 좀 하시죠?

└그건 님 주관이고; 내가 보기엔 요즘 불밤도 얼밤못지 않은데..

└솔찌 롤드컵 결승까지 간 얼밤이 훨 낫지;

└작성자님 부캐 로그아웃하셈;

얼밤이니 불밤이니.

최근 한국 로드 오브 로드 프로팀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두 팀이란 건 명명백백하다.

얼밤이야 롤드컵에서 준우승씩이나 했으니 당연한 노릇이라지만 불밤은 과연 어째서?

실력적인 부분을 인정받은 탓도 있겠지만 팬심의 출동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형제 싸움이다.

─솔직히 불밤이 롤드컵 갔으면 우승했지.

그 증명은 지난 시즌 롤챔스에 나옴

불밤이 얼밤이겼음 ㅇㄱㄹㅇ ㅂㅂㅂㄱ ㅅㄱㅇ~

└불밤충들 그거 언제까지 우려 먹음?

└불밤충이 과거의 영광에 심취해있을 때 얼밤은 앞을 향해 달려나간다.

└팩트폭격하니까 얼밤충들 기어나오네ㅋㅋ

아예 다른 팀이었으면 모르되 형제팀.

최초의 형제팀인 불밤과 얼밤은 조금 악연이 있다.

그도 그럴 게 불밤은 완전히 2군 취급받으며 만들어졌기 때문.

실질적인 멤버들도 얼밤에 비하면 손색이 컸다.

그렇기에 더더욱이다.

부족한 여건 속에서 불밤은 일어섰다.

2군팀이 이뤄낸 하나의 신화.

그 신화의 탄생을 지켜본 팬들의 충성심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얼밤은 발족될 때부터 출세코스를 밟고 있는 금수저.

흙수저 출신인 불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반발심이 생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얼밤 팬들 또한 마찬가지.

지금에 와선 서로를 물어뜯는 게 일상이다.

하나의 인터넷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렇듯 2군팀에 불과했던 불밤의 주옥같은 탄생비화.

제 2의 불밤이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현재 주목을 받으면서도 기존 프로팀들의 팬들에게는 은근한 무시를 받고 있는 삼선 블루.

바로 씨지맥의 팀에게도 초점이 쏠리고 있다.

─얼밤불밤 타령 그만하고 신생팀들에게도 관심 좀 주십쇼;

솔직히 삼선 블루도 기대해봄직 하지 않습니까?

특히 삼선 블루의 탑라이너 씨지맥인가 그 분 플레이가 맛깔나더라구요;

└씨지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로그인 각도 좁혀야..

└???? 진짜 씨지맥 본인 맞는 거 같은데?

└헐? 님아 경기 재밌게 봤는데 말카림 왜 바보같이 벌써 씀;

프로게이머가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다른 순수한 프로들과 달리 씨지맥은 BJ출신이다.

그런 씨지맥이 방송도 못하고 불철주야 연습에 매달려 있다.

당연 자신의 꿈을 위해서겠지만 가끔은 자신의 팬들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까놓고 말해 관종기질.

부족한 관심으로 비롯된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서.

씨지맥은 종종 잉벤을 눈팅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글도 쓰게 됐다.

하지만 댓글로 질문한 유저의 말마따나 말카림을 꺼낸 이유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가 말카림을 꺼낸 이유는요..

내일 있을 롤챔스를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절름발이가 꼭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기로 보여드릴게요!

============================ 작품 후기 ============================

귀찮으심에도 잊지 않고 눌러 주시는 추천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고맙습니다.

독자님들.

예은의 과거를 조금만 사해주세요….

괜찮은 아이 될 수 있도록 제가 책임지고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분량이 전개가 느린 감이 있습니다.

간간히 3연참하면서 빠르게 넘길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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